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ill me
1924년, 시카고에서 끔찍하고 잔인한 유괴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용의자는 하버드 로스쿨 재학을 앞둔 전도유망한 두 명의 천재 청년 네이슨과 리처드.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자란 엘리트들의 극악무도한 범죄는 곧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그 끔찍한 살인사건의 용의자였던 네이슨은 가석방을 앞두고 자신과 리처드가 벌인 살인사건의 진실을 담담히 고백한다. 뒤틀린 욕망이 부른 두 사람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쓰릴미>는 실제 미국에서 1924년에 벌어진 살인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니체의 초인론에 빠져 자신이 우월한 인간이라 믿는 ‘그’와, 그런 ‘그’에게 빠져 그에게 복종하는 ‘나’ 두 사람이다. 수평적이라기보다 수직적인 둘의 관계에서 ‘나’는 언제나 ‘그’의 아래에 놓여있다. ‘그’는 그런 ‘나’를 이용해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자 한다. 자기가 세상사람들에 비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과시하고 싶어한다. ‘그’는 ‘나’를 끌어들여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르면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나간다. ‘나’는 무언가 잘못됨을 느끼고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이미 선을 넘어버린 ‘그’에겐 죄책감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게 범죄란 자신의 위대함을 뽐낼 수 있는 도구에 불과 할 뿐이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의 말을 따르고, 끊임 없이 그에게 사랑을 갈구한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그의 옆에 있으려고 한다. 사실 ‘그’를 향한 ‘나’의 감정은 사랑이 아니다. 추잡하고 소름 돋는 집착이고, 뒤틀린 욕망이다. 자기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끔찍한 욕망에 빠진 ‘그’ 처럼, ‘나’역시 ‘그’를 향한 어긋난 사랑을 멈추지 못한다. 이렇듯 <쓰릴미>의 두 주인공은 모두 욕망의 덫에 사로잡혀 헤어나오지 못한 채 파멸로 향한다.
9년간의 내공
<쓰릴 미>는 2007년 국내에서 처음 초연된 이후 9년째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스터디 셀러 작품이다. 2시간 여의 러닝타임 동안 단 두 명의 인물만 등장하고 단 한대의 피아노로만 극을 이끌어 가는데도, 짜임새가 탄탄하다. 배우와 피아노연주, 그리고 소무대라는 세 요소를 똑똑하게 엮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최소한의 조명, 최소한의 배우, 최소한의 악기를 통해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세월이 세월인 만큼 <쓰릴미>를 거쳐간 배우들의 목록도 화려하다. 류정한, 김무열, 강하늘, 지창욱 등 수 많은 스타 배우들이 <쓰릴미>와 함께 했고, 그들 모두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완벽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번 시즌에도 역시 뮤지컬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 되었다. 2008년에 이어 다시 한 번 ‘그’로 출연한 강동호는 8년전에 비해 한결 농익은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욕망에 충실하고 감정적인 ‘그’에 걸맞은 다채로운 표정연기가 돋보인다. 자연스러운 말투와 행동을 통해 ‘그’의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낸다. 이번 시즌 새롭게 ‘나’로 합류한 이상이는 부드럽고 깔끔한 노래 실력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의 차분한 음색은, 나약하고 소심해 보이지만 실은 강인한 내면을 가진 ‘나’의 캐릭터와 어색함 없이 잘 어울린다.
<쓰릴미>는 촘촘하고 자연스러운 구성을 내세워 인간의 추악한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과정속에서 드러나는 반전이 극의 내용을 보다 풍성하게 만든다. 두 남자의 얽히고 설킨 관계의 진실은 6월12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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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2016.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