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던 록의 지평을 연 작품 - 델리 스파이스
발표 당시 많은 한국 대중들에게 모던 록을 알게 한 델리 스파이스의 데뷔 앨범. 그 당시 국내 인디 씬은 온통 펑크/얼터너티브 같은 강성 사운드에 몰입되어 있었기에 그 역사적 의미는 더욱 크다.
글ㆍ사진 이즘
201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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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모던 록의 선구자, 델리 스파이스가 5년 만에 새 앨범 <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 >를 내놓았습니다. 전자음을 도입한 신보와 달리 델리 스파이스의 1997년 데뷔 음반은 록의 풋풋함, 그 자체입니다. 솔직한 노랫말과 귀에 착착 감기는 감성적인 멜로디로 인디 팹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던 이들의 데뷔 음반을 만나보시죠.


델리 스파이스(Deli Spice) < deli spice >(1997)

발표 당시 많은 한국 대중들에게 모던 록을 알게 한 델리 스파이스의 데뷔 앨범. 그 당시 국내 인디 씬은 온통 펑크/얼터너티브 같은 강성 사운드에 몰입되어 있었기에 그 역사적 의미는 더욱 크다.

밴드는 앨범에서 팝적인 멜로디라인, 마치 U2와 R.E.M, 스미쓰(The Smiths)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기타 사운드, 리듬감 있는 유연한 베이스를 기반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서는데 성공했다. 또한「챠우챠우」라는 인디 씬의 올-타임 클래식 넘버를 배출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최대 장점은 무엇보다도 팝적인 훅(hook)이 넘치는 멜로디와 그루브(groove)이다. 「가면」에서의 소박한 기타 스트로킹에 의해 주도되는 아기자기한 멜로디와 리듬감은 그 대표적인 케이스. 또한 같은 프레이즈가 계속 반복되는 형식인 「챠우챠우」는 극적인 구성과는 무관함에도 불구, 전혀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 밴드의 ‘연주 하모니’가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와와 페달을 이용, 출렁거리는 느낌을 구현한 「노 캐리어」에서는 이들의 탁월한 리듬감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델리 스파이스의 전체적인 음악 스타일을 규정짓는 것은 단연코 김민규의 탁월한 기타 사운드 메이킹이다. 매 곡마다 세밀하게 톤을 변화시키는 능력은 그를 ‘차세대 기타리스트’중 하나로 꼽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또한 솔로를 최대한 자제하고 ‘리듬’을 중시하는 그의 스타일은 ‘밴드의 기타리스트’라는 포지션에 매우 적합해 보인다.

팝적인 흥겨움이 넘치는 사운드와 가사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점도 흥미롭다. 「노 캐리어」는 통신상의 접속 불능에 대한 곡이고, 「가면」은 예쁜 멜로디와는 달리 ‘요란하지만 어설픈 가면’을 벗기겠다는 냉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히트곡 「챠우챠우」는 접근하기 싫은 것들을 노래했다는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사랑노래’처럼 들린다. 물론 이런 역설적인 면모들은 곡 속에 잘 융합해 앨범을 더욱 참신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도가 떨어지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런 약점을 ‘카운터 펀치’격인 「사수자리」로 잘 마무리하면서 청자들로 하여금 차기작을 기다리게 했다. 그리고 2 집 < Welcome To The Delihouse >(1999)로 그 기대감은 완벽하게 충족되었다.




글 / 배순탁(greattak@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델리스타이스 #모던록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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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em

2011.10.15

델리 스파이스, 처음에는 외국 밴드인 줄 알았습니다. 모던 록 밴드였군요. 데뷔 음반 소개 잘 보았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서 여러 음악 장르에 대해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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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