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프닝
사리를 분별해 판단하는 힘이 생기는 걸 철든다고 합니다.
이런 뜻이 있다네요.
여기서 철이란 계절을 가리키는 말이구요.
계절이 바뀌는 것에 마음이 흔들릴 때면 철이 든 거라고요.
그래서 철부지, 말 그대로 철을 모르던 시절엔
계절이 바뀌는 것에도 별 감흥이 없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철이 든다는 건, 어른의 세계로 편입한다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거죠.
정이 든다는 말도 있죠.
정 드는 게 무서운 건
싫었던 것도 껴안고 살게 만들어버리는 것.
‘미운정’이라는 말이 그런 거겠죠.
인생에도 정이 들었나봅니다.
언제일지 모를 그 먼 훗날이 벌써 섭섭하네요.
만조 무렵 바닷가에 앉아 있으면
어느새 물이 뭍 쪽으로 들어와 안겨 있는 것처럼,
든다는 건 그런 거 같습니다.
모르는 결에 그렇게 스미거나 배어서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그러다 때로 돌이킬 수 없어져버리는 것.
속절없이 또 단풍이 들었네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어느 날 지구에 세상에서 가장 낙천적인 SF소설이 불시착 했습니다.
누군가는 막나가는 첫 문장에, 누군가는 5장을 넘기지 않고 터지는 유머에, 또 누군가는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난 뒤 곧바로 이 영화에 빠져들었죠.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바로 그 작품 『마션』을 다룹니다. 풍부한 과학지식과 발랄한 문체, 또 막힘없는 이야기 전개로 우리를 즐겁게 하는 『마션』과 함께하는 시간, 많은 기대 바랍니다.
『마션』
세상에서 가장 낙천적인 SF소설
1) 책 소개
화성에서 조난당한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인 작가 앤디 위어가 2009년 취미 삼아 개인 블로그에 연재를 시작했던 소설로, 독자들의 요청으로 2011년 아마존 킨들 버전으로 자비 출판되었고, 이후 한 문학 에이전트의 눈에 띄어 미국의 중견 출판사 크라운 사에서 정식 출판되었다.
"지난 수십 년을 통틀어 이토록 잘 읽히는 소설은 처음이다", "21세기 과학적 지식이 빛을 발하는 스릴 넘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라는 언론의 호평이 쏟아졌던 『마션』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12주 연속 머물렀고, 1년도 채 안 된 오늘날 뉴욕타임스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37주 연속 재진입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인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가 있다. 화성 탐사의 세 번째 계획인 아레스 3 탐사에 참여한 마크는 동료들과 함께 화성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후 막사를 짓고 본격적으로 탐사에 나선다. 하지만 단 엿새 만에 예기치 못한 모래 폭풍이 휘몰아치면서 임무는 중단되고 궤도로 복귀하라는 항공우주국의 지시가 떨어진다.
폭풍 속도가 화성 상승선의 한계를 벗어나리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우주비행사들은 서둘러 복귀에 나선다. 하지만 뜻밖의 사건과 맞닥뜨린 마크 와트니는 죽음의 위기를 겪고 홀로 고립된다. 마크의 생체 신호가 멈춘 것을 확인한 동료들이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화성 표면을 떠난 것이다. 이제 마크는 어딘가로 떠날 수도, 지구에 구조 요청을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삶을 포기할 수 없는 그는 과학자 고유의 감각으로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식량을 키우고,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지구와의 교신을 시도하는데…
2) 저자 : 앤디 위어
197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입자물리학자인 아버지와 전기기술자인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으며, 여덟 살 때부터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등의 작품을 탐독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다가, 열다섯 살 때 산디아 국립연구소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블리자드에서 '워크래프트 2' 개발에 참여했고, AOL 등 몇몇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전전하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본격적으로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한 건 20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수년간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자신이 쓴 글을 포스팅해왔는데, 단편
◆ 147-148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이기적 유전자
프리모 레비 저/이현경 역 | 돌베개
우리 인간은 대체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보신적 있으신가요?
이 질문의 답을 ‘자기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이기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존재”라고 말한 이가 있습니다. 촘스키, 에코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지성으로 뽑힌 리처드 도킨스와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빨책 최고의 지성 이다혜 기자와 함께 『이기적 유전자』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감귤
201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