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뮤즈 하면 컬트적인 인기보다는 탐탁잖은 비판이 먼저 떠오른다. 변화무쌍하고 에너지 넘쳤던 과거에도 톰 요크의 아류라는 비판이 따랐는데 < The Resistance >의 거대화 후에는 자가 복제라는 오명까지 추가됐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절엔 은근히 무시했다면 실험적 면모의 최근에는 대놓고 무시하는 모습이다. 이들에게 뮤즈는 '십 대를 노리는 창의력 제로' 밴드쯤 되지 않을까.
< Drones >에 대한 평가도 사실 이런 시선이라면 어떤 음악을 담고 있는지보다는 어떤 곡을 또 '재활용'했는지가 더 중요할 테다 : 소개를 읽어보니 < The 2nd Law >의 실험 대신, < Origin Of Symmetry >부터 < Black Holes And Revelations > 시절의 밴드 사운드로 돌아갔다고 한다. 뻔하겠군. 「Mercy」는 피아노 소리부터 「Starlight」 자손이고… 10분짜리 「The globalist」는 「Citizen erased」 2탄이네? 게다가 「Psycho」 리듬은 「Uprising」이잖아? 더 들을 것도 없군. 역시나 뮤즈. 망해라!
물론 앨범은 과거 지향적이지만 단순한 '추억 팔이용 선물'에서의 목적은 아니다. '밴드 구성의 록 앨범이 될 것'이라는 공언은 헤비니스 분야의 전문가 존 머트 랭의 프로듀싱을 통해 오히려 더 강력해졌고, 거의 헤비메탈에 가까운 강력한 사운드를 매 트랙 터트린다. 「Uprising」과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후렴부 폭발을 선보이는 「Psycho」와 6분 동안 질주와 강타를 오가는 「Reapers」를 필두로 짙은 디스토션 기타의 행군이 시작된다. 「Madness」의 실험을 좀 더 공격적인 디스코-신스 팝으로 그려낸 톱 트랙 「Dead inside」 정도가 최근 행보에 가깝다.
10년 동안의 브랜드 구축과 음악 실험의 내공 덕택에 균형 감각도 수준급이다. 피아노 하나로 「Starlight」를 기대한 팬들에게 전자음과 내려치는 기타 리프 공격을 선사하는 「Mercy」나 박자 변주 속에 치명적인 멜로디를 심어놓은 로큰롤 「Revolt」, 능숙한 완급 조절의 「The handler」 등은 오색 찬란 불꽃놀이와 같은 곡예다.
사운드 외적으로는 체제에 대한 저항, 환경 파괴의 심각성 등 하나의 거대 담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경향에 따라 이번에도'현대전(戰)의 비인간성'의 주제를 무인 폭격기 드론으로 상징했다. 내면의 파괴를 묘사한 「Dead inside」와, 다소 치기 어린 감은 있으나 억압의 상을 표현해낸 「Psycho」 부터 부조리와 저항의 메시지가 쭉 전개된다. 이를 받치는 무겁고 단단한 사운드 일관성에 미치지는 못해도, 주제 의식의 연결은 감상의 집중도를 높이는 장치가 된다.
근래 보기 드문 록 밴드의 에너지와 거대한 이름값의 스타디움 지향적 트랙은 가타부타 큰 고민 없이도 쾌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설사 그것이 기존 스타일의 변형이라도 이를 탓할 이유는 없다. 컬트적인 십 대 취향의 가사, 대표적인 리프 전개, 화려한 장비를 통한 기교. 이것이 10년의 커리어 동안 뮤즈가 쌓아온 정체성이다. 다른 밴드들이 쉽게 따라 할 정도로 흔한 방식도 아니고, 그 자신도 꾸준히 실험을 통해 머무르기를 거부했다.
뮤지션의 커리어를 자가 복제 한 단어로 정리하는 방식은 고유의 스타일과 혼동될 경우 딜레마에 빠지기에 십상이다. 더구나 그 커리어가 10년 이상의, 7장 정도의 정규 앨범을 보유하고 있는 밴드의 것이라면 논리는 더욱 복잡해진다. 장대한 아티스트의 확고한 스타일과 자가 복제를 어떻게 명확히 구분할 수 있을까? 논란에 상관없이 뮤즈는 뮤즈의 길을 갈 뿐이고,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한 < Drones >는 꽤 괜찮은 록 앨범일 뿐이다.
2015/06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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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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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자르는아이
201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