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이미 내게 진한 생채기를 남긴 도시다. 8년 전, 나는 런던에서 ‘유학생’으로 살아갔다. 음악이 아닌, 미술을 공부하는 유학생.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름 석 자만 대면 누구나 인정해주던 시절, 인기라는 녀석이 내 곁에 든든히 붙어 있던 시절. 모든 걸 팽개치고 홀연히 떠난 나를 사람들은 알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는 떠나야만 했다. 그래야만 했다. |
런던은 가수 이상은이 음악을 발견한 곳이다. 그리고 여기, 한 소년이 있다. 소년은 음악을 만나 존 레논이 된다. 『이상은, London Voice』의 저자 가수 이상은과 십대시절 존 레논이 ‘런던’에서 만났다. 2011년 3월 8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영화 <존 레논 비긴즈-노웨어 보이>를 보고 저자와 함께 존 레논과 런던을 이야기했다.
저자는 “존 레논의 십대 시절 이야기를 마치 다큐멘터리로 보고 있는 것 같은 영화”였다며,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빨려 들어갔다가, 여기서 끝나면 안 되는데, 하면서 그대로 계속 이야기가 이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말한다.
“그 시대에는 존 레논의 외모가 인기가 많았다고 하죠. 영화에서 존 레논 역을 맡은 아론 존슨의 핸섬한 외모가 가슴에 와 닿았고(청중 웃음), 존 레논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 특히 마더 콤플렉스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는데 그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으리라 생각해요. 그것들이 어떻게 음악적인 성취를 이루게 되어, 전 세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그런 명곡을 쓰게 되?는지를 알 수 있었죠. 그리고 폴 매카트니와의 만남도 재밌었죠. 다큐멘터리로는 복원할 수 없는 부분까지 볼 수 있는 영화였어요.”
저자는 그 밖에도 “비틀즈의 음악은 알고 있지만, 그들이 어떤 음악들을 들었기에 비틀즈의 음악이 탄생했는지를” 영화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런던에서 오노 요코를 만난 적이 있어요. 사실 런던행을 다시 결심한 데에는 오노 요코의 강연 소식을 들었던 이유도 있었어요. 존 레논은 계속 자신과 자신이 속한 세상을 부셔 나아가며 살아간 거 같아요. 마지막에는 인종차별의 문제까지 닿은 것이죠. 둘에게는 각자 가정도 있었으니까요. 아직 영국에도 오노를 미워하는 분들이 보이더라고요.” 저자는 책의 네 번째 트랙 「비밀의 화원」에서 오노 요코를 향한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존 레논의 아내로 알려진 오노 요코는 실제로는 서구 플럭서스 운동의 형성기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아티스트다. 그녀의 예술 반경은 가히 홍길동다웠다. 미술, 음악, 영화, 퍼포먼스 등 장르 막론, 주제 막론이었다. 한마디로 전위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20세기 예술계의 뮤즈였다. 내가 오노 요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가 평생동안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품은 물론 그녀의 이름만 들어도 긍정과 희망이라는 단어가 절로 샘솟아 오르기 때문이다. (p.322) |
폴에서 존에게로, 그리고 다시 비틀즈로
비틀즈의 수많은 팬들은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 중 누구를 더 좋아해야하는지 깊은 고민에 사로잡히고는 한다. 그리고 결정을 한다. 일정 주기별로 선택은 바뀌기도 한다. 짐작하겠지만, 저자의 선택은 언제나 존 레논이었다. 저자는 존 레논의 어떤 매력에 빠졌을까.
저자는 일단, “정신상태가 가장 불량한 것”이 좋단다. MBC FM <이상은의 골든디스크>의 진행자이기도 한 저자는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폴에게 손을 드는 편이라고 말한다. “일본에서는 존 레논의 예??이 폴에 대중성에 앞서는 것 같았어요. 저에게도 존 레논이 만들어 낸 음악과 그 사람의 삶이 주는 매력은 특별합니다. 「Strawberry Fields Forever」라는 곡이 존의 삶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죠. 어린 시절부터 팬이었어요.”
이날 함께 자리한 북노마드 출판사 윤동희 대표가 비틀즈 ‘인기투표’의 패턴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처음에는 폴에게 빠져들다, 존의 깊은 예술세계에 빠져들고 그 다음은 비틀즈의 음악으로 정착한다는 말도 있죠.”
‘보헤미안 뮤지션’이라는 저자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수식답게 독자들의 질문도 현실보다는 꿈 쪽에 중심축이 서 있었다. 서른에 음악을 시작하려고 하는 한 남성 독자의 질문. 저자는 “두려움이 가장 큰 적”이라고 말한다. 이어지는 저자의 답변이 신랄하다. “당초 너무 걱정스러우면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예요.”
그녀의 다음 여정은 어디일까. 여행 계획을 물었다.
“한국만 아니면 어디든지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현실에 너무 파고들어 앉아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해요. 태국을 좋아하는데, 북노마드 윤동희 대표께서 처음 만났을 때, 어디든 여행가면 여행기를 내주신다고 했습니다. 믿습니다(웃음). 사실 태국을 무지 좋아합니다. 런던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5년 전 태국에 갔을 때, 무례한 백인 남성과 여성들을 많이 봤어요. 영국에는 존 레논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청중 웃음). 당시 가방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찾기 위해 노력해준 현지인들과의 소통에서 특별한 공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존 레논의 음악 이야기를 한 토막 들려주었다. “존 레논의 음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You’라고 해요. 오노 요코는 존 레논이 살아 있다면, 현재 전자음악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You, 바로 당신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는 것이죠.”
런던은 1988년 강변가요제 대상 「담다디」로 인기에 취해 있던 제가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심원한 질문 앞에서 고꾸라졌을 때 저를 받아준 도시입니다. 그 시절, 아일랜드의 록 밴드 ‘U2’의 음악에 심취해 있던 저에게 「담다디」라는 현실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런 저를 런던은 조심조심 보듬어주었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연예인이나 스타와 맞지 않다고, 존중받고 싶다면, 반짝하고 사라지고 싶지 않다면 오로지 ‘작품’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p.376)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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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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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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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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