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세상 속 참사람 ‘전봉준’을 만나다
지난 6월 7일, 『겨울잠, 봄꿈』한승원 작가와 함께 떠나는 문학기행이 있었다. 비채 출판사가 주최한 문학기행에는 예스24 회원이 참석했다. 『겨울잠, 봄꿈』은 1894년의 겨울, 패주한 동학군의 지도자 전봉준이 민보군에게 붙잡혀 한양으로 끌려가는 천 리 길의 참담한 여정을 담은 장편소설이다. 인간 전봉준의 마지막 치욕 천리(千里)를 복원한 ‘생명의 작가’ 한승원과 『겨울잠, 봄꿈』의 열혈 독자들이 동학농민혁명의 뜨거운 숨결이 살아있는 정읍에서 만났다.
글ㆍ사진 정성준
201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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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 봄꿈』 문학 기행, 동학농민혁명의 발원지 정읍으로 떠나다


이른 새벽, 문학 기행을 위해 초등학생부터 50대 아주머니까지, 성별, 연령을 초월한 다양한 독자들이 『겨울잠, 봄꿈』의 감동과 여운을 가슴에 품은 채 버스에 올랐다. 백성을 위해 일어났으나 백성에 의해 죽어간 작은 영웅 전봉준을 만나러 가는 길, 그 뜻깊은 여정이 시작됐다.

전봉준 고택, 만석보, 말목장터, 황토현 전적지, 동학농민혁명기념관까지, 치열한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았다. 전주 시청 동학농민혁명 선양 박대길 팀장의 안내로 문학 기행은 더욱 알찼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참가한 김은경 씨는 “동학농민혁명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고, 『겨울잠, 봄꿈』 덕분에 삶의 중요한 의미를 찾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연소 참가자인 한 초등학생은 “한승원 선생님께 사인을 받은 『겨울잠, 봄꿈』이 이제 보물 1호가 됐다.”며 한승원 작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여행의 끝자락, 모두에게 『겨울잠, 봄꿈』의 감동은 한층 더 깊어졌다. 120년 전 전봉준의 삶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 ‘인내천(人乃天), 사람은 곧 하늘과 같고, 사람을 섬기는 것은 하늘을 섬기는 것과 같다.’ 신분과 계급을 초월한 모든 인간의 평등과 인도주의를 부르짖었던 전봉준과 수많은 무명농민군들의 치열했던 삶이 가슴 깊이 전해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사람들에게 다 하고 죽어야 한다. 우리는 왜 봉기했으며 우리의 주장과 꿈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가 다 한울님으로, 박해받거나 착취당하지 않고 평등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우리의 그 꿈은 십 년 뒤에든지, 이십 년 뒤에든지, 오십 년 뒤에든지 백 년 뒤에든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겨울잠, 봄꿈』 58쪽 중에서
“역사를 알려면 깨어있어야 하고, 깨어있는 사람은 역사를 새로 읽는다.” 한승원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였다. 오늘 함께 한 모두는 깨어있는 사람이며, 그래서 참으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겨울잠, 봄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작은 영웅의 처절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빛나는 우리의 역사다.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순례


녹두장군 전봉준 고택(정읍시 이평면 장내리 조소마을)

동학농민군의 지도자 전봉준이 살던 곳으로, 조선 고종 15년(1878)에 지어졌다. 이곳에서 전봉준은 농사일과 동네 서당의 훈장 등을 지내며, 동지를 규합했다.


거사를 계획한 역사적 장소, 사발통문 작성지(정읍시 고부면 신중리 주산마을)

고부군수 조병갑의 만석보 수세 징수 등의 침탈로 고부 사람들의 원성이 극에 달하던 1893년 11월, 전봉준을 비롯한 20명이 송두호의 집에 모여 조병갑을 없애고, 전주감영을 함락시킨 후 서울로 올라가자는 거사 계획을 세웠던 역사적인 장소이다. 사발통문이란 일반인에게 알리는 호소문이나 궐기문을 쓰고 나서, 주모자가 드러나지 않게 사발 모양으로 둥글게 서명한 문서. 이 사발통문은 동학농민군이 처음으로 조직적 봉기를 계획하고 행동목표를 밝힌 문서라는 의미가 있다.


동학농민혁명의 첫 집결지, 말목장터(정읍시 이평면 두지리)

말목장은 부안과 태인, 정읍으로 가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에 형성된 시장으로 배들평아의 농산물과 부안 줄포의 수산물이 거래되는 큰 장이었다. 말목장터는 1894년 1월 10일 전봉준 등이 고부관아로 나아가기 전, 이 일대 농민 1천여 명이 집결하였던 곳으로 ‘사발통문 거사계획’을 실현한 동학농민군의 첫 집결지이다. 전봉준은 감나무 아래에 서서 고부군부 조병갑의 학정과 수탈을 설명하고 이에 맞서 봉기할 것을 역설했다. 그 당시 역사 현장을 지켜본 아름드리 감나무가 2003년 고사된 후,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 현재의 감나무는 그 후 대체하여 심은 것이다.


동학농민군의 최초의 승리, 황토현 전적지(정읍시 덕천면 하학리)

황토현은 해발 35m의 낮은 구릉으로 계곡을 사이에 두고 두승산과 사시봉이 솟아있다. 농민군과 전주감영군은 황토현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고, 전주감영군은 무수한 사상자를 내고 패주했다. 관군과 접전 끝에 거둔 최초의 승리였다.


무명농민군 위령탑(정읍시 고부면 신중리 주산마을 대뫼녹두회관 앞)

무명농민군 위령탑은 정읍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에서 1994년 건립했다. 사발통문 모양의 둘레석 안에 5m 크기의 주탑과 이를 둘러싼 1~2m 크기의 보조탑 32개가 있다. 보조탑은 각각 무명농민군을 상징하는 얼굴과 무기로 사용되었던 농기구 등을 새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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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 봄꿈 한승원 저 | 비채
1894년 갑오년 4월, 전봉준은 농민군을 이끌고 전주성을 점령했다. 동학농민혁명이 거둔 최대의 승리였다. 1894년 12월, 전봉준은 민보군에게 붙잡혀 한양으로 끌려간다. 을미년인 1895년 3월, 전봉준은 의금부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녹두장군’이라는 별명과 노랫말 ‘새야새야 파랑새야’, 그리고 농민들의 선봉에 선 동상으로 기억되는 전봉준. 그러나 그의 마지막 길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백성을 위해 싸웠지만 결국 백성들에 의해 밀고당해 끌려가는 천리 길. 그 기나긴 치욕과 실존을 작가 한승원이 소설 『겨울잠, 봄꿈』으로 처절하게 담아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겨울잠 봄꿈 #한승원 #전봉준 #동학농민혁명
5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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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d1318

2013.06.30

문학기행.. 재미있었겠네요. <겨울 잠 봄꿈> 읽어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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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꼬

2013.06.30

감사해요.... 이런 책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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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라새

2013.06.30

제목부터 와닿네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느껴지는 생명력이 그대로 전해지는 기분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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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준

김영사 온라인전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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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자신의 고향인 장흥, 바다를 배경으로 서민들의 애환과 생명력, 한(恨)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온 작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교사 생활을 하며 작품 활동을 병행하다가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목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뒤 소설가와 시인으로 수많은 작품을 펴내며 한국 문학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불교문학상, 미국 기리야마 환태평양 도서상, 김동리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 한국 문단에 큰 궤적을 남겼다. 소설가 한강, 한동림의 아버지이기도 하며 장흥 바닷가 해산토굴에서 집필중이다. 그의 작품들은 늘 고향 바다를 시원(始原)으로 펼쳐진다. 그 바다는 역사적 상처와 개인의 욕망이 만나 꿈틀대는 곳이며, 새 생명을 길어내는 부활의 터전이다. 그는 지난 95년 서울을 등지고 전남 장흥 바닷가에 내려가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한승원의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한'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제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한'이 아니라 '생명력'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는 독자들이 만들어놓은 '가면'을 거부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승원은 토속적인 작가다' 하는 것도 게으른 평론가들이 만들어놓은 가면일 뿐이지요. 작가는 주어진 얼굴을 거부해야 합니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장편 '연꽃바다'를 쓸 때부터 제 작품세계는 크게 변했습니다. 생명주의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인데, 저는 그것을 휴머니즘에 대한 반성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인간 본위의 휴머니즘이 우주에 저지른 해악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는 노장(老莊)이나 불교 사상에 있다고 봅니다." 소설집 『앞산도 첩첩하고』 『안개바다』 『미망하는 새』 『폐촌』 『포구의 달』 『내 고향 남쪽바다』 『새터말 사람들』 『해변의 길손』 『희망 사진관』,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해일』 『동학제』 『아버지를 위하여』 『까마』 『시인의 잠』 『우리들의 돌탑』 『연꽃바다』 『해산 가는 길』 『꿈』 『사랑』 『화사』 『멍텅구리배』 『초의』 『흑산도 하늘길』 『추사』 『다산』 『원효』 『보리 닷 되』 『피플 붓다』 『항항포포』 『겨울잠, 봄꿈』 『사랑아, 피를 토하라』 『사람의 맨발』, 『달개비꽃 엄마』, 산문집 『허무의 바다에 외로운 등불 하나』 『키 작은 인간의 마을에서』 『푸른 산 흰 구름』 『이 세상을 다녀가는 것 가운데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 『바닷가 학교』 『차 한 잔의 깨달음』 『강은 이야기하며 흐른다』, 시집 『열애일기』 『사랑은 늘 혼자 깨어있게 하고』 『달 긷는 집』 『사랑하는 나그네 당신』 『이별 연습하는 시간』 『노을 아래서 파도를 줍다』 『꽃에 씌어 산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