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란’ 이연복 셰프가 첫 책 『사부의 요리』를 펴냈다. 맛있는 중식의 비결을 털어놓았을 줄 알았는데, 그보다 더 진한 인생 이야기를 담았다. 참 솔직하게도 털어놓았다. 그의 진면모를 아는 사람 중 여럿은 눈가를 붉히기도 할 것 같다. 고생담보다는 ‘사고담’이 훨씬 많은 책, 비결보다는 ‘진심’을 담은 책이다. 이연복 셰프를 소개할 때, 많은 사람은 ‘주한대만대사관의 최연소 주방장’,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 중식당 ‘호화대반점’ 요리사’, ‘후각 없는 요리사’ 등을 떠올리지만, 『사부의 요리』를 읽고 나면 ‘나무 배달통을 들었던 13세 소년’, ‘지금도 만두를 싸는 목란 셰프’,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는 사부’를 기억할 것 같다.
“나처럼 어린아이는 아니지만, 고등학생 중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철가방’들도 간혹 눈에 보인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한데, 결국 자기 힘으로 고된 시간들을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세상은 냉정하니까. 그렇다 해도 사람들이 자기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나르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친절하게 대해주면 좋겠다.” (22쪽)
“지금 어려운 사람들, 뭔가 힘든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잘나가는 사람들은 잘되는 이야기만 하니까, 배울 것도 생각할 것도 별로 없다. 그런데 어렵고 힘든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나도 같이 머리를 굴리게 된다. 나는 사람이 마음을 쓴다는 게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잘나가는 사람들끼리, 잘나갈 때 서로 친하게 구는 게 아니라, 내게 부족한 것을 털어놓으면서 같이 고민하는 게 마음을 쓰는 것이다. 그게 진짜 의리고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36쪽)
일은 힘들게 배워야 한다
요리책을 내자는 제안을 많이 받으셨는데, 인생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쓰셨어요.
크게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나에 대해 뭔가를 조금 남기고 싶었어요. 요리책은 이미 너무 많잖아요. 어떻게 보면 선배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했고요. 요리를 너무 내세우는 건, 쑥스럽지 않나 싶었어요. 그러던 중에 인생 이야기를 써보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한 번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이야기, 음식에 얽힌 이야기, 요리사로 살아오면서 겪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지금 식당 브레이크 타임에 인터뷰하고 있는데요. 보통 때라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재료 준비할 시간이에요. 할 일이 되게 많아요. 어제도 <냉장고를 부탁해> 촬영을 밤 10시까지 했어요. 아침 7시에는 홈쇼핑 촬영하러 갔다 왔고요. 바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당 영업시간에는 웬만하면 주방을 지키신다고요.
가끔 예외도 있지만 거의 매일 식당에 있어요. 손님들이 제가 방송에 많이 나오는 걸 보고, 식당에 없는 줄 아시는데요. 식당에서 마주치면 많이들 놀라세요. “어, 식당에 계시네?”라면서 의외라고 하세요.
사진 촬영 요청도 많이 받으시더라고요.
어렵게 오신 손님들이잖아요. 요즘은 많은 분을 예약 받기가 어려워요. 죄송하죠.
그러게요. 지금도 전화가 끊임없이 옵니다. 예약을 하려면 기본 한 두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어요.
정말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직원 두 명이 계속 전화를 받고 있는데, 손님 입장에서도 통화가 돼야 예약을 하시든 마시든 할 거 아니에요.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자주 하시는 말씀이 “저 전화 300통 걸었어요”예요. 어떤 분들은 운 좋게도 서너 번 만에 통화가 연결되는데, 100번이 넘어도 연결이 안 되는 분은 운이 없는 거예요. 이게 정말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방송에서 이 고민을 말했다가 자연스럽게 홈쇼핑으로 연결된 거예요.
‘목란’이 큰 인기를 얻게 된 시초가 레이먼 킴 셰프가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목란 탕수육’을 극찬하면서부터인데요. 방송으로 인해 당연히 매출이 높아졌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초반에는 매출이 좋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코스 요리를 먹던 손님들이 못 오고, 짜장면 같은 단품 요리를 먹는 손님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요.
방송이 나간 후, 목란은 정말 혼란스러웠어요. 매스컴을 타면서 주위에 사는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리니까 우왕좌왕했죠. 원래 목란은 단골들 위주로 운영되던 식당이었는데, 갑자기 일반 식사로 바뀐 거죠. 코스 요리를 먹는 손님들이 별로 없으니까 매출은 떨어졌고요. 그런데 일시적인 현상이었고 지금은 되려 매출이 올랐어요. 몇 달을 기다려서 예약하고 오셨는데, 그게 억울해서라도 이것저것 제대로 먹어보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매출이 훨씬 늘었어요.
『사부의 요리』라는 제목이 정겨우면서도 강렬한데요. 어떻게 짓게 된 제목인가요?
목란의 주방에서는 저를 ‘사부’라고 불러요. 중국말로 하면 ‘쓰부’인데요. 중식당에서는 셰프라는 말보다는 더 잘 사용하는 말이에요. 그런데 이 말이 참 묘해요. 사부는 선생님이라는 뜻이 있잖아요. 그냥 요리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음식을 만드는 걸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정성을 들이게 돼요. 『사부의 요리』는 요리책이 아니지만, 제 인생을 담은 책이라서요. 마음에 와 닿는 제목이에요.
이연복 셰프의 고생담이 많을 담겨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뜻밖에 ‘사고’를 친 이야기가 매우 많더라고요. (웃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우리가 옛날에 말이야” 이러면서 하는 이야기를 되게 싫어하거든요. 그런 이야기는 될 수 있으면 피하려고 했어요. 사고야 뭐, 많이 치긴 했죠.
지금 셰프님의 인상은 무척 부드러우신데, 과거에는 꽤 날카롭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셨다고요. 몸무게가 48kg 밖에 나가지 않을 때도 있었고요.
그랬죠. 남들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뛰어놀 나이에, 저는 무거운 나무 배달통을 들고 쏟아질까 안절부절못하면서 걷고 또 걸었어요. 그 때를 생각하면 내가 생각해도 참 안쓰러워요. 어떤 사람들은 40년이 넘게 한 길만 고집한 제 인생이 멋지다고 하는데, 돌이켜보면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한 길이기도 했죠.
‘목란(木蘭)’이라는 식당 이름에도 깊은 뜻이 있더라고요.
사연이 있었어요. 제가 일본에 있을 때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셔서 임종을 못 지켰어요. 그게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한국에서 식당을 차릴 때,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어요. 영화 <뮬란>이 중국 구전 설화를 바탕으로 한 건데, 제목은 여자 주인공 이름 ‘화목란’에서 따왔어요. 화목란에서 이름 목란을 영어로 바꿔 ‘뮬란’이라고 한 거죠. 화목란은 구전으로 전해지는 중국의 대표적인 영웅으로 퇴역 장수의 딸이었어요. 늙고 병든 아버지를 전쟁터에 내보낼 수 없어 자기가 남장을 하고 대신 전쟁터에 나가죠. 영화 <뮬란>을 봤을 때, 부모님께 하직 인사를 올리고 입대하는 목란의 모습을 보면서 옛날의 제 모습이 생각났어요. 배달로 돈을 벌겠다고 중국집에 뛰어들었던 어린 시절 모습이요. 그래서 다음에 장사하게 되면 가게 이름을 ‘목란’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음식을 맛보는 사람들이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기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묵묵하게 요리를 하는 셰프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제 일이니까요. 요리를 시작할 때, 이게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묵묵하게 하면 그 사람은 오래 가거든요. 그런데 생각이 많은 애는 오래 못해요. 우리 식당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일하지만, 고민이 특히 많은 애가 있어요. 고민할 시간에 묵묵하게 일을 하다 보면 세월도 가고, 내가 세운 목표에도 가깝게 가게 되는데요. 요즘은 직업이 많아지면서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가 많아져서, 다른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요리사가 꿈이에요”라고 말하는 사람한테, 저희 식당 같은 곳에서 3개월 정도 일해보고 판단하라고 해요. 일해본 다음에 힘들다, 쉽다를 판단하면 된다고 해요.
“일은 힘들게 배워야 한다”고도 말씀하셨는데요.
지금 우리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굉장히 강조하고 있어요. 요즘 식당이 얼마나 많아요? 거리를 걷다 보면, 수두룩한 게 식당이에요. 식당이 없는 곳이 없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 동네 식당들 사이에서 내가 죽을 쓰면, 내가 죽는다고요. 얼렁뚱땅해서는 이 골목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어요. 지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항상 이야기해요.
책에서 현재 ‘목란’에서 일하고 있는 두 명의 제자를 소개하셨던 데요. 직원들은 어떤 기준으로 뽑으시나요?
두 명은 제가 식당을 열었을 때부터 계속 함께한 친구들이에요. 나머지 직원들은 계속 바뀌었는데 두 친구는 끝까지 함께하고 있어요. 저는 사람을 뽑을 때, 기술은 안 보고 무조건 첫째는 인성을 봐요. 기술은 배우면 되지만 인성은 안 고쳐져요. 기술은 좋은데 인성이 안 좋으면 함께 일하기가 어려워요. 두 친구는 인성도 좋고 요리사로서 보는 범위도 넓고 리더십도 있어요. 그래서 제 제자로 인정했어요. 지금 또 한 명의 직원을 제자로 삼으려고 눈여겨보고 있어요.
중식에 대한 편견, 깨고 싶었다
중화요리는 자극적이라는 인상이 강한데요. 셰프님 요리를 통해 그 편견이 조금 깨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중화요리는 불이 세야 한다, 기름을 많이 써야 한다, MSG가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하세요. 그래서 안 좋은 인식들을 많이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쿡방’이 뜨면서 스타 셰프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중에 중식 요리사는 한 명도 없더라고요. 제가 방송에 나가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중식에 대한 편견을 깨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어요. 중화요리도 생각보다 간단하고 조미료 없이도 충분히 맛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보여지는 요리가 아니라 정말 맛을 봤을 때, 맛있는 요리를 소개하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중식 요리사들이 자부심을 느끼기를, 중식 요리사의 길을 가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꽤 커요.
스타 셰프들이 대거 방송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나오다 보니 “요리를 너무 재미로만 다룬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꽤 있습니다.
방송에 나와 요리를 하는데, 예능이 전혀 없으면 그건 옛날로 다시 돌아가는 거예요. 여자 요리 선생님이 나와서 “이거는 몇 숟가락을 넣고 몇 센티로 자른다”고 설명해주는 얌전하고 조용한 방송 밖에 못 만들죠.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음식을 되게 거칠게 해요. 요리사가 얼마큼의 경륜이 있는지는 몸에서 나와요. 몸에서 나오는 동작들을 보고 알 수 있어요. 저는 그게 예능과 섞이면 맛있는 요리, 맛있는 방송이 나온다고 봐요. 사람들이 때때로 “저 사람 돈독 올랐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다 신경 쓸 수는 없어요. 저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좋은 기회가 생기고 또 돈도 벌 수 있다면, 싫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게 제 솔직한 심정이에요.
방송 활동은 어떠세요? 꽤 즐기시는 것처럼 보여요.
요리만 너무 오래 하다 보니까, 또 다른 세계에 들어가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재밌어요. 방송을 하고 홈쇼핑을 하는 것도 저의 하나의 외도인 것 같은데요. 즐겁지만 한편으로는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있어요. 10월 17일부터 <강호대결 중화대반점>이라는 방송이 SBS Plus에서 방송하는데, 중식 셰프 4명이 나와서 각자 제자와 함께 실력을 겨루는 프로그램이에요. 프로그램 취지가 좋아서 출연하게 됐는데, 제가 아무래도 출연진 중에 조금 인지도가 있다 보니까 작가 분이 툭하면 전화하고, 저를 너무 못살게 굴어요. (웃음) 아마 좀 있으면 또 찾아올 것 같아요.
『사부의 요리』를 보면, ‘목란’을 열기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나와 있어요. 처음 서울 역삼동에서 ‘목란’을 여셨고 지금은 연희동에서 2년째 요리를 하고 계신데요. 오너 셰프로서 식당을 자주 옮기고 싶진 않으셨을 것 같아요.
물론이죠. 그런데 세입자들은 장사를 하다 보면 자기 의지와는 관계 없이 이전해야 할 때가 많아요. 역삼동에서 ‘목란’을 이전한 건, 연통 때문이었어요. 중식 식당은 후드를 외부로 꺼내야 하는데, 건물주가 미관상 좋지 않다고 반대했어요. 결국 하수구로 빼게 됐는데, 연기 특성상 위로 솟잖아요. 연기가 잘 안 빠지니까 주방도 어렵고 홀도 어려워서 결국 옮기게 됐죠. 압구정동에 있을 때는 집세를 너무 올리는 거예요. 저희가 처음에 들어갔을 때가 350만 원이었는데, 7년 후에 나왔을 때가 750만 원이었어요. ‘목란’이 들어가기 전에 있던 식당들이 모조리 안 돼서, 그동안 집세를 못 올렸는데 저희가 잘되니까 막 올린 거예요. 너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 같아서 평동으로 옮긴 건데 거기는 또 재개발 이슈가 터졌죠. 지금 연희동도 계약 기간이 딱 끝나자마자 집세가 올랐어요.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가게 주인에 대해 파악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가게를 열고자 하면 우선 부동산에 찾아가잖아요. 공인중개사가 좋은 자리가 나왔다고 추천해주면, 그 매장 주변을 돌면서 커피도 한 잔 마시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꼭 물어봐야 해요. 가게 주인 성격이 어떤지에 대해서요. 가게 주인이 좋으냐, 나쁘냐에 따라서 장사가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아요. 가게 주인이 심심하면 찾아와서 트집잡고 집세 올리고 하면, 정말 골치 아파요. 사실 요즘은 정말 실력을 갖췄으면 좋은 장소 같은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요즘은 손님들이 다 찾아오잖아요. 조금만 뜨면 어디든 찾아오는 게 식당이에요. 음식만 좋으면 주차 시설 같은 건 문제되지 않아요. 기본이 갖춰진 다음에 가장 중요한 건, 가게 주인이에요.
요즘 홈쇼핑에도 진출하셨어요. 칠리새우를 비롯해서 탕수육이 나왔고, 최근에는 셰프님 이름을 딴 짜장면도 출시됐습니다. 그런데 사업이라는 게 잘되면 좋지만, 사고가 자주 나잖아요. 소비자는 셰프님의 이름을 믿고 구입할 텐데 말이에요.
우선 출시 전에 시식을 철저하게 했어요. 교정할 게 있으면 일일이 다 따져봤고요. 저와 계약이 끝날 때까지 유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문제가 생기면 제약을 붙일 수 있도록 조건을 갖췄고요. 탕수육은 판매되기까지 네 번이나 불합격했어요. 칠리새우도 다섯 번쯤 다시 만들었고요. 철저하게 관리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순 없겠죠. 열 명에 한 명 정도는 마음에 안 들겠죠. 세상이 그러니까요. 정치도 마찬가지잖아요. 여당에 들어가면 야당에 뭐라고 하고, 또 그 반대파도 있고요. 어디서나 어느 정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합니다.
‘목란’의 메뉴도 계속 개발하고 계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일부러 연구한다든가 하는 건 없어요. 메뉴를 살짝 섞어본다든지, 요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요. 다만 다른 중식집과는 차별성을 갖고 가려고 해요. 될 수 있으면 다른 음식점에서는 팔지 않는 메뉴를 소개하려고 해요. ‘목란’의 만두 같은 경우는 한국식과 일본식, 중국식이 다 섞여 있어요. 일본 사람들은 양배추를 많이 쓰거든요. 일본에 있을 때 먹었던 만두에 좋은 인상이 있어서, 만두를 만들면서 양배추를 많이 넣어 봤어요. 한국 사람들은 매콤한 맛을 좋아하니까 청양고추도 좀 넣어 봤고, 고기 반죽 자체는 중국식이에요. 우리 식당 만두가 굉장히 인기가 있어서 수요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만두도 예약제로 받고 있어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읽어 주면 좋겠어요
책을 쓰면서는 어떤 생각을 많이 하셨어요?
울컥울컥했죠. 항상 인상에 남는 건 친구들, 사람들이에요. 제가 친구, 선배들한테는 엄청 의리 있게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정작 힘들었을 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게 마음에 쓰여요. 지금도 사석에서 술자리 같은 모임이 있을 때, 저는 솔직하게 이야기해요. 옆에 선배들이 있어도 “선배, 정말 재수 없었어”라고요. 욕도 하고 그래요.
가족에 대한 미안함도 많이 묻어나더라고요.
미안한 게 많아요. 고생도 많이 했고. 그래서 요즘은 가족들한테 원하는 거 뭐든지 얘기하라고 해요. 다 들어준다고. “난 힘들어도 좋아. 너희만 행복하면 돼”라고 했어요. 최근에 아내한테 “정말 당신이 하고 싶은 게 뭐냐”라고 물었더니, “차를 바꾸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꿔줬어요. 두 달 전쯤에요. (웃음)
아내 분이 셰프님이 식당에 없을 때는 ‘주방장’ 역할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에요. 식당에 나오면 정말 일이 힘든데, 그걸 항상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정말 잘해요.
추천사 이야기도 좀 묻고 싶습니다. 박찬일 칼럼니스트가 써주셨는데요.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이 글귀가 인상적이었어요. “짜장면 먹고 가. 그게 형 마음의 정수다.”
글을 딱 보는 순간, 눈물이 팍 쏟아졌어요. 바로 문자를 보냈어요. “이 썩을 놈이 왜 사람을 울컥하게 하고 그러냐”고. 박찬일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 제가 생각할 때는 그 친구가 불쌍해 보였는데, 그 친구는 저를 불쌍하게 생각했나 봐요. (웃음) “너나 좀 잘해”라고 그랬죠.
책 곳곳에 좋아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쓰셨어요. 방송으로 알게 된 최현석 셰프 이야기를 할 때도 이름 앞에 ‘내가 좋아하는’을 붙이셨는데요. 뭐랄까. 사람에 대한 배려가 느껴졌어요.
옛날에 제가 사람들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일본에 들어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주위 친구들을 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예요. 제가 어릴 때는 철이 없고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해서 주변에 사람을 많이 뒀는데, 정작 끝판에 저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들이 별로 없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직장생활을 오래해서 다른 친구들보다는 수입이 항상 좋았어요. 대사관에 일할 때, 친구들은 50-60만 원 벌었는데 저는 250만 원 정도 벌었으니까요. 돈을 헤프게 썼죠. 술 잘 사주고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주변에 친구들이 많이 몰렸는데, 정작 쓸모 있는 친구는 없었어요. 그러다가 일본에서 일하게 되면서 사람 사귀는 법, 겸손한 태도 같은 걸 배우게 됐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에서 10년을 보낸 게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지금 제 입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거의 좋은 사람들이에요.
SNS 활동도 꽤 열심히 하시는데요. 굉장히 귀여운 말투로 글을 쓰시더라고요.
(웃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니까요. 일본에서 다시 한국으로 왔을 때,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나게 됐는데요. 그 사람들이 제 주위에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제가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도 저 혼자의 힘이 아니에요. 주위에서 같이 도와주고 응원해주신 분들 덕분이에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그렇게 못하니까, SNS에 글을 올리면 ‘그 분들이 다 보겠지’ 그런 마음으로 쓰는 거예요.
요리를 업으로 하고 있다면, 『사부의 요리』가 여러모로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또 어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봐주면 좋겠어요. 앞으로 굉장히 험난한 길을 헤쳐나가야 하잖아요. 방송에서는 셰프들의 모습이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정말 고생을 많이 해요. 지금에 와서야 여러 스타 셰프들이 있지만, 방송에서 비치는 모습이 그냥 생긴 게 아니라는 걸,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를 젊은 분들이 많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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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의 요리이연복 저 | 웅진지식하우스
그의 인생과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사부의 요리》는 오랜 시간 주방을 지켜오면서 같은 일을 수없이 반복하고, 수없이 연구해온 한 장인의 전부가 담겨 있다. 칼질 하나를 수백 수천 번 연습했을 젊은 날, 뜨거운 불과 상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웍을 휘두르는 지독한 성실함.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만의 요리와 가게를 키워낸 뚝심. 이 책에는 그 인생의 비법이 여기 담겨 있다. 평범하게 그지없는 짜장면 한 그릇도 땀과 세월이 담기면 삶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연복. 《사부의 요리》를 통해 인생에 대한 정직하고 우직한 마음가짐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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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umji01@naver.com
힘쎈토종닭
2015.11.03
으레 요리책이겠구나 했는데 에세이라니 호기심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