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읽는 까닭?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봄날, 지친 삶을 어루만져주는 50가지 신화 속 지혜가 독자들을 찾았다. 5월 14일, 작가 송정림과 함께 그리스•로마 신화를 함께 읽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이날은 그녀의 새 책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를 독자들과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다. 드라마 <미쓰 아줌마>, <녹색마차> 등을 집필하고 베스트셀러『명작에게 길을 묻다』를 쓴 작가 송정림은 신화 자체보다는 그 신화 속에 숨어있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신화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더 잘 가꾸어나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정연빈
201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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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부터 필독도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리스ㆍ로마 신화. 중요하다는 말은 오랫동안 들어왔지만 신화 속 인물을 줄줄이 외우면서도 왜 이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은 드물다.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를 쓴 송정림 작가는 우리가 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녀는 신화의 바탕에 인간은 불행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신화 속에서 행복은 오로지 신들의 것이라면서 말이다. 영원히 젊게 살 수 있는 신, 인간에 비해 뛰어난 능력을 가진 신. 그런 신들만이 행복을 온전히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신들은 행복에 함부로 다가가는 인간들을 불행으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인간에게도 행복은 찾아온다.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분명 행복은 있다. 송정림 작가는 인간이 불행하지만 계속해서 행복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그 지혜들이 신화 속에 곳곳에 담겨있다고 했다.

그녀는 아주 오래 전, 학교에서 하는 고전읽기대회 때문에 그리스ㆍ로마 신화를 읽었다고 했다. 하지만 신화 속 이름이나 내용을 외워야 하는 대회를 나가면서 신화가 싫어졌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책, 기사, 드라마, 게임 속에서 계속해서 신화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신화를 모르기 때문에 충분히 즐길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사실이 억울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신화를 읽기 시작했고, 흥미를 느꼈다.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라 고스란히 우리 인생이었고, 신화 속 인물들에서 자신을 발견했다 말했다. 게다가 신화를 알고 나니 자연을 대할 때나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훨씬 깊은 느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했다. 이어 송정림 작가는 몇 가지 키워드에 따라 신화 속 인물들에게서 발견한 이야기를 간단히 들려주었다. 그녀는 행복이라는 낱말 아래 헤르메스와 판, 아폴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끊임없이 즐거움을 찾아 다니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 괴짜처럼 보이지만 삶을 즐기는 신들의 아웃사이더 판, 그리고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특별한 존재가 된 아폴론과 디오니소스에 대해 말했다. 행복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음으로 이어진 것은 희망에 대한 메시지였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에서는 인생의 철학이나 생각의 단초는 결국 그늘에서 오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결국 세상의 철학과 예술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것, 그래서 삶을 한층 성숙시키고 아름답게 만들어 준 것은 판도라 덕분이라 말했다. 더불어 안티고네의 힘겨운 이야기에서는 그녀의 죽음에 대해 절망에 진 여인이라는 말과 함께 끝까지 희망을 놓치지 않는 삶의 자세를 말했다. 세 번째 주제는 사랑이었다. 사랑에 대해서라면 절대 빠질 수 없는 큐피드의 이야기가 제일 먼저 등장했다. 송정림 작가는 큐피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신화 속 계모 모티브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뿌리가 되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작가공부를 한다면 신화보다 더한 보고가 없음을 강조했다. 드라마 작가로 여러 편을 작업하면서 신화 속 이야기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또한, 그녀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사랑과 질투, 끝내 보내줄 수 밖에 없는 슬픈 사랑을 한 칼립소, 그리고 끊임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사랑인 페넬로페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각기 다른 성격의 여인들이 빚어낸 사랑의 이야기는 다른 빛깔로 아름다웠다.

다음 이야기는 도전에 대한 것이었다. 그녀는 우리가 성공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각기 다른 의미인 행복이야말로 우리가 삶 속에서 끊임없이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 했다. 독자들은 프로메테우스, 헤라클래스, 아킬레우스의 유명한 이야기와 함께 신화 속 도전과 용기에 대해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만난 이야기는 철학이라는 키워드 아래 펼쳐졌다. 송정림 작가는 오이디푸스가 풀어야 했던 수수께끼인 ‘인간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이카루스의 날개와 미다스의 손 같은 신화를 통해 인생의 지혜로서 신화가 가지는 의미를 들려주었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일들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유한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신화 속에 들어있는 외경심이 겸손하게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고도 했다.

이어서 송정림 작가의 친언니이자 라디오 작가인 송정연 작가와 함께 하는 대담시간이 시작되었다. 차분하게 강연을 진행한 송정림 작가와는 달리 송정연 작가는 등장부터 농담을 통해 분위기를 띄웠다. 유쾌한 얼굴로 독자들을 돌아본 뒤, 그녀는 대담을 능숙하게 이끌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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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대한 전문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런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선생님을 직업으로 가졌던 만큼 가르치는 일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공부하고 알게 되면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을 때가 많다. 지금은 드라마를 쓰고 있는데, 사실 드라마라는 것은 거대한 자본의 흐름 위에 있다. 그래서 굉장히 복잡한 현실의 조건 속에서 타협하고 조정해야 하는 일이 많다. 그 속에서 여러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충분히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상대적으로 자본에 자유로운 문학작품이나 미술 등을 체험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다양한 신화를 만나곤 했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일이라서 독자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드라마 작가이지만 책이라는 매체를 사용한 것은 그만큼 책을 읽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신화 속 인물 중에 가장 멋진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아킬레우스가 생각난다. 잘생기고 멋지고, 능력도 있는 남자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슬픔을 아는 남자라는 사실이다.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남자이기 때문에 신화 속 인물들 중에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자 중에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누가 있을까?

페넬로페를 꼽고 싶다. 매력적이라는 것보다는 사실 어떻게 이렇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만들어 갈 수 있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되는 사람이다. 또 안티고네도 있다. 안티고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정말 눈물이 날 것 같다. 만나면 밥을 사주고 싶고 꼭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다.

궁금했던 질문들이 대부분 강연 중에 나왔다는 말과 함께 송정연 작가가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이제, 독자들이 궁금한 것을 물을 차례였다. 그동안 조용히 강연을 듣던 독자들이 하나 둘 손을 들기 시작했다.

성경과 달리 그리스ㆍ로마 신화에는 창조주가 없다. 신의 이야기지만 아주 인간적이다. 이렇게 인간적인 이야기를 왜 신을 등장시켜서 풀어냈는지 궁금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스ㆍ로마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신과 인간이 함께 사는 이야기다. 신화를 읽고 나면 물 웅덩이나 풀 꽃에도 모두 신이 있다. 나는 요즘도 길을 걸으며 언제나 수호신이 나를 지켜주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나를 지켜보고 있으니 오만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종교적인 것도, 준엄하고 위대한 신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삶의 지혜를 담은 옛날 이야기로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신화 속에 나오는 팜므파탈이나 옴므파탈을 꼽자면 누가 있을까?

사실 모든 여신이 팜므파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아프로디테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소에는 고상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은 온 힘을 다해 돕는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가차 없이 내치는 인물이다. 아름다운 외모에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는 성격 등이 현실의 팜므파탈 이미지와 잘 맞는 것 같다. 어쩌면 미의 여신이니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옴므파탈이라면 제우스가 아니겠는가. 그 수많은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제우스인 걸보면 대단한 옴므파탈임이 틀림없을 것 같다.

잠들기 전,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처럼 신화들을 하나하나 맛깔 나게 풀어 낸 송정림 작가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열심히 행복해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강연을 마치고 둘러보니 그녀가 들려준 너무나 인간적인 신들의 이야기가 독자들을 조금쯤 행복에 가깝게 인도한 듯도 했다. 남산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로 나서는 독자들의 얼굴에 가만히 웃음이 번지는 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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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송정림 저 | 달
사람들의 감정에 따라 총 5부로 구성한 이 책은 각각의 신화를 통해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 시킨다. 그리고 신화 속 모든 이야기들은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제우스와 가이아의 권력 대결에서 탄생한 티폰이라는 괴물은 제우스와의 싸움에서 져 도망을 친다. 이때 티폰이 낳은 괴물 중 하나인 스핑크스는 후에 헤라의 명령으로 테베의 길목에서 나그네들에게 수수께끼를 내다가 그 문제를 맞힌 오이디푸스 때문에 높은 벽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 스핑크스를 물리친 오이디푸스의 운명 역시 순탄치 못하다. 인간은 신탁이나 예언에 의해 혹은 자신의 결정에 의해 정해진 운명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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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림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8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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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ee78

2013.06.04

신화는 왜 읽을까? 에 대한 답을 속시원하게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행복해지기 위해서라~흥미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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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d1318

2013.05.31

이 책 꼭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신화는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샘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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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의괴담

2013.05.31

행복은 삶에 대한 태도라는 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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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빈

북극곰이 되기를 꿈꾸며 세상을 거닐다.
어지러운 방에 돌아와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