그래도 다행이다. 문민정부 X 까라고 외치며 사정없이 사정하겠다던 청년폭도들은 (그들 스스로 생각하기에) 꼰대가 되지는 않았다. 적어도 이 음반에서만큼은 그렇다.
조금은 놀랄만한 음반이기도 하다. 차승우의 탈퇴 이후 노브레인은 분노와 울분과 자조로 가득했던 결성 초기의 컬러를 빠르게 지웠다. 일단 놀고 보자는 낙관주의와 목적 없는 행진, 서정으로 감싼 무력감, 사랑에 대한 단상으로 그 빈자리를 계속해 대신 채워왔다. 그런 식으로 정체성을 바꿔 활동한 게 <안녕, Mary Poppins>를 기준으로 어느덧 13년째다. 결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소수의 폭도가 아닌 다수의 대중에 가까이 서있던 밴드에게서 성난 얼굴과 성난 이빨, 성난 젊음을 다시 기대할 수 있었을까. 전혀. 그러한 기대의 성립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성격이 부드러워졌고 무뎌진 이들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주변에 앞뒤 가리지 않고 욕을 던져대는
더 과격하게도 얘기해볼까. 어쩌면, 그러니까 원초적이었던 첫 모습 이후의 모든 행동을 변절 행위로 취급하는 입장이라면, 이 음반을 '메인스트림에 안착한 밴드가 행하는 여유 섞인 비판적 관조'로도 볼 수 있겠다. 주류 무대에서 한참 인기를 누리다 뒤늦게 분노라고 내뱉는 모습이니. 아티스트의 태도를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해석에 엮어야하는 록 담론에서 노브레인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테다. 하지만, 이 음반에서의 노브레인만큼은 달리 보고자 한다. '여유 섞인 비판적 관조'보다는 예와 비슷한 울분을 머금고 행하는 '현실에 대한 응사'로 판단하고 싶다. 모든 가림막을 젖히고 쏟아내는 이들의 개탄은 오래 전의 순수한 분개와 가까운 지점에 있다. 직설적이고 본능적이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본질에 다가서지 않고 표면의 위로에만 목적을 둔 듯한 그간의 분노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전작
나름 멋진 변신이자 복귀다. 눈치 안 보고 마구 소리쳐대는 모양새가 정말 노브레인답다. 물론 예전처럼 마냥 신선할 수도, 마냥 멋있을 수도 없다. 가사도 크게 충격적이지 않다. 진행에 약간의 변칙을 가한 「Killl yourself」 정도를 제외하면 크게 특별하다 할 사운드도 없다. 이제는 무작정 막다른 골목으로만 질주할 수 없는 이들이기에 트랙리스트 사이사이에 「내 가죽잠바」와 같은 대중지향의 낭만적인 곡과 「아직도 긴 터널」과 같은 러브송도 꼭 넣어야 한다. 하지만 작품의 중심을 보자. 현실에 그대로 갖다 박길 주저하지 않는 노기의 노도가 까끌한 펑크 사운드를 타고 앨범을 관통한다. 오랫동안 겉 돌고 있던 이들이 간만에 진짜 펑크에 가깝게 다가선 셈이다. 게다가 올해는 밴드가 처음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한지 딱 20년이 되는 해다. 의미 있는 작품이다.
2016/05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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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