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 송중기 : 미소년 사육에 대한 노련하고 애절한 멜로 판타지
배경은 아련한 추억을 담아내듯 1960년대를 지향한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첨단 문명으로 가득한 현재가 아닌 과거를 지향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의 이름이 순이와 철수로 명명된 것도 아련한 판타지에 순박함을 더한다. 스토리도 단순하다. 폐병을 앓고 있는 순이(박보영)는 요양 차 시골 마을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리고 이사 온 날 밤, 집 헛간에 있던 무언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201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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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 감독의 <늑대소년>이 연일 흥행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가장 뜨거운 배우 송중기와 영화의 독특한 감수성, 수학능력시험과 빼빼로 데이 등이 이어지는 흥행 특수까지, 삼박자의 합이 아귀가 맞아 가속 페달을 밟은 것처럼 상승하는 이런 분위기는 <늑대소년>의 제작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신나고 흐뭇한 일이다.
일반 관객들에겐 낯설겠지만 조성희 감독은 단편 데뷔작 <남매의 집> 이후 인상적인 데뷔작 <짐승의 끝>으로 평단의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남매의 집>의 모티브는 잔혹 동화로서의 어린아이들의 분투기, ‘해님 달님’이나 ‘헨젤과 그레텔’을 연상시키는데, <늑대소년> 역시 서양에서 흔히 보아온 호러 판타지로서의 고전적 모티브를 차용한다. 그래서 동화적 서사를 강조하는 듯 아련하고 환상적으로 보이는 섬세하게 계획된 조명과 미장센으로 이뤄진 장면들은 송중기와 박보영이라는 예쁜 배우와 어우러져 멜로적 감수성의 따뜻하고 안온한 배경이 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보아오던 ‘늑대인간’이 돌연변이가 된 자신과 인간의 무리 사이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생존의 고뇌에 빠져있는 것과 달리 <늑대소년>의 정체성은 문명을 이해하지 못해 그저 천진난만한 반려견이 교육과 사랑을 통해, 한 소녀만을 믿고 따르는 충직한 미소년으로 환생하고야 마는 소녀적 감수성을 가득 담은 할리퀸 로맨스적인 10대 소녀의 판타지에 집중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늑대소년>은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사람은 사람으로 타고나느냐, 길러지느냐에 관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아니라 그저 동화 같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물론 영화적 완성도의 결이나 주제를 놓고서는 비교대상이 되긴 어렵지만 2004년 강동원과 조한선을 캐스팅해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전설적인 영화가 된 <늑대의 유혹>이 지향했던 소녀적 감수성과 그 흥행의 공식이 <늑대소년>을 통해 다시 발현되는 것처럼 느꼈던 것은 극장을 가득 채운 여학생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이 환히 웃는 우산 속 장면에서 카메라는 강동원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아내고, 소녀 팬들은 그저 숨이 멎을 듯한 탄성을 내쉬었다. 그때의 탄성이 <늑대소년> 속 송중기를 보면서도 똑같이 이어지고 있었다.
배경은 아련한 추억을 담아내듯 1960년대를 지향한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첨단 문명으로 가득한 현재가 아닌 과거를 지향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의 이름이 순이와 철수로 명명된 것도 아련한 판타지에 순박함을 더한다. 스토리도 단순하다. 폐병을 앓고 있는 순이(박보영)는 요양 차 시골 마을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리고 이사 온 날 밤, 집 헛간에 있던 무언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비슷한 또래의 남자 아이 같은데 어째 행동하는 게 딱 한 마리의 늑대 같다. 순이네 가족은 이 소년을 철수(송중기)라 부르며 돌봐주기로 한다. 병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지내던 순이였지만 철수를 만나고 순이는 생기를 찾는다. 그리고 철수는 그렇게 처음으로 자신을 돌봐 준 소녀 순이를 맹목적으로 따르게 된다. 그리고 모든 일이 그렇듯이 불행은 가장 행복할 때에 찾아온다. 순이를 좋아하는 비뚤어진 청년 지태의 등장으로 영화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가위손>
영화의 결말을 예측하기란 어렵지 않지만, 영화의 엔딩을 보면 쉽사리 팀 버튼의 <가위손>이 떠오른다. 가슴 절절하고 비극적인 철수와 순이의 사랑은, 젊은 날의 열병처럼 아프지만 이 결말 때문에 불타올라 사그러들고야 마는 불장난은 아니었던 셈이다. 늑대소년이 개화되는 과정은 예쁜 주인과 더 예쁜 반려견이 만나 ‘사육’하고 ‘사육’되는 과정을 그대로 따르고, 이 과정에서 훈훈하면서고 귀엽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가득 등장한다. 예상했던 대로 자신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마을 사람들은 ‘사람’이 아닌 ‘늑대’로서 철수를 대한다. 순이조차 완전하게 믿어주지 못한 이 사건에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철수’지만 순이에게 사육된 철수는 주인을 배신하는 법이 없다. 사랑을 받은 만큼 헌신하고,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는 법이 없이 기다리는 순정을 안다.
사랑이 순식간에 변해버리고 마는 디지털 세상에 이렇게 부박한 아날로그의 감수성이라니, <늑대소년>은 누구나 믿어보고 싶고, 되짚어 꿈꿔보고 싶은 진정성에 대한 판타지를 마지막까지 끌고 간다. 60년대 배경과 겉도는 국가권력, 고도의 생물학적 실험이라는 요소들은 ‘늑대소년’의 존재를 설득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판타지 멜로’에 갑작스럽게 개입된 과학적인 요소는 오히려 이야기의 결을 뒤흔들어 놓는 아쉬움을 남긴다.
<늑대소년>을 보고서 이상하게도 ‘새빨간 거짓말’에 대한 단죄, <양치기 소년>이란 동화가 떠올랐다. 이 동화에는 거짓말을 하는 ‘소년’과 이 소년을 단죄하기 위한 ‘늑대’가 등장한다. 거짓말을 한 소년이 늑대에게 잡아먹혔는지, 마을로 돌아갈 수 있었는지, 마을 사람들은 소년이 첫 거짓말을 했을 때 소년을 단죄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어떤 답도 없이 ‘늑대’에게 결말을 내던진 동화 <양치기 소년>처럼 <늑대소년>에도 ‘소년’은 등장하지 않는다. ‘소년’의 모습을 한 ‘늑대’만이 있다. 결국 최첨단 과학이 낳은 돌연변이에게 ‘말’을 허락하지 않은 아이러니까지 포함해서 <늑대소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이 또한 긍정적 평가만큼이나 많겠지만, 개인적인 취향과 상관없이 관객층을 정확하게 겨냥한 콘셉트 무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하거니와 <늑대소년>이 <건축학개론> 만큼이나 노골적이고 솔직하게 자신의 태생적 정체와 한계를 숨기거나 꾸미지 않는다는 점은 이 영화의 타고난 매력이기도 하다.
어느 곳에도 없을 것 같은 남자, 송중기
<마음이 2>
우리가 송중기를 만났을 법도 한 영화는 2008년 <쌍화점>, 2009년 <오감도>와 <이태원 살인사건>, 2010년 <마음이 2> 등이 있다. 호위무사의 한 명이었다는데, 신세경과 커플이라는데, 살해당한 대학생이었다는데 쉽사리 기억이 나진 않는다. <마음이 2>에서 송중기는 역시 유쾌하고 귀여운 얼굴로 첫 주연을 맡았지만 <마음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반려견’이지 않은가?
<성균관 스캔들 [출처: kbs]>
송중기라는 인물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첫 작품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이었다. 박유천이 주인공이었던 이 드라마에서 유아인과 짝패를 이뤄 등장한 구용하 역의 송중기는 사극에서 ‘남자 배우’에게 기대해 본 적이 없는 깜찍하고 귀여운 역할을 맡아 수많은 누나 팬들을 따르게 했다. 동시에 유재석과 함께 예능 버라이어티 <런닝맨>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뿌리 깊은 나무 [출처: sbs]>
<착한남자 [출처: kbs]>
2011년 <뿌리 깊은 나무>에서 주연인 한석규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면서 존재감을 키워갔던 송중기가 뜨겁게 떠오른 작품은 현재 방영중인 <착한남자>다. 웃는 모습이 예쁜 귀여운 연하남 이미지가 강했던 송중기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 철저하게 ‘나쁜 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순정남 역할을 맡아서 예쁜 얼굴 뒤에 가려진 잔 근육과 남성다움을 과시하면서 2012년 가장 핫한 스타이자 배우로 거듭났다. 그런 그가 한 여자를 위해 평생을 절대 복종하는 ‘늑대’가 되었으니 <늑대소년>의 흥행에는 송중기의 인기와 그 이율배반적인 이미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남성성으로 가득한 남자배우였다면, 그 이율배반적인 매력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을 것이다.
<착한남자 [출처: kbs]>
해맑게 웃는 송중기의 얼굴은 여전히 귀엽고 예쁘지만, 이미 야수로도 나쁜 남자로도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은 우리에게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백지처럼 하얀 얼굴이 도화지인 냥 다양하게 채색할 수 있는 수많은 얼굴을 숨기고 있다는 건 그냥 봐도 명민한 송중기에게는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그래서 송중기는 지금보다 더 뜨거워질 것 같다. 꽤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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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aqua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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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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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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