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음악을 다루는 필자에게 있어서도 첫경험이었다. 동시대의 제이팝이 이 정도의 파급력을 일으키는 모습을 목격한 것은. 라이센스 앨범 초판의 품절, 예매만으로 매진된 티켓 등 어느 정도 열기의 조짐이 보이긴 했지만, 이날 보여준 한국 팬들의 환호성은 예상했던 데시벨을 한참 웃돌고 있었다. 흠잡을 곳 없는 밴드의 퍼포먼스와 이에 화답하듯 아낌없는 성원과 합창을 보여준 관객들 간의 교감. 그것은 분명 오랜 기다림에 대해 찍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종지부였다. 더할 나위 없이 만족했다는 관계자들의 전언과 공식 사이트에 올라온 멤버들의 메시지까지. 공연 다음날, 그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만난 이 일본의 록스타는 차분하게, 또 친절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타케다 유스케는 개인 일정 상 인터뷰에 참여하지 못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어제 공연 얘기부터 시작하고 싶은데요. 굉장히 뜨거웠는데요. 어제 어떠셨나요?
노다 요지로(이하 노다) : 해외에서 라이브 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어떻게 될지 상상은 하지 못했어요. 어쨌든 압도당한 기분이었습니다.
쿠와하라씨는 한국어 굉장히 잘하시던데요. 어디서 배우신 건가요?
쿠와하라 아키라(이하 쿠와하라) : 한국 친구로부터 배웠어요. 한번 일본에서(어학원 같은 곳으로) 배우러 간 적도 있어요.
첫 아시아투어인데요. 어떤 계기에서 기획하게 되셨나요?
노다 :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시기가 좋기도 했고... 조금씩 한국 분들이 저희 음악을 듣고 있다는 소식은 전부터 접하고 있었는데요. 사실 어느 정도 저희들을 알고 계실지 예상하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공연 와서 굉장히 놀랐습니다. 이 정도의 분들이 듣고 계시는 줄은 몰랐거든요.
일종의 모험이었네요.
노다 : 대모험이었습니다.(웃음)
어제 관객 중에 10대 여학생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저희가 예상하기로는 20대, 대학생 이상의 팬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전원 : (웃음)
야마구치 사토시(이하 야마구치) : 저희들도 놀랐어요.
노다 : 공연 할 때는 잘 몰랐는데, 그랬나요? 나 몰랐어.(웃음)
쿠와하라 : 거꾸로 묻고 싶은 게, 지금 한국의 젊은 세대 중에 일본 음악에 대해 특별히 흥미를 가지고 있는 세대가 있나요?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노다 : 그럼 어떤 음악이 인기가 있죠?
역시 아이돌이죠. 10대들에게는.
노다 : 그렇군요. 지금 일본에서도 투어를 하고 있는데요. 저희도 놀란 게 관객 중에 2, 30대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반 이상이 10대였거든요. 일본에 있는 동안에도 그렇고 이번 투어에서도 젊은 세대가 많아서 왜 그럴까 하며 좀 놀랐어요. 새로운 세대가 저희 음악을 계속해서 들어주고 있다는 것은 역시 기쁘네요.
앨범 이야기로 들어가 보죠. 신작의 테마는 무엇인가요?
노다 : 주제를 특별히 정하고 진행한 건 아니었어요. 굉장히 빠른 속도로 곡을 만들어서. 1년 반 정도 걸렸는데요. 창조적인 발상이 멈추질 않아서. 아 이런 것도 하고 싶고 저런 것도 하고 싶어. 이런 느낌이었어요.
이미 6장이나 앨범이 나온 상태라 아이디어가 고갈될 만도 한데, 아직도 창작력이 계속 샘솟으시나요?
노다 : 앨범마다 접근법이 달라서요. 3년에 걸쳐 만든 탓에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싶은 것도 있고, 반면에 한 번에 만들어지는 곡도 있고요. 굉장히 고통스럽게 완성한 노래가 있는 반면 만들자마자 바로 발표한 노래도 있어요. 아마 10년 동안 같이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체계가 잘 잡히지 않았나 싶네요.
이번 앨범 중 가장 힘들게 완성한 곡이 있다면요.
야마구치 : (한참 생각한 후) 「實況中繼(실황중계)」 같아요. 처음 아이디어로부터 발전시키는 게 굉장히 오래 걸렸었잖아.
노다 : 음, 그런 거 같네. 3년 반인가 4년 걸렸어요. 가사가 이야기이기도 했고, 그 이야기성과 음악이라는, 약 3분에서 4분 정도 되는 시간을 결합시켜 하나의 곡으로서 두 가지가 양립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고 생각했어요. 하나의 이야기로서도 완성시키고 싶고, 하나의 음악으로서 가사를 신경 쓰지 않고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가사 완성에도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어요.
노다 : 그러네요. 쓰기 시작해버리면 괜찮은데요. 신이 있고, 부처가 있고 이런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었는데 어떻게 끝날지 상상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반 년 정도 머릿속에 그냥 내버려 뒀어요. 그러다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이 있었을 때 어떻게든 답을 내릴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 혼란스러움을 아무렇게나 한 번 써보고 싶어졌고, 그러다 좋은 방향성이 나와서 완성시킬 수 있었습니다.
뮤직비디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각적으로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더라고요.
노다 : 기쁘네요.
쿠와하라 : 10명 정도의 후보가 있었어요. 모두 다른 환경에서 각자 체크를 했는데요. 전원 일치하는 쪽으로 정했죠. 실제로 만나보고 나서 이 사람 굉장한 것 만들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노다 : 새롭고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사람과 만나기 때문에 저희가 꼭 묻는 것이,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게 뭐냐는 거예요. 해보고 싶었는데 거절당했다던가 하는 게 있으면 우리들과의 작업에서 나타내주기를 바랐죠. 메이저 필드에서 일을 하는 이상,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상업적인데서 살아남지 못하거나 서투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했어요. 머리가 이상한 사람이라든지(웃음), 좀 재미있는 사람들이요.
연주 측면에서 좀 더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요?
야마구치 : 리듬 면에서 말하자면, 실제 드럼 소리와 먼저 컴퓨터로 만들어 놓은 리듬 루프 음원을 동시에 나열한 곡도 있는데요. 이번 앨범에서 처음으로 도전해 본 거예요. 두 개의 리듬이 확실히 하나로서 들리도록, 하나의 밴드 안에서 성립될 수 있도록 말이죠. 즐거운 도전이었어요.
쿠와하라 : 기타, 베이스, 드럼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를 넣어보기도 하고, 멤버 전원이 프로툴을 배워서 데이터를 집에서 작업해 스튜디오에 가지고 가서 사용하거나 했어요.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방식이었지요. 베이스로 기초 작업을 한 음원을 서로 보내 작업하거나, 리허설 스튜디오에서 모두 함께 연습 하면서 만든 곡도 있고요.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다른 악기를 넣은 게 여태까지와는 달랐던 점인 것 같습니다.
말씀하셨듯이 작업을 위해 프로툴을 배웠는데, 어떤 도움이 되셨나요?
쿠와하라 : (노다) 요지로가 원래 프로툴을 활용해서 곡을 만들고 있었어요. 하지만 기껏해야 거기에 기타를 넣는다든지, 혹은 요지로의 기타가 들어있으면 그걸 빼거나 하는 정도였어요. 이번에는 전부 (프로툴을) 다룰 수 있게 되었으니까, 기타를 없애고 자기 기타를 넣는다든지, 드럼도 마찬가지로. 그런 점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됐어요.
노다 :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아무래도 스튜디오에서만 몇 시간이고 작업을 해도 진전이 없으면 솔직히 정신적으로 한계가 왔었어요. 그런데 스튜디오가 아닌 곳에서도 멤버 각자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타이밍에 자신의 방법으로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사실 잘못 생각하기 쉬운 게, 기술적으로 굉장한 걸 할 수 있게 된 건 아니에요. 단순히 자기가 넣고 싶은 소리를 넣을 수 있게 된 정도죠.
가사를 좋아해서 팬이 된 사람들이 많아요. 표현이나 스토리가 발군인데,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노다 : 매일 살아가면서 듣는 언어가 가사가 되는 거 같아요. 음.. 책을 잘 읽는 편도 아니고.. 좋아하는 작가라고 해도 모리 히로시(森 博嗣, 1996년 데뷔하여 그해 제 1회 메피스토 상을 수상했음) 정도.. 언어나 말을 좋아해요. 말로 인한 발상 같은 거요. 좋아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이 생길 때 느끼는 감정의 구조는 어디서 오는 걸까 같은 걸 생각합니다. 제가 워낙 깐깐해서 싸우면 그 끝을 보는 성격인데, 멤버들은 힘들겠지만 이로 인해 제 자신은 몇십 킬로미터 앞을 더 바라볼 수 있죠. 다른 사람들이 멈추는 곳에서 저는 멈추지 않기 때문에 그런 가사가 나오지 않나 싶어요.
초기와 달리 가사가 애매하고 이해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노다 : 저 자체는 전혀 그런 의식이 없어요. 계속 똑같은 것만 할 수 없다는 성격이에요. 항상 그 순간순간 느끼는 가장 자연스러운 발상이나 취향이 가사가 되죠. 지금까지 써온 노랫말을 좀 깐깐하게 보자면 항상 같은 말만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살아가는 기간 동안 느끼는 것들을 찾아서 쓰고 있습니다.
어느덧 2000년대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밴드가 되었습니다. 그런 입장에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들, 그 양쪽을 어떻게 조정해가고 있는지요. 다시 말해 본인들은 하고 싶은 것만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요?
노다 : 네. 말할 수 있네요. 그것이 저희 존재 의의니까요. 이상할 정도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있어요. 사실 일본 밴드 중에서도 그렇지 않은 밴드들이 많아요. 저희들은 어떤 곡을 만들어라, 어떤 식으로 해라라는 식의 말을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요. 오히려 저희가 외롭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아무도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해올 수 있었던 건 저희를 지켜주신 분들이 계신 덕분이죠. 젊은 세대 밴드들도 많아지고 있는데, 음악이 좋은데도 돈이 되지 않아 계약이 끊기는 팀들도 많아요. 적어도 저희는 우리의 음악을 하면 된다는 느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원 오크 록(ONE OK ROCK)이나 사카낙션(サカナクション) 같은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밴드가 록의 부흥을 이끌고 있긴 하지만, 반면에 최근 일본의 록이 무게감을 잃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몸 담아온 신의 일원으로서 요즘의 일본 록 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보시나요?
노다 : 요즘 좋은 밴드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다들 기술도 가지고 있고, 인터넷이 있으니까 다양한 음악들을 들어오면서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었을 거예요. 다들 근면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활동하고 있어요. 자주 라이브하우스에 가는데, 그 중에는 정말 뛰어나다, 저 정도면 아레나에서 공연해도 될 텐데하고 생각할 정도의 팀들도 많습니다. 이런 밴드들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졌으면 좋겠고요. 지금부터가 승부라고 생각해요. TV에 나오는 이들이 주류를 점하고 있어 쉽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듣는 사람이 귀를 크게 열고 이런 팀들을 찾아낼 수 있는 후각을 길러줬으면 해요. 그 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더 즐거운 나라가 될 것 같아요.
영향 받은 뮤지션이라던가, 아니면 추천하고 싶은 일본 뮤지션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노다 : 선배들은 엄청 많고요. 앞에서 이야기한 요즘 밴드들도 괜찮나요? 플렌티(plenty), 키노코테이코쿠(きのこ帝?), 파스피에(パスピエ) 추천 드리고 싶어요.
이번 앨범 구성하면서 아쉬웠던 점, 그리고 기회가 온다면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야마구치 : 아쉬운 점이라(웃음). 아쉽다고 하긴 좀 그렇고요. 앨범이라는 패키지를 정리할 때에는 아무래도 곡이 좀 더 많아요. 20여곡 정도. 거기서 10여곡을 고르는 건데, 선택되지 않은 곡 중에서도 좋은 곡들이 많기 때문에 이걸 들려줄 수 있는 타이밍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싱글이나 다음 앨범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거의 다 완성된 곡들도 있고 멤버들끼리의 반응도 무척 좋았거든요.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어떻게 자신의 음악들을 들어주었으면 하는지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쿠와하라 : 어제의 라이브 하기 전에 함성을 들으니 청량하다고 할까 열정이 느껴져서 텐션이 올라갔어요. 좀 더 빨리 올걸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진짜 즐거웠어요. 다시 꼭 오고 싶습니다.
노다 : 라이브 행복했어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행복했고요. 이렇게 한발자국 가까이 온 것만으로도 굉장히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공연을 하면서 기재에 조금 문제가 있었어요. 그 부분이 마음에 좀 남아있는데, 그래서 꼭 돌아오고 싶어요. 특히 이 경험이 우리가 만들 음악에도 반드시 영향을 미칠 거예요. 만들면서 '아, 한국 라이브에서 (이 곡을) 하면 엄청 즐겁겠지' 분명 그런 풍경을 틀림없이 떠올리며 라이브를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 같이 노래 불러주겠지 하고요. 정말정말 감사했습니다. 큰 사랑 감사드립니다.
야마구치 : 저도 어제 라이브 굉장히 놀랐달까, 감동했습니다. 한국에서 티켓이 매진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뭔가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 와서 직접 보니까 진짜 일어나고 있는 일이구나 라는 걸 직감하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여태까지 한국의 팬들을 의식하지 않고 활동하는 동안 이 곳에서도 우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기뻤고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살아갈 것 같습니다.
야마구치상이 잘 정리해주셨네요.
야마구치 : 앗, 그랬나요.(전원 웃음)
인터뷰 : 조아름, 황선업
통역 : 윤보배
정리 : 황선업
글/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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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