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 즐기는 도쿄의 창포꽃 마쯔리 - 호리키리 쇼부엔 (堀切菖蒲祭園)
도쿄 동북부 지역에 위치한 호리키리의 쇼부엔에서는 매년 장마철 창포꽃 마쯔리로 분주하다. 서민적인 냄새가 폴폴 나는 동네인 호리키리는 말 그대로 딱 일본스러운 고요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도쿄 여행 내내 신주쿠나 시부야의 북적거림에 지쳐버렸다면 분명 호리키리의 일본스러움에 반해버릴지도 모른다.
201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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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일본스러움이 느껴지는 동네, 호리키리
서울보다 조금 따뜻한 도쿄는 6월 중순부터 7월초까지 장마가 이어진다. 보통은 여행을 계획 할 때 장마철은 피하기 마련이지만, 도쿄에는 딱 이맘때쯤에만 볼 수 있는 보랏빛 전경이 있다. 바로 창포꽃 마쯔리.
창포가 유명한 지역인만큼 가로등에도 창포가 그려져 있다
도쿄에서는 1년 365일 곳곳에서 크고 작은 마쯔리가 열린다.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지냈던 종교적 의식에서 시작된 마쯔리(祭り)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연중행사부터 여러 축제까지 다양한 형태로 열리고 있다. 관광객 모드보다는 현지인 모드에 취하고 싶은 여행객의 입장이라면 마쯔리만큼이나 일본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도쿄 동북부 지역에 위치한 호리키리의 쇼부엔에서는 매년 장마철 창포꽃 마쯔리로 분주하다. 서민적인 냄새가 폴폴 나는 동네인 호리키리는 말 그대로 딱 일본스러운 고요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도쿄 여행 내내 신주쿠나 시부야의 북적거림에 지쳐버렸다면 분명 호리키리의 일본스러움에 반해버릴지도 모른다.
비를 머금은 회색 빛의 하늘과 잘 어울리는 소박한 호리키리 쇼부엔의 입구
지하철역을 나와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이내 마쯔리가 한창인 호리키리쇼부엔에 도착할 수 있다. 비가 떨어질 것 같은 눅눅한 하늘과 한쪽에서는 센베이를 팔고 있는 소탈한 외관이 잘 어울린다. 의상까지 맞춰 입고 ‘얏사이못사이’ 를 외치는 큰 규모의 이렇다 할 유명 마쯔리는 아니지만, 마을 사람들끼리 오순도순 준비했을 듯한 이런 작은 꽃 축제가 때론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버드나무를 중심으로 주변에 수로를 따라 보랏빛 창포가 가득이다
쇼부엔은 넓은 잔디밭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버드나무를 중심으로 주변에 작은 수로를 따라 활짝 핀 보라빛 창포 물결이 가득 이다. 에도 시대부터 창포를 키워왔다는 호리키리 쇼부엔에서는 마쯔리 기간 동안 약 200여종의 6000포기의 창포꽃이 전시된단다. 그러니까 마쯔리는 그 동안 쇼부엔에서 연구하고 개량한 신품종을 선보이는 기간이기도 하다. 물론 개량된 모든 신품종들이 유통화되는 것은 아니라지만, 이런 노력이 에도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화려하진 않지만 고귀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창포
창포 종류가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창포꽃 앞에는 친절하게도 각각의 이름표가 함께 걸려있다. 바람에 팔랑거리는 얇은 꽃잎은 여인네의 치마폭마냥 수줍게 보이다가도 곧게 뻗은 그 줄기는 올곧은 선비의 모습 같다. 장미나 작약같이 풍성한 꽃들에 비해 화려함은 덜할지 모르겠지만, 창포만의 청초하고 고귀한 아름다움이 보인다.
정원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마쯔리를 즐기는 일본인들
창포는 예로부터 여러 가지 약재로써의 효능이 있어 다양하게 이용되어 왔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단오에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면 악귀를 쫓아낼 수 있다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창포에 방향성 물질이 들어있어 머리에서 좋은 향기가 나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란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도 우리랑 비슷한 풍습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단오인 탄고노셋쿠(端午の節句)에는 남자아이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창포물에 목욕을 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창포의 길고 뾰족한 잎은 일본 무사의 검과 비슷하다 하여 남자아이들의 출세와 성공을 의미한단다. 알면 알수록 한국과 일본은 참 닮은 듯 다른 나라인 것 같다.
모네의 정원이 연상되는 아치형 돌다리와 주변을 채운 창포가 참 아름답다
길게 이어진 수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작은 아치형 돌다리를 만날 수 있다. 주변을 가득 채운 보랏빛의 창포 덕인지 ‘수련’의 무대가 된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에 와있는 느낌이 든다. 잘 정돈된 정원의 나무들과 수로 가득 활짝 핀 창포를 보고 있으니 장마철 여행이 나쁘지만은 않다. 오히려 해가 좋은 날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또 다른 도쿄의 모습을 보았달까? 비를 머금은 회색 빛 구름과 보라색 창포의 조화는 이때가 아니면 볼 수 없을 것이다. 또 조금은 눅눅한 바람에 살랑거리는 창포의 우아한 자태도 지금이 아니면 느낄 수 없으니 말이다.
Add. 東京都葛飾( )堀切2-19-1 Tel. 03-3694-2474 Open : 9:00~17:00(입장은 16:30까지), 마츠리 기간에는 8:00~18:00(입장은 17:30까지), 월요일 휴일 Entry : 무료 Access : 호리키리쇼부엔역에서 도보 10분 Site : www.katsushika-kanko.com/katsumaru/area/horikiri03 | ||||
- 도쿄 플라워 노사라 저 | 미래의창
플로리스트의 눈에 비친 도쿄는 어떤 모습일까? 도쿄에서 본격 플로리스트 수업을 받고 일본 최대의 꽃 도매업체인 아오야마 플라워마켓의 플로리스트로 근무한 저자가 꽃을 테마로 한 도쿄의 모습을 전한다. 유명 플로리스트의 화려한 플라워 부티크, 전국적 규모의 플라워프랜차이즈부터 카페와 티하우스를 겸한 플라워샵과 골목 귀퉁이의 개성 넘치는 플라워샵까지, 꽃향기 가득한 도쿄의 이색 공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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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노사라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블로그, ‘사라스가든’ 운영자인 플로리스트, 노사라는 꽃에 빠진 이후로 손이 늘 상처투성이인 것은 물론이고 아침잠은 새벽 꽃시장에 양보한지 오래다. 본격적인 플로리스트 수업을 받기 위해 일본에 건너가 하나키치 프로페셔널 과정을 수료하고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형 플라워샵인 아오야마 플라워마켓에서 플로리스트로 근무했으며 현재 숙명여대 대학원 화예디자인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꽃처럼 예쁘고 우아한 직업에 대한 동경이 없지 않았으나, 지금은 플로리스트란 직업이 작업을 위해 늘 무거운 꽃다발과 각종 도구들을 챙겨들고 다녀야 하는 익스트림 잡(?)이라는 현실을 실감하고 있다. 개인 및 단체를 위한 플라워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파티와 이벤트 플라워 스타일링 연출을 하고 있다. 블로그 : 사라스가든(sarahroh.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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