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란 “결혼 안 해도 괜찮지만 이왕 할 거라면…”
여성학자이자 가수 이적의 어머니로 유명한 박혜란 저자가 쓴 『결혼해도 괜찮아』는 제목 그대로 결혼에 관한 책이다. 결혼 45년차를 맞는 저자는 인생사 모든 게 그러하듯 결혼생활 역시 무조건 기쁘지만은 않다고 조언한다.
글ㆍ사진 손민규(인문 PD)
201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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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결혼했을까’, ‘왜 이혼 안 했을까’, ‘결혼해서 좋은 게 고작 아이 낳은 거라고?’... 『결혼해도 괜찮아』의 중제목과 소제목이다. 이처럼 이 책은 박혜란 저자 특유의 거침없는 입담으로 채워진 책이다. 결혼 45년차를 맞는 저자가 결혼생활의 민낯을 공개한 이 책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결혼 장려를 할 것처럼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이왕 할 거라면 좀 더 현명하게 하라는 조언한다. 결혼생활에서 맞닥뜨릴 힘든 점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럼에도 결혼생활을 하는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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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도 괜찮아』 라는 제목을 보면 요즘 결혼을 망설이는 젊은 세대들에게 결혼을 장려하는 내용일 거라는 추측을 하게 하는데, 읽어보니 혼자 살아도 괜찮다는 내용도 담겨 있네요. 제목에 담고 싶은 의미는 무엇이었나요?

 

한 세대 전만 해도 결혼은 인생의 통과의례로서 누구나 해야 하는 걸로 받아 들였지만 요즘은 미혼남녀의 40퍼센트 이상이 ‘결혼은 안 해도 괜찮다’ 고 생각하는 시대입니다. 또 결혼을 하고 싶어도 심각한 취업난이나 주택난 육아난으로 지레 결혼을 포기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죠. 내가 느끼기에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나 혼자 살겠다는 젊은이나 자기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모두들 불안해하는 게 현실이에요. 뿐만 아니라 이미 결혼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 다른 결혼의 현실 때문에 당혹스러워 하는 이들도 많아요. 그들 모두에게 나 역시 수많은 갈등을 겪었던 선배로서 행복은 결혼을 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서 갈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느냐에 달렸다는 말을 하고 싶었죠. 결혼해도 괜찮고 혼자 살아도 괜찮아요. 인생은 결국 자기가 생각한 만큼 사는 거다라고.

 

대학시절에 만난 남편과 45년을 해로하셨는데 남편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많이 공개하셨습니다. 이를테면 결혼 전 남편이 아는 척하지 않고 과묵해서 멋있어 보였는데 막상 살아보니 워낙 아는 게 없어 과묵했다거나, 신혼시절 한입 먹어보란 말도 없이 혼자서만 갈치구이를 다 먹어치웠다거나 하는 내용인데요. 책이 나온 후 남편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책을 쓸 때 경험한 것과 생각한 것 이상의 것을 풀어내는 재간이 없어요. 결혼에 관한 책을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 미리 남편에게 어차피 당신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을 테니 각오하라고 엄포를 놓았죠. 나중에 정 억울하면 반박하는 책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내심 꽤 걱정이 됐던지 출간되자마자 읽은 후의 독후감은 이랬어요. “완전 나만 묵사발이 됐군.” 혹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냥 넘어가기로 한 것 같아요. 아마도 공개한 에피소드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걸 남편도 잘 알기 때문이겠죠.

 

배우자를 선택할 때 대체로 남자들은 상대방의 외모, 여자들의 경우 상대방의 경제적 능력을 우선시하는 것 같습니다. 배우자 선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가치관입니다. 좀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성격이나 습관이 다른 것은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조정해 나가면 되지만 가치관이 다르면 평생 괴로워요. 예컨대 돈이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돈을 목적 자체로 생각하는 사람이 함께 산다면? 성공하면 행복이 따른다고 믿는 사람과 행복해야 성공이라고 믿는 사람이 평생을 함께 산다면?

 

평균적인 결혼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예전에 비해 결혼적령기를 따지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무시하기도 힘든 게 현실인 듯합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결혼적령기가 따로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세상이나 이성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게 되면 결혼을 안 하거나 못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단 아이를 꼭 낳고 싶다면 여성의 가임기 안에 결혼해야 할 거예요.
 
싸우지 않고 결혼생활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현명하게 싸우는 방법, 화해의 기술에 관해서 말씀해주신다면?

 

단순한 식성의 문제를 상대방 집안의 수준문제로까지 비약시키는 식으로 작은 싸움을 큰 싸움으로 몰고 가지 말 것. 그 날 싸움은 그 날로 끝낼 것. 화해의 제스처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 것.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을 때는 숨을 고를 시간을 가질 것.

 

결혼한 사람이라면 ‘알았으면 절대 안 했다’라는 소제목에 크게 공감할 듯합니다. 하루에 열두 번씩 후회하며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결혼하지 않았으면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 얻을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결혼이 행복을 덩굴째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것, 행복은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 자신이 얼마나 유치한 인간인지 처참할 정도로 깨닫는 것. 인간은 끊임없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성장해간다는 것.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20년 결혼정년제를 허하라’는 다소 파격적인 제안을 하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이런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결혼 30년을 넘길 즈음부터 나 자신이 신기하고 대견하게 생각되면서, 비록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만약 결혼정년제가 있었더라도 지금의 남편과 이렇게 오래 살았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잉꼬같은 결혼생활을 하는 걸로 소문난 비슷한 또래의 여성에게 이런 이야길 하니까 100퍼센트 동감이라고 해서 내가 오히려 놀랐죠. 결혼정년제가 있다면 아마 남편 쪽에서 훨씬 긴장할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아내를 좀 더 배려하고 존중하지 않을까요.  
 
책 말미에 나오는 남편을 향한 감사일기를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만약 남편이 선생님에게 감사일기를 쓴다면 어떤 내용일까요.
 
감사일기를 쓸 당시 남편에게 당신도 내게 감사일기를 써주면 같이 싣겠다고 제안했으나 한 마디로 거절당했어요. 처음엔 쑥스러워서 그랬거니 내 맘대로 넘겨 짚었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아내한테 감사할 게 전혀 없었던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그 깊은 속을 내가 어찌 알겠어요.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는 청춘이 늘고 있는 지금, 선배로서 마지막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결혼까지는 모르겠고 연애는 열심히 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연애하는 동안의 그 설렘과 충만감 그리고 불쑥불쑥 찾아오는 불안과 초조감을 또 어디서 맛보나요. 돈 없으면 연애도 못하나요? 옛날 얘기해서 미안하지만 우리시대에도 ‘재건데이트’라는 게 있었어요. 찻값도 차비도 없어서 둘이 하루 종일 같이 걸어 다니는 것. 걸으면 대화도 넘쳐나고 건강도 좋아집니다. 그렇게 가난한 연애를 하다 보면 가난한 결혼도 하고 싶어질지 모르죠. 우리 시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건강하고 부지런하면’ 무서울 게 없다고 합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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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도 괜찮아
취업 출산 결혼을 포기했다고 해서 ‘삼포세대’라는 말이 생기고, 결혼하는 사람보다 이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에 ‘결혼해도 괜찮다?’ 올해로 결혼 45년차 여성학자 박혜란은 결혼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이제는 이적 엄마로 더 많이 알려진 베스트셀러 저자 박혜란은 특유의 유쾌한 글쓰기로 결혼을 비틀기 한다. 지금부터 결혼이라는 유쾌한 진흙탕에 빠져 한바탕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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