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하라. 스스로 생각하라.
201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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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철학하라』는 우리에게 사유하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스스로 생각하라. 먹고 살기 바쁘고, 눈 앞의 일을 처리하기 급급한 나에게 말을 걸어준 것이다. 나는 수많은 책 중에 지금 내가 읽고 싶은 책이 현재 나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이 책이 내 인연이었던 모양이다.
이 책의 저자 황광우씨는 『철학 콘서트』로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져 있다. 1980년대 노동 운동,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력도 있다는데, 그 덕이라고 해야 할지 감옥에서 읽은 성경을 비롯하여 고전 원문을 읽게 될 기회도 많았다고 한다. 이 책은 동, 서양의 고전 40선의 개괄적인 안내서이자 저자가 던지는 철학적 메시지이다. 동양편에서는 내면 세계와 관련 있는 자아와 관계에 대해, 서양편에서는 외부 세계와 관련 있는 정치, 경제, 과학, 심리 등의 철학을 다루고 있어 철학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알기에도, 더 나아가 어떤 고전을 더 보고 싶은 지 결정하기에도 유용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각 철학을 설명하면서 고전의 원문을 충실히 실었다는 점이다.
“측은해 하는 마음은 인仁의 실마리이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의의 실마리이며 사양하는 마음은 예禮의 실마리이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은 지智의 실마리다. 사람이 네가지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들이 팔다리를 가진 것과 같다.” - 맹자 《공손추장구》 상 |
위의 내용이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을 설명하고 있다는 저자에 말에 ‘아하! 무릎을 절로 치게 된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맹자, 순자와 성선설, 성악설을 끼워 맞추던 학창시절 윤리시간이 생각나면서 많은 지식을 한번에 습득해서 시험을 봐야 하는 입시 제도 덕분에 어쩔 수 없었겠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원문을 보고 설명을 들었더라면 좀 더 쉽게 이해하고 기억에도 더 남지 않았을까 싶었다. 또 지식만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힘도 키울 수 있었겠지..
베이컨의 유명한 ‘동굴 우상’ 개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문을 들고 있는데, 읽으면서 새해 많이들 보는 사주와 별자리 등의 점성술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성격을 묘사한 동일한 문구를 보고 모두가 내 얘기인 거 같다고 생각하는 심리학 실험과 더불어 말이다.(실험이름은 까먹었다.)
“인간의 정신은 울퉁불퉁한 거울과 같아서 자신의 성질을 대상에 부여하여…. 대상을 왜곡하고 변형시킨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문제를 결정하고 그 다음에 비로소 경험에 호소한다. 경험을 자기 이론에 맞도록 왜곡한 다음, 개선 행렬 속에 끼어 있는 포로처럼 끌고 다닌다.”
대학 때 동양철학, 서양철학 강의를 모두 들어봤는데, 고전의 원문을 본 기억은 거의 없다. 고전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문학 작품 몇 가지나 읽어봤지 정작 글쓴이 그대로의 텍스트를 읽어보지 못한 자신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논어, 대학, 중용 등 사서의 고전으로 출세를 가르던 그 시절에는 많은 지식보다 사유에서 오는 힘과 윤리가 남아 있던 시대가 아니었을까? 더불어 책은 홍수처럼 몰려나오지만 정보만을 읽고 생각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는 자신을 돌아본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 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면 잠시 멈춰 이 책의 고전이 들려주는 근본적인 물음과 성찰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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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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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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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rtex42
2012.03.14
책 소개 문구에 독자의 니즈가 잘 나타나 있네요.
철학콘서트 이후, 어떤 이야기가 탄생했을지 궁금합니다.
피히테
2012.02.14
참 갖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네요. 최근들에서 좋은 책들을 소개하는 이런류의 책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천사
201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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