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엄마와 함께 마시는 차인가?
이 책은 저자가 20여 년간 엄마와 가져온 찻자리에서 나눈 삶과 차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생에서 고민과 혼란 그리고 새로운 도전이 절실한 스물아홉 살이란 나이, 저자는 티 노트를 들춰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말 필요한 것과 내려놓을 것들 사이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해간다.
201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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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있어 가족이 함께, 무엇보다 엄마와 함께 마셨던 차(茶)는 가족 그 자체이며 지금의 “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을 다니기 전부터 지금까지 저는 매주 부모님과 함께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주마다 한 번 엄마와 둘이 만나 차를 마시는 시간이 더 많지만, 대학 때까지는 온 가족이 함께했었지요. 부모님께서는 커피를 못 드시고 저와 동생 역시 어렸기 때문에 가족이 모두 함께 마실 수 있는 음료는 차뿐이었어요. 반드시 매주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부모님께서 워낙 바쁘셔서 이렇게 시간을 내지 않으면 이야기할 시간이 많지 않았거든요.
저에게는 주말마다 부모님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저의 이런 마음을 알고 계셨기에 아무리 바빠도 제가 유학을 갔던 2년의 시간 이외에는 단 한 번도 그 약속을 어기신 적이 없었습니다. 특히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엄마와 이렇게 차를 마시는 시간은 더없이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됩니다. 엄마와 함께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고 부모와 자식으로,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인생 선배와 후배로 그리고 같은 여자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나누었던 수많은 대화는 부모님과 떨어져 있어도 늘 함께라는 안정감을 갖도록 했고, 제 스스로 저만의 시간을 관리해나가는 법까지 알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저에게 차는 생활 그 자체이며,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소중한 선물입니다.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다양한 차를 다양한 방식으로
처음에는 간단한 티백에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엄마의 유럽 유학 시절 함께 마셨던 각종 티백 음료들이 어찌 보면 저희 모녀의 티타임의 시작점이 아닐까 합니다. 티백으로 시작했던 조촐했던 티타임은 점차 한국 녹차나 일본차 그리고 중국차까지 섭렵하게 되며 폭넓게 변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저희 모녀의 티타임에서는 딱히 가리는 차나 선호하는 차가 있다기보다 다양한 차를 마시는 편입니다. 주로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차를 바꾸곤 하거든요. 예를 들면 아침에는 녹차 계열의 차를 마시며 정신을 깨우고, 저녁 무렵에는 흑차와 같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차를 택합니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훈연향이 살며시 올라오는 홍차를 떠올리고, 해가 뜨겁게 내리쬐는 날에는 안계차를 꺼냅니다. 이렇게 차를 마시다보면 보통 한자리에서 최소한 세 종류 이상의 차를 마시는데, 봉황단총과 무이암차는 엄마와 차를 마실 때 늘 빼놓지 않고 마시는 차입니다. 하여튼 엄마와 저는 다양한 차를 다양한 방식으로 마시기도 하는데, 때로는 중국식으로, 때로는 한국이나 일본식으로 또는 서양식으로 마시기도 하며, 커피 기구를 활용하거나 간편하게 우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엄마와의 티타임은 같은 차라고 하여도 늘 새롭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티타임은 약속
엄마와 딸이 차분히 앉아서 이야기할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집중력 때문에,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점점 바빠지는 스케줄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녀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더더욱 어려워지겠지요. 물론 저와 엄마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엄마와의 티타임이 계속 이어져올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을 약속이라 생각했고 그 생각이 습관으로 이어졌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처음에는 엄마 역시도 저를 위하여 일주일에 한 번 갖는 티타임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으로 생각하셨고, 저 역시도 엄마와의 약속이니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그 약속이 지루하거나 피하고 싶은 순간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저의 눈높이를 맞춰주기 위하여 엄마가 많은 노력을 하셨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릴 때는 저의 시선을 사로잡고 재미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아기자기하고 예쁜 티타임을 만들어주셨어요. 그리고 저와 이야기를 하시면서 단 한 번도 강압적으로 이야기를 한다거나 억지로 이야기를 꺼내려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단지 엄마와 마주 보고 앉아 제가 재미있게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지요. 그래서 저는 그 순간을 매우 편안하게 느끼고 즐거운 시간이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혼날 일이 있어도 차를 마실 때만큼은 혼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순간들이 쌓이다보니 어느새 저와 엄마에게 일주일에 한 번 함께 차를 마시는 것은 습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다음 주에 만나 차 마실 약속을 잡게 되고, 힘들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 그 자리에서 의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일주일에 한 번 약속을 정하여 그 시간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딸에게는 아기자기한 다구나 간식 등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며, 그보다 더 큰 딸에게는 그 자리가 엄마에게 훈계를 듣거나 지적을 받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같습니다. 때로는 하고 싶은 말을 참아야 하는 순간도 있고, 귀찮더라도 딸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딸이 커서 대학을 들어가고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는 딸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엄마를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지요. 그리고 이번에는 딸이 엄마의 눈높이에 맞춰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모녀의 티타임은 서로를 이해하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을 갖기 위해서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과 서로를 배려하고 그 자리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합니다.
차는 “쉼”
저에게 차는 “쉼”입니다. 그저 습관이었고, 당연한 존재였던 차는 어느 순간 당연함을 넘어 제 자신을 돌아보고 저를 가다듬을 수 있는 여유가 되었습니다.
하루는 너무 화가 나는 일이 있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친구가 그런 저의 속마음도 모르고 차 한잔만 마시자며 차를 우려달라고 조르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차를 우리기 위해 물을 끓이고 다구를 꺼내 차를 마시게 되었지요. 그때 저는, ‘도대체 이 상황에서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차를 마시며 웃고 떠들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차를 마시며 돌아보니 마음도 많이 안정이 되고 심지어 제 자신에 대한 반성도 되더군요. 내가 그렇게 화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도 그리고 나에게도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도 모두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는 바쁠수록, 기분이 들떠 있을수록 차를 마시려고 노력합니다. 차를 마시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지 않습니다. 10분이면 충분하죠. 그 10분의 시간 동안 차를 우려 마시다보면 바쁜 상황 속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생각해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고, 들떠 있는 마음을 차분히 다스릴 수 있게 됩니다.
저에게 차는 올바른 판단을 하고 하루를 행복한 마음으로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제 자신을 다스리는 존재이자 그런 여유로운 마음 그 자체입니다.
차에 대해 가장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것
평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차에 대한 강의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궁금해하시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차에 대한 이야기는 실제로 제가 받았던 질문들 중 가장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던 것들을 모아 정리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질문들을 꼽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차를 어느 정도 접해보신 분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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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주일에 한 번 티타임을 가져온 가족이 있다. 유년 시절 바쁜 부모님과 주말에만 만날 수 있었던 저자의 가족은 유일하게 주말의 티타임을 통해 가족 간의 사랑과 정을 나눠온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시간을 저자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현재까지 20여 년이 넘게 엄마와 딸의 티타임의 형태로 지속해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 책은 저자의 티 노트를 토대로 한다. 20여 년간 엄마와 가져온 찻자리에서 나눈 삶과 차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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