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새로운 ‘개츠비’는 누구인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돈 드릴로의 신작 『코스모폴리스』가 나왔습니다. 인종차별에 대한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성찰 『인종차별의 역사』,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생이 바뀐 소년병의 이야기를 다룬 『앨런의 전쟁』 등 이번 주 최근에 산 책들을 소개합니다.
201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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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 저/하정희 역 | 예지(Wisdom)
차이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의 첫걸음
신문의 서평을 봤는데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프랑스 철학자인 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가 쓴 책입니다. 인종차별의 역사에 대해서 중립적인 관점보다는 저자의 시각이 강하게 투영된 서술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인종차별은 결국 인간의 무지에 의해서 생긴다고 저자는 생각하는데요. 그런 무지와 싸우기 위해 인종차별의 맨 얼굴을 들여다봐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것을 종적인 방법으로 탐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첫 세 챕터를 보면 역사속 인종차별의 원형으로서 유대인 차별이라든지, 여성과 노예 차별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상황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인종차별적인 집단학살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우월한 인종에 대한 신화가 왜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사이비 과학을 맹공하기도 합니다.
돈 드릴로 저/조형준 역 | 새물결
21세기 새로운 개츠비의 탄생
돈 드릴로의 2003년 작품입니다. 토마스 핀천과 함께 늘 함께 거론되는 지금 미국 문단의 대가라고 해야겠죠.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자주 거론되는 작가인데요. 읽기가 만만한 책은 아닌데, 두 사람은 흔히 포스트 모더니즘 소설의 양대축이라고 하지만, 문학적인 방법론은 전혀 반대에 있는 것 같습니다. 돈 드릴로의 문장들은 좀더 시적이라는 느낌이 들고요. 이 책이 지금에서야 나온 이유는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동명 영화가 개봉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영화를 보고 나니까 소설이 더 보고 싶어져서 구입했고요. 이 영화 굉장히 이상한 영화라서, 원작이 어떻기에 이럴까 궁금해졌습니다. 읽기 시작했는데, 소설보다는 영화가 좀 더 관념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의 소설이 언제나 그렇듯이 현대문명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데 특히 이 소설은 일종의 묵시록적인 상황이 펼쳐져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에마뉘엘 기베르 글,그림/차예슬,장재경,이하규 공역 | 휴머니스트
한 남자가 마주한 전쟁의 여백
오랜만에 만화책 샀어요. 에마뉘엘 기베르라는 프랑스 만화가의 작품인데요. 부제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송두리째 바뀐 소년병 코프의 인생 여정’입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담담한 에세이 같은 느낌입니다. 내용에 극적인 요소도 없다고 하고, 글밥도 많고, 무척이나 문학적인 만화입니다. 저자가 우연히 길을 물어보다가 만난 사람이 앨런 코프였다고 하죠. 그러면서 친해지고 과거의 이야기를 듣다가 만화로 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은 만화책이죠. 전쟁의 한 가운데서 앨런 코프가 느끼게 되는 우정, 사랑, 깨달음을 다루게 되는데요. 그림체도 내용도 굉장히 따듯하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에밀리 비커턴 저/정용준,이수원 공역 | 이앤비플러스
20세기 영화사의 불멸의 기록
영화 잡지의 역사 속에서 프랑스의 <카이에 뒤 시네마> 만큼 중요한 잡지 없겠죠. 특히 영화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영화운동, 누벨바그는 이 잡지와 분리해서 얘기할 수 없을 정도죠. 이 책은 1951년 창간되었던 이 잡지의 역사를 시기별로 나눠서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예를 들어 1974~1981년까지는 세르쥬 다네의 시대라고 요약을 한 뒤, 서술하는 방식인데요. 군데군데 살펴보니 굉장히 잡지 안에서 치열한 내부 논쟁들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런 부분들 읽다 보면 이 잡지가 얼마나 뜨거운 잡지였는가 짐작할 수 있고요. 한 잡지의 역사이자 그 자체로 영화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잡지의 역사에 관한 책은 처음 읽게 되는 것 같아요.
몸문화연구소 편 | 자음과모음(이룸)
가장 인간적인 키워드 ‘권태’에 대한 입체적인 해부
몸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현상을 연구하기 위해서 설립되었다는 몸문화연구소에서 펴낸 책인데요. 철학, 영문학, 언어학, 언론학 등 모두 9개 분야의 국내학자들이 공저한 책입니다. 저는 생존의 문제를 제외하고 살면서 가장 두려운 것이 권태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권태를 주제로 해서 문학작품들이 나오면 굉장한 느낌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이상의 수필 ‘권태’, 김형승 시인의 ‘권태’라는 시도 있고요.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 ‘권태’도 있습니다. 이 주제를 문학이 다룰 때 굉장히 흥미로워지는데요. 이 책은 권태를 학술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고요. 오로지 권태라는 것만 주제로 다루면서 학문적으로 파고드는 책, 굉장히 흥미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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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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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아기전중
2013.06.30
inee78
2013.06.30
즌이
201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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