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엄마는 집안에서 몸과 마음이 가장 바쁜 존재다. 가사 노동도 만만치 않은데 아이, 남편 등 가족의 감정이 우선이다. 그러니 막상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있다. 엄마인 나(의 감정). 과연 엄마는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도 되는 존재인가. 감정코칭전문가 함규정(성균관대 경영대학 겸임교수, 한국감성스킬센터 센터장)은 엄마들에게 “당신의 감정은 안녕한가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꿈꿔 왔던 결혼, 사랑스러운 아이, 그런데 왜 자꾸 눈물이 나지?’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드는 엄마들을 위한 마음처방전을 내놨다. 『엄마마음, 아프지 않게』.
지난 11월 1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크회관에는 엄마들로 가득했다. 함규정 저자가 내려주는 마음처방전을 듣기 위함이었다. 그 마음처방은 일방적이지 않았다. 함께 온 사람 혹은 옆에 있는 사람과 자신의 감정을 나누면서 서로를 다독였다. 엄마인 내 마음을 향한 시쳇말로 ‘쓰담쓰담’이 이뤄졌던 시간이었다.
함 교수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감정이 흘러 다닌다”며 “그것이 중요한 것을 결정하기 때문에 감정을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생명의 다리’라고 불리는 마포대교 이야기를 꺼냈다. 마포대교 다리에는 ‘속상해하지마’ ‘사랑한다’ ‘밥은 먹었어?’ 등과 같은 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2013년 이전에는 평균 11명 정도가 한강으로 떨어졌는데, 2013년 93명, 2014년 186명으로 크게 늘었다. 생명의 다리라는 이름이 무색해진다.
“내년에는 이런 명칭이 없어진다는 얘기도 있지만, 기계는 사람에게 위안이 되지 못한다. 사람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사람이다. 1대1로 나는 감정코칭을 하는데, 그게 효과가 가장 좋다. 오늘 나를 달래고 돌봐줄 그 사람이 중요하다. 손을 잡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몸이 닿고 가까우면 마음도 가까워진다. 악수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좋은 악수와 나쁜 악수가 있다. 악수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눈빛을 확인해보라. 많은 사람들이 소통하고 싶어 하지만 눈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나 아이의 눈빛을 떠올려봐라.”
『엄마마음, 아프지 않게』는 마음이 힘든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읽고 독자들의 이런 반응이 있었다.
- 육아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풀지 않기 위해 책을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
-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를 하소연했을 때 “너만 엄마냐”는 말을 들었는데 책은 그런 저를 다독여줬어요.
- 엄마가 된 지 3년째, 아이가 너무 예쁩니다. 그런데 왜 제 자신은 자꾸 지칠까요?
왜 자꾸 결혼 전의 제가 그리워질까요?
- 매일 전쟁 같은 하루,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제 마음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과거보다 사건사고가 많이 드러난다. 아이에게 해를 가하는 엄마들에 대한 기사도 나온다. 내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엄마의 감정을 놓쳤다. 내 마음부터 돌아봐야 가족을 지킬 수 있다. 엄마라서 사랑, 기쁨만 느껴야 하나? 내 아이라고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잖나. 인간이니까 다른 감정도 느낄 수 있다. 인간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욱 많이 느낀다.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세분화되고 구체적이다.”
“내 아이가 마음이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자라나기를 바란다면, 우선 엄마의 감정과 상태부터 돌아보고 점검해 봐야 합니다. 엄마인 당신이 스스로를 방치하여 지치고 우울할 경우, 이런 감정들은 엄마 혼자의 감정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엄마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어린아이일수록 엄마의 감정은 쉽게 전염됩니다. 마치 폭포수가 위에서 아래로 쏟아져 내리듯이, 엄마의 감정이 아이에게 그대로 흘러내리지요.”(19쪽)
함 교수는 엄마의 감정은 아이의 감정을 결정한다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꼽았다.
첫째, 감정이 전염되기 때문이다. 엄마의 감정은 강력은 전염성이 있어서 아이의 감정에 그대로 전염된다.
둘째, 습관을 대물림한다. 엄마의 부정적인 감정과 표현습관은 아이에게 그대로 학습된다.
셋째, 감정 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 생후 4~18개월에 주양육자와 제대로 된 소통을 못한 아이는 자라서 감정 장애를 겪을 확률이 높다.
엄마와 아이는 특별한 관계다. 한 몸에 있었던 존재이기에 소통이 늘 필요한 관계다. 특히 화난 엄마의 숨결은 아이에게 독이 된다는 것이 함 교수의 설명. 그는 생리학의 권위자 엘머 게이츠 박사의 연구를 언급했다. 사람이 숨 쉴 때 감정에 따라 침전물 색깔이 달라지는데 그 침전물을 쥐에게 주사한 연구다. 화났을 때 나오는 밤색침전물을 쥐에게 먹였더니 몇 분 만에 쥐가 죽었다. 반면 기쁠 때 나타나는 청색침전물은 엔도르핀 상승과 생기를 불어넣었다.
“우리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감정의 물병이 한통씩 다 있다. 긍정적이고 밝은 감정은 가벼워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나 부정적인 감정은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인다. 화, 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이 얼마나 쌓여있는지 빗금으로 칠해보라. 이 감정이 목까지 차도 스스로 이를 모르면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한 마디에 폭발하게 된다.”
그는 감정이 안정적인 엄마를 가진 아이가 어떨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엄마가 안정되면 아이가 더 건강하다. 몸에는 면역과 관련한 T세포가 있는데,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이를 잡아먹는다. 감정적으로 안정돼 있지 않으면 감기나 질병 등에 더 자주 노출된다.
둘째, 엄마가 안정되면 아이가 더 자주 행복하다. 누구나 감정적 굴곡이 있는데, 부정적 감정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셋째, 엄마가 안정되면 아이의 사회성이 발달한다. 사회성은 성격과 다르다. 엄마의 감정 기복이 심하면 아이도 엄마 눈치를 보면서 감정적으로 흔들린다. 감정 기복이 심하면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하고 사람이 붙지 않는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누구나 화나고, 속상하고 우울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어떻게 감정의 응급조치를 하면 좋을까? 함 교수는 사람마다 성향마다 방법이 다르다고 말했다.
“우울함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더 자주 느낀다. 신체적 차이 중 하나가 호르몬이다. 세로토닌이 적게 분비돼서 우울함을 좀 더 자주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우울증은 아니다. 우리가 느끼는 일상적인 감정은 대부분 위험하지 않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가령 우울함을 느꼈을 때 우선 원인이 있고 24시간 내 회복되거나 강도가 약해지면 그 우울한 감정은 건강한 것이다. 그러나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사는 게 특별한 이유 없이 우울하고 2주 정도 지속되면 그것은 신경 써야 할 감정이다.”
화나거나 속상하거나 우울할 때 각자 이를 푸는 방법이 있다. 대표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함 교수는 코멘트를 달았다. 운동을 하는 것은 좋다. 열 받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이어리를 정리하는 방법도 좋다. 뭔가를 적으면 감정이 누그러지면서 문제가 작아 보일 수 있다. 수다를 떨고 우는 것도 괜찮다. 다만 수다를 받아주는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잘 받아줄 수 있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 반면 자는 것은 좋지 않단다. 미국 정신학회는 나쁜 감정에 휩싸였을 때 자는 것은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자는 동안 나쁜 감정이 유지되거나 강화되고 눈을 뜨면서부터 짜증이 난다는 것. 그래서 잠자기 30~40분 전에 기분을 전환한 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함 교수는 이어 안전한 감정 관리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추가 설명했다.
- 힘들 때 우는 것. 도움이 된다. 눈물을 흘리면서 우는 것이 중요하다. 눈물을 흘리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눈물을 통해 배출됨으로써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을 ‘다이애나 효과’라고 부른다. 감정적 눈물은 스트레스로 생긴 인체에 나쁜 화학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한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자기감정을 표현할 시간을 주고 표현을 막지 않아야 한다.
- 스트레스를 받아서 폭식하는 것. 좋지 않다.
- 우울할 땐 책을 읽는 것. 효과가 있다.
- 속상할 땐 술이 최고? 술은 약학적으로 진정제다. 우울하고 속상할 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촉진할 수도 있다. 술은 지치고 힘들거나 우울할 때 마시면 안 된다.
- 우울하면 다이어트 감행? 위험하다. 살을 빼면 비만 세포가 줄어들고 그 세포 안에 있는 세로토닌의 양도 줄어든다. 급성우울증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살을 빼는 것은 내 마음이 좋을 때 해야 한다.
- 욱할 때 일단 자리를 피한다? 도움이 된다. 물리적인 거리는 감정적 거리를 만든다. ‘15초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15초는 화가 최고조에 이르는 시간이다. 15초를 넘겨서 2분이 지나면 감정이 가라앉기 시작하고 아주 큰 문제가 아니라면 15분 뒤 평상심으로 돌아온다.
- 열 받을 땐 욕 한다? 화병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10명 중 6명은 별 반응이 없었고 4명은 스트레스가 올라갔다. 혼잣말은 주문과도 같은 것이다. 짜증나, 미치겠어, 라고 말하면 내 뇌에서 같은 감정이 생긴다. 욕을 하는 것은 효과가 별로 없다.
“감정은 스프링이라고 생각해라. 억누르면 위험하다. 감정을 유연하게 다뤄줘야 한다. 엄마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는데, 엄마가 화났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리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말귀를 알아듣는 아이라면 ‘네가 그러니까 속상해’와 같이 엄마도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다만 이것을 던지듯이 할 것이 아니라 표현해야 한다. 아이가 눈치 보게 하는 것은 더 나쁘다.”
많은 엄마들이 이런 다짐 혹은 결심을 하면서 강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난 좋은 엄마가 되어야만 해! 아이를 제대로 한 번 키워보겠어!” 함 교수에 의하면, 이런 것은 몸의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정신의학자 프랑클이 주장한 ‘역설지향’이다. 집착하면 멀어진다. 너무 굳은 결심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강박을 불러온다.
“너무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결심은 하지 마라. 내려놓아라. 너무 열심히, 완벽하려고 하지 마라. 엄마의 역할에는 정답이 없다. 엄마라는 자격증은 없다. 내 아이에겐 내가 정답이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여유 있게 해야 한다. 2년 연속 대한민국 핫키워드는 ‘멘붕(멘탈붕괴)였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고등교육 최고, 노동시간 최장, 출산율 최하, 9년째 자살률 1위. 뭐가 문제일까. 열심히 사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다. 내 감정을 놓쳤다. 내 감정을 놓치면 누구에게도 잘해줄 수가 없다. 엄마도 인간이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인간이다. 감정 자체는 나쁘지 않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을 때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엄마 자신을 위하는 길이 아이를 위하는 길이다.”
“당신 자신을 위하는 일이 아이를 위하는 일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엄마로서의 경험을 천천히 쌓아 가세요. 급할 것 없어요. 엄마 역할은 평생을 걸쳐 해야 하는 일이지, 숙제처럼 단숨에 해치울 수 없거든요.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세요. 당신이 당신 아이에겐 베스트라는 자신감을 가지고서요.”(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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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마음, 아프지 않게 함규정 저 | 글담
엄마, 당신의 감정에 미안해하지도 자책하지도 마세요. 결혼과 육아란 늘 행복하고 즐거운 이벤트가 아니에요. 엄마의 감정도 쉴 곳이 필요합니다. 국내최초 감정코칭전문가 함규정 교수가 결혼과 육아라는 상황 속에서 엄마들을 괴롭히는 감정들을 하나하나 따뜻하게 어루만져 줍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10년 동안 상담을 통해 만난 다양한 엄마들의 이야기는 깊은 공감과 위로를 주는 한편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상담을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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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