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스트레스 받아.”
“스트레스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
스트레스는 만인의 적이다. 최소한 한국에서는 그렇다. 스트레스로 사는 게 힘들다는 사람들이 참 많다. 지난 2월 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세 이상 성인 7천 명을 대상으로 개별 방문면접 조사를 한 결과,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편이 34.7%, 매우 많이 느끼는 편이 3.2%이었다고 보고했다. 10명에 4명은 꽤 많이 버겁게 느끼고, 조금 느낀다는 사람이 56%니. 다 합치면 90% 이상이 평소 스트레스를 인지하고 살고 있다. 거의 느끼지 않는 사람은 5.9%에 그쳤다.
이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 ‘헬조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나라는 숨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게 느낄 정도의 세상이란 말일까? 언제부터인가 스트레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삶의 괴로움의 척도가 되었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전혀 느끼지 않는 삶이 인생의 목적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어느 이상 느끼는 사람이 94%라면 시각의 방향 전환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은 불가피한 것일지 모르고, 사실은 지구의 중력과 같이 우리가 이미 견뎌내고 있는 필수존재일 수 있다고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
나의 성장을 위한 자극
의학적 입장에서 먼저 말하자면 ‘스트레스는 인간이 내외부 자극에 맞춰 적응하기 위한 반응하는 것 전부’를 의미하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반응을 하지 못하면 적응도 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다만, 스트레스라고 우리가 인식하는 것을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인식하거나, 실제로 한 사람이 견뎌낼 수 있는 한계 이상의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심리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경험하고, 장기화 될 때에는 심신의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 그러므로 평소에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 소극적인 관리보다 적극적으로 스트레스를 ‘나의 성장을 위한 자극’이라는 의미로 전화해보자고 주장하는 책이 있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심리학을 강의하는 켈리 맥고너걸이 쓴 『스트레스의 힘(The Upside of Stress)』이다. 이 책은 그녀가 진행하는 ’스트레스와 친구가 되는 법‘이란 강의를 토대로 했고, 이중 일부가 TED에 소개되면서 엄청난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저자는 먼저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호텔 청소부에게 그들이 하는 일이 ‘운동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교육을 실시하고 4주 후에 방문하자, 교육을 받지 않은 집단에 비해서 체중과 체지방이 줄고, 혈압도 떨어지는 일종의 운동효과가 있었다. 더욱이 자기가 하는 일을 더 좋아하게 됐다는 청소부도 나왔다. 일 자체를 나를 괴롭히고 위험하게 만드는 스트레스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운동이 될 수 있다고 인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기대효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므로 스트레스 경험을 학습과 성장을 저해하는 부정적인 것에서, 건강과 활력을 증진시켜주며 활용을 할 대상으로 긍정적 인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고전적으로 싸울 것이냐, 도망갈 것이냐를 중심으로 보는 ‘투쟁-도피 반응’을 중심으로 보았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면서 몸이 긴장되고, 심박수가 올라가는 변화가 온다. 저자는 이런 변화 말고도 스트레스에 의한 뇌의 변화가 있다는 최신 과학적 발견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도전 반응이다. 공포 속에 맞서 싸우거나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도전으로 받아들여서 에너지를 발생시켜 압박감 속에 해야 할 일을 잘 수행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공포 대신 집중력을 느끼고, 스트레스에서 회복되는데 도움이 되는 DHEA수치가 올라가면서 몰입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운동선수, 의사, 음악가중 정상급 인사들은 중압감을 받으면 강력한 도전 반응을 일으키고, 이를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자원을 동원하는걸 원활하게 만들어 최선의 성과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옥시토신이다. 옥시토신은 원래 엄마가 출산할 때 자궁을 수축하기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그런데, 출산할 때 이외에도 스트레스 상황에 남녀 모두 수치가 올라가고 ‘배려-친교반응’을 증진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옥시토신이 증가하면서 공감, 유대감, 신뢰감이 증가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가까워지고 싶은 욕구가 증가한다. 더 나아가 뇌의 공포 중추를 억제해서 겁을 덜 내고 용기를 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스트레스는 ‘우리 삶 어딘가가 잘못됐다는 신호’가 아니라 상황에 대한 의미를 전환해서 받아들이고, 중요하고 의미 있는 활동을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헤쳐나가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덜 바쁠 때 더 행복할 것이라 여기지만 그 반대이고, 지루함을 느끼는 중년남성이 20년동안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2배가 높았다.
매우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영국의 성인 9천명을 10년간 추적해보니 “매우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의 사망률인 30% 감소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지금 상황에 대한 의미를 찾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는 환골탈태를 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에만 골몰해 있는 경우 더 힘든 악순환에만 빠지게 되어 심리적 상처는 깊어지고 회피성 대응 전략에만 의존해서 위축될 수 밖에 없어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이 올라간다.
그렇다. 스트레스를 자신이 능력이 없는 결함적 존재이자 실패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런 생각이 더욱 더 스트레스를 위험하게 받아들여서 실제로 위험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 책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바다. 그보다 스트레스의 불가피성을 인식하면서,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트라우마가 아니라 역경으로 받아들인다. 이를 대처하는 과정에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능력을 재인식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고, 사회적 인맥과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고, 새로운 가능성과 삶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찬스가 될 수 있다고 보는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스트레스에 대해 “처리 못해서 무능하고, 고립되었다고 여기고, 스트레스가 인생에 무의미한 것이라고 여길 때” 매우 위험하게 된다고 말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들이고 포용하면 자기 불신은 자신감으로, 공포는 용기로, 고립감은 유대감으로 전환되어 고통조차 의미를 만들어낸다”고 조언한다. 지친 하루가 끝나 녹초가 되었을 때 “하루가 끝날 무렵 완전히 탈진이 되었다는 것은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었다는 신호가 아닐까요?”라면서 스트레스를 객관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의미를 가지면서 건강을 유지할 것이라 말한다. 스트레스를 나쁘고 부정적인 것으로만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사람들이라면 억울해할 스트레스를 위해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알고 보면 좋은 점이 더 많은 것이 스트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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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의 힘켈리 맥고니걸 저/신예경 역 | 21세기북스
스트레스에 대한 기존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책이 나왔다. 실용과학 분야의 차세대 심리학자로 평가받는 켈리 맥고니걸 박사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진행한 강의 ‘새로운 스트레스 과학(New Science of Stress)’을 기반으로, 긴장과 압박이 어떻게 삶의 에너지가 되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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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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