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10인과 ‘어깨동무’ 하다
어려울 것만 같았던 인권이라는 주제는 만화라는 장르의 힘을 빌려 쉽고도 재미있게 다가왔고 2003년 출간 이래 스테디셀러로 사랑 받아 왔다. 이번 책은 그 인권 여행의 마침표와 같은 책으로 최규석, 김수박, 굽시니스트 등 쟁쟁한 만화가 10인의 참여로 더 대중적인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글ㆍ사진 김수연 (어린이 MD)
201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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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만화라는 장르가 드물고 생소했던 때 『십시일反』, 『사이시옷』의 출간은 우리에게 인권 만화라는 새로운 장을 열며 다가왔다. 어려울 것만 같았던 인권이라는 주제는 만화라는 장르의 힘을 빌려 쉽고도 재미있게 다가왔고 2003년 출간 이래 이 책들은 10년 동안 우리에게 스테디셀러로 사랑 받아 왔다. 이번 책은 그 인권 여행의 마침표와 같은 책으로 최규석, 김수박, 굽시니스트 등 쟁쟁한 만화가 10인의 참여로 더 대중적인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우리와 너무 가까운 스마트폰을 소재로 우리가 놓치고 있던 문명화의 이면을 바라본다. 자유로운 근무분위기와 복지가 이런 창조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는 핸드폰 회사의 홍보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술력에 감탄한다. 작가는 문명화된 사회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던 하청 공장의 슬픔을 이야기한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건물마다 그물망이 있어야 할 정도로 열악한 것이 스마트폰 속에 숨겨진 근무현실이다. 작가는 만화 특유의 위트로 이 최신 스마트폰 사장이 죽음을 맞이해 천국의 하청공장에서 자신이 하청 시키던 사람들과 동일한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게 된다는 발상으로 현실을 너무 어둡지 않게 비틀어낸다.

또한 짧은 단편이나 장편 모두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잃지 않는 최규석 작가는 단결이나 투쟁 조끼를 입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법의 사각지대를 지적한다. 작은 폭력에는 민감하면서도 사회질서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거대한 폭력에는 눈 감아 버리는 현실은 뉴스에서 놓쳤던 현재의 이면을 보여준다. 또한 대학등록금이 연체되어 휴학하는 손녀와 아기를 돌봐줄 수 있는 노동력으로만 취급되는 노부모 등 가족 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세대유감적인 희생은 우리의 단면을 그대로 잘라 보여 주는 듯한 사실감으로 공감을 자아낸다.

‘어깨동무’ 제목처럼, 인권은 어깨동무를 한 너와 나의 모습같이 모든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 에피소드를 이어갈수록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유머, 시사, 감성, 교양 등 작가들의 10가지 각기 다른 개성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충분하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소꿉 친구와 어깨동무 하듯이 먹고 살기 바빠서 내 삶에 급급해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시대의 양심 조각들을 10인 만화가들의 유머와 위트로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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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 정훈이, 최규석 등저/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창비
『어깨동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1년여 기간의 기획을 거쳐 완성해낸 인권만화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영화, 동화, 사진집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차별’ 없는 세상의 가치를 전파하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인권만화 『십시일反』과 『사이시옷』은 ‘차별’을 주제로 만화라는 대중 친화적 장르의 힘을 빌려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주며 사랑을 받았다. 앞의 두 만화가 ‘차별’을 주제로 ‘인권만화’라는 장르를 새로이 개척했다면 『어깨동무』는 ‘인권’ 그 자체를 주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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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 #인권
7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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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sslqkqn

2013.07.17

작가 이름만 들어도 작품성과 스케일이 가늠되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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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tw

2013.04.30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도서라니 벌써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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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2013.03.31

무려 만화가 10인이 썼다니.. 종합선물세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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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어린이 MD)

누군가를 웃길 때가 가장 행복하다. 세상에서 초콜렛이 가장 맛있는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