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노동과 함께 하지 않는 복지는 다 가짜” - 노회찬 국회의원 편
정치적 민주주의는 반쪽 민주주의일 뿐이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계절이다. 그래서 대통령선거가 다가올수록 누구든 나서서 더 많은 복지, 경제민주화라는 약을 주겠노라고 경쟁하는 양상이다. 누굴 믿어야 하나? 병 주고 약준다는 말처럼 일단 병은 고칠 생각 않고 약만 많이 주겠다는 의사는 다 가짜다. 약 조차 안주는 지금 의사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생각도 위험하다.
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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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일 ‘2012년 우리가 뽑아야 할 12번째 인물’이라는 주제로 대담회가 열렸다. 대담회는 보수 편, 진보 편 각각 나눠서 진행되는데, 이날은 진보 편 연사가 대담장을 찾았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가 진행을 맡았고, 진보 쪽 연사로는 박영선(52,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씨와 노회찬 씨(56, 국회의원)가 나섰다.
노회찬이 생각하는 2012 대선 쟁점
진보의 가치
저는 진보라는 것이 대단히 상대적이고 시대에 따라 진보적 가치가 실현되는 상황을 반영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현실정치와 관련해서 진보의 사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민주주의, 특히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진척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열두 번째 대통령을 선출하는 해이면서 동시에 1980년대 이후로 25년 즉, 사반세기가 지난 해이기도 합니다. 지난 25년이 1987년에 시작된 정치적인 민주화의 과정이었다면, 그 과정에서 제대로 진전시키지 못했던, 오히려 정체되거나 후퇴하기까지 했던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제대로 일으켜 세우는 것이 올해부터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어느 당의 누가 되든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추진할 리더를 뽑는 것이 최선의 목표이리라 생각합니다.
박정희와 박근혜
박근혜 후보를 박정희 대통령의 딸로만 인식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그 이미지로 인해 박 후보가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보지만, 본인이 그간 정치 인생에서 보여준 이러저러한 능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미지 또는 리더십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것들도 오늘의 박근혜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고 박근혜 지지율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근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시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박근혜가 가진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박정희 대통령의 아바타로서의 측면이 아닐까 합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거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분이 두 분인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박정희 대통령과 한편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이 있지요. 김대중 대통령도 못지않다고는 봅니다만… 그렇다면 박정희 향수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저는 그 점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이 ‘12’의 키워드라고 보고 있습니다. 박정희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 데는 박정희 대통령만이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역할도 크다고 봅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했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채워야 할 것을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한 갈증과 갈망이 한참 과거의 박정희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는 기폭제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박근혜의 소통 방식
예컨대 홍준표 대표나 안상수 대표 같은 분들도 당의 대표를 지내지 않았습니까? 이 분들은 다른 당의 정치인들 정도의 소통 관계는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다르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런 분이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대통령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즉, 대통령과 장관, 대통령과 수석 비서관들의 관계 등이 여느 때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신(新)권위주의. 지금도 신비주의적 통치를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 분의 리더십 자체가. 물론 그 나름의 강점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민주화 되어가는 속도에 비춰봤을 때 이진법을 쓰고 있는 것 같은 거리감을 느낀다는 것이지요.
주사파 논쟁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자칭 주사파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주사파라고 얘기하지 않는데, ‘당신 주사파지?’라고 몰아가는 것은 아주 위험한 사상 검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에 대해서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유화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극소수이지만 북한 체제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기초로 평가를 해야지, 그냥 넘겨짚듯이 얘기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저는 북한 정권에 대해서 대단히 비판적인 사람이지만 누구에게든 사상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에요. 어떤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유일사상을 허용하는 곳입니까? 우리나라는 한 가지 사상만을 허용하는 곳입니까? 그래서 그 사상과 다른 사상을 갖고 있는 국민은 공존하기 어려운 유일사상과 유일체제에서 살고 있는가, 그러면 우리는 또 다른 북한이 되는 것 아닙니까? 제가 알기로 북한은 유일 사상만 인정하는 곳입니다. 그 사상 이외에 다른 사상을 갖고 있으면 처벌 받는 사회가 북한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북한을 비판하는 겁니다. 근데 우리가 역으로 어떤 하나의 사상만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버린다면 이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가 아니냐는 거죠.
나꼼수, 언론 그리고 진보
나꼼수는 워낙 당파성이 확실한 곳인 데다가 언론도 아니잖아요. 거기에다가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그 사람들은 대놓고, 우리는 이명박 정권과 그 후예들을 욕하기 위해 활동한다고 선언했으니까요. 다른 곳에서 비판 안 하는 것을 그쪽에다가 ‘당신들은 왜 그것은 비판 안하느냐’ 물어보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요. 저도 나꼼수에 출연도 하고 그 분들과 굉장히 가깝고 친하지만, 나꼼수를 진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진보적인 측면은 있지만, 그 사람들의 가치와 사고방식이 다 진보라고 보지는 않아요. 그리고 비키니 사건 등에 대해서는 비슷하게 우려하고 있고요. 그래서 본인들에게 직접 따져 물은 적이 있어요. 자기들은 억울하다고 얘기하는데, 실제로 그 분들이 그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했고, 공부도 더 하겠다고 시인하는 것으로 봐서는 일반의 진보적인 활동가들이나 정당에 있는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야권연대와 시대정신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두 당이 서로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왜 선거철이 되니까 야합을 하느냐, 그렇게 같이 가려면 통합을 하든지 하라기에, 제가 한국과 일본이 서로 싫어하는 사이라고 해도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힘을 합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을 했어요. 아니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힘을 합해서 무찌르면 되지, 외계인이 쳐들어온다고 한국하고 일본하고 합방을 해야 합니까? 아니잖아요. 전술적으로도 그렇고, 과거에는 국공합작도 있었던 마당인데, 필요하면 연대를 해야지요. 새누리당도 안 그러는 것은 아니잖아요. 다 필요하면 하는 건데, 좀 불리하다고 그렇게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또, 어떤 후보가 어떤 프로그램과 비전을 가지고 나서느냐에 따라서 또,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할 것이냐에 따라서 국민들의 마음도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소위 말하는 반(反)MB 프레임은 끝났다고 봅니다. 이제 박근혜 후보까지도 반MB 후보 아닙니까? 따라서 반MB로는 차별성이 없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다면 실패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 이유는 박근혜가 박정희 노선을 견지하려고 하기 때문이고, 그런 점에서 박정희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에 자신의 정책과 관련해서 반성한 지점들을 제대로 살리는 것이 박정희 사후에 이어져왔던 박정희 노선을 진정으로 극복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모두가 경제 문제 때문에 애를 끓이고 있는데, 1퍼센트만 성장해도 일자리 30만 개를 만들어냈던 박정희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8만 개밖에 못 만들어내거든요. 박정희식 성장 혹은 수출의 낙수 효과가 사라져버린 지금, 전 산업이 활황이었던 당시 일군 100만 불이라는 수치에 아직도 우리 국민 대부분이 집착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는 그 성장, 그 수출, 그 대기업 가지고는 더 이상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고 대안을 얘기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길 수 있습니다.
연사 리뷰: 노회찬의 12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권리가 회복된 지 25년, 민주화 이후 어쩌면 대통령을 선출할 때마다 조금씩 더 나은 대통령이 뽑혔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가장 최근 대통령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래서인가?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치가 밥을 먹여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여전히 믿지만 그런 정치에 대한 신뢰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개혁정당, 진보정당이 제구실을 못하기 때문이다.
역시 문제는 민주주의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반쪽 민주주의일 뿐이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계절이다. 그래서 대통령선거가 다가올수록 누구든 나서서 더 많은 복지, 경제민주화라는 약을 주겠노라고 경쟁하는 양상이다. 누굴 믿어야 하나? 병 주고 약준다는 말처럼 일단 병은 고칠 생각 않고 약만 많이 주겠다는 의사는 다 가짜다. 약 조차 안주는 지금 의사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생각도 위험하다.
도대체 자영업자의 80%이상이 적자를 못 면하고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차별받는 비정규직인 현실을 바꾸지 않고 무슨 병을 고치겠다는 것인가? 좋은 노동과 함께 하지 않는 복지는 다 가짜라고 봐도 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경제민주화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5년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권이 시계추처럼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번갈아 오가는 식이어선 역사는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선진복지국가는 GDP가 높은 나라 순이 아니라 복지를 바라는 노동, 시민사회의 힘이 큰 순으로 이뤄져 왔다. 세상은 원한 만큼 바뀐다는 철칙이기도 하다. 그래서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꿈이 현실이 되고 좋은 세상도 앞당겨지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2012년 열두번째 대통령을 뽑는 일은 우리 모두의 팔자와 미래를 결정짓는 과정이기도 하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Re:eR의 참신한 기획에 찬사를 보낸다.
관객 리뷰: 내가 꿈꾸는 열두번째 대통령
김수정/33세/NHN
지난 2007년 대선에 저는 투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귀찮거나 정치에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투표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정치적 의사표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로 귀결되는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감, 그에 대한 반사 이익으로 너무 쉽게 승기를 잡은 MB 진영 어느 쪽도 지지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Purple people’의 침묵이 만들어낸 MB정부 5년은 우리가 겪어온 그대로 였습니다. 또다시 누군가에 대한 반작용, 정치적 냉소주의가 낳은 반쪽짜리 대통령을 만들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성국 박사님과 노회찬-박영선 의원님과 함께 했던 ‘열두 번째 선택 (진보편)’ 은 대선이라는 링 위의 승자가 누가 될것인가 보다는 승자를 가리기 위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슈들, 승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할 조건 등 보다 큰 그림에서 대선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먼저, 이번 대선의 가장 핫한 이슈로 ‘경제 민주화’ 를 꼽는데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재벌 개혁, 수출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 집중, 자영업 및 영세 상인에 대한 보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슈라이징 자체만으로 ‘빨간색’이 덧씌워졌던 것에 비하면 우리 사회가 상당히 진일보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련의 논의들이 정의나 도덕의 관점에서 나아가 새로운 기회(일자리)의 창출,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된다는 국민적 설득에 이를 수 있는가 입니다.
두 번째로 시대가 원하는 대통령의 조건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역시 ‘소통의 리더십’ 입니다. 정치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고, 대통령은 정치적 판단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입니다. 정치적 신념에 의해 행동하되, 견해가 다른 측의 입장을 다독이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월화수목금금금 일만 해서야 결코 얻어질 수 없는 덕목입니다.
마지막으로 진보진영이건 보수진영이건, 열두번째 대통령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저는 현재 두 아이의 엄마이자 주부이고 직장에서 8년차 과장입니다. 육아와 회사 두 가지의 짐을 짊어진 현재의 상황은 오히려 감당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미래입니다. 어린 두 아이들을 치열한 경쟁 체제 속에서 계속 교육시켜야 하나...IT업계는 정년도 짧은데 과연 40대에도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가…자영업을 하시는 친정 부모님은 노후에 대한 대비를 미처 충분히 못해두셔서 큰딸인 내가 어느 선까지 감당할 수 있을가…등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가 ‘낙관적 미래’를 꿈꾸기란 그야말로 꿈에 불과합니다. 다만, 동시대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불안 요소에 대해 정부가 같이 고민하고 안전망을 갖춰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역으로 말하자면, 이 역할을 가장 충실히 할 수 있는 그 분이 열두 번째 대통령이 될 수 있겠지요.
* 대선 특집 기사 하단에 댓글 남겨주시면 매월 열 분, 총 30분 추첨하여 책 『12』를 드립니다.
(9월 28일~ 12월 11일)
(9월 28일~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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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eR
Re:eR는 Reply를 의미하는 ‘re:’와 ‘~하는 사람’을 뜻하는 ‘er’이 더해진 합성어로 ‘소통을 이끌어내는 사람’을 뜻한다. 대한민국의 젊은 디렉터와 디자이너들이 모여 기존 매체와 기업에서 진행하기 힘든 담대한 기획을 해당 분야의 비저너리(Visionary)에게 제안하고 현실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12’ 의 간담회 진행 영상 및 사진은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12.conference-d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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