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비평, 그 무엇보다 차우진 - 『청춘의 사운드』
청춘. 그때는 그렇게 멀어 보이던 서른이 되어도 어른의 삶은 온데간데 없기 마련이다. 또 다시 마흔을 상상하고, 가보지 못했던 길을 곱씹을 뿐이다. 결국 우리는 항상 성장과 상실, 그 어디쯤엔가 있는 존재이고 그렇다면 대중음악에도 그런 이야기들이 스며 있는 것은 아닐까.
201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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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음악은 분해할 수 없는 무엇이다. 차곡차곡 쌓인 음들은 낱개로 내게 도달하지 않는다. 한데 뒤섞여 뭉그러져 묘한 뉘앙스로 발효된다. 나는 오로지 집합으로서의 ‘음’에 반응하며, 발효된 ‘악’에 감응한다. 그런 나는 좀처럼 음악비평에 익숙해질 수 없었다. 비트 단위로 쪼개고, 기타 리프와 드럼, 브라스를 절개하는 해부를 내 둔한 귀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감성의 영역을 이성으로 분석한다는데 혹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내 능력 밖임을 인정해왔다.
차우진. 얼핏 냉철해 보이기도 하고, 설핏 감성적으로 보이기도 한 이름. 날카로운 해부가 어울리는 비평가라는 직업. 감성적인 제목과 표지. 주어진 정보만으로는 책의 뉘앙스를 좀처럼 감지해내지 못한 채, 일단 서문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한 번, 읽어보자.
21세기의 대중음악을 책 한 권으로 정리해보겠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그는 자신의 이야기와 음악을 나란히 플레이한다. 그런 강박을 지녔던 것도, 어렵사리 그걸 내려놓은 것도 나는 좋았다. 큰 그림에 빠져들지 않는 사람도, 고집스럽게 큰 그림에 집착하는 사람도 내겐 조금 불편하게 다가온다.
청춘. 그때는 그렇게 멀어 보이던 서른이 되어도 어른의 삶은 온데간데 없기 마련이다. 또 다시 마흔을 상상하고, 가보지 못했던 길을 곱씹을 뿐이다. 결국 우리는 항상 성장과 상실, 그 어디쯤엔가 있는 존재이고 그렇다면 대중음악에도 그런 이야기들이 스며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을 품고 그는 브로콜리 너마저에서 시작해 가을방학, 흐른에 이르기까지 산책한다. 나의 페이버릿 에피톤 프로젝트도 빼먹지 않는다. 나는 그 사이에 듬성듬성 놓인 차우진의 생각들이 참 좋았다.
80년대의 런던보이즈의 정서에 맞닿은 샤이니의 《JoJo》를 두고선, 신화 혹은 레전드 만들기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고, 칵스(Koxx)를 얘기하면서는 노스탤지어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다. 브아걸의 《아브라카다브라》나 소녀시대의 《GEE》를 놓고는 편견에 대한 자기성찰을 얘기한다. 소개하는 음반이나 곡과의 연관은 밀접하기도, 전혀 없기도 하면서 차분히 얘기하는 그의 생각들은 확신에 찬 뉘앙스가 아니면서도 단단해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평가 역시 답을 알 수 없는 존재라는 것. 좋고 그름을 가르는 판관의 지위가 아니라는 자의식이 진정성있게 느껴졌다. 자신의 분석이 옳다는 확신에 주저하는 사람이 나는 좋다. 또한 오늘날 평론가의 위치가 음반산업의 마케팅 도구에 머무를 수 있다는 자의식도 마음에 들었다. 밥벌이란 명목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냉철하게 볼 수 있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지금, 내겐 그런 생각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완성되지 않는 성장과, 지워버릴 수 없는 상실사이에서 그저 지금을 행복하게 살아보자는 마무리는 보통 나를 좀 찌푸리게 만드는 이야기다. 카르페 디엠류의 얘기는 결국 오늘을 즐길 여유가 있거나, 혹은 그럴 깡이라도 남은 사람들의 얘기일 뿐이니까. 그럼에도 차우진은 왠지 그 이상을 살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의 글에 담긴 고민과 진정성이 가져다 준 근거없는 낙관이다. 이 책은 음악, 비평 그 무엇보다 차우진을 만난 첫 책으로 내게 기억될 것이다.
차우진. 얼핏 냉철해 보이기도 하고, 설핏 감성적으로 보이기도 한 이름. 날카로운 해부가 어울리는 비평가라는 직업. 감성적인 제목과 표지. 주어진 정보만으로는 책의 뉘앙스를 좀처럼 감지해내지 못한 채, 일단 서문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한 번, 읽어보자.
21세기의 대중음악을 책 한 권으로 정리해보겠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그는 자신의 이야기와 음악을 나란히 플레이한다. 그런 강박을 지녔던 것도, 어렵사리 그걸 내려놓은 것도 나는 좋았다. 큰 그림에 빠져들지 않는 사람도, 고집스럽게 큰 그림에 집착하는 사람도 내겐 조금 불편하게 다가온다.
청춘. 그때는 그렇게 멀어 보이던 서른이 되어도 어른의 삶은 온데간데 없기 마련이다. 또 다시 마흔을 상상하고, 가보지 못했던 길을 곱씹을 뿐이다. 결국 우리는 항상 성장과 상실, 그 어디쯤엔가 있는 존재이고 그렇다면 대중음악에도 그런 이야기들이 스며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을 품고 그는 브로콜리 너마저에서 시작해 가을방학, 흐른에 이르기까지 산책한다. 나의 페이버릿 에피톤 프로젝트도 빼먹지 않는다. 나는 그 사이에 듬성듬성 놓인 차우진의 생각들이 참 좋았다.
80년대의 런던보이즈의 정서에 맞닿은 샤이니의 《JoJo》를 두고선, 신화 혹은 레전드 만들기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고, 칵스(Koxx)를 얘기하면서는 노스탤지어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다. 브아걸의 《아브라카다브라》나 소녀시대의 《GEE》를 놓고는 편견에 대한 자기성찰을 얘기한다. 소개하는 음반이나 곡과의 연관은 밀접하기도, 전혀 없기도 하면서 차분히 얘기하는 그의 생각들은 확신에 찬 뉘앙스가 아니면서도 단단해보였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다. 특정 음악이나 음악가가 한 시대를 정의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압도적인 하나’를 기필코 찾아내 그걸 신화적인 위치에 놓고싶어 한다. 21세기의 비평가와 언론인들이 펫샵보이즈를 이곳으로 불러오는 맥락이 그렇다…… 80년대의 사운드는 펫샵보이즈기도 하고 런던보이즈기도 하고 김완선이나 어떤 날일 수도 있다…… 의미는 동일하지 않고 고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자의적이고 경험적이다. 그래서 대표적인 언어보다는 파편화된 언어가 더 중요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몸에 새겨진 감수성을 복원하는 것.-몸에 새겨진 시대의 감수성, 샤이니 《JoJo》 가진 게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이 무언가 많은 걸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뭔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이 가진 사람일 것이다. 가령 도시 사람들은 고향 같은 걸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디지털에 삶을 대부분 신세 진 자들은 아날로그의 무언가를 놓쳤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골이든 아날로그든 그 속의 인간에는 아무 관심도 없이 그저 노스탤지어는 모든 걸 안개 속으로 감춰버린다. 그러면서 향수에 빠진 우리들이 더 인간적으로, 더 비판적으로, 혹은 더 근사하게 보이도록 돕는다.-나는 너와 어째서 다른가, 칵스 [Access Ok] 비평가는 사적인 취향을 최대한 숨기고 뭐든지 객관화, 일반화시키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건 이상한 일이다. 중요한 건, 사적이든 공적이든 취향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게 형성된 맥락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어떤 편견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자기고백이어야 하지 않겠는가.-한계를 인정할 것, 부끄럽고 힘들어도, 브라운 아이드 걸즈 《Abracadabra》 | ||
비평가 역시 답을 알 수 없는 존재라는 것. 좋고 그름을 가르는 판관의 지위가 아니라는 자의식이 진정성있게 느껴졌다. 자신의 분석이 옳다는 확신에 주저하는 사람이 나는 좋다. 또한 오늘날 평론가의 위치가 음반산업의 마케팅 도구에 머무를 수 있다는 자의식도 마음에 들었다. 밥벌이란 명목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냉철하게 볼 수 있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지금, 내겐 그런 생각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완성되지 않는 성장과, 지워버릴 수 없는 상실사이에서 그저 지금을 행복하게 살아보자는 마무리는 보통 나를 좀 찌푸리게 만드는 이야기다. 카르페 디엠류의 얘기는 결국 오늘을 즐길 여유가 있거나, 혹은 그럴 깡이라도 남은 사람들의 얘기일 뿐이니까. 그럼에도 차우진은 왠지 그 이상을 살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의 글에 담긴 고민과 진정성이 가져다 준 근거없는 낙관이다. 이 책은 음악, 비평 그 무엇보다 차우진을 만난 첫 책으로 내게 기억될 것이다.
- 청춘의 사운드 차우진 저 | 책읽는수요일
1999년부터 대중음악과 관련한 글을 써온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 검정치마, 얄개들과 같은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ㆍ옥상달빛ㆍUV 그리고 카라ㆍ샤이니 등과 같은 아이돌에 이르기까지 30여 팀의 앨범과 곡들을 소개하고 설명한다. 2000년대 이후 급변해 온 청춘의 삶과 그들에게 위안이 되어온 음악들로부터 다양하고 진솔한 고민과 정서를 길어낸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현재의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저변을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가 선택한 노래들과 이에 얽힌 이야기들을 통해 저마다 갖고 있는 청춘과 음악에 대한 기억을 다시금 되살려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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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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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성광
다행히도, 책 읽는 게 점점 더 좋습니다.
미미의괴담
2013.07.31
뽀로리
2013.07.31
sind1318
201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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