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 봤던 영화 <내겐 너무 예쁜 당신>. 그땐 당최 이해하지 못할 텍스트였다. 중소기업 사장 베르나르라는 남자, 미모와 지성, 우아함까지 겸비한 아내를 마다하고, 뚱뚱하고 못생긴 비서에 빠져든다. 거참, 저 남자 왜 저러나 싶었다. 아니, 저게 말이 돼? 싶었다. 나이 먹으면서 그런 상황에 대한 이해의 연결고리가 생겼다. 아내 플로랑스는 그의 ‘남자(라는 정체성)’를 무시한 반면, 비서 꼴레뜨는 반대였다. 내 안의 남자가 상처 입는 꼴을 보느니 고개를 돌려 내 안의 남자의 기를 살리고 싶은 베르나르. 플로랑스 아닌 꼴레뜨가 ‘내겐 너무 예쁜 당신’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 거짓이 아니다.
“남자들은 스스로 멋진 남자라고 느끼게 만드는 여자에게 끌린다.”(p.21) |
최근 개봉했던 <디스 민즈 워>. 상반된 성격의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재미가 쏠쏠. 여자는 누굴 고를까를 놓고 고민한다. 친구 트리시가 해답을 알려준다. “잘난 남자보다 널 잘난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남자를 골라야 해.” 친구가 남자를 두고 고민한다면, 어떤 남자가 좋은지 묻는다면, 이 말은 충분히 유효한 충고가 될 것이다.
지난달 8일. 일부러 날을 그렇게 받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서울 합정동의 자음과모음 1층 카페에선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의 남인숙 저자와 독자들의 aksska이 이뤄졌다. 이름 하여, ‘남인숙 작가의 커플상담소’. 평소 못난 수컷이었던 나는 이날 아침 동료 여자사람들에게 장미 한 송이씩 건넸고, 밤에는 여자와 남자의 관계에 대한 강연에 귀를 세웠다. 여자사람의 입장에서 본 남자수컷의 본질,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텍스트.
남인숙, 남자를 말하다
이 책, 나올 때가 됐다. 저자의 이전 책들, 대부분 여자의 삶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여자의 삶만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가만 보니, 남자에 대한 문제가 깊게 얽혀 있었다. 남자(들)의 삶도 파고 들어갔다. 10년 하다 보니, 쌓이고 쌓였다.
“남자란 존재는 어떤 것이며 어떻게 하면 같이 잘 살 수 있을까. 나름 솔루션 제시하자고 했다. 한 남자와 15년을 살면서 수많은 질곡을 겪었는데, 연애할 때보다 지금 더 잘 지내고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지금 행복하다. 그걸 혼자 알기엔 너무 안타까워서, 토해내고 싶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남자들은 우리 여자들의 적이 아니다. 결코 인간만을 위해 설계되지 않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우리가 멸종하지 않고 오랜 세월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남자와 여자가 달라 서로를 보완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다름이 종의 존속이 아닌 개인의 삶의 질에도 기여해야 할 때가 되었다.”(p.309) |
그녀, 이제는 잘 안다. 남자라는 존재, 15년을 겪다보니 여자들이 바라는 쪽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 남자의 남성정체성에 대한 집착을 인정한 다음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남자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본능적, 사회적으로 주입받으며 성장한다. 그건 여자가 알 수 없다. 만 4세가 되면 남자는 자신을 숨기는 법을 터득한다더라. ‘남자니까 울면 안 돼’ 등과 같이 감정을 다른 이에게 드러내면 사랑받거나 인정받지 못함을 아는 거지. 남자에 대한 실망이 거기서 비롯된다. 그런데 그렇게 키우는 게 여자다. 남자는 혼란스럽다. 어른이 돼서 다정함, 부드러움 등 여성적인 영역을 요구받으면 어렸을 때부터 주입 받은 남자다움 때문에 혼란을 느낀다. 바로 거기서 갈등이 나타난다.”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우리 모두가 벽돌 한 장씩을 올려 쌓아온 성과 같다. 배울 만큼 배웠고, 깨일 만큼 깨었다고 자부하는 요즘 어머니들조차 아들을 낳아 ‘남자답게’ 키우는 것을 볼 때마다 그 성이 얼마나 오래고 견고한 것인지 확인하게 된다.”(p.75) |
그녀도 책을 쓰고 두려운 게 있었다. 이 책의 주된 내용 때문이었다. 남자는 못나고 연약하고 단순한 존재다. 여자들이 남자들을 먼저 이해해 줘야 관계를 좋은 쪽으로 이끌 수 있다. 여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것이 남자들 심기를 건드릴 수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책이 나오자마자, ‘개페미(니즘)’다, 이런 책이 나오니 한국이 안 좋은 거다, 와 같은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여자들 중엔 공감이 안 간다는 분도 간혹 있는데, 책을 읽은 남자들은 되레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더라. 의외였다. 남자들이 그만큼 피로감이 컸다는 거지. 들어보니, 남자들이 연약한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더라. 이 책을 아내가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남편도 많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비록 여자들이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알 수 없을지라도, 남자들이 변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나비 더듬이 털 만큼의 노력의 기미를 알아챌 때쯤 그들은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p.208) |
남자들, 못났고 못났다!
그녀가 본 남자들, 이렇다. 사과를 못한다. 싸우고 나서 먼저 미안하단 말을 못한다. 연애할 때와 결혼했을 때, 달라진다. 왜 그럴까. 그녀가 보아하니, 사과하는 행위, 남자들 세계에선 존재감에 상처를 받는 일이다. 자신이 틀렸더라도, 잘못을 인정하는 게 싫은 것이다. 잘 안 된다. 마음에선 인정해도, 닦달하면 상대방을 미워하고 대화를 회피하며 그 상황을 모면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그것이 남자다.
“남자들의 이상한 행동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남자다움’이라는 단 한 개의 열쇠다.”(p.72) |
그러다보니 남자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남자에게 주로 열려 있는 세상이고, 남자로 태어난 게 특권임에도, 남자들이 힘들고 어렵구나 하는 이해가 조금만 있어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것. 물론, 그녀도 남자를 알면 알수록, 남자들이 많이 못났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나쁜 남자보다 못난 남자가 더 힘들다는 챕터가 있는데, 남자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남성적인 습성으로 상대방을 행복하게 못해주면 스스로 분노를 느낀다. 안타까운 건, 그 분노가 엉뚱한 방향으로 표출된다. 그런 욕구 불만 때문에 여자가 불행해진다. 여자의 불행을 보면 자신이 잘못한 거 같아서 또 상처 받고 또 여자를 괴롭혀 상처를 주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가령, 남자의 실직. 그것은 여자의 것과 다르다. 남편이 실직한 가정에 가면, 남자는 더더욱 집안일을 안 한다. 아내가 파김치가 된 몸으로 집에 늦게 와서 집안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 남자, 실직 때문에 자신은 남자도 아니라는 자격지심에 시달리는데, 여자일로 여기는 집안일을 한다는 건, 자존심에 더 상처를 입히는 행위라는 것. 남자, 그렇게 못났다.
“좌절한 남자들은 못나게 굴며 자신의 나약함을 위장하려 하기에 가장 위로받아야 할 순간에 오히려 미움을 자초한다.”(p.290) |
마초 성향을 표출하기 위해 애를 쓰는 남자도 있다. 남자답지 못한 게 아닐까 의심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남자들,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라곤 고작 분노나 화가 전부다. 슬퍼도 화를 내고, 화가 나도 화를 내고, 위로가 필요해도 화를 낸다. 다른 감정 표현을 못하기 때문이다. 관계가 틀어지고 오해가 생기는 건 당연지사다. 남자들, 고통이나 슬픔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남자들은 슬픔, 외로움, 두려움 등의 감정을 말이나 행동으로 쉽사리 표현할 수 없다. 남자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그나마 분노가 유일하다.… 다시 말해서, 슬퍼도 화를 내고, 무서워도 화를 내고, 절망해도 화를 내며, 외로워도 화를 낸다는 뜻이다.”(p.244) |
남자들의 우정? 거기에 일정부분 환상이 있다. 저자도 과거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을 보고선 남자들의 우정을 동경하기도 했다. 물론 알고 보니 그렇지 않았지만. (<친구>는 기실 남자들이 우정이라고 부르짖는 것이 얼마나 빈약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친구의 정의가 ‘상대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는 관계’라면 남자들에게는 진짜 친구가 없는 셈이다. 영화 <친구>에서 유오성과 장동건이 터놓고 대화를 했다면 서로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상황까지 치달았을까?”(p.88) |
“남편의 오랜 친구에게 여자를 소개해주려고 남편에게 여자가 있는지 물었더니, 대답이 결혼했을지도 모른다며, 제대로 모른다는 거다. 전화해서 알아보라고 했더니, 전화하면서도 얘기를 못 꺼내는 거다. 그걸 물어보는 걸 쑥스러운 거다. 이런 게 남자의 우정이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안 좋은 얘길 들으면, 여자들은 그런 것을 얘기하는데, 남자들은 그냥 술만 마신다. 여자들처럼 자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대화가 없다.”
그렇다면 남자에겐 어떤 배출구도 없을까? 저자는 말한다. 단 하나의 배출구가 있다면, 자기 여자다. 남자는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다른 남자에겐 안 보여줘도, 그런 모습을 보여줘도 여자가 비웃지 않으면 그 여자에게 모든 걸 바친다는 것. 허나 주의할 것이 있다. 여자 같아, 라고 행여 농담이라도 그렇게 말하지 말라. 그 말에 남자들, 엄청 상처 받는다. 그래서 남자가 화를 내게 만들고 싶다면? 간단하다. 남자답지 못하다, 이 한 마디.
“남자의 아킬레스건이다. 혹은 (남자를) 내 손아귀에서 놀게 만들 수 있는 열쇠다.”
“남자들은 ‘남자답지 못하다’, ‘속 좁다’, ‘쪼잔하다’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자기 파괴도 서슴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불행해지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마음의 혼란이나 고통은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남자답지 못한 이유로 고통받는 그 마음은 자기 자신에게조차 비밀이다.”(p.66) |
내 남자를 바꾸는 방법
저자도 처음엔 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마음에 안 들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없었다. 그런데도 뭐가 좋아서 결혼을 했다. 결혼하고도 맞지 않는 게 있어서 고민도 많이 했다. 같이 시간을 보내도, 남편은 TV만 보고 늘어져서 대화를 않았던 거다. 그러던 그녀의 남편이 지금, 변했다.
“지금은 하루 2시간 이상 대화하고 전혀 배려가 없던 사람이 지금은 배려를 한다. 변화를 시킨 거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상황에 맞춰 이 정도 표현해야지, 하면서 남편이 연기를 하는 것이다. (웃음) 이제는 서로 연기하는 걸 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 그게 신기하게도 서로에게 먹힌다. 그게 남편의 마음, 내 마음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 지금 마흔 두 살 아저씨가 잘 생겨 보인다.”
그녀의 비법은 간단하다. 늘 남편의 남성성을 존중한다는 표현을 한다! 자신이 베스트셀러 저자가 아닐 때 남편이 벌어먹여 살렸음을 주지시키며 그만큼 훌륭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남자는 단순하다. 남자 정체성을 존중해줘야 한다. 음식물쓰레기 버리고 오면, “남의 남편은 안 하는데, 당신이 최고야” 하고 형식적으로 말한다. 그게 먹힌다. 재밌는 건, 남편이 절대 그런 캐릭터가 아닌데, 집 밥을 해주면 “10년차 주부는 다르다, 정말 맛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멘트가 10년째 똑같다. 응용이 안 된다. (웃음) 그래도 표현한다는 게 어디냐.”
말인즉슨, 남자에게 남자임을 인정하고, 그걸 존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라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머지 문제는 술술 풀린다. 결혼이나 연애, 마찬가지다. 남자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저자의 오랜 관찰에 의한 결론.
주변 사람들이 그녀에게 가끔 묻는다. 남편과 잘 지내는 비결이 뭐야? 물론, 이벤트도 없고, 서로에게 특별히 잘해주는 것도 없단다. 그녀가 터득한 원리는 이것이다. 관계에선 플러스보다 마이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 즉, 잘해주는 것보다 안 좋은 쪽을 더욱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관계가 좋은 사람들은 마지노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물론 평균적인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전제로.
“바탕부터 쓰레기인 사람은 미리 알아보고 버려야 한다. 그런 사람에게까지 적용하면 안 된다. 몹쓸 재료로 된 남자나 쓰레기들은 알아본다. 그걸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보이는 걸 안 보이는 것처럼 연기하고 싶어질 수 있는데, 자신을 위해서 자존감을 얼마나 갖추느냐가 영향을 미친다. 자존감이 있으면 그걸 떨칠 수 있다.”
따라서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연애, 좋은 결혼의 전제 조건은 이것이다. 나를 사랑하기. 그것이 없으면, 그것이 부족하면, 연애를 100~200번 해도 발전이 없단다. 그녀는 자존감 어떻게 키울지 연구하고 나를 다독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사람이라면 남자도 잘 다룰 수 있다.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관계다.
남자를 묻고, 남자에 대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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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별 일 아닌 것 같은데, 살이 떨릴 정도로 화를 내더라.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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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화의 정체를 알 필요가 있다. 평균적인 인격임을 전제로, 남자가 화를 내는 패턴이 있다. 사실 별거 아닌데 화를 내는 것 같은데, 한 번의 작은 사건 때문에 내는 게 아니다. 남자도 한 마디 말이나 행동에서 상처를 받는데, 그걸 표현하는데 자존심이 상하는 거지. 기분 나쁘다는 게 남자답지 못한 짓 같아서 말을 안 한다. 그러다 다른 상황에서 비슷하게 화를 내게 하면, 버럭한다. 어떤 시점에서 화가 쌓인 건지 여자는 알 도리가 없다. 여자들은 모를 수 있지만, 남자들은 정체성에 상처 받은 일이 분명 있었을 거다. 남자의 정체성에 상처가 되겠다 싶으면 피하고, 그랬다면 미안하다고 해라. 그러면 더 이상 화를 안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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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남자들이 화장실 앞에서 여자 백을 들고 기다리고 그런다. 나는 그런 게 별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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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손바닥만 한 핸드백 잡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연애를 해 본 남자는 경험상으로 쪽팔리지 않다고 말하고. 여자는 연애 안 해 본 사람들도 서른이 넘어도 잘 할 수 있는데, 남자는 서른 넘으면 정말 갑갑하다. 남자들은 차이고 상처 받아도 연애 하는 게 재산이다. 우리나라 보수적이라는데, 가방 들어주는 것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 남자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들어주는 거다. 그런 걸 어느 정도 이해해주고 조금만 배려해도 되게 고마워할 거다.
환상처럼 멋진 남자는 없다. 그런 척 연기하는 남자만 존재한다. 단순해서 귀여운 면도 있다. 한쪽은 예민하고 한쪽은 둔감하면, 아닌 것 같아도 그게 잘 맞는 측면도 있다. 노처녀의 가장 큰 적은 엄마다. 여자와 여자의 관계도 외려 힘든 측면이 있다. 남자가 미치게 만드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그래도 너무 마초적이면 힘들다. 중성적인 쪽으로 발달해야 인정받는데, 그걸 만드는 것이 여자다.
높은 위치에 있음에도 부드럽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남자가 되레 내면을 보면 ‘나는 남자다’라는 정체성이 너무 단단한 경우가 많다. 내 남자, 내 남편을 남자로 인정해줄수록 겉으로는 점점 더 부드러워진다. 자신 없는 사람이 욕을 하고 거칠다. 내 남자가 거칠어지고 화를 자꾸 내면, 남자 내면에 문제가 있는 거다. 그걸 캐치해서 보듬어줘야 한다. 남자들은 아프면 정말 아픈 척 한다. 여자들은 아프다고 그냥 쉬는데, 남자들은 죽어간다. 그렇게 오버한다. (웃음) ‘내 약한 모습이 내 여자에겐 수용 되는구나’하고 확인하고 싶은 거지. 관심을 가진 남자가 있으면 아플 때 잘해줘라. 그러면 훅 갈 거다. 진짜 남자로 생각한다는 표시만 해주면 어렵지 않게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다.
중성적 인간형을 실현하려면 다음 세대에서나 기대해야한다. 이미 그렇게 키워진 사람을 어떻게 바꾸겠나. 남편이 가사분담을 안 해준다고 불평하면서 아들이 눈물을 보인다고 나무라거나 남자가 부엌에 오면 고추 떨어진다고 키우는 모습을 보인다.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불만을 제기하기 전에 다른 면도 생각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남자들의 재미있는 성향 중 하나가 자신이 먼저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면서도 여자가 그 약점을 알고 보살펴주는 것은 또 즐긴다는 것이다. 남자를 애라고들 하지만 애 보는 것보다 더 까다로운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다.”(p.2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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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주머니들이 말씀하시길, 남자들은 연애할 때 잘해주다가 결혼해서 바뀐다는 얘길 많이 하더라. 결혼해야 돼, 말아야 돼, 이런 생각까지 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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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괴담이 많다. 80%가 결혼하고 불행하다는데, 80%의 이야기를 들은 거다. 잘하면 된다. 결혼은 20%만 행복하다는 상대평가가 아니다. 연애할 때 남자도 연기를 한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거지. 그래서 결혼해서 변하는 게 아니라 진짜 모습을 보이는 거다. 남자들이 가진 모습을 그대로 보이면 아무도 결혼을 안 해준다. 그런 모습을 한꺼번에 풀지는 않을 거다. 조금씩 풀 텐데, 그럴 때마다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그때마다 적응하고 대처해야 한다. 포기하는 부분이 있을 거다.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부분도 있다. 내 경우 그걸 대화라고 생각해서 뜯어고쳐야겠다고 생각했고 노력했다. 그것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도 닦는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필요하다.
이혼율이 가장 높은 시기가 결혼 후 4년째다. 남자의 진짜 모습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실패한 거지. 결혼 3년 후 제대로 적응만 하면 그 이후는 대부분 괜찮다. 신혼 때 깨가 쏟아진다는 건 성적 호기심이 큰 몫을 차지한다. 3년까지는 다들 너무 힘들어한다. 사이가 좋은 집들은 공통적으로, 3년 지나고 나서부터 행복이 시작된다고 한다.
결혼을 너무 두려워하진 마라. 사회생활하면서 우리는 많이 참지 않나? 그런 노력의 1/10만 해도 결혼생활, 성공할 수 있다. 좋은 남자만 만나면 다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결혼하고 나서부터가 진짜 노력의 시작이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대접할 줄 아는 여성은 이상한 인격의 남자를 피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라고 누누이 말한다. 서른 살 넘은 여자들이 남자를 못 찾는 건, 남자 보는 눈이 생겨서 그렇다. 서른을 넘어 남자 보는 눈이 생긴 여자가 결혼하기는 힘들어도, 결혼하면 잘 산다.
-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남인숙 저 | 자음과모음(이룸)
남인숙은 2004년 출간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를 통해 80만 여성 독자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얻어냈다. 남인숙이 이번에는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어디서나 여자들과 맞부딪치는 또 다른 인간들의 존재, 여자들의 영원한 숙적이자 영원한 파트너, ‘남자’에 대한 심리분석 에세이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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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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