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래를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느낀 것이 “바로 이 책이 나의 자서전이구나”였다. 나는 피아노 앞에 앉거나 기타를 안고 작곡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일상생활을 하면서, 내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는 순간들이 멜로디가 된다. 67년을 살았으니 얼마나 많았겠는가?
20년 동안 나의 살과 뼈가 되었던 나의 첫 마누라가 내 곁을 떠났을 때, 어땠겠는가? 바그너의 비극적인 음향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다 4년 동안 그 거칠고 고독한 뉴욕에서 독신 생활을 했을 땐, ‘침묵’이란 곡이 나올 수밖에 없다. 너무나도 외로워서 커피마저도 고독했다. 그러다, 옥사나를 만나는 순간, 얼마나 기뻤겠는가?
아침에 일어나면 “굿모닝” 할 사람이 있고 커피도 같이 마시고, 밥도 같이 먹고, 또 덤으로 사랑도 같이 나누니, 이것이야말로 천국 아닌가? 그래서 ‘To Oxana’가 나왔다. 나는 길거리의 사람들의 모습, 버스 속에서 대화하는 두 여인의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뉴스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어떻게 인간들이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며. 그래서 ‘멸망의 밤’을 리메이크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1960년대부터 ‘Sex, Drugs & Rock & Roll’이 대중문화의 기둥이 된다. 1964년에 발명된 피임약은 남녀관계의 혁명을 일으킨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과 동시에 마약 문화가 대중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대마초는 기본이고, 코카인, L.S.D., 헤로인도 청년 문화의 환희와 비극을 낳는다.
마약이 없었다면 1960년대 음악과 비틀즈, 도어즈, 레드 제플린, 지미 핸드릭스의 음악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약 때문에 록 스타들이 희생되었다. 심지어 “27Club”은 27세에 죽은 스타들을 말한다. 지미 헨드릭스, 브라이언 존스, 제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그리고 최근의 커트 코베인과 에이미 와인하우스까지. 마약은 그들을 죽음의 길로 인도해주었다. 현재의 서양 국가의 리더들도 모두 한 번쯤은 마약을 경험했고, 모두 로큰롤의 팬이다.
내가 1960년대에 뉴욕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에 살았다는 것은 큰 영광이고 경험이었다. 필모어 이스트(Filmore East)에서 스무 살의 키스 자렛(Keith Jarret)을 보고, 지미 헨드릭스,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 B. B. 킹, 제프 벡과 같은 대가들을 전성기 때 볼 수 있었다는 것은 나의 음악에 큰 자양분이 되었다. 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이렇다. 내가 음악을 작곡하는 것이 아니고, 곡이 나를 찾아온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고, 고통이 나의 고시원을 감싸고 있을 때 곡은 나의 영혼을 침범해 나를 해방시켜준다. 그래서 나는 작곡한다.
이 책을 가능케 한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의 조진원 회장, 김현성 이사, 조진현 실장께 감사드린다. 나의 신촌 고시원을 매일같이 방문해 고독한 커피를 나누며 열정적으로 작업한 허영수 씨의 희생에 고개 숙인다.
범죄와 끔찍한 테러로 인간이 이성을 잃어가는 이때에, 우리는 평화의 노래를 “천천히, 꾸준히, 끝까지” 불러야 한다.
“눈과 눈으로 복수하면, 전 세계가 장님이 된다.” _마하트마 간디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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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 인생은 인생한대수 저 | 북하우스
시적이면서도 사회비판적인 가사 속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 독재 정권 시절 자신의 곡들이 금지곡이 되었을 때의 절망감, 첫 아내와의 이별 후 찾아온 고독, 다시 찾아온 사랑의 즐거움, 미친 세상을 향한 분노, 딸이 태어났을 때의 기쁨 등이 오롯이 녹아 있다. 부록 『한대수 악보집』에는 대표곡 22곡의 악보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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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