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기호학자, 역사학자, 미학자, 그리고 우리 시대 최고의 소설가로 손꼽히는 움베르토 에코. 얼마전 접하게 된 그의 사망 소식으로 인해 전 세계 출판 관계자들과 문학인들이 슬픔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대표적인 소설 『장미의 이름』은 1980년대 원자핵의 확산, 환경오염의 위기를 문학으로 표현한 책이다. 20세기 최고의 걸작 이라고도 꼽히는 『장미의 이름』은 중세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을 다른 이야기로 최고의 지적인 추리소설로도 평가받는데 그 이유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과 움베르토 에코만의 해박한 인류학적 지식, 그리고 현대 기호학의 이론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에코는 장미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전개한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중세의 사회가 풍기는 분위기. 등장인물들의 철학적인 대화들과 만나며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과연 장미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읽는 내내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를 먼저 보고 싶은 유혹이 수십 번 찾아오겠지만 건너뛰어서 찾을 수 있는 결말의 구조도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단어를 변용해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의 베스트셀러가 된 『장미의 이름』은 에코의 첫 소설이자 가장 유명한 대표작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 출판된 『장미의 이름』의 표지는 나라들 마다 그리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도 확실한 시대와 장소, 즉 중세 이탈리아의 수도원이라는 배경에서 왕위의 다툼에 관한 음모와 살인, 흑사병의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달리 아이디어를 도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1. 한국
중세를 배경으로 한 그림이지만 살짝은 단순화된 스타일로 표현되어 있는 한국 표지는 일본의 것과도 같은 그림을 사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호기심을 가장 많이 불리 일으키는 표지 중 하나다.
2. 오스트레일리아
책 제목이 가진 가장 단순하고도 직접적인 그림으로 디자인되었다.
3. 프랑스
이야기가 기호학과 깊은 관련을 맺고있어 수도사가 기호학 책을 읽고있는 그림을 표지로 채택한 듯하다.
4. 중국
기호학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나간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다른 나라의 표지들에 비교해 가장 단순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풍기고있다.
5. 이탈리아
소설이 가진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진 여러가지 요소들을 하나의 표지에 넣으려 했다. 그런데 산만하고 재미없는 인상을 풍긴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6. 독일
역시나 중세 유럽, 특히 성서의 내용을 담은 그림이 삽입되어 있다. 그런데 느낌 상 이탈리아가 아닌 독일 중세의 풍경과 수도사들 같다. 왜일까?
7. 브라질
어두운 수도원 회랑, 어딘가를 향해 은밀하게 걷고있는 두명의 수도사들을 그러넣은 브라질 표지. 제목 아래는 책을 홍보하기 위해 ‘숀 코너리가 주연한 바로 그 영화’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책 나고 영화 난 것이 아닌 영화 나고 책 난 꼴이다.
8. 스페인
흑사병에 걸린 것 같은 시커먼 손의 어딘지 섬뜩해 보이는 수도사와 길게 뻗은 어두운 수도원 회랑의 모습이 중세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의 느낌으로 잘 와 닿는다.
9. 미국
상단은 중세 유럽 수도사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표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검정색 하단 부분에는 식물 줄기에서 영향을 문양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장미의 덩굴 대신 열매가 붙은 줄기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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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움베르트 에코 저/이윤기 역 | 열린책들
20세기 최고의 석학, 움베르토 에코가 쓴 놀라운 지적 추리 소설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프랜시스 베이컨의 경험주의 철학에, 에코 자신의 해박한 인류학적 지식과 현대의 기호학 이론이 무르녹아 있는 지적 보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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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경(월간 책 편집장)
월간 <책> 편집장
감귤
201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