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프닝
우연하게도, 서랍의 성격은 서랍이라는 말을 닮았습니다.
서랍, 하고 가만히 발음해 보면
서랍을 스르륵 당길 때처럼 입술이 열리고,
그 사이로 둥글게 몸을 만 혀가 굴러 나가려 합니다.
하지만 문득 깨닫고 함구하는 사람처럼
이내 입술을 닫아버립니다, 서랍이라는 말은.
반면에, 할 말이 더 있다는 듯 열린 상태.
선반이라는 말은 선반이라는 사물을 닮았네요.
글자의 생김새도 그래서,
두 음절의 ‘ㄴ’받침들은 그 위에 뭔가를 올린 선반처럼도 보입니다.
보여주고 싶은 것들은 선반 위에 둡니다.
멋진 장식품이나, 빛나는 한때를 담은 액자 같은 것들이죠.
내보이기 꺼려지는 것들은 서랍을 차지합니다.
색 바랜 편지 뭉치와 일기장, 쓸모없지만 소중해져버린 잡동사니들.
선반은 높은 자리에서 드러내고, 서랍은 낮은 곳에서 감춥니다.
선반은 대개 잘 정돈돼 있고, 서랍은 자주 어질러져 있습니다.
선반이 의식의 영역이라면 서랍은 무의식,
선반이 낮의 공간이라면 서랍은 밤의 시간일 거예요.
누군가의 서랍에서는 사막의 모래가 흘러내립니다.
어떤 서랍 안에는 눈물에 불어가고 있는 마음,
깊숙한 구석엔 쓰다 만 시(詩) 같은 것도 있을 테지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2016년 비문학 첫시간에서는 <빨간책방> 최초로 미술에 관한 책과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큰 마음을 먹고 미술관을 찾았는데 칭송받는 미술작품 앞에서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던 기억…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죠. 그런데 이것은 전문가들 역시 느끼는 감정이라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테이트 갤러리의 관장 윌 곰퍼츠는 미술 작품의 탄생 과정을 통해 현대 미술사를 쉽게 이야기 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번에 다룰 <발칙한 현대미술사>가 바로 그런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미술 이야기 함께 나눠보시죠.
『발칙한 현대 미술사』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발칙한 시선
1) 책 소개
19세기 인상파 작품들에서 시작된 현대미술 태동기부터 앤디 워홀의 「캠벨수프 깡통」, 데이미언 허스트의 「상어」로 이어지는 동시대미술을 아우르며, 걸작에 숨은 이야기들을 예술가들의 눈과 입을 통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서사적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윌 곰퍼츠의 미술사 강의는 난해하기만 하던 현대미술을 독자들이 한결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저자 윌 곰퍼츠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갤러리에서 관장을 역임하며 7년간 일하는 동안, 전시된 작품을 그저 멍하게 바라보거나 고개를 내저으며 뒤돌아서는 관람객들을 줄곧 봐왔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영국 테이트 갤러리의 관장 니컬러스 세로타 경조차 이따금 어쩔 줄 모르겠다고 할 때가 있을 정도다.
그는 현대미술에 대한 이 같은 반응은 당연한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고 현대미술을 모두 사기로 치부하고 감상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윌 곰퍼츠는 현대미술이나 동시대미술을 이해하고 즐기려면 이것이 과연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평가하려 하기보다는, 우선 어떠한 과정에서 이러한 작품이 탄생했는지 그 경위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현대미술은 일종의 게임과 같아서, 얼핏 보기에는 알 수 없는 대상이라도 기본적인 규칙과 규정을 알면 한결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의 규칙과 규정은 바로 현대미술의 역사를 통해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그는 이 책을 통해 당시 문화.정치.사회적인 배경을 아우르며 150년에 걸친 현대미술사를 조명한다.
2) 저자 : 윌 곰퍼츠
세계적인 현대미술관, 영국 테이트 갤러리 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BBC에서 아트 에디터로 활동하며 미술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약 중이다. 테이트 갤러리에서 일하는 동안 대중에게 현대미술을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 현대미술에 대한 코미디쇼를 직접 제작해 국제적 예술행사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대미술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과 역량을 인정받아 BBC 아트 에디터로 발탁되며 또 한 번 화제를 일으켰다.
◆ 159-160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미국 현대 문학을 알기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가가 있죠. 바로 조이스 캐롤 오츠 입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 다음 시간에서는 바로 그 조이스 캐롤 오츠의 대표작이자 1970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작품!! 『그들』과 함께 합니다. 1937년 여름부터 1967년 디트로이트 흑인폭동까지의 이야기를 빈민가에 사는 한 가족의 연대기를 통해 전하는 이 작품 『그들』을 함께 읽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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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susunhoy
2016.02.12
인상파의 핵심은 보는 것에서 경험한 것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런 면에서 예술가가 되어가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