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세상 떠난 친구, 내 남은 초라한 삶을 바라보며… - 나는 늙은 거미다.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한마디 말도 없이 이 세상을 하직하고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201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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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갑내기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한마디 말도 없이 이 세상을 하직하고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살아생전에 한 번 더 만나 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한스럽다. 주위를 돌아보니 친하던 사람들 중에 내 곁을 떠나간 사람들이 꽤 많다. 누구도 가고, 누구도 떠나고……. 손을 꼽아 헤아려보니 내 신세가 너무 딱해 가슴이 휑하게 비는 것 같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날 때마다 병마에 시달리며 남아 있는 내가 더 초라하게 느껴진다. 주변 사람 괴롭히지 말고 깨끗이, 조용히 죽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김 한 장을 밥에 얹어 넘기려니 목이 멘다.
김밥 때문인지 슬픔 때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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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늙은 거미다.
내 몸에서는 이제 실을 뽑을 수 없다.
이제는 용기도 없고 힘이 없다.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아무런 희망이 없고 마음만 서글프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어린애 같다.
병마에 시달리니 괴롭고 자식들한테 볼 면목 없고
더 살아본데야 내게도 고통이다.
죽는 것은 서럽지 않으나 앓는 것이 서럽다.
어찌 이다지 명이 긴가.
원망스럽다.
어서어서 잠든 듯이 가야 할 텐데.
2
즐거운 봄을 하염없이 바라보네.
눈물로 달래보는 이 마음.
차라리 잊으리라.
이 가슴에 조용히 손을 얹고
애타는 숨결, 쓰라린 이 가슴을 잠재워본다.
이 가슴에 봄은 가고 어느덧 서릿발 내리네.
어차피 나 혼자 가야 할 길,
슬프다 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오.
쓸쓸한 길이라 한들 누가 벗해줄 수 있으리오.
나 홀로 가야 할 길.
3
마루에 걸린 시계 소리.
생명줄 닳아지는 소리.
기다림 줄어드는 소리.
11개의 댓글
필자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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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이
2011.10.12
책방꽃방
2011.09.30
영원한 청춘
2011.09.30
병상에 계시더라도 옆에서 손 잡을 수 있고 거친 얼굴 한번이라도 더 보듬어드릴 수 있다면 자식들은 행복합니다.
어쩌면 이 또한 자식들의 욕심인지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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