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도 집어 삼키는 블랙홀
별을 바라본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라는 것을 안 것은 폐허가 되어버린 산정상의 관측소를 방문하고 난 후였다. 1990년 겨울의 일이었다. 녹이 슨 지붕의 해치. 전혀 난방이 없는 관측소의 겨울.
201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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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바라본다는 것
별을 바라본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라는 것을 안 것은 폐허가 되어버린 산정상의 관측소를 방문하고 난 후였다. 1990년 겨울의 일이었다. 녹이 슨 지붕의 해치. 전혀 난방이 없는 관측소의 겨울. 떨어져 나간 창문들, 산정상의 정적과 추위, 모든 사람들이 떠난 관측소는 마치 죽은 별처럼 황막하기 그지없었다. 현기증이 날 정도의 어둠 속에서 그들이 찾았던 것은 무엇인가?
1950년 에서 1960년 사이 아르메니아공화국 코카서스 산맥 정상엔 블랙홀을 관측하는 관측소가 있었다. 당시 수많은 천체물리학자들은 잘 만들어진 천체 망원경을 들고 오염이 되지 않은 산 정상으로 행했다. 지금은 천체망원경을 우주선에 실어 보내 우주를 관측하는 시대이지만, 당시는 구름 위쪽에 자리잡은 산정상이 그나마 우주와 맞닿은 곳으로 별을 관측하기에 적격인 장소였다.
천체물리학자들이 별을 본다고 하는 것은 별에서 나오는 다양한 전파를 포착해 별의 성분이나 별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일이 포함되어 있다. 별에서 나오는 다양한 빛을 분석해 별이 어떤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관측하고, 파장을 분석해 별이 멀어지고 있는지 지구로 다가오고 있는지도 측정한다. 단순히 달 표면을 거울 보듯이 들여다만 보는 시대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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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사라져가는 별의 운명은 무엇인가?
우주는 새롭게 태어나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그 죽음이라고 하는 것은 우주에서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천문학자들은 별이 사라진 다음 무엇이 되는지를 관측했다. 어떤 별들은 사라지기 전 대폭발을 한다는 사실을 관측했다. 별이 사라지기 전 자신이 100억년 동안 방출할 수 있는 밝기의 빛을 내며 사라져가는 것을 관측한 것이다. 별은 큰 폭발로 인해 갑자기 대단히 밝아졌다가 어두워지면서 사라지는 “초신성 supernova”이 된다. 이때 초신성의 밝기는 태양 10억개의 밝기다. 그 밝기로 인해 육안으로 관측이 가능하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잠시 머물렀다 사라지는 별의 의미로 “손님별”이라고 불렀다.
이 초신성은 폭발로 인해 죽어가지만 그 빛으로 마치 새롭게 태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작렬한 슈퍼노바의 죽음으로 그 중심핵은 엄청난 압력으로 뭉치게 되고 수축된다. 이때 그 중심에 있는 핵 속에 새로운 별이 만들어진다. 이 별은 중성자별이다. 중성자별은 태양 정도의 질량이 아주 작은 면적에 압축되어 있는 별이다. 다시 말하면 밀도가 무척 큰 별이 된다. 중성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고 질량이 전자에 비해 무척 무거운 입자를 말한다. 만약 슈퍼노바가 폭발해 태양 정도의 질량이 아주 작은 크기로 만들어진다면 그 중력에 의해 붕괴된다면 중성자별이 아니라 블랙홀이 만들어진다.
블랙홀은 무엇인가?
세상의 진리 중 하나는 질량이 있는 물체 사이에 만유인력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구에 몸을 지탱하고 산다는 것은 지구의 질량이 나를 끌어당긴다는 증거다. 지구가 나를 끌어당기는 힘을 중력이라고 한다. 지구보다 질량이 가벼운 달은 인간을 끌어당기는 중력의 힘이 약하다. 하지만 목성의 경우 지구보다 중력이 더 강하다. 중력이 큰 별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할 수 없는 질량과 밀도를 가진 물질이 존재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힘으로 우리를 끌어당길 것이다. 그 중력의 힘은 다른 별은 물론 주위에 있는 빛까지 끌어당길 수 있다. 이런 힘으로 인해 주위의 빛도 끌어당겨 암흑으로 만들 수 있다. 천체 물리학자 존 휠러는 1969년 이런 보이지 않는 별, 얼어붙은 별을 “블랙홀”이라고 불렀다.
태양을 의존해 살아가는 인간 입장에서는, 빛까지 빨아들여 한 곳으로 끌어당기는 블랙홀의 존재가 공포일 수밖에 없다.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와 에너지는 블랙홀로 끌려들어간다. 그리고 그 힘으로부터는 절대 벗어날 수 없다. 그러한 시간과 공간을 가진 존재의 실체는 무엇인?? 그 얼어붙은 별, 블랙홀이 지금도 우주 곳곳에 초신성의 폭발로 만들어지고 있다. 어느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블랙홀의 시공간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존재하는 공간. 우주라는 기묘한 시공간의 역사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 문득 우리 자신이 또다른 블랙홀에서 살고 있지나 않은지 상상해본다.
◎ 에필로그
얼마 전 암흑물질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있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주제여서 특별히 강사 한 분이 초대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그 강연에 모여들었다. 강연이 끝나고 수많은 질문이 이어졌다. 현상론적인 질문이 많았으나 그에 대한 답은 과학적 사실이므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우주를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물질, 우리가 정확히 알 수 없는 암흑물질이 23%이고, 암흑에너지가 73%를 가진다라는 사실과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은 4% 정도라는 사실은 나사NASA의 우부배경복사탐사선이 12개월 동안 빅뱅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한 실험 결과다.
하지만 간단하다면 간단한 질문.
“슈퍼노바를 만들고, 지구와 달을 만들고 블랙홀을 만들고, 빅뱅이 있었고,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래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50억년 전, 오늘의 우주보다는 무한히 작아, 더 작아질 수 없는 최초의 한 점 크기의 우주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나 역시 아직까지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6개의 댓글
필자
이기진
nadadori
2012.09.30
jere^ve
2012.03.20
테라스
201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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