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록 밴드 돌아오다 - 뮤즈, 킬러스, 제드
이전부터 국내에서는 친숙했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 공식 주제가를 부르며 또 한 번 회자가 되었던 그룹이죠. 영국을 넘어 월드클래스의 굵직한 록 밴드로 자리 잡은 뮤즈가 총천연색의 신보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국내에도 상당수인 ‘뮤즈 폐인’들의 들뜬 표정이 보지 않고도 눈에 보이는 듯 하네요…
201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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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국내에서는 친숙했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 공식 주제가를 부르며 또 한 번 회자가 되었던 그룹이죠. 영국을 넘어 월드클래스의 굵직한 록 밴드로 자리 잡은 뮤즈가 총천연색의 신보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국내에도 상당수인 ‘뮤즈 폐인’들의 들뜬 표정이 보지 않고도 눈에 보이는 듯 하네요.
같은 영국 출신의 밴드 킬러스도 앨범을 발표하며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굳이 ‘심기일전’이라 표현한 이유는 신보가 이제까지 이들의 음악과는 무언가 다른 부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음악일지, 리뷰를 통해서 먼저 만나보세요. 두 밴드의 음악과 함께 독일 출신의 디제이 제드(Zedd)의 데뷔 음반도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뮤즈(Muse) < The 2nd Law >
※ 주의 : 중독성이 매우 강함
위의 문구는 2003년 < Absolution >이 발매되었을 당시 음반 직배사의 경고 메시지다. 실로 그랬다. 당시 국내에 생경하기까지 했던 ‘음악의 여신’ 뮤즈의 록 문법은 말 그대로 중독의 위험이 느껴질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이때부터 ‘중독성 짙은’이란 표현은 매튜 벨라미(Matthew Bellamy)가 들려주는 소름 끼치는 귀곡(鬼哭)과 함께 대동 되는 단어로 사용되었다.
앞서 발표한 < Origin Of Symmetry >(2001)가 소포모어 징크스를 뒤집어 버린 신인 밴드의 거센 약진이라면, < Absolution >에 뒤이어 선보인 < Black Holes And Revolutions >(2006)는 당시 대부분의 평단과 록 팬들의 몰표를 받아낸 ‘확인 사살’급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당대의 문제작이었다. 이 삼 연타로 밴드에 대한 기대감은 날로 커졌고, 그만큼 몸집도 거대해져 이제는 축구의 성지 웸블리 공연의 이틀 치 티켓을 모두 팔아치우는 공룡 집단이 되었다. 이에 대한 영국 내 위상은 ‘2012 런던 올림픽’의 주제가를 맡는 위치에 이른다. 이런 전 지구적 기대감을 한몸에 받는 밴드가 된 그들은 < The 2nd Law >를 우리의 손에 건넸다.
뮤즈라는 밴드를 세 단어로 표현하자면 ‘폭발’, ‘실험’, ‘서정’의 배합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요약한 아이덴티티는 ‘클래시컬 헤비니스’다. 이 세 가지의 이질적인 줄기들을 서로 한데 엮어내거나, 끊어져 있는 끝과 끝을 잇는 것이 이들의 주된 포맷이다. 각 소스의 많고, 적음의 차이는 매 콘셉트에 따라 달리해왔다. 각 작품의 선불선(善不善)을 우선으로 따지기보다 서두에 언급한 세 장은 뮤즈의 중용(中庸)에 놓는 것이 맞을 듯하다. 여기서 말하는 이들의 중용은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내는 극적인 구상력에 있었다.
앨범이 거듭 발매함에 따라 커리어의 무게감은 클래식을 접목한 아트록, 혹은 프로그레시브의 성향이 더해지고 있었고, 그 짙은 향취는 현재 최고조에 이르렀다. 우선 런던 올림픽 주제가로 낙점되었던 「Survival」은 관현악 서막의 「Prelude」를 취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구성미를 갖추었다. 퀸이 빚어낸 ‘록 오페라’에 형식에 채무를 진 곡으로 웅장한 구조, 격정적인 페이드아웃의 전개는 현재 도래한 이들의 지향점을 말해준다.
뒤이어 선보인 싱글 트랙 「Madness」를 대하는 팬들의 반응은 제각기였다. 전에 없던 덥스텝(Dub step)의 과도한 수용은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킬 변혁이라 할만하다. 록 밴드답게 진행의 후반부에서는 본래의 록 포메이션으로 돌아오지만, 그 깊은 여운은 일렉트로니카의 잔향에 있다. 트랙리스트에서 그들에게 환호했던 ‘결정적 이유’를 찾자면 13개의 보기 중답은 3번 「Panic station」일 것이다. 유례없이 박력 넘치는 펑키 넘버로 베이스가 주도하는 ‘청각적 쇼크’는 늘 그렇듯 다층적 새로움과 동시에 오감을 자극시킨다. 이 짜릿함의 전이는 말 그대로 ‘뮤즈다움’이다. 이런 소리의 쾌감을 안겨주었던 작품들은 줄 곧 발표해왔고, 다양함이라는 키워드에서 이루어졌던 상습적인 틀 깨기는 지금의 그들을 있게 해준 힘이었다.
이후의 트랙에서는 ‘뮤즈다움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다. 아들이 막 세상으로 나오기 전 초음파기기로 잡아낸 심장박동을 곡 도입부에 사용한 「Follow me」는 앞선 「Madness」와 마찬가지로 일렉트로니카에 접합면이 있는 작품이다. 육중한 전자 사운드의 덧입힘으로 장엄함과 긴장감을 고조시켜 몸집만을 부풀려 놓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다채로운 사운드 전개와 박진감이 느껴지는 샘플링의 「Animal」은 이들의 최종 목적지인 프로그레시브 록의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변화무쌍하게 곡조를 넘나들었던 전작들과는 달리 역시나 소리의 덩치만을 키워낸 작위적 기운이 느껴진다.
앨범의 또 다른 흥밋거리라면, 고운 음색이 어우러진 발라드 트랙 「Save me」와 뒤이어지는 메탈 리프가 곡 전체를 지배하는 상반된 분위기의 하드 넘버 「Liquid state」에서 보컬리스트로 변신한 베이시스트 크리스 볼첸홈(Chris Wolstenholme)의 재발견이다. 단발성의 느낌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부족함 없이 어우러지는 그의 보컬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팀의 든든한 무기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품에 안을 것인가, 아니면 내칠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뮤즈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악을 구사한다. 다수 대중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장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소수자, 즉 록 팬들에게 있어서는 독보적인 톱클래스 밴드라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이다. 전체적인 사운드 운용은 두말할 나위 없는 최상급이지만 강성만이 존재할 뿐인 소리 모음집의 골격이다. 밴드에게 있어 지속적인 변화와 실험은 진보와 진화로 귀결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들리지 않는 음악’의 전개는 예상외다. 뮤즈는 즉각적 반응과 동요를 일으켰던 음악만을 해왔다. 이와 같은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던 밴드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치명적이기까지 했던 설렘이 부재하는 지금의 새로운 세계관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킬러스(Killers, The) < Battle Born >
< Who's Next? >라는 질문에 대답할 준비를 시작한 그들
장난기 많던 친구가 갑자기 진지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그건 아마도 자신의 행동에 무게감을 싣고 싶다는 뜻일 게다. 킬러스의 이번 작품은 딱 그런 인상을 준다. 과거와 현재를 한데 모아 자신들의 자양분으로 만드는 기본 명제는 변하지 않았지만, 접근법에 있어서 위트는 살짝 걷어낸 대신 스케일 확장을 꾀한 덕분이다. 2000년대 신세기 록의 언급에 있어서 이제 그들의 이름은 필수 사항이 되었지만, 아무래도 전설로 남은 유투(U2)나 장르를 넘어 뮤직 히어로가 되어버린 콜드플레이(Coldplay) 등에겐 여전한 열등감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이 암살자들의 등을 부추긴 것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는 건전한 욕심이다.
뉴웨이브의 기운을 받아 댄서블한 록을 주무기로 일삼았던 이들이지만 이번만큼은 깃발을 더욱 단단히 꽂기 위해 마냥 즐거움만을 유도하지는 않았다. 앨범이 거듭되는 동안 기존의 틀 안에서 조심스러운 시도들이 이루어져 왔다면, 이번엔 그 세계에 균열이 일어났다는 것을 명확히 느낄 수 있다. 초반의 심플함과 재기발랄함을 잊고 여러 가지 시도와 함께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일부 록밴드들의 결과가 신통치 않았던 것을 생각했을 때, 이러한 이미지 변신이 그저 기존 뮤지션들의 결과물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새어나오기 마련이다.
이들도 물론 여기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마칭밴드를 연상시키는 드럼으로 기선을 제압하는 싱글 곡 「Runaways」는 후(Who, The)의 히트곡인 「Baba o'riley」가 연상되는 기타사운드를 중심에 놓고 구성은 퀸(Queen)의 웅장함을, 감정은 킨(Keane)의 서정성을 한데 모아 ‘킬러스화’ 시켰다. (놀라우리만큼 지독한 ‘미국 뮤지션의 영국 집착’이다.) 완전히 새롭지는 않아도 캐릭터는 확실히 녹아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러닝타임 전체에 걸쳐 있다. 속도를 낮추고 사운드를 응집시킴으로서 자신들의 ‘작품’을 차분히 들려주고자 하는 의도다.
전과 상반되는 이런 모습은 아무래도 찬반양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비사이드(B-Side)에 불과했던 부분을 전면에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이들의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족쇄처럼 따라붙는 < Hot Fuss >(2004)까지 갈 필요도 없이, 전작 < Day & Age >(2008)의 「Human」이나 「Spaceman」을 좋아했던 이들에게도 이런 텐션 다운은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반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면 또 다른 좋은 여행을 누릴 가능성 역시 다분하다. 이처럼 듣는 이의 태도나 청취 횟수에 따라 트랙들이 주는 인상은 시시각각 바뀐다. 물론 그 혼란의 종점은 역시 ‘최고다’까지는 아니라도 ‘나쁘지 않다’라는 전망 좋은 간이역이다.
사실상 핵을 이루고 있는 시작의 「Flesh and bone」과 마지막의 「Battle born」 역시 이러한 화려함을 이어간다. 그루브한 비트가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가 싶더니 점층적인 구성을 거치며 장대함의 절정을 가르는 「A matter of time」, 몽환적인 신스음이 어쿠스틱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새로움을 연출하는 「Deadlines and commitment」 그리고 멤버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파퓰러한 멜로디의 「The way it was」까지. 켜켜이 쌓아올린 견고한 사운드로 자신들의 나태함을 명징히 일갈하고 있다.
힘을 과하게 준 탓에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옅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음악인에게 있어 진화유전자의 갈망은 당연한 것임을 상기하면 그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을 무시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트렌디한 음악집단에서 벗어나 기타록의 정통성을 획득하기 위함이라는 명확한 흐름위에 놓여있다. 차기 록 영웅을 꿈꾸는 이들이기에 지금의 영토로는 절대 만족할 수 없음을 만천하에 알린 그들, 그렇게 후의 명반 타이틀이자 시대를 가르는 질문인 < Who's Next >라는 한마디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물론 명확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겠지만.
제드(Zedd) < Clarity >
공연을 통해서 감각적인 사운드 구성 능력을 일찍이 검증받은 제드(Zedd)의 본격적인 출격이다. 본인이 제작자이자 감독, 주인공이 되어 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기에 팬들의 기대는 더 클 것이다. 또한, 출시에 앞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엘리 굴딩(Ellie Goulding), 미국 록 밴드 원리퍼블릭(OneRepublic)의 보컬 라이언 테더(Ryan Tedder) 같은 스타 가수들을 초대할 예정임을 밝혀 또 한 번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신인답지 않은 스케일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2분을 지나면서 하우스로 본격적으로 변신하는 「Hourglass」는 애잔함을 내는 보컬과 강렬한 신스 루프가 잠시 어울리며 묘한 분위기를 이끌어 낸다. 올해 6월에 공개된 리드 싱글 「Spectrum」은 단순명료한 멜로디로, 「Follow you down」은 귀에 빠르게 익는 코러스와 스캣으로 중독성을 안긴다. 일렉트로니카 디제이라고 해서 전자음과 리듬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쉽게 받아들일 선율을 쓰고 구사하는 일에도 재능이 있음을 일러 주는 대목이다. 라이언 테더의 안정적인 가성과 시원한 보컬이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 「Lost at sea」도 그렇다.
다이내믹한 구성은 기본이며, 제드의 특기다. 「Shave it up」은 후반이 압권이다. 오리지널과 같은 루프로 힘차게 달리다가 현악기를 넣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느낌을 조성하고 뒤이어 반음을 올린 진행으로 긴장감을 이어 간다. 전자음 위주가 아닌 다른 악기 편곡으로도 멋을 낼 줄 아는 감각이 돋보인다. 「Stache」는 약간의 일렉트로닉 록 구사와 표현하는 사운드의 유사성으로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 Discovery >와 < Human After All >을 집약한 듯한 인상을 주지만, 4분 동안 여러 차례 감행하는 용감무쌍한 변주는 다프트 펑크와 닮았다는 느낌보다 더 큰 신선미를 전한다.
앨범은 수록곡들 전체가 한 편의 믹스 세트를 완성하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 곡들은 후반부에 다음 곡의 주요 동기를 나타냄으로써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더구나 초침 소리로 끝나는 마지막 곡 「Epos」는 같은 초침 소리로 시작하는 첫 곡 「Hourglass」와 수미쌍관을 이룬다. 철저하게 계산된 이 흐름이 본 작품의 드러나지 않는 진가다. 믹스 세트를 지향한 덕분에 청취자들은 클럽에서 직접 그의 플레이를 보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 Clarity >는 일렉트로닉 댄스음악, 특히 강력한 하우스의 매력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괜히 타이틀을 ‘명료성’이라고 지은 것이 아니다. 듣는 이의 심박수를 상승시키며 청중을 춤추게 할 힘차고 명확한 사운드가 표출된다. 그럼에도 이 재능 있는 뮤지션은 자신의 트위터에 밝히기를 “나는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을 만들지 않는다. 나는 음악을 만든다.(I don't make EDM. I make M.)”고 했다. 장르에 구애되지 않고 사람들을 감동시킬 자신의 음악을 하겠다는 당찬 포부가 엿보인다. 일렉트로니카 신을 넘어 음악계의 대세로 성장할 신인 디제이의 화려한 무대가 이제 막 시작됐다.
같은 영국 출신의 밴드 킬러스도 앨범을 발표하며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굳이 ‘심기일전’이라 표현한 이유는 신보가 이제까지 이들의 음악과는 무언가 다른 부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음악일지, 리뷰를 통해서 먼저 만나보세요. 두 밴드의 음악과 함께 독일 출신의 디제이 제드(Zedd)의 데뷔 음반도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뮤즈(Muse) < The 2nd Law >
※ 주의 : 중독성이 매우 강함
위의 문구는 2003년 < Absolution >이 발매되었을 당시 음반 직배사의 경고 메시지다. 실로 그랬다. 당시 국내에 생경하기까지 했던 ‘음악의 여신’ 뮤즈의 록 문법은 말 그대로 중독의 위험이 느껴질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이때부터 ‘중독성 짙은’이란 표현은 매튜 벨라미(Matthew Bellamy)가 들려주는 소름 끼치는 귀곡(鬼哭)과 함께 대동 되는 단어로 사용되었다.
앞서 발표한 < Origin Of Symmetry >(2001)가 소포모어 징크스를 뒤집어 버린 신인 밴드의 거센 약진이라면, < Absolution >에 뒤이어 선보인 < Black Holes And Revolutions >(2006)는 당시 대부분의 평단과 록 팬들의 몰표를 받아낸 ‘확인 사살’급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당대의 문제작이었다. 이 삼 연타로 밴드에 대한 기대감은 날로 커졌고, 그만큼 몸집도 거대해져 이제는 축구의 성지 웸블리 공연의 이틀 치 티켓을 모두 팔아치우는 공룡 집단이 되었다. 이에 대한 영국 내 위상은 ‘2012 런던 올림픽’의 주제가를 맡는 위치에 이른다. 이런 전 지구적 기대감을 한몸에 받는 밴드가 된 그들은 < The 2nd Law >를 우리의 손에 건넸다.
뮤즈라는 밴드를 세 단어로 표현하자면 ‘폭발’, ‘실험’, ‘서정’의 배합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요약한 아이덴티티는 ‘클래시컬 헤비니스’다. 이 세 가지의 이질적인 줄기들을 서로 한데 엮어내거나, 끊어져 있는 끝과 끝을 잇는 것이 이들의 주된 포맷이다. 각 소스의 많고, 적음의 차이는 매 콘셉트에 따라 달리해왔다. 각 작품의 선불선(善不善)을 우선으로 따지기보다 서두에 언급한 세 장은 뮤즈의 중용(中庸)에 놓는 것이 맞을 듯하다. 여기서 말하는 이들의 중용은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내는 극적인 구상력에 있었다.
뒤이어 선보인 싱글 트랙 「Madness」를 대하는 팬들의 반응은 제각기였다. 전에 없던 덥스텝(Dub step)의 과도한 수용은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킬 변혁이라 할만하다. 록 밴드답게 진행의 후반부에서는 본래의 록 포메이션으로 돌아오지만, 그 깊은 여운은 일렉트로니카의 잔향에 있다. 트랙리스트에서 그들에게 환호했던 ‘결정적 이유’를 찾자면 13개의 보기 중답은 3번 「Panic station」일 것이다. 유례없이 박력 넘치는 펑키 넘버로 베이스가 주도하는 ‘청각적 쇼크’는 늘 그렇듯 다층적 새로움과 동시에 오감을 자극시킨다. 이 짜릿함의 전이는 말 그대로 ‘뮤즈다움’이다. 이런 소리의 쾌감을 안겨주었던 작품들은 줄 곧 발표해왔고, 다양함이라는 키워드에서 이루어졌던 상습적인 틀 깨기는 지금의 그들을 있게 해준 힘이었다.
이후의 트랙에서는 ‘뮤즈다움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다. 아들이 막 세상으로 나오기 전 초음파기기로 잡아낸 심장박동을 곡 도입부에 사용한 「Follow me」는 앞선 「Madness」와 마찬가지로 일렉트로니카에 접합면이 있는 작품이다. 육중한 전자 사운드의 덧입힘으로 장엄함과 긴장감을 고조시켜 몸집만을 부풀려 놓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다채로운 사운드 전개와 박진감이 느껴지는 샘플링의 「Animal」은 이들의 최종 목적지인 프로그레시브 록의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변화무쌍하게 곡조를 넘나들었던 전작들과는 달리 역시나 소리의 덩치만을 키워낸 작위적 기운이 느껴진다.
앨범의 또 다른 흥밋거리라면, 고운 음색이 어우러진 발라드 트랙 「Save me」와 뒤이어지는 메탈 리프가 곡 전체를 지배하는 상반된 분위기의 하드 넘버 「Liquid state」에서 보컬리스트로 변신한 베이시스트 크리스 볼첸홈(Chris Wolstenholme)의 재발견이다. 단발성의 느낌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부족함 없이 어우러지는 그의 보컬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팀의 든든한 무기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품에 안을 것인가, 아니면 내칠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뮤즈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악을 구사한다. 다수 대중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장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소수자, 즉 록 팬들에게 있어서는 독보적인 톱클래스 밴드라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이다. 전체적인 사운드 운용은 두말할 나위 없는 최상급이지만 강성만이 존재할 뿐인 소리 모음집의 골격이다. 밴드에게 있어 지속적인 변화와 실험은 진보와 진화로 귀결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들리지 않는 음악’의 전개는 예상외다. 뮤즈는 즉각적 반응과 동요를 일으켰던 음악만을 해왔다. 이와 같은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던 밴드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치명적이기까지 했던 설렘이 부재하는 지금의 새로운 세계관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글 /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킬러스(Killers, The) < Battle Born >
< Who's Next? >라는 질문에 대답할 준비를 시작한 그들
장난기 많던 친구가 갑자기 진지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그건 아마도 자신의 행동에 무게감을 싣고 싶다는 뜻일 게다. 킬러스의 이번 작품은 딱 그런 인상을 준다. 과거와 현재를 한데 모아 자신들의 자양분으로 만드는 기본 명제는 변하지 않았지만, 접근법에 있어서 위트는 살짝 걷어낸 대신 스케일 확장을 꾀한 덕분이다. 2000년대 신세기 록의 언급에 있어서 이제 그들의 이름은 필수 사항이 되었지만, 아무래도 전설로 남은 유투(U2)나 장르를 넘어 뮤직 히어로가 되어버린 콜드플레이(Coldplay) 등에겐 여전한 열등감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이 암살자들의 등을 부추긴 것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는 건전한 욕심이다.
뉴웨이브의 기운을 받아 댄서블한 록을 주무기로 일삼았던 이들이지만 이번만큼은 깃발을 더욱 단단히 꽂기 위해 마냥 즐거움만을 유도하지는 않았다. 앨범이 거듭되는 동안 기존의 틀 안에서 조심스러운 시도들이 이루어져 왔다면, 이번엔 그 세계에 균열이 일어났다는 것을 명확히 느낄 수 있다. 초반의 심플함과 재기발랄함을 잊고 여러 가지 시도와 함께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일부 록밴드들의 결과가 신통치 않았던 것을 생각했을 때, 이러한 이미지 변신이 그저 기존 뮤지션들의 결과물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새어나오기 마련이다.
전과 상반되는 이런 모습은 아무래도 찬반양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비사이드(B-Side)에 불과했던 부분을 전면에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이들의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족쇄처럼 따라붙는 < Hot Fuss >(2004)까지 갈 필요도 없이, 전작 < Day & Age >(2008)의 「Human」이나 「Spaceman」을 좋아했던 이들에게도 이런 텐션 다운은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반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면 또 다른 좋은 여행을 누릴 가능성 역시 다분하다. 이처럼 듣는 이의 태도나 청취 횟수에 따라 트랙들이 주는 인상은 시시각각 바뀐다. 물론 그 혼란의 종점은 역시 ‘최고다’까지는 아니라도 ‘나쁘지 않다’라는 전망 좋은 간이역이다.
사실상 핵을 이루고 있는 시작의 「Flesh and bone」과 마지막의 「Battle born」 역시 이러한 화려함을 이어간다. 그루브한 비트가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가 싶더니 점층적인 구성을 거치며 장대함의 절정을 가르는 「A matter of time」, 몽환적인 신스음이 어쿠스틱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새로움을 연출하는 「Deadlines and commitment」 그리고 멤버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파퓰러한 멜로디의 「The way it was」까지. 켜켜이 쌓아올린 견고한 사운드로 자신들의 나태함을 명징히 일갈하고 있다.
힘을 과하게 준 탓에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옅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음악인에게 있어 진화유전자의 갈망은 당연한 것임을 상기하면 그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을 무시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트렌디한 음악집단에서 벗어나 기타록의 정통성을 획득하기 위함이라는 명확한 흐름위에 놓여있다. 차기 록 영웅을 꿈꾸는 이들이기에 지금의 영토로는 절대 만족할 수 없음을 만천하에 알린 그들, 그렇게 후의 명반 타이틀이자 시대를 가르는 질문인 < Who's Next >라는 한마디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물론 명확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겠지만.
글 /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제드(Zedd) < Clarity >
공연을 통해서 감각적인 사운드 구성 능력을 일찍이 검증받은 제드(Zedd)의 본격적인 출격이다. 본인이 제작자이자 감독, 주인공이 되어 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기에 팬들의 기대는 더 클 것이다. 또한, 출시에 앞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엘리 굴딩(Ellie Goulding), 미국 록 밴드 원리퍼블릭(OneRepublic)의 보컬 라이언 테더(Ryan Tedder) 같은 스타 가수들을 초대할 예정임을 밝혀 또 한 번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신인답지 않은 스케일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다이내믹한 구성은 기본이며, 제드의 특기다. 「Shave it up」은 후반이 압권이다. 오리지널과 같은 루프로 힘차게 달리다가 현악기를 넣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느낌을 조성하고 뒤이어 반음을 올린 진행으로 긴장감을 이어 간다. 전자음 위주가 아닌 다른 악기 편곡으로도 멋을 낼 줄 아는 감각이 돋보인다. 「Stache」는 약간의 일렉트로닉 록 구사와 표현하는 사운드의 유사성으로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 Discovery >와 < Human After All >을 집약한 듯한 인상을 주지만, 4분 동안 여러 차례 감행하는 용감무쌍한 변주는 다프트 펑크와 닮았다는 느낌보다 더 큰 신선미를 전한다.
앨범은 수록곡들 전체가 한 편의 믹스 세트를 완성하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 곡들은 후반부에 다음 곡의 주요 동기를 나타냄으로써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더구나 초침 소리로 끝나는 마지막 곡 「Epos」는 같은 초침 소리로 시작하는 첫 곡 「Hourglass」와 수미쌍관을 이룬다. 철저하게 계산된 이 흐름이 본 작품의 드러나지 않는 진가다. 믹스 세트를 지향한 덕분에 청취자들은 클럽에서 직접 그의 플레이를 보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 Clarity >는 일렉트로닉 댄스음악, 특히 강력한 하우스의 매력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괜히 타이틀을 ‘명료성’이라고 지은 것이 아니다. 듣는 이의 심박수를 상승시키며 청중을 춤추게 할 힘차고 명확한 사운드가 표출된다. 그럼에도 이 재능 있는 뮤지션은 자신의 트위터에 밝히기를 “나는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을 만들지 않는다. 나는 음악을 만든다.(I don't make EDM. I make M.)”고 했다. 장르에 구애되지 않고 사람들을 감동시킬 자신의 음악을 하겠다는 당찬 포부가 엿보인다. 일렉트로니카 신을 넘어 음악계의 대세로 성장할 신인 디제이의 화려한 무대가 이제 막 시작됐다.
글 /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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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