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건 운명, 결혼생활 유지하는 건 숙명” - 『여신과의 산책』 이지민ㆍ한유주
기록을 넘어서 폭풍 같은 폭염. 그런 날에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일이 있을 수 있다면, 여신과의 산책? 여덟 명의 작가들이 한데 모였다. 문학이라는 숲을 이뤘다. 숲은 무릇 환상이다. 온갖 생명들의 분투가 있고, 우연이 질서와 교차한다. 폭염마저 잠들지 못하는 여름밤, 당신을 그런 환상으로 안내해줄 소설이다.
글ㆍ사진 김이준수
201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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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이었다. 내 몸뚱이가 거추장스럽게 여겨지는 더위였다. 그 더위 속에서 첫 키스를 했다. 막 연애를 시작한 박준호와, 나를 데려다주던 길의 아파트 놀이터에서였다. 잡은 손은 땀으로 미끄덩거렸다. 서툰 입맞춤이었으므로 침 냄새가 짙었다. 그래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김이설-「화석」, p.81)



딱 그런 날들의 연속이다. 기록을 넘어서 폭풍 같은 폭염. 그런 날에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일이 있을 수 있다면, 여신과의 산책? 여덟 명의 작가들이 한데 모였다. 문학이라는 숲을 이뤘다. 숲은 무릇 환상이다. 온갖 생명들의 분투가 있고, 우연이 질서와 교차한다. 폭염마저 잠들지 못하는 여름밤, 당신을 그런 환상으로 안내해줄 소설이다. 『여신과의 산책』. 문학평론가 조연정은 ‘기이하고 쓸쓸한 우연’이 담겨 있다고 표현했다.

지난 6월28일, 서울 홍대 부근의 한 카페, 여신들이 강림했다. 여덟 명의 저자 가운데, 두 명. 이런 타이틀이 걸렸다. ‘이지민ㆍ한유주 작가가 펼치는 북콘서트 : 문학의 숲을 함께 거닐다’. 진행은 조연정 문학평론가의 몫. 문학의 숲에 찾아든 세 요정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질문

이 여름, 어떻게 나고 있는지 근황을 묻고 싶다.

답변

이지민(이하 민) : 이런 자리, 쑥스럽다. 이렇게 독자와 가까이 있은 적은 처음이다. 근황은 올 초에 둘째를 낳았다.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다. 생업인 영화 관련 일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공저인 이 책이 나와서 부끄러운 동시에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

한유주(이하 주) : 무슨 이야길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더워서 입맛이 없다. 이틀에 한 번씩 팥빙수를 먹는다. (웃음) 그런데 2인분씩만 팔아서 되게 화가 나는 근황을 맞고 있다.

질문

나도 화난다. 팥빙수 좋아하는데. 커다란 팥빙수를 연인끼리 먹고 있으면, 나는 이걸 집에 가져가서 먹어야 하나 생각도 들고. (웃음) 이번 책, 공저인데, 공동으로 작업한다는 것에 대해 듣고 싶다.

답변

민 : 인터파크 웹진에 다달이 한 명씩 작품을 발표했었는데, 그땐 읽지 못했다. 이번에 단행본으로 읽었더니 주변 공기가 통일된 느낌을 받았다. 의논해서 어떤 주제로 쓰자고 한 적 없는데, 죽음에 대한 이야길 많이 하고 있더라. 기성 작품에서 많이 보는 무거운 이야기가 아닌 삶의 과정이나 죽음을 다른 톤으로 느끼는 정서를 많이 표현했더라. 제각각 작업했는데도 색깔이 완전히 다르지 않고 어우러질 수 있다는,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주 : 이런 작업을 많이 했다. 이번 작품은, 끼워달라고 했다. 앤솔러지(동인지 혹은 공동협업)작품이 내가 단독으로 쓴 작품보다 별점이 높더라. 좀 묻어가려고. (웃음)



“이상한 일이다. 여덟 명의 소설가가 여덟 편의 소설을 내놓았다. 마치 여덟 명의 제빵사가 여덟 개의 케이크를 구운 것과 같다. 당연히 달콤한 맛이 난다. 그런데 이상하다. 달콤하면서 슬프다. 부드러우면서 깔끄럽다. 차갑게 혀에 닿는데 삼키면 뜨겁다. 별맛이다. 이 인간들, 도대체 안에 무얼 넣은 것일까.”(p.6)

질문

독자 입장에선 여러 명의 작품을 한데 읽을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 이지민 작가의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들었다. 계기가 있었나?

답변

민 : 가까운 지인의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부모의 임종을 놓친다는 건 근원을 놓친다는 건데, 사귀는 남자마다 그렇게 되니까, 당사자는 섬뜩함을 느끼나 보더라. 자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는 죄의식을 느낀다고 주변 분이 말해주셨는데, 그때 영감을 받았다. 인생의 어떤 중요한 부분이 모르는 사이에 지나간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당사자에게 허락을 얻고 썼다. 영화화 되면 판권을 준다는 조건으로. (웃음) 그런데 아직 그 친구에겐 책이 나왔다고 말을 못하고 있다. 실망하면 어쩌나 싶어서. 언젠가는 들키겠지. 이 자리엔 없지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웃음)

질문

이전 작품을 썼을 때도,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가져왔나?

답변

민 : 난 그렇게 사교적이지 않은데, 주변에서 많은 이야길 해준다. 청탁처럼 자기 이야기를 써달라고 한다. 단편 등에도 실제로 일어난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이야기를 모으기도 하고. 주변에서도 많이 이야기해줘서 작품 활동에 이용(?)해 먹고 있다. (웃음)

질문

한유주 작가 소설을 보면 서사의 해체 등을 말하는데, 이번에는 정황이 그려지더라. 산울림 노래를 듣고 지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창작의 동기가 있다면?

답변

주 : 두 가지가 있다. 산울림의 노래,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를 많이 좋아한다. 1년에 50회 이상 반복해서 듣곤 한다. 언젠가는 이 노래를 소재로 소설을 쓰겠다고 말했더니, 김태용 작가가 자신도 쓰겠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웃음) 그렇게 쓰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학과 의학>이라는 잡지에서 죽음을 주제로 한 콩트를 써달라고 청탁을 하더라. 몽블랑 등 만년설을 생각하고 썼는데, 그 노래를 갖다 붙였다.

질문

이지민 작가는 주로 장편을 썼다. 단편을 한 편 썼는데, 인물이 삶에 권태를 느끼기도 하지만 유머나 여유가 느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엄숙해지고 달라졌다.

답변

민 : 그때 내지 않으면 영원히 못 낼 것 같아서 단편집을 한 번 냈었다. 그때 이후 모아놓은 단편을 생각해보니, 지금 달라진 것 같다. 톤다운 됐다고나 할까? 나는 이야기 위주의 활동을 한다. 이야기 속엔 작가가 교묘히 숨기도 하고, 자신을 과감히 드러내기도 하는데, 나는 아직 과감히 드러내진 못했다.

나는 운명을 항상 말하고 싶다. 운명과 숙명은, 다르다. 예를 들어, 내가 작가가 된 것은 운명인데, 계속 작가로 살 수 있는지 여부는 숙명이다. 또 사랑에 빠지는 건 운명이다.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건 숙명 같은 거다. 이를 갈면서 유지해야 하는. (웃음) 예전 작품과 몇 개의 단편을 보면, 쉽사리 운명을 바꿀 거라고 단정하지 않고 초탈해가면서 묻어가고, 그러면서도 운명을 숙명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질문

한유주 작가와 작품 사이엔 괴리가 느껴진다. 작품을 보면 치열한 글쓰기나 자의식이 느껴지는데, 작가는 소년 같다고 해야 하나. 그런 괴리에서 재미가 느껴진다. 이번 작품에선 죽음을 앞둔 작가가 아무 것도 쓰지 말았어야 했다는 얘기를 한다. 반면, 다른 작품에선 끈질기게 쓰겠다는 구절이 있다. 이런 차이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답변

몇 년 전 영국 시트콤을 봤다. 주인공 남자 셋 중에서 두 명이 약속을 한다. 한 명이 먼저 죽으면 산 사람 집에 가서 침대 밑의 야동이나 야한 잡지를 없애주기로. (웃음) 나는 오래 살고 싶은데, 죽고 나서 내가 펴낸 책이 계속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좀 간지럽더라. 소설 속 화자와 나는 동일인물은 아니지만, 화자도 쓰는 것이 무용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미 쓴 것에 대한 자책감이나 자괴감도 있을 테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죽음 이후는 내게 중요하지 않으니까, 다음 작품에서 끈질기게 쓰겠다는 말을 한 것 같다.

질문

한유주 작가에게 글쓰기는 왜 중요한가?

답변

이게 제일 적성에 맞다. 다른 걸 잘 못해서. 아니, 다른 것도 있긴 하다. 빙수 먹기, 이런 것. (웃음)




이어 본인 작품 중에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은 부분을 낭독한다. 우선 이지민 작가의 「여신과의 산책」.



“그가 하늘을 바라보며 고개를 젖혔다. 오뚝하게 솟은 콩에 햇빛이 떨어지자 해시계처럼 옆으로 그림자가 누웠다. 그림자의 바늘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는 그렇게 한동안 얼굴 위로 시간이 지나가도록 놔두었다.… 그러나 그는 그 ‘후회’를 오랫동안 준비해온 사람이었다. 나는 벤치에 힘없이 앉았다. 처음으로 나란 존재가 타인의 운명에 관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신비로웠다.”(pp.39~40)



“‘여신’이라는 제목 때문에 홍대 여신을 생각하고 읽다가, 그 여신이 아님을 알고 반전이랄까? (웃음) 우리의 삶을 견디게 하고 가능성을 주는 건 의외성과 반전이라고 본다. 이걸 쓰면서 이 남자랑 잘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가능성을 이야기해준 대목이라고 생각해서 낭독했다.”

한유주(「나무 사이 그녀 눈동자 신비한 빛을 발하고 있네」)도 읊는다.



“사람들이 멀어진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일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안전 요원들이 관광객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일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천천히 전망대를 둘러싼 울타리를 넘어간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전망대의 반대편으로, 더 깊고 더 차가운 눈이 있는 곳으로, 무릎까지 올라오는 눈을 헤치며, 걷기 시작한다.”(pp.69~70)



“작년 겨울에 몽블랑을 갔다. 케이블카가 있더라. 타고 올라갔는데, 머리가 아프더라. 높고 춥고 바람이 많이 분다. 햇볕은 뜨거운데, 춥다. 정신도 없었다. 거기서 스키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이 많다던데, 나는 스키를 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처럼 돌아다니는 사람도 많다. 걸어서 그 산을 내려갈 수 있으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본 광경을 생각하며 썼다. 물론 내가 갔을 때는 겨울이라 여름에는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다.”

질문

두 작가의 작품 경향이나 요소가 다른데, 서로의 작품을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하다.

답변

민 : 어제 처음으로 한유주 작가와 얘기를 나눴다. 작가도 다른 작가의 독자여서 작가에 대한 환상을 안 깨려고 말을 안 나눴던 것도 있다. (웃음) 예전부터 한유주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다. 이번에 작품을 함께 했는데, 요새 뭐하면서 살까, 독자로서 작가를 상상하고 작품 내외적인 것을 떠올리고 환상을 유지하면서 잘 읽었다. 똑바로 쳐다보질 못하겠다. (웃음)

주 : 여신이 행운의 여신이 아닌 불운의 여신이고, 누군가 찾아와서 화자의 불운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 내가 시도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되게 부러웠다.

질문

공통적인 질문이다. 이지민 작가의 『좌절금지』라는 장편을 재밌게 읽었다. 여성의 삶이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이라는 점이 작품을 쓸 때 어떻게 작동하는지? 여성 작가로서의 여성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적이 있는지?

답변

민 : 작가가 되기 전, 가정환경이 자유롭고 전혀 터치 받지 않고 방목하는 집안이었다. 기본적인 생활규범도 안 지키고 윤리의식도 없고, 한 마디로 가정교육을 못 받았다. (웃음) 그래서 작가가 된 것일 수도 있다. 규격화된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 오히려 작가가 되고 나서, 사회 경험도 많지 않고 사회성도 부족해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평균처럼 살아가는 친구나 주변을 관찰했다. 평균적인 삶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관찰하고 그런 인물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내 캐릭터로 소설을 쓴다면 이상한 여자가 나올 것 같다. 평균적인 여성의 삶을 나는 외려 이해하고 싶다. 중산층이 되고 싶은 여성의 욕망을 통해 나의 욕망도 들여다보고. 나도 잘 모르지만, 다른 사람도 이해하고 싶어서 그런 주제를 많이 다루는 것 같다.

주 : 7~8살 때, 크면 남자가 되는 걸로 믿고 있었다. (웃음) 여자라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그런 적이 많진 않다. 그런 것이 있음은 인지하고 있지만. 아버지가 여자들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살았는데, 아버지가 안 됐더라. 글을 쓸 때는, 의식적으로 여자로 하지 않으면, 화자가 늘 남자가 된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남자 작가들의 소설을 보면, 100%는 아니지만, 짜증을 부르는 경우가 있다. 여자가 객체, 도구가 되는 경우가 그렇다. 그걸 인지하고 아니고는 결과물에서 차이를 드러내는 것 같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집안을 다 말아먹고 집안 재산을 빼돌려서 케냐 같은 곳으로 갔을 것 같다. (웃음)

질문

독자와 작품이 만날 때 공감을 가장 쉽게 얻는 요소는 이야기라고 본다. 독자와 어떤 것을 공유하고 싶은지, 두 작가에게 묻고 싶다.

답변

주 : 세계의 본질은 애매함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세계는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다.

민 : 대부분 요리사들은 자기 요리를 한 명이라고 맛있게 먹어주면 좋다고 말하는데, 나는 내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지? (웃음) 그런 건 나이가 더 들수록 생각 않게 된다. 외려 작품과 나의 관계를 더 많이 생각한다. 내가 감히 누굴 위로하고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까. 나도 작품을 통해 위로를 받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은 그렇게 활동하고 있고, 공감이라는 차원에서 쓰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즐기고 있다. 누군가가 이걸 잡아 낼 수도 있을 텐데, 독자가 그 정도만이라고 얻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질문

두 분, 소설가면서 다른 작업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소설가다. 소설만의 특이성이 뭐라고 생각하나? 소설을 많이 안 읽는 시대, 왜 쓰고 읽어야 한다고 보는지 말해 달라.

답변

주 : 데뷔하고 나서 수많은 악플에 시달렸다. 이것도 소설이냐, 와 같은. 그래서 시를 쓰는 시도를 해 봤는데, 결국 못 썼다. 시인들이 가장 위대한 존재 같더라. 요즘 느끼는 것은 소설은 시작과 끝이 있는 장르이고 지속적인데 반해, 시는 잘 모르겠지만, 지속보다는 시간의 한 점이라는 느낌이 든다. 세계문학을 읽고 얘기하는 수업을 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책을 잘 안 읽는다. 되풀이해서 책을 읽으면 세상이 바뀔 수 있고, 스스로가 조금이라도 바뀐다고 말한다. 살자고 읽는 것이고, 재밌게 살자고 읽는 건데, 많이 읽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민 : 소설가가 되기 전에 영화 일을 하고 있었다. 지금도 영화 일을 간간이 하는데, 영화는 사람들에게 모욕을 당하는 일이고, 소설은 스스로를 모욕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웃음) 영화는 자의식 없이 묻히는 일부일 뿐이고, 소설은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하는 일이다. 모욕을 즐기기 위해서 소설을 쓴다고나 할까? 소설을 워낙 좋아했고, 글쓰기를 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했다. 사실 소설 안 읽고도 재밌게 살잖나. 그럼에도 아이에게 하는 말이 있다. 아이패드만 하면 아이패드를 못 만든다고. 책이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건 인류의 역사에서 검증된 것이잖나! 책을 읽는다는 건 멋지고 행복한 일이다.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 보면 예뻐 보이지 않나? 예뻐 보이는 것, 좋지 않나? (웃음)


Q&A

질문

최근 아이에게 읽어준 책은 무엇이고, 아이를 낳고 죽음과 운명에 대한 느낌이 어땠나?

답변

민 : 아들은 여섯 살 평균의 남자아이인데, 만날 공룡 책만 읽어준다. (웃음) 첫째를 키우면서 엄마로서의 삶이 다른 식으로 확장이 되더라. 작가라서 그런 건 아니고, 생의 다른 쓸쓸함에 대한 느낌이 얹혀 지더라. 첫째를 낳았을 때 남편에게 출생 신고를 하고 오라고 했었다. 그리고 남편이 서류를 보여줬다. 계속 이런 문서를 쓰겠구나 생각을 하다가, ‘내가 죽으면 사망신고서는 이 아이가 써주겠지?’하는 생각이 들더라. 내 삶의 마지막에 사인하는 건 이 아이가 되겠구나 하면서. 나의 인생도 소설이구나 싶어서 만감이 교차했었다. 그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은 많지 않고, 육아에 늘 힘들어 한다. (웃음)

질문

아이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 중 쓰고 싶은 게 있나?

답변

어머니가 아이를 위해 『해리포터』 같은 걸 쓰라고 한다. (웃음) 나도 카페에서 작업하는데, 조앤 롤링이 카페에서 작업한 걸 빗대 어머니가 욕망을 드러낸다. 늘 아이에게 하는 말이 있다. 공대생이 되면 좋겠다고. 책을 가까이 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영혼이 되면 삶이 고달파질 것 같아서. (웃음) 그럼에도 아이가 엄마 책을 읽었을 때 그 정서를 알 수 있으면 좋겠다. 『끼리꾸루』라는 공룡이 나오는 동화가 참 아름답고 좋다. 어느 한 외로운 공룡이 있고, 새가 날아와 노래를 불러주며 친구가 된다. 이 공룡이 삶의 환희를 느끼면서 행복해진다. 지구상에 처음 있었던 이야기의 원류 같은 느낌이 난다. 아이가 있다면, 이 책을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질문

글 쓰는 비결 듣고 싶다. 마감 기한이 있어서 쫓기면서 안 써질 때 비법이 있나?

답변

민 : 그런 건 없다. (웃음) 나는 집에서 작업이 불가능하다. 너무 자유로워져서. 그래서 카페 가서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아야 뭔가 나온다. 카페 사장한테 창피해서 움직이지도 않는다. 전화하고 돌아다니고 일부러 노출시켜서 그 분의 시선을 느끼면서 10분이라도 더 앉아 있으려고 한다. 원시적인 방법을 쓴다.

주 : 비법은 모르겠고, 글이 안 써지면 걸어 다닌다. 남이 쓴 책을 보면서 질투심에 사로잡히면 글이 써지기도 한다. 걸으면 뇌에 창조적인 무언가가 활성화된다더라.

질문

독자들에게 얼굴을 드러내는 것, 이렇게 독자만남을 하는 것, 어떤가?

답변

주 :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없다. 독자들은 작가와 작중 인물은 구분하지 않을까?

민 : 개인적으로는 쑥스럽다. 작가는 책으로 말해야 하는 존재인데, 신비주의 고수하고 싶다. 그런데 잘 안 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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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과의 산책 이지민,한유주,김이설,박상,해이수,박주영,권하은,박솔뫼 공저 | RSG(레디셋고)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소설가 8인, 이지민, 한유주, 김이설, 박상, 해이수, 박주영, 권하은, 박솔뫼의 소설을 담은 책이다. 한유주 작가의 「나무 사이 그녀 눈동자 신비한 빛을 발하고 있네」를 제외한 일곱 편의 소설은 웹진 「북&」에서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당시 네티즌들은 ‘리얼리 인터레스팅, 크리에이티브, 프레쉬한 픽션’, ‘낮술이라도 한잔 하고 싶은 소설’, 이라는 댓글을 달며 새로운 형식의 연재 소설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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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한유주 #여신과의 산책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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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y880720

2012.11.03

인터뷰를 읽으니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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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칰

2012.08.17

오랜만에 해이수라던가 김이설 같은 작가들이라 제목처럼 신선하고 아름다운 느낌의 책일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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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l0218

2012.08.17

여신과의 산책..이라.. 한번쯤 읽어보고 싶어요. 요즘은 소설책이 끌리는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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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