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러시아 곡물수출 금지의 나비효과
아랍의 봄은 튀니지 ‘자스민 혁명’에서 시작했지만 국가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은 이집트의 예를 살펴보자. 이집트 사람들은 ‘발라디’라는 둥글넓적한 밀을 주원료로 하는 빵을 주식으로 한다. 이집트는 연간 630만 톤의 밀을 수입해 세계 최대의 밀 수입국입이며, 밀 수입물량의 6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2010년 8월 러시아 푸틴 총리는 러시아의 생산량 급감으로 인해 밀 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국제 밀 가격이 오르고 이집트의 경우 러시아로부터 밀 수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집트 내 밀 재고량이 떨어지면서 빵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2011년 2월초 국제 밀 가격은 2010년 7월초 대비 70.8% 상승했다. 이집트 시위대의 반정부 시위 구호도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이 아닌 “빵을 달라.”는 것으로 시작했다.
결국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해온 무바라크 대통령은 러시아의 밀 수출 금지 조치의 나비효과로 몰락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의 민주화 운동, 즉 아랍의 봄의 근본적 원인은 장기 독재와 경제적 어려움이 근본적 원인이다. 하지만 아랍의 봄을 촉발한 것은 식량 문제 때문이다.
식량 위기는 사회 불안정의 근원
2008년 4월에도 이집트에는 식량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카이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직공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들은 노동자들은 임금 소득으로 빵과 쌀, 국수 등 식량을 구입한다. 그런데 2008년 식량 가격 급등으로 인해 이집트의 노동자들은 쌀, 국수, 빵 등의 식량을 당시 임금으로 구입할 수 없게 되었다. 카이로의 방직공장 노동자들은 거리에서 식량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시위는 카이로에서 전국적으로 번졌다. 2008년 당시에는 무바라크 대통령은 강경 진압으로 시위를 막았으나 3년 후인 2011년에는 더 이상 식량 위기를 감당할 수 없게 되어 정권붕괴까지 이르게 되었다.
2007년~2008년(상반기) 식량 가격 급등기에는 이집트 외에도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에서 식량 가격 상승과 식량 공급 불안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2008년 식량 가격의 상승은 전 세계 수억 명을 기아 상태로 내몰았고, 필리핀, 이집트, 아이티 등 만성적 식량 부족 국가의 폭동으로 이어졌다. 당시에 발생한 흥미로운 사건 중 하나는 2008년 쌀 가격이 오르자 미국의 대표적인 슈퍼마켓인 월마트에서 조차도 소비자들이 한 번에 쌀 구입할 수 있는 양을 제한하여 매점매석을 막은 것이다. 신흥국이나 선진국이나 식량 위기 상황에 처하면 사회불안은 피할 수 없다.
식량 위기는 가격 등 경제를 넘어선 전 세계의 사회적 문제
이렇듯 식량 가격 상승과 식량 위기는 한 국가의 정권을 무너뜨릴 정도로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 특히 식량의 자급률이 낮은 국가들에게는 식량 위기는 치명적이다. 따라서 식량문제는 단순히 수급과 가격 등 경제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정치ㆍ사회의 문제도 된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 등 통신네트워크가 발달한 현대사회에는 한 가지 작은 사건이라도 전 세계의 위기로 확산되는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에도 식량 위기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식량 쇼크 김화년 저 | 씨앤아이북스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매일 무언가를 먹는다. 그 무언가는 쌀밥일 수도 있고, 빵일 수도 있고, 라면이나 그밖의 고기나 과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먹고 사는 대한민국의 식량 자원은 안전할까? 혹은 충분할까? 책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식량은 안전한 자원이 아니라고 경고하고, 식량 가격이 왜 변하는지 경제학에 문외한인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식량가격과 관련 변수와의 경제적 관련성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김화년
저자 김화년은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원으로, 고려대학교 농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Texas A&M 대학교에서 농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연구하기 시작했고, 전문 분야는 국제유가 및 원자재, 국제농업 등이다. 현재 국제곡물분석협의회,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 APEC SME Crisis Management Center 등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번역서로 『식량의 경제학』(2011, 지식의 날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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