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 “목적어와 서술어는 되도록 가까운 게 좋다”
지난 10월 29일, <고종석의 한국어 글쓰기 강좌 STEP1>이 6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 동안 교재 『자유의 무늬』 를 읽고, 다시 쓰면서 수강생들은 꽤 바쁜 시간을 보냈다. 책 위에 그어진 빨간 줄만큼 글쓰기에 가까워졌을 거라 믿으며 마지막 시간을 지면에 옮겨본다.
글ㆍ사진 정연빈
201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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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강의는 ‘고종석과 함께하는 글쓰기 실전’이었다. 수업은 언제나처럼 『자유의 무늬』 를 수정하며 시작됐다. 고종석이 제일 먼저 당부한 것은 ‘-의’를 줄이라는 거였다. 그는 ‘파시즘의 바이러스가’를 ‘파시즘 바이러스가’로, ‘파시즘 백신으로서의 역할’을 ‘파시즘 백신 역할’로 바꾸었다. ‘정권하에서의’ 는 ‘정권 아래서의’로 고쳐 쓰는 게 더 한국어답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다음으로 신체 언어와 관련된 환유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책 속에 있는 문장 하나를 골랐다. ‘그것은 입장이라는 것이 혀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엉덩이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을 슬프게 드러낸다’ 라는 문장이었다. 여기서 ‘혀’는 사람이 하는 말을 뜻하고 ‘엉덩이’는 사회적 계급이나 조건 등을 지시한다. ‘환유’라는 말은 낯설지만 사실 일상생활 전반에서 널리 사용되는 표현법이다.

고종석은 지난 시간에도 언급했던 ‘-화하다’를 다시 강조했다. ‘-화시키다’나 ‘-화 되면서’는 ‘-화하다’로 쓰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조금씩 민주화 되면서’는 ‘조금씩 민주화하면서’로 고쳐 사용한다. ‘-되다’도 잘못된 말은 아니지만 ‘-하다’가 타동사의 역할을 충분히 하기 때문에 굳이 다른 표현을 쓸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이어 고종석은 ‘제1명사형 -로써’가 무겁게 느껴진다는 말을 하며 이럴 때 제1부사형으로 바꾸면 깔끔하고 가벼운 느낌을 준다고 했다. 덧붙여 ‘-함으로써’는 가급적 쓰지 않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 ‘삶 자체를 위협함으로써 진보주의의 부활을’은 ‘삶 자체를 위협해 진보주의의 부활을’로 고쳤다.

다음으로 「말」 이라는 글을 읽었다. 고종석은 이 글에 언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담겨있다며 꼼꼼하게 읽어 달라 말했다. 그는 한국어의 경어체계가 복잡하고 깊은 수준에서 민주주의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고 말했다. 물론, 중세어에 비해 단순화 된 것이지만 말이다. 높임법 중에 압존법을 조금 더 설명했다. 압존법은 문장의 주체가 청자보다 낮은 지위에 있을 때 사용하는 어법이다. 이를테면, 아이가 “할머니, 엄마 지금 집에 없어요.”하고 말하는 경우다.

그때, 수강생 하나가 본문에 나온 ‘계사’가 무엇인지 물었다. ‘계사’는 영어의 be동사를 떠올리면 되는데, 한국어나 러시아어는 바로 이 ‘계사’가 없는 언어다. 학교문법에서는 ‘-이다’를 서술격조사로 취급한다. 고종석은 현재 한국어의 모음체계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세기 전까지 한국에 있던 모음 ‘ㅚ’가 거의 사라지고 현재 대부분이 ‘ㅞ’로 발음한다. 풍부한 한국어 모음들이 합쳐지면서 빈약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ㅔ’와 ‘ㅐ’, ‘ㅞ’와 ‘ㅚ’ 는 이제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데 그는 이런 흐름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언어가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이야기는 채팅언어로 이어졌다. 흔히 한글날이면 채팅언어나 은어가 한국어를 오염시킨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고종석은 채팅언어나 SNS 방언이 한국어를 오염시킨다는 주장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사람들이 직접 쓰는 말이 살아있는 말이라며 문법과 국어학자의 판단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고 했다. 또 지금 생겨나는 말 중에 사라질 것도 있지만 표준어 안에 들어올 말도 많을 거라 했다.




계속해서 『자유의 무늬』 를 읽어나갔다. 말을 정확히 하려는 강박 때문에 사용하는 표현을 짚어보았는데, 이런 문장은 읽을 때 오히려 방해가 된다. 예를 들면 ‘온라인에서의 대화’나 ‘인터넷에서의 글쓰기’에서 ‘-에서의’는 불필요한 말다. ‘이점 가운데 하나는’도 ‘이점 하나는’으로 바꾸는 게 좋다. 단위를 나타내는 불완전 명사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몇 권의 책을’ 보다는 ‘책 몇 권을’로, ‘열세 편의 논설을’ 보다는 ‘논설 열세 편을’로 쓰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또 ‘참으로 많은’ 같이 수식이 겹칠 경우 꼭 필요하지 않다면 한쪽을 없애는 게 깔끔하다 말했고, ‘-로 하여금 -하게 한다‘는 글은 낡은 느낌이 나니 자제하라고 했다.

첫 시간부터 강조했던 ‘-적’, ‘-의’를 최대한 줄이라는 말도 다시 했다. 물론,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의’는 남겨두어야 한다.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를 포함한 제3세계의 작가들도’는 ‘-의’가 없으면 앞에 수식어들이 작가를 꾸며주는 말로 오해할 수 있으니 그대로 두는 편이 낫다. ‘-것에 대해’는 ‘-걸’로 간단히 사용하고,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는 ‘지식인으로서’ 만 써도 의미가 충분히 통한다.

수강생을 둘러보던 고종석은 문득,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모어가 무엇인지 물었다. 영어라는 말이 제일 먼저 들려왔지만 땡! 답은 베이징어, 스페인어, 영어 순이었다. 이는 셰익스피어가 살아있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당시 영어는 잉글랜드에서 쓰는 작은 언어였다. 노벨문학상에 대해 쓴 글을 함께 읽으며 고종석은 한국어로 번역된 『죄와 벌』이 있다면 이를 한국문학으로 보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텍스트를 짜고 있는 말이 한국어인데 러시아 문학으로 보는 게 이상하다는 거였다. 독특하지만 한편으로 이해가 가는 주장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노벨문학상을 받아도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주는 상이 과연 한국어에 큰 영애가 될까 하는 문제의식도 공유했다.

고종석은 한국어는 어순이 자유로운 언어이므로 필요에 따라 순서를 바꿀 수 있다 말했다. 목적어가 길 경우, 주어를 앞으로 빼지 말고 목적어 뒤로 보내면 의미가 명확하게 들어온다. 목적어와 서술어는 되도록 가까운 게 좋다.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쓰지 않게 된 언어는 많은 사람들이 쓰는 말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인문과학’이 그 예인데 이제는 대부분 사용하는 ‘인문학’으로 줄여 쓰는 게 좋다. 적합하지 않은 어휘가 사용된 경우도 있었다. ‘이따금 내 읽기의 변경을 넓혀보려는’ 이라는 표현은 ‘읽기의 영역을 넓히려는’ 으로 고쳐야 한다. 변경은 경계이므로 넓힐 수가 없다. 대신 ‘영역’으로 표현하면 자연스럽게 읽힌다. 변경을 그대로 쓰고 싶다면 ‘변경을 넘어보려는’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좋지 않은 표현이다.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게 좋지만 글을 쓰다 보면 앞뒤 문맥상 어쩔 수 없이 써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불구하고’를 빼고 ‘그럼에도’만 쓰는 게 좋다.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처음으로 가본 도시는 오사카였다’에서 ‘으로’는 지운다. ‘처음 가본 도시는 오사카였다’로도 충분히 말이 통하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한국인들과’에서 ‘-들’도 필요 없는 말이다.

‘한국 속의 외래적 요소’라는 말에서 ‘-의’와 ‘-적’을 골라낸 고종석은 잠시 ‘한국 속 외래 요소’ 에 대해 이야기했다. 흔히 서울과 도쿄가 비슷하다는 말을 하는데 그 이유는 일본에 들어온 서양적 요소, 즉 외래 요소가 서울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현대 한국어와 현대 일본어가 닮은 것 역시 ‘난학’ 이후 일본이 만든 한자의 영향 때문이다. 그 한자어는 일본에 들어온 유럽적인 것이 다시 한국에 들어온 경우다. 그는 요즘 세계에 공통적으로 퍼져있는 요소는 대부분 미국 것이라 말했다. 그는 어디에서나 맥도날드를 볼 수 있는 지구촌 풍경을 짚었다.




『자유의 무늬』 를 수정한 다음, 수강생들이 ‘가을’을 주제로 제출한 글을 살펴보았다. ‘고종석과 함께하는 실전 글쓰기’에 걸맞게 문장들을 조목조목 뜯어보는 시간이었다. 누가 썼는지 알 수 없는 글 속에서 다양한 예문들이 튀어나왔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는 문장은 ‘를’을 빼고 ‘나이 먹어가는 것을’로 쓰는 게 더 깔끔하다. ‘역시도’, ‘아마도’, ‘특히나’에서는 ‘도’와 ‘나’를 빼는 게 단정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나는 얕은 영어 지식을 가졌다’라는 문장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유럽어를 번역한 느낌이다. ‘나는 영어지식이 얕다’로 쓰는 게 더 한국어답다. 유럽어 ‘have'의 용법을 모두 ‘가지고 있다’로 쓰면 조금 어색하다. ‘나는 키가 크다’가 ‘나는 큰 키를 가지고 있다’보다 자연스럽다는 건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많은 수강생이 헷갈려 했던 부분은 ‘던’과 ‘든’이었다. 고종석은 이번 기회에 꼭 기억해두라면서 ‘던’은 과거를 회고할 때 쓰는 것이고, ‘든’은 선택에 쓴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에 있어서도 가을에 접어든 나이’라는 표현을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나이’로 간략하게 줄이고, ‘50%가량을 해고했다.’는 ‘직원들 반가량을 해고했다’로 수정해 더 한국어다운 문장을 만들었다. 이유를 나타내는 ‘-인지라’ 는 잘못된 한국어는 아니지만 옛날 말투라 낡은 느낌을 준다. 이어서 방언으로 쓴 글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설에서도 대화에 방언을 쓰기는 하지만 지문에 방언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학적인 글이 아닐 경우 방언으로 글을 쓰는 건 곤란한 경우가 많다.

고종석은 수강생의 글 중 문장을 ‘-다’로 끝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서 긍정적인 시도라고 말했다. 아직은 생경할지 몰라도 사실 우리가 쓰는 구어는 대부분 어미가 ‘-다’로 끝나지 않는다 말했다. 고종석은 생전에 ‘-다’로 끝나는 한국어를 혐오했던 이오덕 선생을 언급하면서 이 글의 미덕을 짚었다. 하지만 구어적 느낌이 많아 비소설적 산문일 때는 사용하기 어려운 문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도 이 글에서는 효과적으로 사용되었고, 격려할만한 실험이라 했다.

이어 ‘-었었다’ 같은 대과거에 대해 이야기했다.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다. 대신 과거를 쓰면 된다. ‘아르바이트를 했었다’는 ‘아르바이트를 했다’로 말이 통한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하는 경우도 많았다.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같지 않다는 뜻이고, 틀리다는 것은 그르거나 어긋나다의 의미다. 확실히 알고 쓸 필요가 있다.

글을 쓸 때 단락을 제대로 나누지 않은 수강생도 제법 있었다. 고종석은 단락은 생각의 무더기이기 때문에 단락을 제대로 나누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 수강생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쓰면서 ‘그니’라고 불렀는데, ‘그이’로 편하게 쓰는 편이 더 좋다고 권했다. 또 ‘최소 밤 열 시 이후’는 ‘열시가 넘어서야, 늦어도 밤 열시 이전에’로 바꾸는 게 훨씬 눈에 잘 들어온다고 말했다.

존칭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어머니는 어제 장에 가셨다’를 부정문으로 만들면 다음과 같은 경우가 나온다. 1)어머니는 어제 장에 가시지 않았다, 2)어머니는 어제 장에 가지 않으셨다, 3)어머니는 어제 장에 가시지 않으셨다. 이때, 올바른 것은 두 번째 문장이다. 존칭을 부정문으로 만들 때, 헷갈리는 것은 동사가 두 개일 경우다. 이 때 본동사는 원래대로 두고 보조용언으로 존칭을 표시한다. 감정을 지나치게 표출해 글의 격을 떨어트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 잘나고 잘나신 의사’ 같은 표현은 정당한 감정이라도 자제하는 게 좋다.

서정적이고 문학적인 글의 말미에 ‘기표’같은 추상적 단어를 쓴 글도 있었다. 관념적인 글이라면 상관없지만 글 전체의 분위기상 단어가 너무 튀기 때문에 다른 말로 대체하는 게 좋다. ‘띠다’와 ‘띄다’를 혼동하기도 했는데, ‘띠다’는 ‘색을 띠다’에 쓰는 말이고 ‘띄다’는 눈에 ‘뜨이다’를 의미한다. 두 개의 구를 나열할 때는 문장구조를 같게 하는 편이 안정감을 준다. 물론 의미 역시 쉽게 들어온다. 문장에서 역접이 연이어 반복되면 굉장히 어색하다. ‘그러나 나는 거기 갔지만’ 같은 문장에서는 ‘그러나’와 ‘-만’ 중 하나를 빼야 한다. 제1부사형인 ‘아’나 ‘어’가 나열되는 것도 좋지 않다. 하나를 빼거나 문장 구조를 바꾸는 게 좋다.

고종석은 ‘상경하다’라는 말에 대해 ‘정치적 올바름’의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 중심주의 표현은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다. 계속해서 쓰지 말았으면 하는 말들을 이야기했다. ‘닮아있다’는 말에는 일본어투가 느껴지기 때문에 ‘닮았다’는 표현이 좋다. 또 ‘나름’은 아직까지는 불완전한 명사이므로 ‘제 나름’, ‘그 나름’, ‘내 나름’, ‘자기 나름’, ‘제 할 나름’으로 쓰는 편이 더 격조 있어 보인다.

이렇게 수강생들의 글에서 길어낸 다양한 표현들을 고치는 것으로 ‘고종석의 한국어 강좌 STEP1’이 막을 내렸다. 고종석은 지금까지 함께한 수강생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특별한 인사 없이 수업을 마쳤다. 다음 주부터 개별 텍스트를 더 자세히 뜯어보는 시간, STEP2가 시작된다. 교재는 계속해서 『자유의 무늬』 를 사용하지만 더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될 것이다. 보다 꼼꼼한 현장 스케치를 전할 예정이니 온라인 수강생 여러분도 계속 함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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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 #한국어 글쓰기 #자유의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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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빈

북극곰이 되기를 꿈꾸며 세상을 거닐다.
어지러운 방에 돌아와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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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

간결하면서도 냉철한 글로 유명한 고종석은 이 시대 유명한 저널리스트이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언어학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법학과 언어학을 공부했지만 문학이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그는 24세에 한 영어 일간지의 기자가 된 이 후 지금까지 직업적 저널리스트 생활을 해 왔다. 좋아하는 작가는 애거서 크리스티, 에릭 시걸, 존 그리셤 같은 영어권의 대중 소설가이고, 저널리즘에 대한 취향이 까다로운 그가 선택한 신문은 르몽드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정도이다. 그를 정서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눈물을 훔쳐내며 읽은 심훈의 『상록수』이며, 그를 지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고등학교에서 내쳐져 자유롭던 열 일곱 살 때 골방에서 담배 피우기를 익히며 읽은 노먼 루이스의 『워드 파워 메이드 이지』다. 그는 자신의 문체에서 에릭 시걸과 김현과 복거일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자신의 생각에서 칼 포퍼와 김우창과 강준만을 느낀다. [코리아타임스], [한겨레신문], [시사저널] 등지에서 스물 두 해 동안 기자 노릇을 한 그는 2005년 봄 [한국일보] 논설위원직을 끝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의 멍에와 명예에서 벗어났다. 현재 도서출판 개마고원 기획위원으로 있다. 나이에 걸맞은 가장 노릇을 못하며 살아온 터라, 그는 더러 자신이 객원남편, 객원아비, 객원자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득 자신을 객원한국인이나 객원인류로 여길 때도 있다. '객원'의 비정규성과 느슨함이 베푸는 자유의 감촉을 그는 무책임하게도 흐뭇해하는 편이다. 언젠가 페르시아어로 '루바이어야트'를 읽어보는게 꿈이다. 특별히 집착하는 기호품은 디스 플러스 담배와 붉은 포도주와 아스피린이다. 지은 책으로는 사회비평집 『서얼단상』, 『바리에떼』, 『자유의 무늬』, 『신성동맹과 함께 살기』, 『경계 긋기의 어려움』, 문화비평집 『감염된 언어』, 『코드 훔치기』, 『말들의 풍경』, 한국어 크로키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어루만지다』, 『언문세설』, 『국어의 풍경들』, 역사인물 크로키 『여자들』, 『히스토리아』, 『발자국』, 영어 크로키 『고종석의 영어 이야기』, 시 평론집 『모국어의 속살』, 장편소설 『기자들』, 『독고준』, 『해피 패밀리』, 소설집 『제망매』, 『엘리아의 제야』, 여행기 『도시의 기억』, 서간집 『고종석의 유럽통신』, 독서일기 『책 읽기, 책 일기』, 에세이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등이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이게 다예요(C'est tout)』, 『어린 왕자』를 우리 말로 옮겼다. 주저主著 『감염된 언어』는 영어와 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