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영업 교육서’가 아니다. 영업의 기법을 알리고자 하는 책은 더더욱 아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바른 가치관을 가지길 바라고 쓴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책 속에는 영업 실적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한 얕은수 같은 건 없었다. ‘어떻게 하면 동료들보다 더 높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식의 고민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영업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정말 필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영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영업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영업의 기술 혹은 비결을 알려준다는 여타의 책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질문이자 해답이었다.
『첫 출근하는 영업자에게』의 저자 이장석은 성공한 영업 사원의 표상이라 할 만하다. 30년 동안 IBM에서 근무해 온 ‘정통 아이비애머(IBMer)’인 그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한국 IBM의 부사장 및 대표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번 책에서 힘주어 이야기하는 것은 ‘원칙 영업’과 ‘정직 영업’이다. “현장에서 30년간 영업을 하면서 불법이 판치는 황당한 현실에 부딪칠지언정 원칙을 잃지 않았던, 그런 영업의 선배가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을 담아낸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은 많다. 그에 비하면 『첫 출근하는 영업자에게』가 알려주는 길은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험난한 여정이 될지라도, 제대로 된 길을 걸어가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잘못하면 문을 닫는 기업들이 많아져야 한다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를 팔 수 있어야 진짜 영업자다’라는 말은 영업의 기본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하셨습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영업의 기본이란 무엇인가요?
영업이라는 것은 고객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고객이 원하는 것이 시작 포인트이지, 내가 가진 제품을 파는 게 아니란 말이죠. 결국 영업이라는 것은 갑이 자신의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을이 제공하는 거란 말이에요. 그러면 갑은 기꺼이 그 제품을 구입하거나 대가를 지불하는 거고요.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를 팔 수 있어야 진짜 영업자다’라는 말은 그 정도로 영업을 잘해야 한다는 뜻으로 하는 이야기인데, 제가 말하는 건 진정한 의미에서 영업은 고객의 니즈가 분명한 곳에 비즈니스를 해야 된다는 거예요. 일단 고객의 니즈를 보는 것이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는 게 영업의 1번이고, 그렇게 된다면 고객이 원하는 것과 영업자가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 사이의 격차가 점점 줄어드는 거죠. 그래서 가장 첫 번째 시작점은 고객과 시장이라고 보는 거예요.
그런 기본이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습관과 관행이라고 봐요. 우리적인 예의라는 의식이 잘못 변형된 것들이라고 보거든요. 단적인 예를 하나 말씀드리면, 2011년도에 제가 다니던 회사의 본사에서 회계 감사를 나와서 큰 문제가 발생했어요. 저희가 2000년대 초에 한국적인 정서에 맞춰서 축의/경조금 제도를 만들었는데, 본사에서 보고 어떻게 고객한테 현금을 줄 수 있냐고 이야기했죠. 그 회사가 전 세계에 140개가 넘는 나라에 진출해 있는데, 축의/경조금을 주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임원들이 모여서 한 달간 토론을 한 끝에 더 이상 하지 말자고 결론을 내렸어요. 그리고 2000년대 초부터 이른바 룸살롱 같은 곳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시켰어요. 요새는 많은 기업이 그렇게 하고 있지만 1980~1990년대에는 그런 곳에서 접대가 이루어지곤 했거든요. 그걸 그만두는 게 굉장히 어려웠지만 결국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저는 우리 사회가 가진 ‘예’, ‘정’의 의식이 변형돼서 잘못된 접대와 리베이트들이 생겼다고 봐요. 하지만 의식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제가 몸담았던 회사에서 그런 경험을 했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변화가 필요한데요.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을 신경 쓰고 정을 나누는 문화는 좋은 거죠. 그런데 정이라는 것, 그리고 예의라는 것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이고,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에게 하는 거잖아요. 아랫사람이 윗사람한테 하는 게 아니고, 힘없는 사람이 힘 있는 사람한테 하는 게 아니에요. 갑이 을한테 물건을 사고 ‘나한테 이걸 팔아줘서 고마워’라고 하면 괜찮죠. 그런데 을이 ‘이것 좀 사줄래요’ 할 때는 잘못된 거죠. 그 방향성이 끊겨야 하는 거죠. 한꺼번에 되지 않죠. 그런데 제가 몸담았던 회사에서 했듯이 그런 회사가 하나하나 늘어나고, 또 한 사람 한 사람 늘어나다 보면 접대나 리베이트를 하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이는 거죠. 과거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보였지만 점차 시간이 흘러가면 그렇게 하는 게 이상해지는 사회가 되겠죠.
이런 문제의 원인으로 성과주의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회사 측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제품을 팔아오라고 하거나 과정이 어떻든 결과를 잘 내는 직원에게 포상을 하게 되면, 직원들은 그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따라가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영업하는 사람들의 DNA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한국영업혁신센터’라는 새로운 회사를 만든 것도, 이런 것들이 혁신에 해당하는 사항이기 때문이에요. 영업 직원들에게는 연봉이나 인센티브, 승진 등 모든 것이 결과에 좌우되죠. 그런데 그런 것들은 길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거거든요. 단기적인 성과와 평가에 나의 모든 양심을 팔아버리고 기업의 가치를 팔아버릴 것이냐, 아니면 장기적으로 확신을 갖고 지켜갈 것이냐의 게임이죠. 저는 2000년도에 임원이 되고서 2004년부터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제 목표를 못 채운 것 같아요. 15~16년 동안 임원으로 있으면서 저한테 주어진 목표를 채운 것은 두 번 정도 됐을까요?
그에 따른 불이익은 없으셨나요?
물론 거기에는 금전적인 손실도 많이 있었겠죠. 그렇지만 회사가 계속 저한테 기회를 주고 다른 일을 하도록 해줬던 것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아는 조직이라는 거죠. 당연히 영업하는 사람들은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그래서 기업이 존재하는 거죠. 그런데 오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면 내일 다 망하는 거죠. 성과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망하는 이야기거든요. 조직도 개인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영업을 길게 안 보잖아요. 과거에는 그렇게 봐서 문제가 없었죠. 그런데 이제는 잘못하면 망한다는 거예요. 우리 사회가 점점 투명도가 높아지고 사회의 레벨이 달라지면, 잘못된 영업 때문에 기업이 문을 닫는 일이 생긴다는 거죠. 책에도 그런 예가 나오지만, 미국은 그런 일이 있으면 몇 년이 흐른 뒤에도 파헤쳐서 회사를 문 닫게 한다니까요. 그런 잘못을 했을 때 잠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결국은 문을 닫는 회사가 대한민국에도 나와야 한다고 봐요. 영업을 잘못한 개인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그 기업을 문 닫게 해야 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도 바뀔 거라고 생각합니다.
말 잘 ‘듣는’ 영업자가 되어야 한다
한편에서는 ‘상대가 편법을 쓰는데 나라고 별수 있나, 원칙을 지키는 사람만 바보 된다’라고 생각하기도 할 텐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처벌을 강화하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겠죠.
그럼요. 엄중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개인의 실수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기업 자체에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해요. 그러면 무서워지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이 책을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 임원들이 이 책을 봤으면 좋겠어요. 의식을 바꿔야 합니다. 영업 직원들만 듣는다고 해서 되지 않고요. 회사 임원들이 들으셔야 하고, 사장님도 들으셔야 하고, 지원 부서의 사람들이 다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 문화가 형성되죠. 영업은 영업부 직원들만 하는 일로 생각하면 잘못이에요. 어떻게 보면 영업 혁신이라는 게 길고 먼일이지만, 조만간 확산될 큰 주제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영업사원은 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홍보하려고 열을 올리잖아요. 그런데 작가님께서는 “고객이 최소 두 배 이상은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에 잘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듣는 게 더 중요해요. 동시에 한 사람의 고객을 만나도 영업자마다 고객의 메시지를 다르게 해석합니다. 정확하게 읽어내려면 고객의 표정이나 평소의 말투, 말의 톤 같은 것들을 전부 알아야 해요. 그런데 자기 혼자 떠들면 제대로 읽을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이야기를 많이 듣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해야 해요. 적어도 내가 물어볼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고 준비해서 가야죠. ‘내가 오늘 왜 가는 거지? 무슨 목적으로 가는 거지? 무슨 이야기를 알아내야 하지?’ 그렇게 알아내야 할 내용을 정리하다 보면 ‘어떻게 파악할까?’ 하고 질문을 하는 거죠.
질문하는 방식에도 노하우가 있을까요?
중요한 건 한 번만 이야기하고 끝나면 안 돼요. 만약 ‘이번 토요일에 약속 있으세요?’라고 물어봤는데 있다고 대답하면 ‘그럼 다음 주 토요일은 약속 있으세요?’라고 물어보면 안 돼요. 그건 바보 같은 질문이잖아요. ‘혹시 연기 가능한 약속이신가요?’라고 물어보고, 그게 어렵다고 하면 ‘실례지만 무슨 약속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하고 끌고 들어가는 질문을 해야 하거든요. 답변에 따라 질문을 다르게 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 모든 게 다 준비죠.
고객이 보내는 언어적, 비언어적 메시지를 예리하게 포착해내야 한다는 말씀이신데요. 경력이 쌓일수록 그런 눈치도 생길까요?
그건 거의 직감이라고 봐요. 그래서 저는 영업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데요. 책에도 하나의 예로 나와 있지만, 제가 영업한 지 2년 되었을 때인데, 매니저하고 같이 고객을 만났는데 매니저는 고객의 메시지를 읽지 못했지만 저는 읽어냈거든요. 그건 직감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집중해서 잘 듣느냐가 제일 중요해요. 어쨌든 고객은 이야기합니다. 표정으로 이야기하든지, 제스처로 이야기하든지, 말로 하든지, 에둘러서 이야기하든지, 어쨌든 이야기합니다. 그러니까 고객을 알아야죠. 저 사람의 성향이 어떤지, 평상시에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알아야죠. 싫으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좋을 때는 어떤 표정을 짓는지, NO라고 말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이야기하고 YES라고 말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그건 웬만하면 다 알 수 있거든요.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대화를 하면서 빨리 알아내야 하는데, 그건 직감 때문에 하는 거지만 사람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봐요. 그러니까 얼마나 집중해서 듣고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죠.
영업자가 갖추어야 할 요건 중 하나로 인맥관리 능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인맥관리에 있어서 작가님만의 원칙이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그쪽에 매몰되어 있죠. 저는 사회에 나와서 만나게 된 사람들과의 모임에서는 절대 비즈니스와 연계되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런 걸 비즈니스와 연계시키려고 하죠. 그런 면에서는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인맥관리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디에 쓸 거냐의 게임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볼 때는 우리 사회는 너무나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나 많은 모임이 있고, 친목을 빙자한 교류가 너무나 많죠. 그걸 경계한다는 뜻으로 말씀드린 거예요. 영업하는 사람이 고객을 관리 안 할 수 있나요. 그 방법을 달리해야 된다는 거죠. 영업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실수는 비즈니스가 있을 때만 찾아간다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중요도에 따라서 고객에게 연락할 계획을 세워놔야 해요. 어떤 고객은 일주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전화해야겠다, 어떤 고객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이나 분기에 한 번씩 접촉을 해야겠다, 이걸 다 계획을 짜서 반영해야죠. 중요한 건 고객 관리라는 이유로 자신의 시간을 매몰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현실은 누가 봐도 잘못된 영업을 하는 사람이 찬사의 대상이 되고, 항상 바르고 정직함에도 성과를 내지 못해 좌절하는 영업자가 더 많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작가님께서는 줄곧 원칙을 지켜오셨는데,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회사가 고마운 거죠. 그걸 용납하지 않는 회사였으니까요. 『첫 출근하는 영업자에게』에서도 처음 3년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저는 입사하고 처음 3년 동안 세 사람의 매니저를 만났는데 그분들이 DNA를 바로 잡아주셨어요. 그때 제가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에서 이겼는데도 주어진 목표의 51%밖에 채우지 못했거든요. 그렇지만 저의 매니저는 인사고과에서 최상급을 줬어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느낀 거죠. 금전적으로는 손실을 봤지만 회사는 나의 기여를 인정했다는 걸요. 그리고 저도 그래야겠다고 생각을 했고요. 어떤 사람들은 엄살을 부려서 목표 적게 받잖아요. 저는 리더가 되고 난 뒤에도 그런 직원들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어요. 그런 걸 직접 봤고 당해봤기 때문이에요. 제가 그렇게 경험에 의해서 알게 됐듯이 저와 같이 일했던 사람도 알게 되면 조직도 그렇게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처음에 어떤 사람들과 어떤 조직에서 일하는가가 정말 중요합니다.
회식 때 ‘카더라 통신’ 오가는 조직이 제일 나쁘다
말씀을 듣다 보니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믿으면 변화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야 결국 변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아무리 밖에서 좋아 보이고 아무리 대우가 좋아도 기업의 문화가 잘못됐다면 저는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나오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거기에서 배우는 게 뭐겠어요, 못된 짓만 배우는 거거든요. 제가 회사에 감사하다는 것도 그런 거예요. 그런 부분이 통하는 회사였고 그걸 이해하는 후배와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거든요. 그래서 조직의 문화가 정말 중요하다는 거예요. 첫 번째로 중요한 건 오너, 최고경영자예요. 그들이 잘못된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피해가 있어도 고수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되는 거죠. 그게 아니라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조직은 썩는 거고요. 그런 회사들이 대한민국에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 기업들이 모두 다 나쁜 건 아니에요. 굉장히 정직하고 솔직한 기업이 많고 바뀌는 기업도 많아요. 그게 대세가 되어야죠. 많은 기업이 영업에 대한 의식이 바뀌고 있고 바뀐 회사도 많은데, 그런 것들이 자꾸 부각되고 ‘저렇게 하는 게 맞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문화가 되어야 해요.
의사결정자보다 실무자의 마음을 먼저 얻으라고 조언하셨습니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실무자로부터 ‘나는 결정 권한이 없다, 의사결정자와 이야기하라’는 말을 듣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자와의 관계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건 정말 중요한 일이죠. 제가 그렇게 이야기한 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요. 하나는 실무자를 소홀히 하면 당장 비즈니스를 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고요. 더 중요한 건 그 실무자는 미래의 중역이라는 거예요. 실무자와 관계가 흐트러져도 내가 당장 비즈니스를 하는 데에는 영향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이 흐트러뜨린 실무자와의 관계는 미래의 후배들과 직원들에게 재앙으로 다가온다는 거죠. 실제로 그런 일도 많았고요. 영업하는 데 있어서 당연히 의사결정자도 만나야 하지만 실무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거예요. 더 중요한 건, 관계를 잘 쌓지 못했을 때 그 영업 사원을 욕하는 게 아니라 결국은 회사한테 재앙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서 실무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거고요. 거창하게 볼 게 아니라 이해 당사자나 고객을 넓혀서 보는 인식은 굉장히 중요하죠.
책의 마지막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라’고 조언하셨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워커홀릭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인데요. 작가님께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추실 수 있었나요?
못 맞췄죠. 그래서 반성하는 거죠(웃음).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기까지 충격적인 사건들이 여러 번 있었어요. 2000년도에 임원이 되고 난 뒤에 본사에 가서 회의하는데, 그때 아시아에서 온 직원은 저밖에 없었거든요. 첫날 저녁에 자기소개하는데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가족과 여행 가기, 아이 돌보기, 정원 가꾸기 그런 걸 이야기하더라고요. 제 차례가 다가오면서 생각했죠. ‘나는 뭐라고 해야 하지?’ 왜냐하면 취미가 너무 다양한 거예요. 골프라고 해도 되고, 등산이라고 해도 되고, 낚시라고 해도 됐어요. 왜냐하면 고객에 따라서 바뀌었거든요. 제 취미가 없고요. 그때 참 바보 같이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충격을 받았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제가 2006~2007년 동안 상해에 가 있었을 때예요. 거기에는 전부 다 미국계 혹은 호주계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었는데요. 2년 동안 있으면서 회사 리더들과 함께하는 행사가 딱 두 번 있었어요. 크리스마스랑 가족파티밖에 없었어요. 거기 직원들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하고 점심 먹으면서 이야기하지, 저녁을 먹지는 않아요. 그렇게 봤을 때 쓸데없이 휩쓸리지 말고 ‘이게 정말 필요한 일인가’를 생각하면 불필요한 시간을 쳐낼 수가 있을 거라는 거죠. 저도 두 번의 경험을 통해서 많이 반성했어요.
그러면서 덧붙이신 이야기가 “회사 문을 나서면 일에 대한 생각을 접어야 한다. 근무 시간 외의 자리나 회식 자리에서 업무와 관련된 주제를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건데요. 직장인 중에는 ‘회식 자리에서 많은 정보들이 오고 가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회식을 가지 말라는 건 아니에요.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회식이 있으면 당연히 가야죠. 제가 이야기한 건 회사를 떠나서는 일에 대해 생각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예요. 물론 중요한 일이 있으면 끊임없이 생각이 나겠지만 그걸 끊는 연습을 해야 해요. 그리고 회식에서 업무 이야기를 하는 건 바보 같은 조직이에요. 대부분 회식에서 오고 가는 건 뒷담화죠. 건설적으로 전략을 논의하는 게 아니에요. 누가 어떻게 된다더라, 누가 어디로 간다더라, 그거 알아서 뭐하겠어요. 그리고 두 번째 주제는 누군가를 흉보는 거예요. 그런 거에 휩쓸리지 말라는 거죠. 회식이라는 게 그야말로 스트레스를 푸는 자리가 되어야 하잖아요. 차라리 노래방 가서 악다구니 쓰고 노래를 부르고 헤어지는 게 낫죠. 회식 자리에서 카더라 통신이 오가는 조직은 제일 나빠요. 회식에 참석은 해야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안 들어도 괜찮죠. 듣는다고 바뀌는 건 없잖아요. 그리고 리더가 됐을 때 그런 자리에서 실수하면 회사의 인사 비밀을 누설할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리더가 됐을 때는 특히 그런 자리는 조심해야 하는 거죠. 그런 이야기를 안 하는 습관을 들여야 돼요. 습관이 되면 자기도 모르게 이야기하게 되거든요.
『첫 출근하는 영업자에게』가 영업에 대한 다른 책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 책에는 꾸민 게 하나도 없어요. 전부 다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책은 제가 하고자 하는 영업 혁신의 시작점이에요. ‘영업이 무엇이냐’에 대한 정의를 하고서 시작하자는 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업 사원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이야기하는 거죠. 그다음에 실제 고객과 현장에서 조직 내부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즉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고객 정보를 관리할 것인지, 이런 것들이 전부 퍼져 나오는 실용적인 꼭지들을 담고 있는 거예요. 책에 적은 것처럼 ‘전략적인 두뇌를 가지려면 육하원칙만 기억하라’, ‘네트워크 증후군과 관련해서 스케줄 계획을 세워라’ 그런 이야기들이 영업하는 사람들에게 지침이 될 거예요. 다른 책과 다르기는 하겠지만, 영업 책들이 수없이 많은데 거기에 또 하나 더하고 싶은 건 아니고요. 재미있게 읽고 느끼셔서 생활 속에서 하나하나 실행하면서, 기업 영업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영업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생각할 화두를 던지는 거죠.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책 제목이 『첫 출근하는 영업자에게』인데, 사실 영업자라는 말은 말 쓰지 않는 말이죠. 그런데 이 단어를 쓰게 된 건, 아직도 세일즈맨이라고 하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영업 직원, 세일즈맨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호칭인데요. 영업하는 사람들이 당당해지고 영업이 멋있는 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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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하는 영업자에게이장석 저 | 다산3.0
영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힘이다. 이 책은 ‘사원에서 임원까지’의 신화, IBM 부사장이 30년간 쌓아온 영업의 핵심 노하우를 전한다. 처음 영업을 시작하거나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왜 중요한 순간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하는지 일러준다. 또 저자가 영업을 하며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면서 부당한 제안이나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고객을 지키는 방법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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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