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 본 공연이 시작된 이번 작품은 다음날인 27일, 언론에 공개되었다. 원작의 이야기를 변주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들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라는 관객들의 섣부른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갈 것이다.
속편이라 하기엔 너무 다르다.
무대 세트와 뮤지컬 넘버(음악), 작품 속 에피소드까지 모든 것이 바뀌었다. <환상의 커플 시즌 2>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한 목소리로 ‘업그레이드’ 와 ‘변화’를 이야기하는 이유다.
<환상의 커플 시즌 2>가 공연되는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은 소극장의 특성상 대규모의 무대 세트를 여러 개 만들거나 그것들을 전환시키기에는 공간적 제약이 있다. 작품의 주요 무대가 되는 ‘장철수의 집’과 ‘등대’를 하나의 무대 안에 담아내야 했다. 2층 구조로 이루어진 무대는 그러한 현실적 한계 속에서 고민 끝에 찾아낸 ‘똑똑한 해답’일 것이다. 서로 다른 공간이 한 데 표현되어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궁여지책으로 보이지 않는다. 두 공간이 따로 놀지 않고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이 놀랍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뮤지컬 넘버다. 무려 15곡이 넘는 곡을 재 작곡했다. 뮤지컬 <셜록홈즈>의 음악감독,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와 <지킬앤하이드>에서 음악조감독을 맡았던 신은경 음악감독이 함께했다. 각각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장르를 찾기 위한 그녀의 노력 덕분에 <환상의 커플 시즌 2>는 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뮤지컬 넘버들로 무장했다. 특히 두 배우가 서로 다른 멜로디의 노래를 부르는 듯하면서도 하나로 어우러지는 듀엣곡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머릿속에 맴돈다. 독특할 뿐 아니라 그 완성도도 높다.
-
뮤지컬 <환상의 커플>이 시즌2가 되면서 가장 눈에 띄게 바뀐 부분은 뮤지컬 넘버입니다. 작곡 과정에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
(음악감독 신은경) 작곡하면서 주의했던 점은 일부러 시즌 1 때의 음악들을 많이 듣지 않았어요. 듣게 되면 집착이 생길까봐 일부러 듣지 않고, 새로운 요소들을 드라마랑 같이 분석을 했습니다. 그래서 장르에 구분을 두었구요. 예를 들어 ‘빌리’ 같은 경우에는 블루스나 소울 같은 장르로 약간 얍삽한 인물의 특징을 보일 수 있게 했었고, 철수는 감미로운 발라드가 한 곡 들어갔구요. 상실이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하다가 모던 락 스타일을 접목시켰어요. 그리고 배우들이 표현하는 감정을 실을 수 있는 멜로디 위주로 작곡했습니다.
나상실과 장철수, 함께하는 시간과 경험이 달라진다!
이것은 새로운 작품이라고 아무리 ‘비교불가’를 외친다 한들, 원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뮤지컬 <환상의 커플>의 원작이 된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드라마와 어디까지 똑같고 또 어디서부터 다른가’ 하는 점이다.
오만방자한 재벌 상속녀 ‘안나 조’와 단순무식 억척남 ‘장철수’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맞다, 뮤지컬 <환상의 커플 시즌 2>의 기본 스토리다. 드라마와 다르지 않다. 그들이 악연으로 만나고 ‘안나 조’가 우연히 기억상실증에 걸려 ‘나상실’로서 장철수와 함께 살게 된다는 것도, 노동착취를 당하는 것도 모두 똑같다. 큰 얼개는 원작으로부터 가져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들이 다르다. 캐릭터들은 같지만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다르다. 결론은 똑같아도 과정이 다르다.
1년 전 뮤지컬 <환상의 커플>이 초연되었을 당시에는 드라마 속의 장면들을 재현한 씬(Scene)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 시즌 2에서는 많은 부분 새로 창작된 씬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에피소드의 변화와 차이를 강조하는 오재민 프로듀서에게 가장 인상 깊은 씬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직접 작사하고 대본을 썼다.
“상실이가 빨래를 하다가 실수를 해서, 철수가 너무나 아끼는 옷이 조카들 옷보다 더 작게 줄어 버려요. 그 옷을 상실이가 밤을 새서 수선을 하는 씬이 있어요. 아주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철수 옷을 수선하죠. 그 옷을 철수가 발견하고서 처음에는 (수선을)제대로 못한다고 구박을 하고 입어보려고 하지도 않아요.”
철수는 상실이가 수선해 준 옷을 어떻게 했을까? 오재민 프로듀서에게 그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말을 아끼려 한다. 오재민 프로듀서 역시 ‘기가 막힌 장면’인데 말로 표현하려니 충분히 전달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으니 직접 공연장을 찾아 확인하시기 바란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는 없는 것?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에피소드들은 새로운 커플, 새로운 연애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재미를 준다. 뮤지컬 <환상의 커플 시즌 2>의 또 다른 재미라면, 드라마에서 뮤지컬로 형식이 변화함에 따라서 ‘춤과 노래가 함께하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춤과 노래 외에 포맷의 변환이 주는 가장 큰 재미로 ‘말하기’를 들 수 있다. 아시다시피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는 ‘보여주기(Showing)’과 ‘말하기(Telling)’이 있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는 인물의 혼잣말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그만큼 인물의 심리와 생각은 ‘보여지는’ 행동과 표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되었다.
뮤지컬로 새롭게 탄생한 <환상의 커플>은 다르다. 인물들이 부르는 노래를 통해 그들의 심리와 생각이 ‘말하여 진다’.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을 보며 나상실과 장철수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고 자부하며 애정을 아끼지 않았던 시청자들에게도 이것은 새로운 재미가 될 것이다. 때때로 궁금해질 때가 있지 않은가. 그 때 그(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감정이었을까. 소설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자신이 애정을 가진 인물일수록 궁금증은 더 커진다. 나상실과 장철수가 자신들의 목소리로 읊조리는 고백이 듣고 싶다면 뮤지컬 <환상의 커플 시즌 2>를 놓치지 마시길.
환상의 캐스팅
나상실(안나 조) 역에는 가수 선데이(천상지희)와 뮤지컬 배우 이가은, 김민주가 트리플 캐스팅 되었다. 선데이는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와 <젊음의 행진>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이번 작품에 캐스팅 되었다. 뮤지컬 배우 이가은은 뮤지컬 <환상의 커플>의 초연 멤버로 올해에도 나상실 역할로 출연한다. 그녀는 이미 지난 해 초연에서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또 다른 나상실, 김민주 역시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락>과 <맨 오브 라만차> 등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쌓아 온 배우다.
-
드라마 ‘환상의 커플’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요인 중 하나는 캐릭터의 존재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나상실 역을 맡은 배우들은 캐릭터의 사랑스러운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을 것 같은데요.
-
(배우 김민주) 철수에 대한 상실의 심경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야 안나의 도도하고 당당한 모습 이면에 감춰져 있던 순수함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것이 안나(상실)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철수에 대한 마음의 변화를 점점 보여주면서 상실의 순수함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장철수 역에도 3명의 배우가 트리플 캐스팅 되었다. 배우 김보강은 이가은과 함께 초연에 이어 올해에도 장철수 역으로 분한다. 새로 합류한 김이안은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와 영화 <화차>로 관객들에게 익숙한 배우다. 뮤지컬 <환상의 커플 시즌 2>를 통해 생애 첫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에 도전한 배우 한지상. 그는 뮤지컬 <2012 서편제>의 차기작으로 이번 작품을 선택했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고, DIMF 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는 ‘올해의 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한지상씨에게는 이번 작품이 첫 번째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인데요, 어떻게 출연을 결심하게 되셨나요.
-
(배우 한지상) 그동안 심각한 작품만 하다 보니까 제가 너무 우울해 지더라구요(웃음). <넥스트 투 노멀>이라는 작품에서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귀신 같은 존재였고 <서편제> 같은 작품에서는 수십 년의 한을 논하다 보니까 무한히 슬퍼지곤 했었는데요. 유쾌 발랄하게, 상큼하게,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본능적으로 생겼습니다.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도 오재민 PD님께서 저에게 기회를 주셔서 이렇게 상큼하고 환상적인 작품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뮤지컬 <환상의 커플 시즌 2>는 익숙하지만 진부하지 않고,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나상실과 장철수의 색다른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지켜보며 관객들은 공연 내내 눈과 귀와 마음까지 즐거워질 것이다. 그리고 공연장을 나선 후 ‘사랑은 무얼까’ 자신의 사랑으로 시선을 옮길 때,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 차오를 것이다.
웃음 뒤에 눈물이, 재미 뒤에 감동이 찾아오는 경험을 안겨줄 본 공연은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1관’에서 8월 26일까지 계속된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djsslqkqn
2013.07.11
천재
2012.10.01
꾸꾸다스
2012.09.3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