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사랑에는 출구가 없다.
그래서 그렇게 들어온 사랑이 쌓여 가득 차면
그 사랑의 온도에 온도가 더해져서
더 따뜻한 사랑으로 다시 나에게
쏟아져 내린다. (75쪽)
18만 명이 넘는 구독자가 날마다 이힘찬 작가의 글을 기다린다. 특별할 것 없고 피곤한 일상이지만 그의 감성적인 글을 보고 힘을 얻을 수 있어서다. 특히 이 작가가 쓴 사랑에 관한 글은 중독성이 있는데,『사랑제곱』을 읽으면 사랑이라는 감정에 냉소적인 사람도 어느덧 사랑의 온기에 전염된다.
『감성제곱』에 이어 두 번째 책인 『사랑제곱』으로 돌아온 이힘찬 작가는 이번 책에서 오직 사랑만을 이야기했다. 그 만큼 사랑은 작가 자신의 인생에서, 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한 감정이다. 책이 다루는 사랑의 범주, 범위를 작가는 제한하지 않았다. 사랑을 정의하고 제한하려는 것을 싫어한다는 이힘찬 작가와 사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은 카페 ‘감성제곱’에서 이루어졌다.
10대에서 50대 독자의 사연으로 만들어진 책
『사랑제곱』이 나온 과정이 궁금합니다.
『감성제곱』은 제 아픔을 위로하기 위한 목적이 큰 책이었어요. 제 페이지가 알려지고 책이 나오고, 강의와 북콘서트를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주로 사랑 이야기를 들었죠. 기존에 쓴 글로는 부족하구나, 내가 아는 사랑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감성제곱’ 카카오스토리에 당신의 사랑을 들려달라고 요청했더니 10대에서부터 50대까지, 참 많은 사연들이 올라왔어요. 이런 사연을 바탕으로 제가 아는 사랑을 접목시켜서 『사랑제곱』이 나왔어요.
어떤 독자가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쓰셨나요.
사랑 이야기를 감춰둔 사람이 많아요. 그런 분들에게 위로가 되길 원했습니다. 사랑 때문에 후회 안 해 본 사람도 없고, 갇힌 분도 많은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랑하고 아파했는지를, 사랑에 많은 걸 걸었지만 후회로만 끝나지 않았는지를, 그리고 누구라도 더 예쁜 모습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삼포세대, 사랑을 포기한 세대가 지금 대한민국 청춘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사랑제곱』이 지금 흐름과는 벽이 있는 책일 수 있어요. 어쩌면 감성제곱 팬 수가 100만 명이 아니라 18만 명인 의미도, 제 코드와 맞는 분이 딱 이 정도라는 뜻일지도 몰라요. TV나 강의에서 나오는 연애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실에 맞게 대응하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에요. 감성적인 사랑은 비현실적이라고, 추상적이라고 욕을 먹죠. 하지만 저는 외모, 능력 등 주어진 환경을 보고 만나라는 이야기를 정말 싫어해요. 사랑의 모습은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책을 보면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실제로 그런 사랑을 하고 계시거든요.
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정의하고 국한시키는 게 싫어요. 매번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관계도 다르죠. 연인과의 사랑도 있지만, 가족이나 스승과 제자 그리고 친구 사이에도 사랑이 있을 수 있어요. 얼마나 감정을 쏟느냐에 따라서 크기, 색깔이 달라지는데 차갑게 정의할 수는 없잖아요. 가끔 제 글과 그림 덕분에 관계를 회복했다는 메일을 받기도 하는데, 역시 사랑은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에 등장하는 사연을 보면 아주 구체적이지는 않는데요. 사연 보낸 사람을 익명으로 두려고 한 느낌도 있어요.
제가 성격이 예민해요. 게다가 온라인은 반응이 빠르니, 제 글이 원하지 않던 해석으로 퍼지는 걸 보면서 더 조심스러워졌죠. 이 책에서 전하려 했던 건, 어떤 사랑이 옳고 낫다가 아니라 다양한 사랑이 있다는 사실이었는데, 이러한 점만 전할 수 있다면 굳이 사연의 주인공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상담사는 아니니까 세세하게 지시하는 게 어울리지도 않고요.
글이 작가님 이야기인지, 독자의 사연인지 헷갈리기도 한데요. 책에 실린 글은 작가님의 자전적인 경험인가요?
책을 자세히 보면 위에 두 줄 정도 작은 글씨가 있습니다. 원래는 더 긴 사연이지만 2줄로 줄여서 담아놓았어요. 나머지는 다 제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썼죠.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건 이해
참 많은 사람이 사랑으로 고민하고, 『사랑제곱』에도 그런 내용이 많이 나오죠. 왜 이렇게 사랑하기가 어려울까요.
구독자의 대부분이 여성분들인데, 보통 여성이 감성적이고 남자가 무뚝뚝하잖아요. 표현 문제가 제일 많아요. 여성은 표현을 원하는데 남자들은 잘 못 해주고, 여기서 많이 엇갈리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사랑하는 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이해입니다. 남자와 여자는 정말 다르잖아요. 남자라서, 여자라서 다른 게 아니라 사람은 다 달라요. 다른데 끼워 맞추려 하다 보니 문제가 생겨요. 저 사람이 나처럼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있어요. 이러면 사랑하기 어렵죠. 사랑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거니까, 내가 그 사람처럼 되기도 하고 동시에 그 사람이 나처럼 되어야 해요. 책에 실은 에피소드처럼 내가 먼저 한 걸음 다가가기도 하고, 때로는 물러서기도 하면 좋겠어요.
저보고 연애를 잘했느냐고 물어보는 독자 분들도 있어요. 제가 잘했다면 글을 못 썼겠죠. 제 글은 후회에서 시작했어요. 저도 좋아하는 마음만 앞서다 실수 때문에 예쁜 만남을 싸움으로 만들고 어긋난 적도 많아요. 그럴 때는 며칠 울기도 했어요. 눈물이 엄청 많거든요. 다음에 사랑할 때는 좀 더 조심하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려고 노력하죠. 어떤 만남에서나 문제는 생길 수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한 번 더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사랑을 정의하기 싫어한다고 하셨는데요. 그래도 물어볼게요. 사랑이란?
사랑이라면 어렵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일도 피곤한데 사랑까지 피곤할 필요 있냐고 하는 분들이 많지만, 살아가는 데 가장 소중하면 절실해야 하고 어렵게, 힘들게 하더라도 지켜내야 하지 않을까요? 사랑을 한 마디로 정의하라고 하면, 살아가는 이유라고 하고 싶어요.
이성과의 사랑을 결혼과도 관련 짓기도 하는데요. 작가님의 결혼관이 궁금해요.
사랑이 결혼하기 위한 수단, 방법, 단계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랑은 수단, 방법이 아니잖아요. 남녀가 사랑하고 결혼까지 갈 수도 있지만 ‘결혼하기 위해’ 사랑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아무리 사랑해도 이뤄질 수 없는 경우도 있잖아요. 아직 제가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함부로 정의할 순 없지만, 사랑을 쉽게 생각하지 않게 해주는 커다란 약속 같아요. 저도 어서 결혼을 해서 그 사랑 안에 깊이 들어가 있고 싶어요. 사랑, 결혼 다 마찬가지지만 어떤 사람을 만나도 문제는 있을 거예요. 그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사랑의 힘인 것 같아요. 저도 결혼해서 그런 힘을 느껴보고 싶어요.
작가로서 이힘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언제부터 감성 에세이를 쓰고 싶었나요?
원래 꿈이 작가였어요. 문예창작과로 편입한 이유도 꿈을 버릴 수 없어서였죠. 졸업 학기 직전에 취직해서 일을 시작했지만 글은 계속 쓰고 싶었어요. 회사에 다니다가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 생겼습니다. 이별이었죠. 주변에서 많이 걱정했어요. 워낙 성격이 감성적이니 우울증 걸리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거든요. 승화시킬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그때 개인 SNS에 생각을 함축해서 그린 그림과 글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표현하고 나면 스스로 위로가 되었어요. 좋아요가 늘어나고 주변에서 반응이 와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며 카카오스토리라는 채널을 알게 되었는데요. 페이스북에서 카카오스토리로 넘어와서 팬 수가 몇 천 명, 몇 만 명 그리고 지금은 18만 명이 넘었어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공감 해 주신 덕인 것 같아요. 팬 수가 많아지니까 좀 더 완성도 있게 쓰고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 팀장으로 진급하던 때였는데도, 회사를 관뒀죠. 감성제곱에 집중하려고요. 관두고 가끔은 후회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된 듯해요.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책을 내자는 제안도 받고, 지금은 두 번째 책까지 나왔잖아요. 일하면서 이렇게까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글도 감성적이고, 성격도 감성적이라고 하셨는데요. 작가님의 이런 모습은 누구 영향이 컸나요.
아버지가 정말 자상해요.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아버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사랑도 많이 받았죠. 아버지가 가족을 향해 보여주시는 사랑에서 많이 배웠어요. 저는 그럼에도 더 사랑 받고 싶어하는 욕심이 있었어요. 받아도 받아도 부족한 게 사랑이잖아요. 지금도 제 삶에서 가장 큰 의미는 사랑 하고 사랑 받는 것이죠.
카카오스토리 채널 팬이 18만 명이 넘었는데요. 이렇게 많은 팬을 확보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나요.
제 페이지를 보시면 알겠지만, 상업적 내용이 전혀 없어요. 광고도 당연히 없고요. 깨끗하고 순수한 공간이다 보니 카카오스토리에도 추천 콘텐츠로 자주 소개해주기도 해요. 지금은 페이지가 커지니 광고 제안이 많이 들어와요. 하지만 감성적인 공간에 광고라니, 말도 안 되죠.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세요?
독서, 영화, 음악 감상도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건 출사입니다. 카메라 들고 나가서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한창 작업하다가도 사진 찍으러 가고 싶으면 다 접고 카메라를 들고 나갑니다. 찍은 사진을 자세히 보면, 그 안에 이야기가 있어요. 찍을 때는 몰랐지만, 찍고 나서 보이는 게 있죠. 그걸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요. 원래 가장 먼저 쓰고 싶은 책은 사진 에세이였어요. 하지만 이 글은 실력을 더 쌓은 뒤에 내려고 해요.
이름은 본명이에요?
필명이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본명입니다.
많은 팬이 작가님의 하루 일과를 궁금해할 듯해요.
올해는 카페, 책 준비로 시간이 없어서 패턴이 일정하진 않았어요. 원래 연재할 때 이야기를 하자면, 낮에는 카메라 들고 돌아다녀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카페에서 나머지 시간을 보내요. 찍은 사진을 보면서 생각하고, 감성이 담긴 사진은 글을 써 놓죠. 연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때 떠오른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써요. 밤에 감성적이 되기 되기 때문에, 연재 글은 그때 주로 써요. 11시가 넘어가면 완전히 집중해서 수십 번을 쓰고, 잠이 들죠. 잠이 많지 않아서 4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면 아침에 감성이 빠진 상태에서 다시 읽어요. 혹시 과잉된 건 아닌가, 하고요. 최종으로 나온 글에 맞게 그림으로 표현해요.
하루가 빼곡한데, 사랑할 시간은 있나요?
제 가장 우선 순위는 사랑입니다. 구분되는 게 아니죠. 제 이야기를 보면 남녀가 나오는데, 저희가 그 역할을 하면 되는 거잖아요. 몇 달 전에 올린 글에도 표현했었지만, 저는 사랑을 안 하면 글도 그림도 사진도 다 안 되더라고요. 사랑에 관해 쓰려면 저도 간절하게 사랑을 해야 해요.
감성제곱 카페를 여셨는데요. 카페를 소개해주세요.
연 지 한 달 정도 됐는데요. 예전부터 커피도 좋아하고 카페라는 공간도 좋아했어요. 책도 카페에서 주로 썼거든요. 건너편 커플의 이야기를 들으며 남의 사연을 훔칠 때도 있었어요. 카페에서 부족한 감성을 많이 채우죠. 회사를 관두고 시간 빌 때에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카페는 나중에 여유를 갖추면 할 생각이었는데, 마침 친형이 준비하면서 함께하기로 한 거죠.
평소에도 온라인 소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채팅방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만나서 대화하는 게 무게가 다르잖아요. 카페를 열고 나서 제주에서 저를 보러 와주신 부부가 계셨는데, 저보다 더 감성적이었어요. 이곳에서 사연을 직접 들으니, 감성을 마시는 느낌이 들었어요. 감성을 마시다는 카피를 이곳에 붙였는데, 제가 카페를 그렇게 사용하고 있어요.
이곳에 전시한 글, 그림은 계속 바꿀 거예요. 오프라인 연재처럼요. 독자들 사연도 받을 수 있겠죠. 프렌차이즈 카페가 업무적, 사무적, 기계적인 느낌이라면 이곳은 좀 더 아날로그 느낌이 났으면 해요. 아무 것도 안 하더라도 쉬면서 감성을 충전하는 그런 장소가 됐으면 합니다. 위치를 이곳으로 정한 이유는 제가 어릴 때 살던 곳이기도 하고, 역 앞이기도 해서요. 이곳에서 독자 분을 초대하기도 할 텐데 교통편이 안 좋으면 오시기 어렵잖아요.
어떤 작가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글을 올릴 때마다 항상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써요. 그 분들이 아니었으면 책을 두 권이나 내지 못했을 거예요. 덕분에 제 글을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죠. 그 분들이 저에게 기회를 준 만큼 어떻게든 좋은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함께 공감하며 위로하고 위로 받는, 무엇보다 감성으로 가득 차 따뜻하게 소통하는 감성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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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제곱 이힘찬 글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작가는 17만 명의 카카오스토리 팬들에게 ‘사랑’에 대한 수천 개의 정의를 받았고 그것에 새로 스토리를 부여해 글을 완성했으며 자신의 작은 장기인 그림을 더해 책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사랑제곱》이다. 작가만의 생각이 담긴 일방적인 결과물이 아닌 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라 더 진솔한 이야기가 가능했다고 말하는 작가 이힘찬.모두의 이야기이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아날로그’ 감성으로 서로 ‘소통’하며 교감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사랑제곱》으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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