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광고맨, 오랜 꿈이던 음반 기획사 마케터, 홍대에서 가장 유명한 외국인 셰어하우스(에어비앤비) ‘초롱’의 슈퍼호스트 최재원 작가. 처음에는 그저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시작한 셰어하우스였지만 이왕 시작한 일, 자신의 집을 찾은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전 세계에서 찾아온 120명의 친구와 ‘진짜 홍대’를 누비다 보니 그들과의 만남은 여행 그 자체가 되었고,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야기는 덤으로 쌓였다. 마포구 합정동 좁은 골목 안으로 세계를 초대한 최재원 작가의 마법 같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낯선 사람들, 더군다나 외국인들과 집을 공유해야 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처음에 이 사람들이 내 집을 마음에 안 들어 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멀리서 온 사람들을 낡고 좁은 집으로 안내할 때면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죠. 그런데 게스트들이 진심으로 제 방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어요. 내가 가진 것도 충분히 괜찮고 멋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까지 시간이 좀 필요했죠.
외국인이라서 딱히 어려운 것은 없었어요. 짧은 영어와 뉘앙스만으로도 상대의 기분을 알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신경 쓰였던 것은 제 생활 습관이었어요. 저는 정리가 서툴러요. 주로 새벽에 귀가하는 편이고요. 처음에는 그런 제가 게스트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은근히 큰 스트레스가 되더군요.
‘합정동 초롱이네’가 여행객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화려하진 않지만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초롱 하우스의 모습에 많은 여행객이 호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게다가 이미 제 직업과 기호를 프로필에 적어놓았기 때문에 음악과 여행을 좋아하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많이 모였죠. 그러다 보니 다른 곳에 비해 좀 더 시끌벅적하고 친근한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호스트-게스트의 관계를 떠나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었어요. 홍대 일대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로컬 체험 거리가 많아서 게스트들도 행복하게 머물다 갔던 것 같아요.
광고회사, 음반기획사를 거쳐 에어비앤비 슈퍼 호스트까지,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개척해나가는 작가님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 부분은 굉장히 잘 대답하고 싶은데요. 사실 저는 호탕하거나 모험심이 강한 스타일이 전혀 아니에요. 항상 도전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전전긍긍하는 타입이에요. 그런데 ‘도전한다’는 쪽으로 마음의 방향이 조금 더 기울어져 있죠. 그래서 늘 중요한 순간에는 도전 정신이 열정에 불을 붙여요. 재밌는 점은, 열정에 불이 붙는 순간 다시금 고민이 시작된다는 것이죠.
과정이 좀 우습기도 하지만 저는 늘 도전을 꿈꿔요. 지금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로컬 투어 서비스를 기획하는 중이에요. 첫 발걸음을 뗐을 뿐이지만 언젠가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멋진 여행 플랫폼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요?
책 속에는 홍대 일대에 작가님만의 ‘아지트’가 많이 소개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요?
요즘 혼술, 말 그대로 ‘혼자 마시는 술’이 대세잖아요. 누구를 부르기는 궁색하고, 에너지도 딱 떨어져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데 집에는 가긴 싫을 때. 전 그럴 때 ‘학쌀롱’에 가요. 망원동과 합정동을 양분하는 동교로 끝에 있는 중간 규모의 바이닐 바예요. 넓은 창가 옆에 있는 1인용 테이블에 앉으면 바와 플로어에 앉은 다른 손님들과 눈높이 차이가 나서 왠지 모르게 특별한 기분이 들어요. 큰 창 너머로 펼쳐진 합정동과 망원동의 거리 풍경 때문에 심심하지도 않고요. 좋은 음악이 듣고 싶을 때도 종종 찾아요. 사장님 안목이 무척 훌륭하시거든요.
외국인들과 이른바 ‘맛집 탐방’을 많이 다니셨어요.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특별한 음식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메뉴를 다 좋아해요. 칼국수, 미숫가루, 무한리필 되는 김치, 마른 멸치와 고추장, 동태찌개, 막걸리, 보쌈, 200원짜리 커피 등등 정말 우리에게 일상적인 음식이요. 외국 친구들이 평생 경험하지 못했던 진귀한 것들이다 보니 어떤 음식이든 적극적으로 즐기는 것 같아요.
‘숙박 공유’라는 개념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계실 텐데요.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여행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로컬 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매력이죠. 호텔은 어느 나라에 있든 구조나 시스템에 큰 차이가 없잖아요. 그런데 에어비앤비를 이용해서 삿포로의 열차기관장 집이나 오키나와의 전통악기 산신 연주자의 집에서 머문다고 생각해보세요. 여행의 깊이가 달라질 거예요. 게다가 운이 좋으면 현지 사람들과 하룻저녁 신나게 놀 수도 있어요. 여행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에어비앤비의 가치는 더 커질 것 같아요.
미국, 프랑스, 일본,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들과 만나셨어요. 서로의 언어와 문화가 다 달라 의사소통하는 데에도 고충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작가님만의 특별한 외국어 공부법 같은 것이 있을까요?
가끔 말이 안 통하는 게스트가 있는데 그럴 땐 그냥 웃어요. 그럼 상대방도 웃죠. 답답하긴 하지만 서로 도우려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 상황도 그저 재밌게만 느껴져요. 보디랭귀지의 힘이 생각보다 크기도 하고요. 손짓 발짓으로 하면 안 되는 말이 없어요. 그런데 이런 친구가 길을 잃으면 정말 난감해요. 전화도 소용이 없으니까요. 이럴 땐 무조건 ‘합정 스테이션’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복잡한 서울의 지하철이 이때만큼 고마운 적이 없어요.
특별한 외국어 공부법은 없지만 집에 들어가는 순간 무조건 영어로 이야기해야 하는 환경이 정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매일, 잠들기 전까지 영어 말하기 훈련을 하는 셈이죠.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면서 영어에 대한 두려움은 다 극복했어요. 게다가 다양한 억양의 영어를 쓰는 게스트의 숫자만큼 세상에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호스트가 되기 전엔 저 혼자만 있어도 집이 좁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친구들이 찾아올수록 제가 사는 세계가 더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떠나지 않고도 여행할 수 있는 저는 참 행운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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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쉽고 멋진 세계여행최재원 저/임호정 그림 | 북로그컴퍼니
《이토록 쉽고 멋진 세계여행》은 합정동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있는 음악 마케터가 자신의 작은 방에 찾아온 흥미롭고 특별한 외국인 게스트들과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에어비앤비와 카우치서핑 등으로 세계여행을 하는 책은 많지만, 거꾸로 방을 빌려주며 자신의 동네에서 세계여행을 하는 책은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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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돤킴
201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