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로 “현인을 만나고 싶다면, 책을 펴자”
연구실의 한 벽면 가득히, 집에는 서재의 한 벽면 가득히 책이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 자리를 못 잡은 책들이 바닥에 쌓여있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책 늘어놓기는 내 방식의 ‘인테리어’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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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한가할 때 하는 것보다, 바쁠 때 시간을 내서 하는 독서가 더 집중력이 높고 알찹니다. 시간이 많이 주어지면 오히려 책 읽는 시간의 소중함이 좀 덜해져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연구실의 한 벽면 가득히, 집에는 서재의 한 벽면 가득히 책이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 자리를 못 잡은 책들이 바닥에 쌓여있고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책 늘어놓기는 내 방식의 ‘인테리어’죠. 이렇게 해놓으면 식구들이 집에 늘어놓은 책들을 무심히 들추곤 합니다. 거실의 전면과 후면을 책장으로 인테리어를 하는 계획을 세웠죠. 아내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아직 실현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책장이 중심 콘셉트가 되는 인테리어를 해볼 참입니다.

컴퓨터 공학 전공인 필자는 강의 준비 시간에 책장에 있는 책들 중에 아무거나 불쑥 꺼내 들추는 습관이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거기서 전공 강의 시간에 꺼낼 화두가 생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자료구조의 Abstraction(추상화)에 대해 강의할 즈음에 피카소를 읽고는 사람의 사고가 추상화 되어가는 과정과 자료의 추상화가 은유적으로 연결되어 강의 내용이 더 풍성해지는 식이죠.

한 권의 양서는 한 사람의 현인을 열 번 만나야 배울 수 있는 것만큼의 지식과 통찰을 한 나절에 제공합니다. 현인의 말을 자르고 자기가 필요한 것만 골라 들을 수도 있죠. 책이 아니면 어떻게 1년에 몇 백 명의 현인을 만날 수 있을까요?

이번에 『메트릭 스튜디오』라는 주식투자 교양서를 펴냈습니다. 컴퓨터공학자가 주식에 관한 책을 쓰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들 생각하시지만, 사실은 저의 전공(컴퓨터 알고리즘과 최적화)이 이 주제를 만지기 가장 유리한 전공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하지만 대부분이 투자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투자경력을 마무리합니다. 계량적 마인드를 통해 건강한 투자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은 바람으로 책을 썼습니다. 

 

 

명사의 추천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찰스 다윈 저/최재천 감수/권혜련 등역 | 샘터

다윈의 저작 중에는 “종의 기원”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비글호 여행기”는 다윈 사상의 모태가 되는 경험을 하게 해준 여행의 기록이다. 해군 측량선 비글호에 박물학자 자격으로 승선해서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하는 생물과 환경들을 정리하게 된다. 다윈이 직접 한 스케치도 볼 거리다. 이 책은 전설의 다윈이 아닌 무명 과학자 다윈을 관찰하고 이후 30여년간에 걸친 그의 무서운 성장의 배경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전공에 관계없이 좋은 과학자나 공학자가 일을 하는 프로세스에 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정리된 형태의 이론서와는 달리 이런 종류의 생생한 기록은 작가와 더 친숙해지게 해준다.

 

 

장기투자 바이블

제러미 시겔 저/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컨설팅본부,미래에셋생명 재무컨설팅본부 공역 | 김&정

일반 시민이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면 거창한 정치경제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잔고를 관리할 수 있는 미시적 투자 지식부터 먼저 갖는 것이 순서다. 주식 투자를 한다면 적어도 이 책 정도는 읽고 시작하면 좋겠다고 권할 만한 몇몇 책 중의 하나다. 주먹구구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계량적 접근의 진가를 느끼게 해주는 제레미 시겔의 역작이다. 공학자이지만 투자 비즈니스도 겸하고 있는 내가 최근에 “메트릭 스튜디오”라는 책을 쓰도록 동기를 제공한 책 중의 하나다. 시장의 근본적인 큰 메커니즘을 알게 해준다.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미셸 루트번스타인 공저/박종성 역 | 에코의서재

사고의 추상화에 대해 한 차원 높은 관점을 제공하는 책이다. 저자는 예술, 물리, 수학, 음악 등을 넘나들며 창조성의 근원에 대해 의견을 전개한다. 나는 이 책을 여러 권 사서 내가 만나는 친구들이나 내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드리곤 했을 정도로 내가 읽은 책 중 최고의 명저로 꼽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이 책의 제 1 관심사인 창조성보다 생각의 추상화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얻고 느꼈다. .

 

 

털 없는 원숭이

데즈먼드 모리스 저/김석희 역 | 문예춘추사

우리는 우리 종족인 인간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생각에 통쾌한 일격을 가한다. 인간이 고등동물이란 흔한 말을 진심으로 느끼게 된다. 인간의 군집 활동, 종교적 활동 등을 생물학적 기원에 의해 설명하는 부분은 기가 막힌다. 조그만 책으로 여행갈 때 들고 가서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생각이 유연해지는 여행이라는 행위와도 어울리는 책이다.

 

 

 

인간 본성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 저/이한음 역 | 사이언스북스

사회생물학의 대부인 에드워드 윌슨의 역작이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생물학적 기원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문학적이기도 하고 철학적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윌슨은 그의 박학다식함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는데 이 책으로 퓰리처상까지 수상했다. 집단생물학과 진화의 위력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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