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동화책 - 박완서 『보시니 참 좋았다』
박완서의 『보시니 참 좋았다』가 정확히 10년 전 베스트 셀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우리들의 마음에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망치를 내리쳐 불필요한 찌꺼기들을 모두 쓸어버리니 말이다. 작가 박완서가 가지는 그 부드러운 힘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는 책이다.
글ㆍ사진 유가영(예스24 대학생 리포터)
201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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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예스24 대학생 리포터들이 ‘10년 전 베스트셀러’라는 제목으로

2004년 큰 인기를 모았던 책들을 소개합니다. 매주 수요일 연재.

 

“이 짧은 이야기들은 1970년대 말 청소년들과 젊은 엄마들을 주 독자층으로 겨냥하고 쓴 글들 중의 일부이다.

출구라고는 보이지 않는 답답하고 어둡던 유신시절 나는 나도 제어할 수 없는 이상한 열정으로 보문동 오래된

한옥 안방에 밥상을 들여놓고 책 한 권 분량의 원고지를 메꿨다. 연재가 아닌 전작으로 책 한 권을 쓰기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보시니 참 좋았다』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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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04년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박완서의 동화집 『보시니 참 좋았다』가 출판사 이가서에서 출간됐다. 동화집 『보시니 참 좋았다』는 작가 박완서와 매우 닮았다. 박완서는 늦깎이 작가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오던 날들을 뒤로하고 마흔이라는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인생 2막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의 동화집 『보시니 참 좋았다』는 사실 1979년 샘터사에서 먼저 출간되었다. 그 후 몇 번의 변화를 거쳐 2004년 이가서에서 재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책으로서의 인생 2막, 아니 서생(書生) 2막을 다시 열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이가서에서 출간된 책엔 박완서 자신이 가장 아낀다는 「다이아몬드」도 포함되어 있어 박완서의 동화 세계를 살펴볼 좋은 기회가 된다.

 

어린이가 읽는 동화라고 하기엔 조금은 섬뜩한


보시니 참 좋았다』는 박완서가 작가의 말에 언급했던 것처럼 청소년과 젊은 엄마들을 위해 쓴 동화책이다. 동화(童話)란 문자 그대로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어린이들이 가지는 순수함이 동화 안엔 담겨 있다. 아직 미성숙하지만, 그렇기에 지혜가 자라갈 공간이 무궁무진한 그 존재들을 위해 동화는 존재한다. 근래 동화라는 이름으로 참 많은 작품들이 나왔다. 그런데 어른들을 위한 동화 혹은 다시 읽는 동화 등 어린이가 독자가 아닌 동화들 중 인기를 끈 책들도 많이 있다. 박완서의 『보시니 참 좋았다』도 그 중 하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야말로 동화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산과 나무를 위한 사랑법」 이나, 옛이야기 자린고비에서 모티프를 따온 「굴비 한 번 쳐다보고」 등은 우리에게 중요하긴 하지만 심오해 보이지는 않는 교훈을 준다. 그런데 계속해서 책을 읽다 보면 동화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내용들도 나온다. 화가인 남편의 예술혼을 위해 자신의 피를 물감에 섞었던 가난한 아내 이야기를 담은 「쟁이들만 사는 동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다이아몬드 세공에 시간을 쏟다 어느새 늙어버린 젊은이의 이야기를 담은 「다이아몬드」 등은 어쩐지 어린이가 읽는 동화라고 하기엔 조금은 섬뜩하기도 하고 찝찝한 마음도 감출 수가 없다.

 

과연 아내나 엄마로서의 박완서가 아닌, 작가로서의 박완서가 그 자신도 알 수 없고 주체할 수 없는 열정으로 원고지를 메운 글자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2004년도의 독자들은 이 책에서 무엇을 읽었기에 책과 작가에게 뜨거운 사랑을 보냈던 것일까.

 

이제는 그러한 물음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책의 첫 페이지를 열어본다. 제목도 희한한 「찌랍디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찌랍디다」는 과거 조선 시대 조혼풍습을 소재로 하여 아직 철없는 어린 신랑에게 시집간 현명한 신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후에 이어지는 「보시니 참 좋았다」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한 신부님의 도움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총 8편의 단편들이 일제히 고개를 향하는 곳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다. 박완서의 시선은 줄기차게 약자들을 향해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낸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공교롭게도 첫 작품 「찌랍디다」와 마지막 작품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이다.

 

특히 「찌랍디다」에서는 당시 조혼풍습과 남녀 차별의 문제를 조금씩 건드리며 재치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너무나도 어려서 첫날밤 그만 바지에 실수해버린 철없는 신랑과 이를 슬기롭게 잘 대처한 현명한 신부가 나온다. 그런데 이 똑똑한 신부는 황당한 사건을 잘 넘길 뿐 아니라 사돈 가문이 자신의 가문을 얕보지 못하게 하는 기회로 역이용하기까지 한다. 남녀평등이 실현되어 가고 있다는 지금 사회에도 여전히 유리 천장과 같은 보이지 않는 차별은 존재한다. 하물며 조선 시대는 어떠했고 작가 박완서가 태어났을 당시에는 어떠했으랴. 아마 여성으로서 자신이 느꼈던 어려움과 사회적 약자로서 겪어야 했던 경험들에서 이 이야기는 탄생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또 앞으로 하게 될 모든 여성들에게 바치는 위트 넘치는 위로로 다가온다.

 

정작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볼 수 없다


또 한가지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은 젊은 엄마, 특히 임신 중인 산모들을 위한 태교 동화다. 하지만 단순히 태교를 위한 이야기라고 넘기기엔 그 울림이 상당히 크다. 어느 날 내 안으로 들어온 조그마한, 아직은 볼 수도 없는 하나의 생명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는지 그 커다란 힘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엄마로 하여금 주머니가 가벼워질지라도 마음은 풍족하게 하고, 아빠로 하여금 삶의 부조리와 그럼에도 아직 남아있는 희망을 발견하게 하고, 할머니로 하여금 이제는 닳아버린 삶의 열정과 설렘을 다시 느끼게 한 생명. 아직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분명히 살아 있는 그 존재는 우리에게 눈에 보이는 돈보다, 물질보다, 삶의 고역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강조한다.

 

다 커버린 어른들은 이따금 눈에 보이지 않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것을 더 신봉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볼 수 없다. 대신 마음으로 보아야만 한다. 사랑, 믿음, 관심, 위로, 공감과 같은 것들은 절대 숫자로 잴 수 없고 글로 남길 수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돈이나 물질과 같은 것들로 사랑이나 믿음을 대신하려 한다. 하지만 소설 속 이 너무나도 행복한 가족은 오히려 사랑이나 믿음으로 물질을 대신한다. 아직 세상 밖으로 채 나오지도 못한 가장 조그마한 존재가 가장 큰 변화를 이끌어 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역설인가.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도 쉽사리 덮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분명 너무나도 단순하고 아무런 수식이 없는 말투로 진심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동안 잊고 지냈던 무엇인가에 대한 회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아이의 할머니와 같다. 그 동안 너무나도 많은 빨강을 보아 왔기에 더 이상 빨강에 대한 어떤 설렘이나 감각도 느낄 수 없던 노인. 지금의 우리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노인인 것이 아닐까. 더이상 세상 그 무엇에도 관심과 설렘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반복해 살아나갈 뿐인 존재들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할머니가 잉태된 한 생명으로 인해 삶의 생기를 되찾았던 것처럼, 우리들도 이 작은 동화책 하나로 인해 잃었던 꿈과 두근거림을 되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 될까.

 

박완서의 『보시니 참 좋았다』가 정확히 10년 전 베스트 셀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우리들의 마음에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망치를 내리쳐 불필요한 찌꺼기들을 모두 쓸어버리니 말이다. 작가 박완서가 가지는 그 부드러운 힘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는 책이다.

 

하지만 단지 내용이나 주제적인 면 때문에만 이 소설을 집어선 안 될 것이다. 아무리 어린아이들을 위한 동화지만, 작가로서의 열정을 주체 못 해 쓴 글인 만큼 문장의 맛도 탁월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이아몬드」 에서 원석 다이아몬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세상의 어느 다이아몬드 광고 문구보다도 더 다이아몬드를 아름답게 그린다.

 

이제 그는 우리 곁에 없지만 그가 남긴 책들은 여전히 너무나도 많은 곳에서 숨 쉬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남겨진 가장 값진 선물일 것이다. 박완서는 참 따뜻한 작가였다. 그의 시선은 항상 약자와 어려운 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에게 향했으며, 그의 말투는 항상 사랑의 말이자 위로의 말이었다. ‘힐링 열풍’이 오히려 더 버겁게 다가오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그의 글이 그리워지는 이유다.

 

이 세상의 돌 중에서 가장 비싼 돌, 가장 아름다운 돌, 아무리 써도 닳거나 흠나지 않는 것, 영원히 변치 않는 것,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서 가장 단단한 것, 그래서 아마 태초의 혼돈에서 지구를 태어나게 한 것 같은 무서운 에너지가 천지간에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힘센 것의 정精 만을 모아 똘똘 뭉쳐 지구의 깊은 주름살 갈피에 숨겨 놓았음직한 신비의 결정체, 아무에게도 정복되어 본 적이 없는 오만불손한 것, 물체의 단단함과 무른 정도를 나타낼 때 쓰이는 경도가 10이니 이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물체도 그것을 흠내거나 닳게 할 수 없다는 최고의 경도요, 그 다음으로 단단한 돌로 꼽히는 루비(경도9)의 실로 20에 맞먹을 정도로, 그래서 어던 물질도 그에게 흠집을 입힐 수 없을 뿐더러 아무리 긴긴 세월도 그를 늙거나 시들게 할 수 없어 영원히 청춘을 구가할 수 있는 돌……. 그 돌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예, 맞았습니다. 그 돌의 이름은 바로 다이아몬드입니다. -『보시니 참 좋았다』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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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니 참 좋았다 박완서 저 / 김점선 그림| 이가서
작가는 여덟 편의 이야기를 통해 살아가면서 사람에게 중요한 것들은 사물의 숨어 있는 비밀을 깨닫는 것. 그리고 그 비밀을 깨닫기 위해서는 절대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인간의 꿈이며, 꿈이 사람과 사물의 비밀을 하나하나 열어갈 수 있다는 인생의 이치를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세월의 더께가 두터워져도, 사람의 진실과 만나는 것, 생의 참다운 가치와 만나는 것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이야기들은 한편한편 묵직한 주제와 교훈, 삶의 철학을 담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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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세대와 장르를 넘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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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보시니 참 좋았다 #동화책 #동화 #다이아몬드 #찌랍디다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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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0417

2014.04.02

정작중요한것은 눈으로는 볼수없다는말이 정말 와닿네요. 박완서작가가 동화집도 내셨을주는 몰랐어요 읽고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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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티

2014.04.02

객관적인 시선으로 요목조목 잘썼네요^^ 한번 읽어봐야 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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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영(예스24 대학생 리포터)

if you want to be happy,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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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경기도 개풍(현 황해북도 개풍군) 출생으로,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이주했다. 1944년 숙명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교사였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 한말숙과 동창이다. 1950년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게 되었다.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없는 기억이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이제는 배부른 돼지로 살겠다`던 다짐을 뒤로 하고 여덟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후 그의 가족은 남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게 되는 등 심각한 가난을 겪는다. 그후 미8군의 PX 초상화부에 취직하여 일하다가 그곳에서 박수근 화백을 알게 된다. 1953년 직장에서 만난 호영진과 결혼하고 살림에 묻혀 지내다가 훗날 1970년 불혹의 나이가 되던 해에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 이후 우리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까지 뼈아프게 드러내는 소설들을 발표하며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긋고 있다. 박완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적절한 서사적 리듬과 입체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다채로우면서도 품격 높은 문학적 결정체를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우리 문학사에서 그 유례가 없을 만큼 풍요로운 언어의 보고를 쌓아올리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그녀는 능란한 이야기꾼이자 뛰어난 풍속화가로서 시대의 거울 역할을 충실히 해왔을 뿐 아니라 삶의 비의를 향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구도자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한국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다룬 데뷔작 『나목』과 『목마른 계절』,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아저씨의 훈장』, 『겨울 나들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을 비롯하여 70년대 당시의 사회적 풍경을 그린 『도둑맞은 가난』,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까지 저자는 사회적 아픔에 주목하여 글을 썼다. 『살아있는 날의 시작』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작가는 행복한 결혼은 어떤 형태인가를 되묻게 하는 소설인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 점점 독특한 시각으로 여성문제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또 장편 『미망』,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에서는 개인사와 가족사를 치밀하게 조명하여 사회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배반의 여름』은 1975년 9월에서 1978년 9월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조그만 체험기」, 「흑과부黑寡婦」,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등에서 볼 수 있듯이 박완서가 그리는 모성의 힘은 실로 놀랍다. 성균관대에서 열린 ‘2006 호암상 수상자(예술상) 초청 강연회’에서 박완서는 이렇게 말했다. “내 문학의 뿌리는 어머니”라고. 박완서 특유의 수다스러움으로 풀어내는 모성의 힘은 힘센 것들만이 권력을 쥐고 판을 치는 현대산업사회에서 뒤로 처진 자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위무해준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는 1987년 1월에서 1994년 4월까지 발표되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가족의 죽음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네 개나 있는데 그중「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남편의 죽음을,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아들의 죽음을 담고 있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체로 되어 있는데 담담하게 이어가는 주인공의 목소리에서 가슴이 메어지는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저녁의 해후』에는 1984년 1월부터 1986년 8월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해산바가지」, 「애 보기가 쉽다고?」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여기에서 나타나는 하층민들의 인간애는 가진 자들의 야만성과 대비되어 더욱 빛을 발한다.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은 1979년 3월에서부터 1983년 8월까지 발표한 작품들을 수록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속물성과 위선이 난무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진다. 젊은 것들의 무관심과 조롱 속에서 외롭게 늙어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황혼」, 「천변풍경泉邊風景」과, 출세한 자들의 허위를 그린 「내가 놓친 화합(和合)」,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등이 그것이다. 『미망』은 조선조 말기에서 6ㆍ25 전쟁 직후까지 그 파란만장했던 시대를 한 개성 상인의 가족사를 통하여 재창조한 대하소설이다. 민족의 수난사와 더불어 고난과 격동의 시대를 험준한 산을 넘듯 숨가쁘게 살아온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박완서 소설 문체가 도달한 궁극적인 경지를 보여 주고 있다.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작가는 사람과 자연을 한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느낀 기쁨과 경탄, 감사와 애정을 담아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펴냈다. 「친절한 책읽기」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했던 글도 함께 실어 노작가의 연륜과 성찰이 돋보이는 글을 선보였다. 1993년부터 국제연합아동기금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1994년부터 공연윤리위원회 위원, 1988년부터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으로 한국문학작가상, 『엄마의 말뚝』으로 제5회 이상문학상, 『미망』으로 대한민국문학과 제3회 이상문학상, 『꿈꾸는 인큐베이터』로 제38회 현대문학상 등을 받았다. 2006년, 문화예술인으로서 처음이자 여성으로서도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평소 입버릇처럼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고백해왔던 그녀는 전쟁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경험으로 글을 써왔다. 여러 편의 장편소설과 수필집, 동화집을 발표하고, 2010년 8월 수필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마지막으로 2011년 1월 22일, 담낭암 투병 중 별세했다. 경기 구리시에는 '박완서 문학마을'이 조성될 예정이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2006년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타계 이후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그 외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저문 날의 삽화』,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기나긴 하루』,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한 길 사람 속』,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