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우리를 100% 만족시킬 수 없어요
특히 갈수록 살기 팍팍해지는 요즘 세상에서 여행 산업과 그 수요가 늘고 있다는 소식은 참으로 아이러니하죠. 다들 쿨하게 비행기 타고 해외 놀러 간다는데 돈이 그렇게 많은 건지, 주말여행 간다고들 하는데 피곤하진 않은지 말이에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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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금 양말’ 골드만삭스에 입사, 세일즈 어시스턴트로 치열하게 경력을 쌓는 와중에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멈추지 않았다는 여자. 결국 여행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깨닫고, 늘 꿈꿔왔던 삶을 실천하고자 좋아하는 여행과 글쓰기에 미래를 걸었다는 이 여자, 조예은 저자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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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업계에서 소문난 고스펙만 모인다는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나름 치열하게 일해 오셨는데요. 여행에 ‘필’이 꽂히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스물여섯, 첫 직장에서 회사 사정을 이유로 일 년 만에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직장생활 일 년 차에 갑자기 믿고 있던 회사에 팽 당하고 나니, 정신이 팍 들더라고요. ‘아,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라도 너무 믿고만 있으면 안 되겠구나. 플랜 B를 늘 생각해 놓자. 내 중심을 잃지 말아야겠다.’ 재취업하고 나서는 첫 직장처럼 지나치게 회사에 목매지 않게 되었죠. 대신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고, 직장인이 아닌 내 삶을 가정해보기도 하고,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바로 풀어버리려 노력하고. 해야 하는 일과 밖의 자유 시간을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자연스럽게 저를 길 위의 새로운 세상으로 이끈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다른 여행서와는 조금 다르게 읽힙니다. 여행 에세이에서 흔히 다루는 이야기는, 일을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떠난다거나, 몇 년 동안 몇 도시에서 있었다거나 같이 더 멀리 더 많이 더 많은 것을 포기하고 떠난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그에 비해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여행의 기술을 담았습니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요?
 
저에게 필요했거든요. 늘 ‘이런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죠. 지정된 여행지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가진 재산을 탈탈 털거나 사표를 내고 여행을 떠났다는 스토리는 넘쳐나도 독자들도 공감하며 따라 해 볼 법한 현실성 있는 여행 책은 찾기 힘들었어요.


특히 갈수록 살기 팍팍해지는 요즘 세상에서 여행 산업과 그 수요가 늘고 있다는 소식은 참으로 아이러니하죠. 다들 쿨하게 비행기 타고 해외 놀러 간다는데 돈이 그렇게 많은 건지, 주말여행 간다고들 하는데 피곤하진 않은지 말이에요. 솔직히 자기 자신은 밥벌이에 치여 여유가 없을 때가 많거든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게다가 대부분의 여행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어딜 간다고 해도 100퍼센트 만족스럽지도, 완전히 치유되지도 않아요. 우리가 그들처럼 전문적인 여행가도 아니고, 돌아와서 다시 일과 반복되는 삶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여행에 대한 기대와 알고 싶지 않은 진실 간의 괴리라고 할까요? 그래서 ‘판타지’가 아닌 ‘리얼리티’로서의 여행 이야기를 꼭 책으로 엮어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독자들도 부담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게끔 시야를 확장하는 힘을 가진 책을 쓰고 싶었어요.   
 
이 책을 쓰실 때 특별히 염두에 둔 독자들이 있는지요?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 책에 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해야 하는 일과로 가득한 일상 속에서도 하고 싶은 꿈과 나 자신을 향한 열정을 잃지 않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해 여행을 계속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갈증을 느낀다든지, 남들이 떠나는 걸 부러워하면서 정작 자신은 용기가 없어 계속 미루기만 한다든지, 삶의 변화를 원하지만 그 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인 독자분들이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일상에서 언제든지, 누구나 실현 가능한 여행의 기술, 그리고 방법에만 얽매여 잊고 있던 여행의 본질에 대해 담은 ‘생활여행백서’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여행에서 마주치는 것은 낯선 경치가 아니라, 낯선 나 자신이라고 합니다. 가셨던 여행 중에서 낯선 자신을 만났던 경험이 있으신지요? 그 경험을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결혼을 앞두고 엄마와 갔던 부산 여행이 떠오릅니다. 결혼 전까지 엄마와 여자 대 여자로서 어디로 떠나본 적은 없었어요. 여행도 주로 혼자이거나 친구와 갔었어요. 집이란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탁 트인 부산 바다와 동백섬 산책을 하며 엄마께 ‘사랑한다’고 직접 말씀드렸어요. 부끄럽지만 사춘기 이후로 처음이었습니다. 10대와 20대 초반까지 부모님께 반항을 심하게 하던 이기적인 딸이기만 했는데 어디서 부끄러움을 이겨낸 용기가 생겼나 모르겠어요. 늘 비겁하게 생일 카드에 형식적으로 ‘사랑합니다’라고 적어 드린 게 다였거든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길 위의 여행자가 된 모녀 사이에 그동안 쌓여있던 관계의 짐이 가벼워지고 서로를 향한 감정 표현에 좀 더 자유로워진 거죠. 부산 여행을 계기로 여행에서 마주치는 낯선 나 자신은 결국 세상살이에 잊고 지냈던 자신의 본모습을 되찾는 것임을 깨달았어요.
 
여행가기 전에 짐을 꾸리는 법이나 어디든지 낯선 곳을 가면 꼭 들르거나 하는 작가님만의 여행 꿀팁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짐의 크기와 자유는 반비례한다.’ 책에서도 강조했듯이, 짐을 꾸릴 때 항상 되새기는 말입니다. 만약에 대비하기 위해 메이드인 코리아 물건들을 꾸역꾸역 가방에 쑤셔 넣기보다는 현지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최소화하고, 그동안 못 읽었던 책 실컷 읽겠다고 여러 권 챙기기보다는 딱 한 권만 가져가서 부담 없이 읽는 거죠. ‘완벽한 여행’이라는 욕심을 버리는 것만큼 효율적인 여행 짐 싸기 꿀팁은 없을 것 같아요. 짐의 부피가 줄어듦과 함께 사전 정보도 교통수단이나 숙박, 주요 시설 정도로만 간략하게 준비하면 나머지는 현지에서 직접 부딪히며 즉흥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가이드북도 좋지만, 현지 관광안내소, 기차역이나 공항에 마련되어있는 무료 지도를 이용하는 것도 저만의 여행법이에요. 현지인에게 현지사람들이 즐겨가는 저렴한 밥집이나 카페 등의 장소를 추천받습니다. 그렇게 추천 받은 장소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공원이에요. 현지 사람들의 여가 문화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기도 하고, 바쁜 여행 일정 속에서 또 하나의 휴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여행지를 다녀와도 어떤 사람은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는데, 어떤 사람은 인기 블로거의 코스를 답사하며 생각했던 것이 그곳에 있음을 확인만 하고 옵니다. 책에도 ‘더 많이 배우고 느끼고 깨닫기’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더 풍요로운 여행을 위해 꼭 알아야 할 점이 있다면요?
 
여행의 질은 ‘낯설게 보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주하는 대상을 얼마나 신선한 감성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누구에게나 익숙한 광화문 광장도 나만의 특별한 여행 장소가 될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가이드북이나 인기 블로그 정보를 믿고 그대로 행동하는 건 여행의 ‘낯설게 보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아요. 일단 여행의 중심을 ‘어디’가 아닌 주인공인 ‘나’에 맞춰보세요. ‘여기선 이걸 꼭 해봐야 한다더라’라는 여행지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여행자인 ‘나’만의 생각과 느낌에 충실한 겁니다. 여행지에서 여행자에게 여정의 우선권을 주었을 때, ‘수동적’이었던 낯설게 보기는 ‘능동적’으로 바뀌는 거죠. 주변의 모든 장소를 여행처럼 누릴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책의 마지막에 보면 ‘떠날 수 없지만 언제든 여행 가능한 여자’라고 나옵니다. 일상에 많은 변화가 있으셨던 것 같은데요. 어떤 변화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앞으로 생각하시는 계획이 있다면 같이 이야기해주세요.
 
 결혼과 임신이에요. 결혼 후 서울살이를 벗어나 남편 따라 대전으로 와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어요. 게다가 작년 12월 말에는 아들까지 낳았습니다. 싱글이었던 2014년과 비교했을 때 불과 1년 만에 놀라운 변화를 겪은 셈이죠. 사랑하는 연인에서 부부가 되고, 부부에서 부모가 되기까지 미지 여행 이상으로 많은 적응력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임신 기간에 저와 아기를 위해 예전처럼 여행한다는 건 어려웠어요. 이동에 있어 제한이 생기자 신기하게도 주어진 시공간 안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확장되더라고요. 늘 보던 가로수, 동네 밥집, 공원, 지하철, 집 앞 카페 등 소소한 환경에서 나만의 즐거움을 찾는 여유로운 시선을 기르게 되었습니다. 10개월 동안 말 그대로 일상생활을 여행했다고 할 수 있겠죠. 책 제목처럼 여행은 떠나지 못하는 임산부였던 저에게 나 자신을 잊지 않고 단조로울 수 있는 일상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 매일매일 필요했답니다. 


특히 독서에 흠뻑 빠졌어요. ‘독서는 머리로 하는 여행이다’라는 말이 있죠? 소설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책을 8개월 동안 80권가량 읽었어요. 몸을 움직이지 못해도 머리와 마음으로 책 속 주인공과 함께 상상의 여행을 떠났달까요. 독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간편하면서도 지적인 여행방법인 것 같습니다. 다음엔 책과 여행이라는 테마를 엮어 글을 쓰고 싶어요.


지금까지 수많은 여행을 저 혼자 누렸으니 이젠 평생 파트너인 남편, 아이와 함께 해야겠죠? 싱글 여행의 고독과 자유도 좋지만 사랑하는 가족과의 여행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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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여행이 필요할 때 조예은 저 | 카시오페아
이 책은 일과 생활에 치여 늘 여행의 계획만 세우고 포기하는 평범한 우리들을 위한 여행의 기술을 담은 책이다. 골드만삭스에서 생활여행가로, 여행을 떠나면서 인생이 달라진 저자는 업계에서는 금양말이라 부르는 골드만삭스에 입사했지만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멈추지 않으면서 결국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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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