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시인과 함께한 여행자 이야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뜨거운 이 계절,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는 당신의 귓가에 ‘여행’을 속삭인다. 제주와 부산과 영국과 프라하.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곳으로의 여행기가 펼쳐진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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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만남-이병률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는 여행자의 시대를 선언하는 책


여름이 되면 우리는 떠남을 꿈꾼다. ‘휴가하면 여름휴가, 여름휴가는 7월 초~8월 말’이라는 공식은 깨진지 오래지만, 이 뜨거운 계절과 여행의 상관관계는 좀처럼 깨질 줄 모른다. 끈적하게 달라붙는 햇빛에 대한 원망은 언제나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바람으로 귀결되는 까닭이다. 그렇게 모두가 여행을 꿈꾸는 이 때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와의 만남은 그 자체로 하나의 떠남이 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에는 각기 다른 34편의 여행기가 실려 있다. 올해 상반기에 출판사 달에서 주최한 공모전-‘내 여행의 명장면’을 통해 당선된 작품들이다. 총 천 여 편의 응모작 중에서 ‘선택 받은’ 글들이다 보니, 그 내공의 깊이가 만만치 않다. 여행지에서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부터 여행을 부추기는 어떤 힘에 대한 사색, 그리고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여행의 아이러니한 숙명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색깔의 기록들이 담겨 있다. 출판사 달의 대표이자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쓴 시인 이병률은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를 두고 “이제 세상은 ‘여행의 시대’를 넘어 ‘여행자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선언하는 의미의 책이다”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제는 ‘여행자’가 세상의 주역이 되었음을 선언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토록 다채로운 시선과 경험이 담긴 여행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인다는 것은 세상에 흔치 않은 일임을 굳이 내세우지 않더라도 이 책의 향기는 특별할 정도로 자극적이고 발칙하며 식감 또한 사랑스럽다. 이 책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 누군가 묻는다면 ; 우리는 여행자로 태어나 여행자로 살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인생이나 삶에 있어 우리가 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이해받을 수 있는 유일한 근거라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되기를, 나는 바라는 것이다. (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 9쪽)

 

이병률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고 우리의 삶은 곧 여행인 까닭에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 안에서 여행과 삶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 여행은 삶의 한 부분이 되고, 그 찰나의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은 언제나 삶에 대한 것이다. 당연한 듯 오묘하게 들리는 이 이야기는 지난 16일,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 저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분명하게 전달됐다. ‘한여름밤 캔들 나이트’라 이름 붙여진 이 날의 만남은 출판사 달과 에이 컬렉션(A collection)이 함께 준비하고, 예스24가 단독으로 진행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의 독자들이 서른네 명의 저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한 에이 컬렉션은, 국내 신진 작가들의 사진, 그림, 일러스트 등을 판매하는 아트 비즈니스를 통해 작가와 대중 사이의 문화적 허브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진작가 라이언 맥긴리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향초 ‘르 플랑’을 런칭했다. ‘르 플랑’ 제품은 향초가 담긴 유리병을 맥긴리의 작품으로 감싼 것으로, 에이 컬렉션은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의 독자들을 위해 ‘르 플랑’을 선물하기도 했다.

 

작가만남-이병률

 

서른네 개의 여행, 서른네 개의 감성


‘한여름밤 캔들 나이트’는 이병률 시인과 함께 라이언 맥긴리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으로 시작됐다. 이 날 진행을 맡은 이병률 시인은 맥긴리의 작품에 이어, 『끌림』『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에 실린 자신의 사진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인 스스로 ‘내 책은 불친절하다’고 고백할 만큼 『끌림』『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에 담긴 이야기와 정서는 전후의 사정을 시시콜콜하게 늘어놓지 않는다. 함께 실린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한여름밤 캔들 나이트’에서 들려준 시인의 이야기는, 그동안 ‘이병률의 독자들’이 궁금해 했을 법한 것들이었다. 각각의 사진들의 촬영 장소와 촬영 기법, 그 장소와 순간에 대한 작가의 기억들이 독자들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 가까운 사람들끼리 둘러앉아 ‘사실은 말이지…’로 시작되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듯 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의 끝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의 저자들과의 만남이었다.

 

이병률 시인의 소개로 독자들과 첫인사를 나눈 책의 저자들은 모두 열 명 남짓. 그들은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에 담긴 자신의 글에 대해 짤막한 소개를 덧붙였다.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도, 여행의 목적으로 삼았던 곳도, 그곳에서 떠올린 이야기들도, ‘내 여행의 명장면’ 공모전에 응모하게 된 이유까지도,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었다. 「흔들린다, 훔쳐본다, 휘둘린다」를 쓴 강지혜 씨는 남인도 여행기를 들려주었고 「그래서 당신에게」의 김희섭 씨는 인도 오로빌을 여행한 경험에 대해 말했다.

 

물론 국내 여행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안전한 여행을 위한 안내」에는 설악산으로 떠났던 양인모 씨의 목소리가, 「나는 당신의 새벽이자 불행이었다」에는 부산을 여행한 윤예은 씨의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여행의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까지도 다양해서, 25년 전의 여행을 떠올리며 쓴 글이 실려 있는가 하면(「첨벙첨벙 설악산의 추억」, 정우철), 지금 이 순간도 여행 중인 이의 기록도 있었다(「동네, 제주」, 조희진).

 

이렇듯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에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다채로운 기록들이 한 데 어우러져 있다. 그러한 이유로 ‘한여름밤 캔들 나이트’를 함께한 한 독자는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를 읽으면서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하면서도 모든 역들은 저마다의 느낌과 풍경을 가지고 있듯이, 이 책에는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하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또 그 이야기를 서로 다른 문체로 적은 글들이 있었다. 이 모두를 한 권의 책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재밌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독자 역시 “평소에 에세이를 좋아해서 많이 읽는데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는 특별했던 것 같다. 여행에 대한 필자들의 다양한 느낌들을 읽으면서, 내가 그들과 동행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참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서른네 명의 저자 중 한 사람으로 「첨벙첨벙 설악산의 추억」을 쓴 정우철 씨는 독자로서 느낀 바를 전하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를 읽고 『끌림』이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의 3편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훌륭하신 분들과 함께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었다는 데 감사드린다. 내가 느낄 수 없었던 감성들이 많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는 것. 그의 뒤를 이어 독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한 출판사 달의 편집자 김지향 씨는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에 실린 서른네 분의 여행기를 비롯해서, 공모전에 응모해 주신 천 편에 가까운 에세이를 읽으면서 설레기도 했고 떠나고 싶기도 했다. 편집자로서 참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그녀의 말을 끝으로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를 쓰고 찍은 이와 읽은 이의 만남은 끝이 났다. 서른네 개의 여행 이야기에서 시작된 만남은 그 자체로 ‘한 여름 밤의 여행’이 되었다. 여행을 꿈꾸고 말하는 순간, 우리가 놓인 시간과 공간의 공기는 꿈꾸는 그곳의 것과 흡사하게 ‘변신’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를 만나는 당신도 이러한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은 서른다섯 번째 여행 이야기를 적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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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 강지혜 외 33인 | 달
평소 대한민국 대표 여행에세이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비롯하여 여행에세이 계의 굵직한 책들을 출간했던 달 출판사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올해 초 여행에세이를 공모했다. 달 출판사에서 기획하고 진행했던 이번 〈내 여행의 명장면〉 공모전의 응모작은 모두 총 1,000여 편. 직업군도 학생, 회사원, 교사, 디자이너, 방송 피디, 농업 종사자, 주부, 등으로 다양했다. 다녀온 여행지로는 우리나라 서울, 부산, 제주 등을 비롯해미국, 인도, 호주, 아프리카, 영국, 그리스,아이슬란드, 이스라엘, 스위스 등등 그야말로 전 세계 방방곡곡이 모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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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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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spring6

2014.07.31

저도 사진을 찍으시는 기법이 늘 궁금했는데 새로운 책이 나왔는줄 몰랐네요. 읽어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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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

2014.07.30

여행을 하면서 쓴 시들이 많더라고요 시를 쓰는데 큰 도움이 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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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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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196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좋은 사람들」,「그날엔」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 『바다는 잘 있습니다』 등과 여행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가 있으며, 제11회 현대시학 작품상, 발견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순서대로 적어내려가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가 실수처럼 그 길로 접어들었다. 스무 살, 카메라의 묘한 생김새에 끌려 중고카메라를 샀고 그 후로 간혹 사진적인 삶을 산다. 사람 속에 있는 것, 그 사람의 냄새를 참지 못하여 자주 먼 길을 떠나며 오래지 않아 돌아와 사람 속에 있다. 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진실이 존재하므로 달라지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전기의 힘으로 작동하는 사물에 죽도록 약하며 한번 몸속에 들어온 지방이 빠져나가지 않는 체질로 인해 자주 굶으며 또한 폭식한다. 술 마시지 않는 사람과는 친해지지 않는다. 시간을 바라볼 줄 아는 나이가 되었으며 정상적이지 못한 기분에 수문을 열어줘야 할 땐 속도, 초콜릿, 이어폰 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방적인 것은 도저히 참지 못하나 간혹 당신에게 일방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