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은 바뀔 것 같은데 과연 좋은 세상이 열릴지는 의문”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우석훈
한국 사회의 세대간 불평등을 가장 먼저 ‘88만원 세대’라는 호칭으로 명쾌하게 지적했던 우석훈. 그가 이 땅에 살고 있는 청춘들이 분노하고, 적극적으로 사회현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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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하여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가 연단에 올랐다. 7월 14일 밤에도 비는 내렸고 청춘들은 분노하거나 무관심했다. 한국 사회의 세대간 불평등을 가장 먼저 ‘88만원 세대’라는 호칭으로 명쾌하게 지적했던 우석훈. 그가 이 땅에 살고 있는 청춘들이 분노하고, 적극적으로 사회현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분노하라』를 집필한 스테판 에셀은 반나치 레지스탕스 운동가이자 세계 인권 선언문 초안 작업에 참여한 외교관이다. 이 책은 저자의 공개유언장과도 같은 글이다. 저자는 “21세기를 만들어갈 당신들에게 우리는 애정을 다해 말한다”며,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p.39)”라고 강조했다.


나는 여러분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분노의 동기를 갖기 바란다. 이건 소중한 일이다. 내가 나치즘에 분노했듯이 여러분이 뭔가에 분노한다면, 그때 우리는 힘 있는 투사, 참여하는 투사가 된다. 이럴 때 우리는 역사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며, 역사의 이 도도한 흐름은 우리들 각자의 노력에 힘입어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 이 강물은 더 큰 정의, 더 큰 자유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자유란 닭장 속의 여우가 제멋대로 누리는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다. 1948년 세계 인권 선언이 구체적으로 실천방안까지 명시한 이 권리는 보편적인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어느 누구라도 이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거든, 부디 그의 편을 들어주고, 그가 그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라. (p.15~16)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한철희 돌베개 출판사 대표의 인사가 있었다. 대표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는가” 물었다. 초복이었다. 강연이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김진숙 씨가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190일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대표는 “그녀의 고공농성이 150일 쯤 되었을 때, 김진숙 씨가 독한 게 아니라 그 날들이 되도록 놔둔 우리 사회가 더 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두 사람의 분노가 중요한 게 아니”라며, “여러 사람이 함께 분노하고 참여해야 된다”는 말을 끝으로 마이크를 우석훈 박사에게 넘겼다.

우석훈 박사는 한철희 대표의 요청을 받고 기타를 들고 연단에 섰다. 기타를 들고 연단에 선 그는 “노래는 잘 못하지만, 강연 시작할 때 어색해서 부르곤 했다”며, 정태춘의「북한강에서」와 김광석의「일어나」를 불렀다. 독자들도 박수를 치고 함께 부르며 함께 즐기는 자리였다. 곧이어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 이 책이 나온 걸 보고 ‘분노하라’라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메시지를 프랑스의 지성이 쓴 책까지 찾아서 봐야할 게 있을까 싶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분노하고 화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막상 읽어보니, 생각해볼 여지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특히, 이러한 대목은 한국에도 전해주는 메시지가 많았다.

오늘날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것이 이러한 원칙과 가치들이다. 우리가 몸담고 사는 사회가 자랑스러운 사회일 수 있도록 그 원칙과 가치들을 다 같이 지켜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이른바 ‘불법체류자‘들을 차별하는 사회, 이민자들을 의심하고 추방하는 사회, 퇴직연금제도와 사회보장제도의 기존 성과를 새삼 문제 삼는 사회, 얼론매체가 부자들에게 장악된 사회, 결코 이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p.10)

이 책의 원제는 사실 ‘분개하라’에 가깝다. 글을 우리말로 옮긴 임희근 번역가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저자가 쓴 내용은)한국 땅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레지스탕스 정신은 먼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그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레지스탕스’는 동사 ‘저항하다’의 명사형이다. 분노할 실마리를 잡아서 분노할 줄 알고 정의롭지 못한 것에 저항할 줄 알되, 마음속에는 비폭력의 심지를 곧게 세우고 참여하여 새로운 현재와 미래를 창조하라는 것이다. (p.82)


“정권은 바뀔 것 같은데 과연 좋은 세상이 열릴지는 의문이다.”


우석훈 박사는 수년 전 화제가 되었던, 그리고 유행어처럼 번졌던, ‘부자 되세요’라는 카피의 광고를 예사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부자 되세요’라는 말의 뜻은 부자가 되어야 행복하다는 것을 담고 있다. 즉, 지금은 부자가 아니니까 부자가 되라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부자가 곧 행복’이며, ‘부자 되기’가 가장 큰 덕목이 되는 사회를 염려했다.

“우리 사회는 시간이 지나면 소득이 높아질 거라는 생각을 했었죠. 요즘은 성장이라고 부르고 예전에는 발전이라고 불렀습니다. 실제로 소득은 늘었습니다. 지출도 늘었죠. 그런데 2003년부터 식비가 비정상적으로 늘었습니다. 먹는 것에는 돈을 많이 쓰지만 노는 데 돈을 쓰지 않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는 올해 CD나 DVD를 구매한 독자가 있는 지 물었다. 얼마 되지 않았다. “가수들이 음악을 만들어 CD나 음원을 팔아서 ‘살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미디어가 불러야만 버틸 수 있는 구조가 되었어요. 작년 한국의 음반 시장 규모가 스위스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스위스 인구 800만인 것에 비하면 암울한 수치이죠. 학자로서의 고민은 많은 분들이 이게 모두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에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된 것은 DJ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넘어오면서부터입니다. 문화비 항목에서는 예외적으로 카메라 구입비가 늘어나고, 애완동물 관리비가 늘어났죠. 두 가지를 고려해보면 인터넷에 고양이 사진이 엄청 늘어났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청중 웃음). 문화비가 늘어난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 지출의 형태가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의 대통령 안에서는 힘들 거 같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지난 10년의 통증은 프랑스보다 더 심했다”고 말한다. “이른바 ‘선진국’이라면 국민의 절반의 생각과 행동이 돈으로 설명이 안 되어야 한다”며, “여러분이 오늘 여기에 온 것도 돈으로 설명이 안 되는 거 아닌가”를 반문했다. 즉, 선진국의 지표 중 하나는 많은 국민들이 돈으로 설명 되지 않는 일을 하거나 그것을 원하는 것이다. 돈으로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사회는 어떨까. 간단하다. 분노하지 않는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경제에 대한 신념이 강해질수록 분노라는 감정은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에너지가 사라지지는 않죠. 어딘가, 안으로 빠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쌓인 에너지가 제어가 되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화는 나는 데 그 에너지를 어찌할 줄 모르는 상태. 불행하게는 ‘묻지마 범죄’로 나오기도 하는 것이죠. 또한, 자신을 미워하게 됩니다. 슬픈 일들이 벌어지죠. 자살을 시도합니다. 치사율이 가장 높은 병은 우울증입니다. 전문가들이 우울증 통계를 잡으려고 했는데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자들은 자신의 병명을 감추기 위해 보험처리를 안하고 가난한 사람은 병원에 가지를 않는다는 이유죠.”

그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우리 각자를 고립시킨 혐의가 있다”고 말한다. 분출구를 같이 찾지 못하고 고립되어 있다. 그러나 희망이 있다. 그가 발견한 희망은 대통령이었다. “희망적인 건, 우리의 대통령 덕분에 분출구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라는 것.

분노는 벌써 했다. 그는 이렇게 진단했다. “프랑스는 작년에 했지만 우리는 일찍이 2008년에 ‘분노’했습니다. 촛불을 들지 않았습니까. 분노했고, 증오도 했습니다. 우리가 가지는 대통령에 대한 감정은 혐오에 가깝기까지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만들 세상을 증오 위에 세울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반MB’. 그 감정 위에 정말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가, 입니다. 정말로 이명박 대통령 안보면 되는 거냐, 라고 물어야 합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고프지 않는 세상인가, 생태가 중요한 세상인가, 여성이 남성에게 당하지 않는 세상인가. 그는 지난 촛불집회 때 MB가 아니면 어떻게 할지를 이야기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테러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은 없다’는, 사르트르의 말을 생각해보죠. 분노로 끝나면 안 되고, 증오로 끝나면 안 됩니다. 분노와 증오 사이에서 분명한 뭔가를 만들어야 하고, 꿈꿔야 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상상하시겠습니까.”

그는 ‘분노하라, 저항하라, 참여하라’는 저자의 말에 ‘상상하라’를 덧붙였다. 저항이 창조라면, 창조는 상상이다. 저항하라. 오늘을, 분노하라.

나는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제발 좀 찾아보시오. 그러면 찾아질 것이오”라고. 최악의 태도는 무관심이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내 앞가림이나 잘 할 수밖에……” 이런 식으로 말하는 태도다. 이렇게 행동하면 당신들은 인간을 이루는 기본 요소 하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분노할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결과인 ’참여’의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는 것이다. (p.21~22)







#스테판에셀 #분노하라 #우석훈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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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man

2011.07.31

저는 '분노하라' 보다는 '반란의 조짐'이 지금 우리 상황을 더 잘 대변해주는 것 같더군요. 분노하기보다는 변해야 하지 않을까? 정말로 정권이 바뀐다고 무엇이 변할지 의문입니다. 그 세력이 그 세력이니, 개인들의 의식의 개혁을 바탕으로 사회가 변화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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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티샨티

2011.07.28

분노하라는 저자의 이력을 보고 놀랐고 저자의 나이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분노할 동기를 찾아 그 원인을 살피고 분노를 추스릴 수 있는힘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보입니다. 강연 시작 전에 우석춘 님이 통키타 반주에 김광석 님의 일어나를 불러 강의실 분위기를 더욱 띄었을 듯합니다. 최악의 태도는 무관심이라며 관심을 가지고 분노할 때는 분노할 줄 아는 젊은이로 자리하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예사로 들리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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