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들을 위한 공감에세이를 써보고 싶다 - 『책은 언제나 내 편이었어』 김애리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많은 돈을 가져본 적도, 그만한 위치에 올라본 적도 없어서 돈이나 명예, 권력 같은 것들이 정말 행복을 가져다 주는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곧 만족과 감사다. 꼭 GDP와 행복지수의 상관관계를 들먹이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이제 돈이 꼭 행복의 조건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나는 행복한 사람이란 ‘밑천도 가망도 없는데, 바라지도 않는 사람’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201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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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책은 언제나 내 편이었어』에서 30대를 강조했다. 저자 자신에게 30대는 어떤 의미였나?
누구나 그렇듯 20대까지의 나는 30대에 접어들면 삶의 많은 부분이 안정되고,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 20대 후반부터 그건 어마어마한 착각이자 환상이었음을 깨달았다. 서른이라는 숫자가 가져다 주는 환상은 안정보다는 또 다른 부담과 압박이었던 것 같다. 청춘이 드디어 끝나버렸다는 허망함과 나름 고군분투했던 20대의 시간들이 만족보다는 후회로 다가오기도 하더라. 이제는 정말 어른답게 처신해야 한다는 무언의 부담도 한 몫 했다. 이렇듯 나는 숱한 30대와 마찬가지로 난감함으로 서른을 시작했다. 그래서 많은 서른 살 어른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서른에도 충분히 갈팡질팡 방황하고 흔들릴 수 있다고. 대단한 통찰을 얻거나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 해서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지 않나.
20대
20대는 어떤 시기였나.
상당히 많은 것을 경험한 시기. 보름쯤 방안에 갇혀 미친 듯 책만 읽으며 보낸 시간도 있었고, 혼자 배낭을 메고 동남아 6개국을 떠돌기도 했다.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원하던 회사에 취직도 해보고, 진한 연애도 했고. 무엇보다도 20대 시절 천 권 이상의 책을 읽고 책을 6권이나 출간했다. 그 6권 중 각기 다른 분야가 각각 3권이다. 말하자면 나의 20대는 여러 가능성을 탐색해보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정확한 이정표 없이 닥치는 대로 시도해본 시기였다. 20대 내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며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커다란 성과나 목표달성은 없었다 해도 나에게는 20대가 참 소중하다.
독서
책을 많이 읽는다. 독서가로 유명한데, 왜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가.
제 무식함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일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많은데 아는 건 적고, 그래서 책으로 궁금증들을 해결해나가는 식이다. 이것저것 도전해 보고픈 일들이 많은데 그럴 때면 가장 먼저 관련분야 독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독서는 일상에 깊숙이 박힌 습관이 되었다. 책을 못 읽을 환경에 놓이거나 다른 일이 너무 바빠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서불안에 신경예민이 되곤 한다.
소설
『책은 언제나 내 편이었어』에 소개한 책은 대부분 소설이다. 이유가 있는지.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 것 같다. 많은 분야의 책들 가운데 소설을 특히 좋아한다. 자기계발, 인문, 경제경영도 모두 각각의 철학과 교훈을 담고 있지만 한 편의 훌륭한 소설만큼 삶의 혜안을 갖게 해주지는 못한다. 내가 소설을 통해 많은 것, 특히 삶의 이면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았듯이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소설로 그런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에서 소설을 많이 소개했다.
인생철학
책에서 1부는 저자의 인생관을 다루는 듯하다. 인생 철학이 있다면?
인생 철학을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할까? 많은 문구를 가슴에 담고 다닌다. 꼭 실천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절대 남의 가슴에 상처내지 말자, 사소한 것은 사소하게 흘려 보내자, 눈치보지 말고 내 뜻대로 살자, 모든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자. 대략 이런 것들이다. 식상한 문구지만 사실 그 안에 숨은 뜻은 엄청나다. 인생철학이 관념 속에서만 존재할 것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이 되게끔 계속해서 곱씹고 있다.
행복
행복이란 무엇일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많은 돈을 가져본 적도, 그만한 위치에 올라본 적도 없어서 돈이나 명예, 권력 같은 것들이 정말 행복을 가져다 주는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곧 만족과 감사다. 꼭 GDP와 행복지수의 상관관계를 들먹이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이제 돈이 꼭 행복의 조건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나는 행복한 사람이란 ‘밑천도 가망도 없는데, 바라지도 않는 사람’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사랑
2부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사적인 사랑 이야기는 많이 드러나지 않는 편인데. 실제로 사랑, 연애했던 이야기를 채널예스 독자를 위해 공개해줄 수 있는가.
한 사람을 굉장히 깊이, 오래 만나는 스타일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현재 남자친구도 스무 살에 날 것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으로 만나 십 년 이상을 지켜보고 7년 간 연애를 하다 결혼을 앞두고 있다. 불같이 사랑하다 식어버리는 스타일이라기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애틋하고 좋아지는 마음이 생긴다. 지금은 그 사람을 위해서 삶 전부를 희생할 수도 있는 마음이다. 이런 얘기는 좀 웃기지만, 사랑을 할 때의 내 모습이 가장 멋있는 것 같다. 사랑 받으려 하기보단 더 많이 사랑해주려고 노력한다. 사랑으로 돌이킬 수 없이 손해를 보고 배신을 당해도 나는 다 줬기 때문에 미련도 후회도 남지 않을 것 같다.
실패, 좌절
3부는 실패, 좌절을 다룬다. 많은 사람이 책보다는 술을 마시거나 친구를 찾는데. 어떤 게 나을까.
정해진 해답은 없지 않나? 책이 더 위안이 된다면 책을 찾으면 될 것이고, 술이나 친구가 좋다면 거기에 기대면 된다. 그때그때 다르다면 그때그때 다른 상황에 얹어가면 된다.
창작
단편 소설로 등단한 적이 있다. 요즘도 소설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부끄럽지만 졸작을 가지고 우연찮게 등단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이렇게 말하지만 당시에는 심장이 터져버릴 만큼 무지 기뻤다. 소설은 1년 365일 항상 머릿속에 들어있다. 뭐랄까, 내게는 영원한 그리움 같은 것이다. 완성에 대한 조급함도 없어 마흔 전에 한 편만 써보자 라는 마음이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심도 감히 없어 우리 가족만이 독자가 되어준다 해도 상관없다. 흘러가듯 내버려 두려고 한다.
미래
앞으로 어떤 책을 읽을지, 어떤 책을 쓸지 알려 달라.
이제 서른이 되었으니 30대 여성들을 위한 공감에세이를 써보고 싶다. 다들 사는 거 팍팍하고 더럽고 구차하다, 끝까지 죽지 않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우린 승리자다. 이런 이야기하고 싶다.
- 책은 언제나 내 편이었어 김애리 저 | 퍼플카우
작가 김애리는 ‘책’을 ‘내 편’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 마르케스, 카잔차키스에서 산도르 마라이……. 고전부터 근래의 베스트셀러까지 100여 권의 책들이 작가를 통해 방황의 터널을 먼저 지난 선배로, 나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로, 혹은 나보다 더 방황하고 있는 친구로 다시 태어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새로운 친구(책)를 소개받고, 잊고 지낸 친구(책)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김애리라는 청춘이 길어 올린 찬란한 ‘인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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