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pixabay
창의력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예술가들에게만 있는 능력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창의력이 좋은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우선 엄마부터 창의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
우리는 회사에서 늘 문제해결 상황에 부딪히기 때문에 연습의 기회가 더 많다. 엄마가 창의력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간단하다. ‘왜? 어떻게? 무엇을?’이라는 질문을 일상에서 밥 먹듯이 하고, 이에 답하기 위해 틈날 때마다 머리를 사용하면 된다.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면 된다.
창의적인 문제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어진 문제를 재설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질문에 의해 가능해지는 것들이다. 결국 문제해결의 단초는 ‘질문’이라는 것이다.
아파트 정문 출입구에는 ‘일단정지’해야 하는 검문소 같은 곳이 있다. 입주민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출입용 바를 내렸다가 올리는 기능을 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3미터쯤 떨어진 곳에 작은 건널목이 있다. 아파트와 상가를 이어주는 건널목이어서 아이들이 많이 건너다닌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하굣길에 이 길을 거쳐 아파트 상가(학원 건물)로 들어간다. 이곳을 지날 때에는 누구나 차의 속도를 줄이고 정지했다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간혹 일부 운전자 중에는 바가 내려오지 않을 때에 속력을 내어 달리는 경우가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엄마와 아이가 질문을 통해 작은 아이디어를 도출해냈다. 작은 사례라도 응용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아이와 엄마의 ‘시너지톡(Synergy Talk)’ 대화법 예시
엄마: 어휴, 아파트 안에서 왜 저렇게 빨리 달릴까?
아이: 뭐가 그렇게 급하지?
엄마: 그러게. 자기 아이가 길을 건너고 있어도 저렇게 빨리 달릴까?
아이: 자기 아이라면 천천히 달리겠지.
엄마: 어떻게 하면 천천히 달리게 할 수 있지?
아이: 큰 글씨로 ‘천천히’라고 써놓으면 될까?
엄마: 아, 그럼 이렇게 쓰면 어떨까? ‘당신의 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
고 쓰면?
아이: 아, 엄마! 이러면 어때? 저기 저 바가 내려올 때, 말이 나오게 하면 안 될까? “당신의 아이가 길을 건너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달리겠습니
까?” 하고 물어보고, 운전자가 “아니오”라고 대답하면 (바를 올려서) 열
어주고, “예”라고 하면 안 열어주는 거지!”
시너지톡이란?
통합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나누는 자연스럽고도 생산적인 대화 방식. 상대의 논
리를 무너뜨리거나 상대를 이기기 위한 대화가 아니므로 논쟁, 디베이트와는 다르다. 때문
에 다른 사람 이야기에 대해 틀렸다, 잘못됐다는 등의 부정적인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도 방법이지만 이렇게 하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추가(add) 혹은 보완적인 언
어와 질문을 사용한다. 단 브레인스토밍과 달리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융합된 하나의 아
이디어로 발전시켜 나간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눈덩이 굴리기’ 대화법이다.
아이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때 눈이 반짝인다. 그리고 신나는 목소리로 말한다. 앞의 대화를 살펴보면, 아이는 ‘출입문이 어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대화법을 위해서는 돈도 시간도 필요하지 않다. 창의력을 위한 학원을 다녀야 하거나 어마어마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창의력을 바라보는 엄마의 관점과 태도만 아이에게 향해 있으면 된다.
아이들은 원래 창의적이다. 톰 켈리와 데이비드 켈리(Tom & DavidKelly)의 저서 《유쾌한 크리에이티브(Creative Confidence)》에 따르면, 실제로 본인이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단 25%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가 창의력을 잃는 이유는 ‘스스로 창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이가 창의적이길 바란다면 엄마 스스로 창의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 스스로 ‘나는 창의적인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고 창의적이 되려고 노력하면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이나 사물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간단한 생각이라도 노트해 두었다가 아이와의 대화 재료로 사용하면 된다.
내 아이디어는 ‘저널’에서 나왔다
2014년 초 ‘KAIST 명강’이라는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 배상민 교수가 언급했던 방법이 참 인상적이었다. 배상민 교수는 각종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휩쓴 걸로 유명하다. 학생들이 ‘교수님은 어떻게 세계적인 디자인어워드에서 매번 상을 타시는 겁니까. 대체 비결이 무엇입니까?’ 하고 묻는다고 한다. 비결은 의의로 간단했다. 일상에서 늘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저널(노트)’로 기록하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도 아이디어를 찾아야 할 때 예전에 써둔 저널들을 뒤져본다고 한다. 어떤 주제를 부여 받았을 때 10년 전 저널과 지금의 생각을 융합시켜 좋은 전략을 짜내기도 하고, 옛날에 고민했던 내용을 발전시켜서 더 나은 아이디어를 생산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스타벅스에 갔는데 약속시간보다 5분 일찍 도착했다고 하면, 배상민 교수는 5분밖에 안 되는 시간이지 만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여기고 질문과 대답을 쓴다고 한다. ‘내가 스타벅스의 책임자라면 무엇을 더 개선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저널에 쓴 다음 생각이 멈출 때까지 그 문제에 몰입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디자이너의 생각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몰입도도 다를 것이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일상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이다. ‘저건 왜 저래야 하지?’, ‘더 좋은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의문을 품는 것이다. 또한 그 생각의 결과물들을 기록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 마음에 드는 노트를 준비하자. 꼭 물리적인 노트가 아니어도 좋다. 스마트폰에 있는 노트라도 활용해보자. 사물 혹은 사람을 보고 질문하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스스로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답으로 써두자. 부담 없이 생각나는 대로 하면 된다. 여유시간이 생길 때마다 상기하자. 그 기록들을 엮고, 연결하고, 서로 다른 생각들을 융합시켜 전혀 다른 해결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아는가. 이러다가 세상을 이롭게 할 발명이라도 하게 될지.
고정관념을 버리고 머릿속을 백지상태로 만들자. 잉여시간이라는 백지를 활용해 생각하고 질문하자. 빈 종이에 질문과 해답을 써내려 가자. 내 아이에게 이 세 가지 백지를 선물하자.
[추천 기사]
- 정아은 “잠실은 서울의 현재이자 미래”
- 제이쓴 오지랖 프로젝트는 언제까지?
- 분노 사회에서 충돌을 줄이려면
- 백지의 공포라고 들어보셨나요?
김연정 정인아
감귤
201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