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건물에 스프레이 벽화를 그렸더니…
부모나 교사는 가끔씩 악역을 맡아야 한다. 특히 신임교사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학생들에게 미움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훈육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학업에 대해서도 엄격하지 않으면 결국은 엄청난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2012.09.07
작게
크게
공유
아이들의 미움을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 집에는 교직생활 첫해에 한 학생이 나에게 주었던 쪽지가 액자로 걸려 있다.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 중 하나이며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 생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공부를 게을리했다는 이유로 방과 후 남기 벌을 받은 테오가 준 것이다. 테오는 숙제를 해 오기는 했지만 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벌을 받은 녀석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내게 그 쪽지를 건네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녀석은 내게 그토록 화가 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이라고 썼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늘 최선을 다하고 책임감을 보이도록 가르치면 아이들은 오히려 우리를 사랑한다. 아이들은 우리가 엄격하기를, 한계를 정해주기를, 일관성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가 그 모든 일을 제대로 해낼 때 아이들의 눈에서 존경심을 찾을 수 있다.
세월이 흐르고 나는 테오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피로연 자리에서 쪽지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더니 테오도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저는 선생님에게 화가 난 게 아니었어요. 선생님을 실망시킨 제 자신에게 화가 났던 거죠. 다만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어요. 선생님을 실망시키는 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웠으니까요.”
교사에게 교실을 꾸밀 자유를 허락하라
처음 RCA 설립을 준비하고 있을 때 우리는 어른이 아닌 아이들이 직접 설계한 학교처럼 보이기를 원했다. 10대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며 ‘멋지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학교를 바랐다. 이 세상 여느 학교와도 달라야 했다.
‘내가 어렸을 때 어떤 학교에 다니기를 바랐던가?’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어린 시절 나는 판타지 영화 <스쿠비 두Scooby-Doo>에 등장하는 움직이는 책꽂이에 언제나 매료당했다. 자원봉사자들과 친구들을 모아놓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의논했고 마침내 2주일 후 내 교실 입구에 벽난로와 보라색 소파, 뚱뚱한 부인의 초상화, 오른쪽 벽에 걸린 횃불을 돌리면 펑 하고 열리는 책꽂이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마법의 공간이 탄생했다.
킴 역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애틀랜타 남부 전역에는 낙서벽화로 뒤덮인 건물들이 많은데 우리 학교에도 그런 벽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RCA는 아무리 기묘하고 이상하더라도 누군가의 생각과 의견을 무조건 반대하거나 만류하지 않고 일단 시도해볼 기회를 준다. 킴은 인터넷을 뒤져서 세계 최고의 낙서화가가 그린 스프레이 벽화를 게재한 노르웨이의 한 웹사이트를 찾아냈다. 화가의 이름은 미스터 토템으로 ‘스프레이 예술의 미켈란젤로’로 알려져 있다. 킴은 희망을 품고 노르웨이의 웹사이트에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응답이 없었다. 킴은 계속해서 미스터 토템과 연락할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미스터 토템에게 기꺼운 승낙을 얻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노르웨이에서 여기까지 올 수 있을까?
“가장 좋은 질문이에요. 그 사람, 우리 학교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살고 있대요.”
살다보면 그냥 필연이라고 느끼는 일이 있는데 그때가 바로 그러했다. 우리는 곧 미스터 토템을 만났고 단박에 천재임을 알아보았다. 그는 RCA의 전망과 이상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고, 우리가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것들을 설명하자 곧바로 벽화로 표현해주었다. 그의 창작물 덕분에 우리 학교는 아이들의 걸음이 닿는 곳마다 색색의 예술작품이 감동과 영감을 안겨주는 곳이 되었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가장 행복할 것 같은 색깔과 이미지가 뭐지요?”
순간 모든 교사에게 자신만의 공간을 창조할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교실을 마음대로 꾸미고 자신과 학생들을 모두 감동시킬 수 있는 색깔과 이미지로 가득 채울 자유가 교사에게 주어져야 한다. 한 교사는 역사교실을 타임머신처럼 꾸몄다. 모로코의 어느 마을을 재현한 교실도 있고, 공중전화 부스 안에 슈퍼맨이 들어가 있고 책상 옆에 가로등이 나란히 서 있으며 교실 한가운데에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등 완전한 하나의 도시를 건설해놓은 교실도 있다. 이렇게 각양각색의 교실들은 교사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다. RCA의 방문객들이 학교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 뭐냐고 물으면 많은 학생들이 벽화를 꼽는다. 이전 학교를 감옥으로 묘사하는 아이들이 많았던 만큼 사소한 색깔 하나가 끼친 영향이라고 생각하면 신기하다.
물론 나도 많은 학교가 스프레이 벽화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일할 때도 그런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실제로 내 교실에 페인트를 새로 칠했다가 경고를 받고 베이지 색으로 되돌려놓은 적도 있다. 그나마 경고로 그친 교장을 만난 게 다행이었다. 우리는 저렴한 페인트 가격에 비해 그 효과는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니 학교 행정당국에 애원한다.
“제발 색깔을 두려워 마십시오! 학교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십시오!”
그리고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묻고 싶다.
“왜 그런 일에 예산을 책정하지 않지요?”
배움을 향한 열정에 불을 지펴줄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별일 아니라고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라. 모든 학교가 스프레이 벽화를 그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교실 벽과 천장과 사물함과 문짝 정도만이라도 생기를 더해줄 색깔을 사용해보자. 요컨대, 학교는 어른을 위한 것인가,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부모나 교사는 가끔씩 악역을 맡아야 한다. 특히 신임교사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학생들에게 미움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훈육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학업에 대해서도 엄격하지 않으면 결국은 엄청난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
우리 집에는 교직생활 첫해에 한 학생이 나에게 주었던 쪽지가 액자로 걸려 있다.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 중 하나이며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 생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공부를 게을리했다는 이유로 방과 후 남기 벌을 받은 테오가 준 것이다. 테오는 숙제를 해 오기는 했지만 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벌을 받은 녀석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내게 그 쪽지를 건네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클라크 선생님은 오늘부터 내 친구 아니에요. -사랑하는 테오가
| ||
녀석은 내게 그토록 화가 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이라고 썼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늘 최선을 다하고 책임감을 보이도록 가르치면 아이들은 오히려 우리를 사랑한다. 아이들은 우리가 엄격하기를, 한계를 정해주기를, 일관성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가 그 모든 일을 제대로 해낼 때 아이들의 눈에서 존경심을 찾을 수 있다.
세월이 흐르고 나는 테오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피로연 자리에서 쪽지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더니 테오도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저는 선생님에게 화가 난 게 아니었어요. 선생님을 실망시킨 제 자신에게 화가 났던 거죠. 다만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어요. 선생님을 실망시키는 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웠으니까요.”
교사에게 교실을 꾸밀 자유를 허락하라
모든 교사에게 자신만의 공간을 창조할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교실을 마음대로 꾸미고 자신과 학생들을 모두 감동시킬 수 있는 색깔과 이미지로 가득 채울 자유가 교사에게 주어져야 한다. 각양각색의 교실들은 교사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다. |
처음 RCA 설립을 준비하고 있을 때 우리는 어른이 아닌 아이들이 직접 설계한 학교처럼 보이기를 원했다. 10대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며 ‘멋지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학교를 바랐다. 이 세상 여느 학교와도 달라야 했다.
‘내가 어렸을 때 어떤 학교에 다니기를 바랐던가?’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어린 시절 나는 판타지 영화 <스쿠비 두Scooby-Doo>에 등장하는 움직이는 책꽂이에 언제나 매료당했다. 자원봉사자들과 친구들을 모아놓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의논했고 마침내 2주일 후 내 교실 입구에 벽난로와 보라색 소파, 뚱뚱한 부인의 초상화, 오른쪽 벽에 걸린 횃불을 돌리면 펑 하고 열리는 책꽂이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마법의 공간이 탄생했다.
킴 역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애틀랜타 남부 전역에는 낙서벽화로 뒤덮인 건물들이 많은데 우리 학교에도 그런 벽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RCA는 아무리 기묘하고 이상하더라도 누군가의 생각과 의견을 무조건 반대하거나 만류하지 않고 일단 시도해볼 기회를 준다. 킴은 인터넷을 뒤져서 세계 최고의 낙서화가가 그린 스프레이 벽화를 게재한 노르웨이의 한 웹사이트를 찾아냈다. 화가의 이름은 미스터 토템으로 ‘스프레이 예술의 미켈란젤로’로 알려져 있다. 킴은 희망을 품고 노르웨이의 웹사이트에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응답이 없었다. 킴은 계속해서 미스터 토템과 연락할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미스터 토템에게 기꺼운 승낙을 얻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노르웨이에서 여기까지 올 수 있을까?
“가장 좋은 질문이에요. 그 사람, 우리 학교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살고 있대요.”
살다보면 그냥 필연이라고 느끼는 일이 있는데 그때가 바로 그러했다. 우리는 곧 미스터 토템을 만났고 단박에 천재임을 알아보았다. 그는 RCA의 전망과 이상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고, 우리가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것들을 설명하자 곧바로 벽화로 표현해주었다. 그의 창작물 덕분에 우리 학교는 아이들의 걸음이 닿는 곳마다 색색의 예술작품이 감동과 영감을 안겨주는 곳이 되었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가장 행복할 것 같은 색깔과 이미지가 뭐지요?”
순간 모든 교사에게 자신만의 공간을 창조할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교실을 마음대로 꾸미고 자신과 학생들을 모두 감동시킬 수 있는 색깔과 이미지로 가득 채울 자유가 교사에게 주어져야 한다. 한 교사는 역사교실을 타임머신처럼 꾸몄다. 모로코의 어느 마을을 재현한 교실도 있고, 공중전화 부스 안에 슈퍼맨이 들어가 있고 책상 옆에 가로등이 나란히 서 있으며 교실 한가운데에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등 완전한 하나의 도시를 건설해놓은 교실도 있다. 이렇게 각양각색의 교실들은 교사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다. RCA의 방문객들이 학교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 뭐냐고 물으면 많은 학생들이 벽화를 꼽는다. 이전 학교를 감옥으로 묘사하는 아이들이 많았던 만큼 사소한 색깔 하나가 끼친 영향이라고 생각하면 신기하다.
물론 나도 많은 학교가 스프레이 벽화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일할 때도 그런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실제로 내 교실에 페인트를 새로 칠했다가 경고를 받고 베이지 색으로 되돌려놓은 적도 있다. 그나마 경고로 그친 교장을 만난 게 다행이었다. 우리는 저렴한 페인트 가격에 비해 그 효과는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니 학교 행정당국에 애원한다.
“제발 색깔을 두려워 마십시오! 학교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십시오!”
그리고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묻고 싶다.
“왜 그런 일에 예산을 책정하지 않지요?”
배움을 향한 열정에 불을 지펴줄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별일 아니라고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라. 모든 학교가 스프레이 벽화를 그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교실 벽과 천장과 사물함과 문짝 정도만이라도 생기를 더해줄 색깔을 사용해보자. 요컨대, 학교는 어른을 위한 것인가,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 꿈의 학교 론 클라크 아카데미 론 클라크 저/이주혜 역 | 김영사
놀라운 학업 성취, 놀라운 창의력과 성실함, 친구를 향한 애정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미국 애틀랜타의 가난한 지역에 위치한 론 클라크 아카데미에는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세상에서 본 적 없는 놀라운 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공부하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자신의 목표를 찾아간다. 배움을 즐거운 일이라 여기며, 세상의 편견과 차이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이겨내는 방법을 안다. 어디에서 이런 학생들을 찾아냈을까? 론 클라크 아카데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3개의 댓글
추천 상품
필자
론 클라크
다대기
2012.09.30
prognose
2012.09.08
gs20wow
201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