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
지난 12월 4일, 서울 상수동 이리카페에서 찰카기 아저씨를 만날 수 있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고양이와 길냥이를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이 자리에 함께했다.
글ㆍ사진 김이준수
201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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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흔적이 별로 없는 새벽녘, 신문배달을 하면서 길고양이를 찍는 사람이 있다. 김하연이라는 본명보다 ‘찰카기’라는 블로그 필명으로 더 유명한 그는 길고양이(길냥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보살피면서 그들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이름을 지어주며 살갑게 만나는 길냥이도 있고, 우연히 만난 짧은 인연의 길냥이도 있다.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신문을 배달하는 그에게 길냥이는 새벽의 친구다. 그 친구들을 블로그(http://ckfzkrl.blog.me)에 올린다. 길냥이가 얼마나 힘들게 버티며 사는지도 보여주고 길냥이가 사람과 늘 함께 살고 있음을 알리기 위함이다.

 

찰카기 아저씨가 길냥이의 삶을 사진과 짧은 글로 기록한 『하루를 견디면 선물처럼 밤이 온다』가 최근 나왔다. 지난 12월 4일, 서울 상수동 이리카페에서 찰카기 아저씨를 만날 수 있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고양이와 길냥이를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이 자리에 함께했다. 길냥이 생활사진가 김하연은 길냥이들을 ‘아이’라고 표현하면서 길냥이들의 집사임을 자처했다. 2006년부터 9년째, 길 위의 삶을 살고 있는 길냥이들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가 초겨울 밤을 밝혔다.

 

북콘서트 1부는 축하공연으로 채워졌다. 고양이를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모하의 첫 곡 ‘고양이춤’이 울려 퍼졌다. 모하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데, 고양이를 보면서 곡을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이곡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5월 발매한 그의 첫 정규앨범인 <모하냥>은 전곡이 고양이에 관한 노래로 채워졌다. 고양이를 떠올리는 밤, 고양이 노래로 채워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고양이를 노래하는 가수의 초대도 마찬가지. 
 
“앨범 전체를 고양이로 꾸미고 있지만, 나는 고양이를 소재로 우리 삶에 대한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를 버리지 말아요」는 고양이 입장에서 만든 노래다. 물론 유기동물 입장일 수도, 이별에 대한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고양이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 삶을 다룬 앨범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그렇게 고양이와 우리 삶에 연관된 노래를 부른 모하는 김하연 작가에 대해 “길고양이 사진을 진정성 있게 찍는 분”이라며 함께 해서 좋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찰카기 아저씨의 이야기는 2부부터 본격적으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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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삶으로 들어오다

 

길고양이를 테마로 사진을 찍은 지 얼마나 됐나?

 

나는 사진을 2003년 12월 23일부터 찍었다. 날짜를 기억하는 이유는 블로그를 시작한 날이다. 이전에 나는 기사를 써서 밥 먹고 살던 사람이었는데, 블로그에 글을 쓰긴 싫어서 카메라를 잡았다. 그런데 카메라를 들면 사람이 가장 무섭다.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그래서 꽃, 하늘, 골목 풍경 등을 찍다가 어느 날 담벼락에 있는 고양이를 봤다. 당시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좋아했는데, 그 고양이 눈빛이 무척 깊었다. 고양이에게는 모델료를 안 줘도 되니까 눈에 보일 때마다 찍었다(웃음). 본격적으로 이 아이들을 찍은 것은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최광호 선생이 고양이 사진을 찍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해서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하고 찍었다. 그렇게 아이들 사진을 계속 찍다보니 시선이 내려가더라. 그러면서 고양이들의 생활이 보이기 시작했다.

 

개나 새도 아니고 왜 고양이를 사진 아이템으로 삼았나?

 

이 아이들을 이해하는 키워드의 하나가 고양이는 태어난 곳에서 살다가 죽는다. 내가 고양이를 찾고자 한다면 그 고양이를 동네에서 볼 확률이 높다. 강아지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새는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더라(웃음). 

 

책을 보면 사진 옆에 글이 있는데 그렇게 처음부터 생각하고 시작했는지, 손글씨를 넣은 이유가 있었는지 알고 싶다.

 

<고양이는 고양이다>라는 전시를 2007년에 했다. 당시 상상마당에서 사진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강사가 하는 말이 김하연 씨는 작가는 못될 것 같다, 고양이 에세이를 만들어서 인기를 얻는 정도는 되겠다, 그래서 수업은 그날로 그만 뒀다. 작가 양성 수업이었는데, 작가가 못될 거라고 하는데 굳이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잖나(웃음). 그리고 6개월가량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었다. 어쨌든 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양이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고양이의 삶을 보여줘야 했는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김초은 작가의 손글씨는 흐느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길고양이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무척 좋았다. 내 사진에 예술성, 작품성에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은 상관없다. 내 사진이나 글을 본 사람의 마음이 흔들릴 수 있으면 만족한다. 예술가가 안 돼도 괜찮고, 앞으로도 그렇게 작업을 해 나갈 것이다.

 

책 제목이 짠하다. 하루를 견디면 선물처럼 밤이 온다. 이 제목을 정한 이유라면?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제목은 아니었다. 책 제목을 놓고 몇몇 사람들에게 물었는데 ‘바람이 불지 않아도 흔들린다’가 1위, 지금 제목이 2위였다. 내 마음도 앞이 6, 뒤가 4 정도여서 앞의 제목을 밀었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지금 제목이 좀 더 희망적이라는 말을 해주셔서 이에 대해 수긍했다. 책의 제목이 지금 우리 삶과 닮아있지 않나? 고양이의 삶과 우리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순간을 어떻게 포착했는지 궁금했다. 노하우가 있나?

 

노하우는 없다. 나는 사진 찍은 것을 지우지 않는다. 블로그 하나에 올라가는 사진은 1~2장 정도지만 나머지 사진을 버릴 수가 없다. 지금 고양이 찍은 용량만해도 22테라 정도 된다. 오늘 블로그에 올라간 사진은 8년 동안 밥을 주고 있는 아이다. 그 아이의 새끼를 두 달 정도 찍고 있는데, 사진을 딱 2장 건졌다. 다른 노하우가 있는 건 아니고, 많이 찍는 수밖에 없다. 

 

특별히 힘든 점이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

 

겨울에 제일 힘이 든다. 눈이 오면 카메라를 일단 들고 나온다. 날씨를 매일 체크하는데, 기온은 중요하지 않다. 고양이를 오래 관찰하면 밥 달라는 소리, 짜증나는 소리 등을 알 수 있다. 길에서 고양이를 만날 때, 이 아이가 얼마나 힘든지 보이는데 힘내라는 말은 못하겠고, 고맙다, 내일 보자, 이렇게 말한다.

 

길고양이 사진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나?

 

길고양이 사진을 보는 주체는 사람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이렇게 길고양이의 삶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리기 위한 것도 있고, 고양이를 생각하지 않지만 고양이를 싫어하지 않는 사람들도 마음이 흔들릴 수 있으면 좋겠다. 하루에 한 장 이상 고양이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데, 사람들에게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책에는 한 컷의 사진과 글만 있지만, 고양이의 삶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아주면 좋겠다. 

 

김 작가는 124~125쪽, 사진과 ‘한줌을 위해 하루를 기다린다’는 글귀에 대해 설명했다. 길냥이의 이름은 똘이. 신문사 지국으로 찾아와 늘 같은 자세로 먹이를 줄 때까지 기다렸던 똘이였다. 어느 날, 지국으로 들어오던 중에 똘이를 보면서 김 작가는 생각했다. 어떤 인연 때문에 밥을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한 줌을 위해 하루를 기다리는구나. 그렇게 이 사진의 글귀는 정해졌다. 한줌을 위해 하루를 기다린다. 지금은 똘이를 못 본지 1년 반 정도 됐단다. 똘이는 찰카기 아저씨와 가장 가까웠을 때도 40cm정도로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길냥이였다. 지금 또 어딘가에서 한줌을 위해 하루를 기다림으로 채우리라.

 

260~261쪽, ‘웃어도 힘든 건 힘들고 삶은 왜 그리 고단한지 그래도 웃어야지 크게 웃는 그날까지 끝까지’에 대한 사진과 김 작가의 설명도 잇는다.


“이 사진 속 아이는 이름이 없다. 엄마가 일찍 떠났고, 삼거리에서 형제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내가 오면 늘 고개를 먼저 내밀던 아이였다. 나오면서 항상 하품부터 한다. 이 사진을 찍은 날, 몸은 꼬질꼬질한데 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이날 글을 두 개 썼었다. 책에 나온 글은 희망적이나, 뒤엣것은 희망적이지 않았다. 블로그에는 두 가지 다 올려놨는데, 아내가 뒤엣것이 내 스타일인데, 이번만큼은 희망적인 것으로 쓰라고 하더라.”

 

그가 이 길냥이에게는 이름을 지어주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이름을 지어주려면 최소 1년 이상의 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그만의 원칙 때문이었다.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책임이 주어지므로, 친구가 될 때까지 그는 길냥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다. 어떻게든 이별을 예상해야 하는데, 모든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면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는 이유도 있다. 

 

이런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뭐가 있을까?

 

책이 많이 팔려야 하는데(웃음). 친구들과 비교하면 벌이는 반의반도 안 되지만, 그걸 이해해주는 아내가 있어서 다행이다. 길고양이 사진을 찍으면서 처음엔 이 아이들의 삶에 끼어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거리두기를 했었다. 어느 순간부터 밥을 주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50마리정도에게 밥을 주는데, 사료 값이 얼마나 나가는지 짐작할 것이다. 고양이마다 식성이 달라서 그것도 미쳐버릴 일이다(웃음). 그래도 집사는 식성을 맞춰줘야 한다. 사료 값을 후원해주는 분들도 있다. 오늘 아침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책이 출간됐던 주간에 결혼했던 신혼부부가 이 책을 구매해서 신혼여행을 가서 함께 봤는데 책이 좋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증정했다고 하더라. 고맙다는 말씀을 건넸다. 마지막 부분에 ‘thanks to’가 있다. 첫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을 때 공감은 딱 하나였는데, 지금은 6개월 이상 답글을 달아주거나 사진이나 우표를 사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 이름도 실었고, 책 계약을 했다가 파기했던 출판사 사장도 있다(웃음).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나 혼자만의 노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길에서 아이들을 본다면 밥을 주지 않아도 좋으니 눈길 한 번 주고 이런 말도 해주면 좋겠다. 오늘도 잘 견뎌보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이니까.


초겨울의 밤이 저물고 있었다. 길고양이를 통해 삶을 들여다보는 찰카기 아저씨 덕분에 밤이 고맙게 느껴졌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견뎠다. 선물처럼 온 밤이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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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견디면 선물처럼 밤이 온다김하연 저 | 이상media
길고양이를 찍다가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그는 9년 째 길고양이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사진으로 찍고 거기에 시처럼 영롱한 글을 덧붙여 매일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그의 블로그는 지난 2010년부터 4년 연속 ‘애완, 반려 동물, 사진’ 카테고리에서 파워블로그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에 펴낸 책은 9년 넘게 매일 같이 찍어온 고양이 사진 수만 장 중에서 엄선한 것을 엮었으며 제주에서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고 있는 김초은 작가의 손글씨가 더해져 한층 더 사진의 깊이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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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하루를 견디면 선물처럼 밤이 온다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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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1.10

길냥이의 이름은 똘이. 신문사 지국으로 찾아와 늘 같은 자세로 먹이를 줄 때까지 기다렸던 똘이였다. 어느 날, 지국으로 들어오던 중에 똘이를 보면서 김 작가는 생각했다. 어떤 인연 때문에 밥을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한 줌을 위해 하루를 기다리는구나. 그렇게 이 사진의 글귀는 정해졌다. 한줌을 위해 하루를 기다린다는 문장에 뭉클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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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ee78

2014.12.30

찰카기님 책 내셨군요. 반가운 책이에요^^ 항상 블로그에서 응원하고 있어요. 멋진 활동가. 그리고 항상 마음을 흔드는 예술가... 특히 무지개다리 건너 간 길냥이들 사진 볼때가 가장 슬퍼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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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2014.12.29

동네를 돌아다니다보면 여러 길고양이들과 마주쳐요. 인간과 평화롭게 공존할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생각하게 되는 일도 생기고요. 저 책속의 길고양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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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