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창작력의 산물 - 킹크스(Kinks, The)
킹크스는 시류를 따르기 보다는 독자적인 노선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명반들이 쏟아지던 1967년에 발표된 이 앨범은 사실 그 당시 대중적으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킹크스의 디스코그래피 가운데에서도 눈에 띄는 앨범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앨범에서 느껴지는 그들만의 묘한 분위기는 앨범에 따라 붙는 명반이라는 칭호에 당위성을 부여하네요. 이번 주에 소개해드릴 앨범, 킹크스의 입니다.
2014.01.20
작게
크게
공유
킹크스(Kinks, The) (1967)
전작 는 그런대로 성공을 거둔다. 음반 발매 전후로 발표했던 싱글들, 「Dedicated followers of fashion」 이나 「Sunny afternoon」 과 같은 곡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고 앨범도 자국 차트에서 12위라는 위치에 이름을 새긴다. 이쯤에서 잠시 차트 기록에 대해 얘기한다면, 사실 이 작품 이후로 킹크스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이보다 높은 순위에 오른 음반은 없다. 그 뒤로는 10위권 언저리에도 오지 못 하고 음반서부터는 이름도 못 올린다. 혹여나 순위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 지금 언급할 음반 까지만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면 되겠다. 음반이 나온 해는 1967년. 알다시피 1967년은 기록적인 해다. 명반들이 쏟아져 나왔고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자리를 공고히 했다. 비틀스의 페퍼 상사가 이 때 출현했고 지미 헨드릭스와 도어스, 트래픽, 핑크 플로이드의 출발이 같은 해에 이뤄졌으며 를 내놓은 크림과 더 후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같은 해에 나온 는 눈에 잘 안 띄는 앨범이다. 당대에 이름을 날리던 수많은 마스터피스들과 비교해도 어딘가 모자라 보였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가치가 높아진 프랭크 자파나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작품들과 지금 나란히 해봐도 쉽사리 눈길을 끌지 못한다. 확실히 시류와는 동떨어진 음반이다. 그 무렵의 미국과 영국 밴드들처럼 사이키델릭의 물결을 탄 것도 아니었거니와 뉴욕 언더그라운드 신처럼 아주 유별난 음악을 한 것도 아니었다. 허나,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킹크스는 진작부터 독자의 노선을 구축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영국적인 색채를 기반으로 세밀한 사운드를 꾸려가기 시작했으며 스토리가 내재된 텍스트로 음악에 서사를 부여했다.
대중의 시선과는 관계없이, 절정으로 향해가는 레이 데이비스와 킹크스의 역량은 이 음반을 명반의 위치로 올려놓는다. 독특한 멜로디와 코러스로 시선을 잡아채는 「David Watts」 가 첫 트랙에 위치하며 앨범 전반에 기묘한 분위기를 깔아놓는 「Death of a clown」 와 「Two sisters」 가 음반의 색채를 정의한다. 이는 후반부의 「Lazy old sun」 과 「Afternoon tea」 도 마찬가지. 「Death of a clown」 과 함께 데이브 데이비스의 작곡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Love me till the sunshine」 역시 음반을 멋지게 빛내며, 세션으로 자주 킹크스와 작업했던 니키 홉킨스의 키보드 연주가 로킹한 「Situation vacant」 도 단연 꼽아야할 곡이다. 그러나 의외로 베스트 트랙은 마지막에 달렸다. 「End of the season」 의 음울한 공기를 묘하게 이어받는 「Waterloo sunset」 이 바로 그것. 배킹 보컬에서의 은근한 하모니와 데이브 데이비스의 기타 연주, 무심하면서도 약간은 적적히 워털루 역의 정경을 읊는 레이 데이비스의 목소리가 이루는 사운드는 작품 최고의 결과라 해도 손색이 없다.
사실 킹크스의 디스코그래피에서도 는 그 빛이 다소 약하다. 밴드의 변신을 선언한 가 바로 앞에 있고 색이 강한 두 콘셉트 음반 과 가 작품의 뒤를 바로 이어 완전히 끼인 모양새다. 다만, 시류의 형세나 흐름상의 맥락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것들이 종종 있지 않았던가. 대표적인 결과물을 하나 꼽자면 이 음반을 택해야겠다. 앨범은 창작력이 한창 빛나던 순간에 나온 작품이다. 1967년 많은 이들의 눈앞을 사로잡은 것은 사이키델리아의 휘황찬란한 빛깔들이었지만 채 보지 못한 수면 밑에도 화려한 환각만큼이나 아름다운 선율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킹크스는 그 중에서 한 지분을 큼지막하게 가져가고 있었다.
[추천 기사]
-왜 지금 셜록 홈즈인가?
-일본에 ‘스끼다시’는 없다
-죽일만한 사람만 골라 죽이는 살인범은 무죄?
-한지민 “30대 여배우의 고민, 다르지 않아요”
-거물급 스파이, ‘침저어’(沈底魚)를 찾아라!
전작
대중의 시선과는 관계없이, 절정으로 향해가는 레이 데이비스와 킹크스의 역량은 이 음반을 명반의 위치로 올려놓는다. 독특한 멜로디와 코러스로 시선을 잡아채는 「David Watts」 가 첫 트랙에 위치하며 앨범 전반에 기묘한 분위기를 깔아놓는 「Death of a clown」 와 「Two sisters」 가 음반의 색채를 정의한다. 이는 후반부의 「Lazy old sun」 과 「Afternoon tea」 도 마찬가지. 「Death of a clown」 과 함께 데이브 데이비스의 작곡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Love me till the sunshine」 역시 음반을 멋지게 빛내며, 세션으로 자주 킹크스와 작업했던 니키 홉킨스의 키보드 연주가 로킹한 「Situation vacant」 도 단연 꼽아야할 곡이다. 그러나 의외로 베스트 트랙은 마지막에 달렸다. 「End of the season」 의 음울한 공기를 묘하게 이어받는 「Waterloo sunset」 이 바로 그것. 배킹 보컬에서의 은근한 하모니와 데이브 데이비스의 기타 연주, 무심하면서도 약간은 적적히 워털루 역의 정경을 읊는 레이 데이비스의 목소리가 이루는 사운드는 작품 최고의 결과라 해도 손색이 없다.
사실 킹크스의 디스코그래피에서도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추천 기사]
-왜 지금 셜록 홈즈인가?
-일본에 ‘스끼다시’는 없다
-죽일만한 사람만 골라 죽이는 살인범은 무죄?
-한지민 “30대 여배우의 고민, 다르지 않아요”
-거물급 스파이, ‘침저어’(沈底魚)를 찾아라!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1개의 댓글
추천 상품
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simjinsim
2014.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