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 문학캠프②] 지리산 자락에서 공지영 작가와 행복을 외치다
쌍계사는 하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다. 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절이기도 하지만, 산을 빼곡히 드리운 벗꽃나무, 하동8경의 하나인 불일폭포 등 비경을 즐기러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201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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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지리산에서 ‘행복한 삶’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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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숙소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쌍계사로 향했다. 쌍계사는 하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다. 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절이기도 하지만, 산을 빼곡히 드리운 벗꽃나무, 하동8경의 하나인 불일폭포 등 비경을 즐기러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둘째 날도 하늘이 맑았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를 따라 독자들은 조별로 쌍계사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쌍계사는 723년 의상 대사의 제자 삼법과 대비 스님이 법을 구하러 당나라에 갔다가 중국 육조 혜능 대사의 머리를 지금 금당의 자리에 모시면서 창건된 절이다. 옛 기록에 의하면 지리산 화개곡 눈 속에 칡꽃이 피어있는 곳에 혜능의 머리를 모시라는 꿈이 있어 금당을 지었다고 한다. 때문에 우리나라 조계종의 정신적인 근거지이기도 하다. 또 중국 전설에 나오는 세 신산(神山)인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의 기운이 모여있다고 하여 ‘삼신산’이라고도 불린다. 역사적이고 영적인 기운이 충만한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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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설명을 듣고 나니 이곳에서 수많은 시간을 버티고 서 있는 나무, 풀들 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쌍계(雙溪)라는 이름대로 절 입구에서부터 두 갈래의 물이 합쳐져 흐르고 있었는데, 이 물은 양수와 음수가 합해진 물이라고 해서 예전부터 만병을 고치는 물로 유명했단다. 산 중턱에 마련된 식수터에서 독자들은 ‘약수’를 직접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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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경상남도 하동의 여행코스는 이날, 문학캠프 일정과 비슷하다. 쌍계사와 화개장터, 근처에 마련되어 있는 최참판댁을 들러보는 코스다. 섬진강의 명물, 참게탕을 점심으로 맛보고, 여러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는 화개장터와 최참판댁을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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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독자들은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악양면 정서리에는 <책보따리 도서관>이라고 작은 규모의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곳에 직접 가져간 책을 기증하는 행사였다. 2010년 9월에 문을 연 <책 보따리 도서관>은 약 30평의 공간에 1천여 권의 책이 마련되어 있다.
악양면 아이들이 꿈꾸는 공간인 이곳에 YES24도 1000권의 도서를 기증했다. 이에 답하는 의미로 올망졸망한 악양면 아이들이 합창을 준비해, YES24 독자들에게 사랑스러운 무대를 선보였다. 독자들은 직접 자신이 기증한 <책보따리 도서관>을 방문했고, 몇몇 아이들은 우르르 손님이 들이닥친 소란스러운 도서관 안에서도 독서삼매경에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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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따리 도서관> 행사 때 지리산 친구들 작가 3인방이 YES24 문학캠프에 합류했다.『지리산 행복학교』의 주인공 공지영 소설가, 박남준, 이원규 시인 말이다. 이어 독자 일행은 근처 악양 초등학교 강당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박남준 시인의 글쓰기 수업이 진행됐다.
박남준 시인은 최근에 다녀온 시베리아 여행 사진과 그곳에서 쓴 시를 낭송해주며 한 편의 시가 어떤 생각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일상에서 스치는 찰나의 생각을 시의 언어로 담아낸 그의 시도 좋았지만, 외국에서도 시 낭송으로 이국 독자들을 사로잡았다는 소문답게 박남준 시인의 시 낭송은 역시나 근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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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마련된 좌담회의 주인공 역시 지리산 친구들 3인방이었다. 이들의 인연을 소개하자면, 때는 1980년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한국작가회의’로 불리는 문학단체 ‘자유실천문인협의회’에서 공지영 작가와 이원규 작가가 일을 하면서 만났다. 박남준 시인은? 인사동의 유명한 주점, 홍상수의 영화 <북촌방향>의 배경이 되는 ‘소설’에서 만났다고. 그 인연이 벌써 20년이다.
“박남준 작가가 마이크 잡는 걸 심하게 좋아해서요. 여러분, 혹시 박남준 시인의 말이 너무 길다 싶으면 손을 들어주세요.” 공지영 작가의 안내 멘트를 시작으로 이날의 좌담회가 시작되었다. 좌담회는 자연스럽게 작가와 독자가 질의응답을 나누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공지영의 에세이 『지리산 행복학교』와 문학, 그리고 행복한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공지영 작가는 “지리산에서도 힘들게 사는 사람이 많은데 왜 유쾌한 이야기만 담았냐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간 지리산 하면 험한 역사적 이야기가 많지 않았나. 이번에는 지리산이라는 이름에 밝은 색채를 넣어보려고 의도적으로 밝게 그렸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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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쓰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달라.
공지영: “정말 쓸 거리가 많았다. 좋은 얘기야 직접 실명을 밝히고 쓸 수 있어서 편했는데, 쓰기 불편한 이야기를 담을 때는 조심스러웠다. 책에 나오는 등불이나 바람 피는 청년 이야기는 실제 인물을 알아채지 못하게 직업도 바꾸고, 온갖 수를 써서 돌려 말한 건데, 하필 지리산에 그와 비슷한 인물이 진짜 계셨는지 자기 이야기를 썼다고 울고불고 하신 분이 있다고 들었다. 또 두 시인에게 책에 나오는 캐릭터가 실제 누구냐고 묻는 전화도 많았단다.(웃음)
두 시인은 책 속에 그려진 모습을 보고 기분이 어땠나?
박남준: “악양 근처에 이 책을 보고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았다.(웃음) 저 사람들은 왜 소설을 보고 그러나 싶었다.(웃음) 만약 내가 실제로 한 일이면 그런 거고, 아니면 아닌 거 아닌가. 난 잘 그려진 것 같다. ‘쟈’가 날 잘 보긴 해(웃음)
이원규:“나도 비교적 잘 그려져 있어서 별일 없었다.(웃음) 이 책을 만들 때 현장 사진을 담당했다. 꽁지 작가가 무엇을 쓸 거다 얘기하면, 일주일 내내 고민해서 사진을 찍어놓는다. 그런데 그 다음주에 보면 꼭 다른 이야기를 써놓는 거다.(웃음) 그래서 난처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잘 어울리게 들어간 것 같다.
시를 잘 쓰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원규:“ 소설가는 부지런해야 한다. 농담처럼 ‘요즘 삽질 많이 하냐?’고도 묻는다. 소설은 삽질을 하는 만큼 느는데, 시는 게으르게 삽질을 하다가도 시구를 얻을 수가 있다.(웃음)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가 나올 수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시 수업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이런 얘기를 해줬다. 시를 잘 쓰고 싶으면, 아침마다 자기 똥을 보고 인사해라. 안경을 쓸 때 인사를 해라. ‘좋아하는 사람 잘 볼 수 있도록, 다가오는 사람을 먼저 알아챌 수 있도록 오늘도 잘 보여주렴’ 인사를 해라. 신발을 신을 때도 인사해라. 그러면 세상이 새롭게 보일 테니까.
보다 즐겁게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는 방법은 뭘까?
공지영:“ 사람들은 흔히 ‘너 왜 이런 일을 하는데?’ ‘왜 이러는데?’라고 물으면 ‘내가 좋으니까, 기쁘니까’라고 대답한다. 대부분의 대답이 거기서 멈춘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왜 좋고, 왜 기쁠까? 최근에 관심이 생겨서 부자들, 많이 가진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그들은 너무나 유머가 없더라. 가진 것이 많으면 유머를 잃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없이 살아도 자기가 집착하는 게 있으면 ‘가진 자’가 되는 거다. 웃음과 유머가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발적 가난이란, 어떤 것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박남준 시인의 시낭송을 앵콜로 들으며 둘째 날 좌담회를 마쳤다. 박남준 시인은, 즉석에서 선글라스까지 빌려 쓰며 그야말로 멋드러지게 한 편의 (긴)시를 낭송하고, 이어 노래까지 한 곡 뽑았다. 금새 행사장에 흥이 감돌았다. 박남준 시인은 이날, 독자들에게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셋째 날: “『혼불』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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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아침 일찍 숙소 가까이에 있는 남원 광한루와 춘향 테마파크로 향했다. 이날 광한루에 펼쳐진 춘향전 월드에 가보니, 마치 금방이라도 성춘향과 이도령이 놀다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광한루, 월매집, 춘향이가 살았던 집 등 소설 속 배경이 곳곳에 재현되어 있었다.
한쪽에는 남원에 훌륭한 관리들의 비석이 세워져 있어, ‘춘향전’ 이야기의 유래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그 앞에는 이몽룡이 실제 인물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남원부사 송덕비가 세워져 있다. 학계에서는 ‘춘향전’이 실화인가? 소설인가? 논란이 여전히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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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골 두부정식으로 점심을 먹고, 문학캠프의 마지막 코스인 최명희 혼불문학관에 갔다. 정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 한옥집으로 구성되어 있는 혼불문학관은 그야말로 탄성을 지를 만큼 근사한 외관을 뽐냈다. “아마 여러분이 꿈꾸던 가장 이상적인 집? 형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하시던 관장님 말씀이 딱 맞았다. 사흘 내내 변함없이 쨍하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 문학관은 마지막 일정에 잘 어울리게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혼불』은 최명희 작가가 목숨과 뒤바꾼 작품이라고 할 만큼, 그녀가 삶을 걸고 써 내려간 장편소설이다. “인간의 본원적 고향으로 돌아갔으면 한다”는 작가의 마음을 담은 소설 『혼불』에는 호남지방의 세시풍속, 관혼상제, 삶의 풍경이 아름다운 우리 말로 그려져 있다. 난소암 판정 이후에도 집필에 매달렸다는 이야기가 뒤늦게 밝혀져, 두고두고 독자들의 마음에 꺼지지 않는 혼불을 이어 켜고 있다. 문학관을 둘러보는 중에 “돌아가면 『혼불』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말하는 독자들의 목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문학캠프 이후 좀 더 많은 독자들의 가슴에 혼불이 켜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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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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