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흔들릴 때, 어떻게 할까?
흔들릴 때 더 깊어진다고 하던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다고 하던가? 흔들리지 않고 전개되는 인생은 없다고 하던가? 흔들리지 않고 이어지는 남녀관계란 없다. 그러니 흔들릴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해야 하는지, 하지 않는 게 좋은지, 하지 말아야 할지 깊게 생각해보자.
글ㆍ사진 김진애(건축가)
2015.08.27
작게
크게

남녀관계의 흔들림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른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다 잘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딘지 삐걱거리는 느낌, 언제나와는 어쩐지 다른 느낌, 뭔가가 끼어드는 느ed-01.jpg낌, 왠지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 아니 너무도 익숙해서 낯선 느낌 같은 것이 불쑥 들 때가 있다. 이미 거기에 오랫동안 있던 불안의 단서들이 각을 잡고 들쑤시고 나올 수도 있고, 갑자기 새로운 불안의 단서들이 스멀스멀 출몰할 수도 있다. 뭔가 아쉬움, 뭔가 빠진 듯한 허전함, 정체 모를 불안, 은근히 찾아오는 유혹, 흔들리는 마음, 솟아오르는 의심, 가속되는 회의, 계속되는 원망, 끊지 못할 미움, 끓어오르는 증오…… 그러다가 결국에는 파국으로 가게 되는 걸까?

 

나의 흔들림, 너의 흔들림, 그리고 우리의 흔들림은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결말을 향해 가는 걸까? 밖에서 오는 유혹도 있고 안에서 오는 불안도 있다.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자체가 틀린 전제다. 사랑에 빠질 때, 빠져 있을 때는 ‘영원한 사랑’을 얘기할 수 있을지 몰라도 본격적인 남녀관계로 넘어가면 ‘흔들리는 사랑’ 그것도 ‘끊임없이 흔들리는 사랑’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믿음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있다. 한 번 믿으면, 정말 믿으면 절대로 흔들리지 않아야 진정한 믿음이라는 잘못된 믿음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하물며 종교적 믿음에서도 끊임없는 흔들림이 있다. 시험은 도처에 있으며 그 시험에 들 때마다 사람은 수없이 흔들린다. 진정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믿음의 원천으로 돌아올 수 있는 상태, 믿음의 태도를 잃지 않는 태도인 것이다. 하물며 신앙이 이러할진대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어떻게 흔들림 없는 사랑이 가능하겠는가?

 

ed-02.jpg그럼 흔들릴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 역시 사랑만큼이나 영원불멸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흔들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흔들릴 때 어떠한 태도를 갖느냐가 관건이다. 흔들림을 인정하고 흔들림의 실체를 파악하고 흔들릴 만큼 흔들려보고 다시 균형의 평온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떠한 흔들림인가? 불만이 쌓인 것인가? 근본적으로 정이 안 가는 것인가? 오만 정이 다 떨어진 것인가? 이렇게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건가? 더 이상 가슴이 뛰지 않아서 속이 상한 것인가? 다른 사랑의 유혹이 다가오는 것인가? 믿음이 안 가는가? 자신이 믿어지지 않는가? 남녀관계를 지속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나아지지 않는 것인가? 아무리 소통을 하려 해도 일방적으로 느껴지는가? ‘이 사람이 아닌가 봐!’라는 결론으로 향하게 되는가?

 

우리의 육감은 정확할지도 모른다. 강박이나 피해망상이 아니더라도 ‘흔들리는 관계’에 대해서 갖는 육감은 정확하기 이를 데 없다. “사랑이란 걸 그냥 아는 거지”라고 하는 것처럼, “사랑이 흔들리는 걸 그냥 아는 거지” “사랑이 깨지는 걸 그냥 아는 거지”라고 느끼는 것이다. 파국은 기어코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우리는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고 또 해봐야 한다. 지키기 위해서, 버리기 위해서, 선택하기 위해서, 결단하기 위해서, 자신을 다독이기 위해서, 생의 기운을 잃지 않기 위해서, 다시 힘을 차리기 위해서.

 

관계가 흔들릴 때, 흔들림으로 파국이 예감될 때,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는 온전히 당신의 몫이다. 나는 그 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당신은 그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그 선택을 할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오케이다.

 

남녀관계에 위기는 온다.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흔들림의 양태도 달라진다. 다만, 그 위기에서 비겁하지는 말자. 비겁하지 않다는 것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자신이 결정한다는 뜻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은 당신의 권한이자 당신의 책임이다. 그 선택에 당당하라. 아픈 것이 나쁜 것만이 아니다. 아픔은 당신의 멘탈을 키워준다. 상처는 결함이 아니라 치유의 증거다. 상처는 인생의 근육을 키워준다. ‘현실 속의 사랑하기’에 대해 당신의 선택 의지는 삶을 살아가는 에너지가 된다.

 

 

[관련 기사]

- 사랑, 그 이상의 남녀관계

- 나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는 법 배우기

- 분리된 것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사랑

- 180일 동안의 사랑을 담다

- 사랑,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사랑 #관계 #김진애 #사랑에 독해져라
0의 댓글
Writer Avatar

김진애(건축가)

남자들이 강한 분야에서 우뚝 선 도시건축가. 냉철하게 일하는 프로, 진취적인 전방위 활동가, 뜨거운 공부 예찬가로 통한다. ‘공부’와 ‘일’에 대한 뜨거운 철학과 명쾌한 단련법을 전하며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왜 공부하는가』와 『한 번은 독해져라』에 이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사랑’에 대한 화두를 던진 책, 『사랑에 독해져라』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