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재즈돌 ‘윈터플레이’ 인터뷰
아이돌 그룹만 한류를 전파하는 것은 아니다. 그룹 ‘윈터플레이’는 팝적인 요소를 가미시킨 재즈 사운드로 이웃 나라 일본뿐만 아니라, 영국에까지 진출하며 선전을 펼치고 있다
201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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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만 한류를 전파하는 것은 아니다. 그룹 ‘윈터플레이’는 팝적인 요소를 가미시킨 재즈 사운드로 이웃 나라 일본뿐만 아니라, 영국에까지 진출하며 선전을 펼치고 있다. 한가인이 출연한 모 세탁기 광고 배경음으로 사용된 ‘버블송’으로 알려진 바로 그 팀이다.
재즈는 어렵다는 선입견을 극복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이들은 재즈의 대중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대중에게 알려진 명곡들을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귀에도 어색하지 않을 사운드를 취사선택하면서 재즈에 입문하는 문턱을 낮췄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국내외를 잇는 공연의 연속선상에서 이들이 품고 있는 목표는 놀랍게도 그래미 수상이라 한다. 네 명의 야심가들과 함께한 자리에서도 각자의 시선들은 가까운 미래에 전개될 사운드의 진화라는 화두에서 합의점을 모색하고 있었다.
첫 음반이 2008년에 나온 후 3년 동안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혜원 : “성과라고 하기에는 너무 섣부른 판단인 것 같은데… 처음 시작했을 때 재미있는 음악 한 번 해보자라고 모였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느낌이 있어요. 음악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팀의 측면에서도 각자의 역할이 다져졌다고 생각하고, 분위기도 돈독해졌고요. 음악적으로도 점점 윈터플레이스러운 방향으로 다가가지 않았나 생각해요.”
윈터플레이가 조금씩 인지도를 넓혀가면서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편이다. 결성 초기에 계획했던 진행이 현재에 들어서 맞게 돌아가고 있나.
혜원 : “잘됐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다들 있으실 거예요. 이 정도에서 만족했을 것이라면 저희도 애초에 회사와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고. 하지만 그 길이 빠른 시일 내에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단지 윈터플레이라는 이름 안에서는 이 팀이 꾸준히 계속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죠. 앞으로도 좋아하는 음악을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콘트라베이스 입장에서 볼 때 현재 밴드가 드럼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이 부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소은규 : “사실은 이주한 씨께서는 윈터플레이 전에도 실험적인 음악을 많이 하셨어요. 저 역시도 이병우 씨와 기획 공연하면서 이주한 씨와 콘트라베이스와 트럼펫의 색다른 듀엣 공연도 했었고요. 그래서 이주한 씨가 처음에 제안하셨을 때 뭔가 실험적인 역할을 하게 되겠구나 짐작은 했었죠. 하지만 저희 음악이 그렇다고 일반적인 재즈처럼 베이스가 부각되는 스타일은 아니고, 또 부각되면 안 되는 음악이에요. 아무래도 대중적인 접근을 위해 멜로디 보이스가 주축이 되어야 하니까요.”
필연적으로 보컬과 베이스가 부딪힐 수가 있겠다.
소은규 : “네. 그래서 녹음 과정에서 이렇게 해봤다가 저렇게 해보기도 하고,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조율 과정을 많이 거쳤죠.”
드럼이 없는 밴드의 음악을 들으면 대단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소리 전체의 측면에서도 포기해야하는 부분이 있을 텐데. 템포의 변화라든지.
이주한 : “네, 핸디캡이 많이 생기죠. 사실 드럼 파트를 제외한 것이 멀리 보고 의도한 사실은 아니었어요. 우리가 시작 단계에서 적은 예산을 가지고 있었어요. 서로 조금씩 보태서 한 삼사백 만원 있었어요. 혜원이는 10만원 좀 보탰을 거에요.(웃음) 그리고 짧게 3주 프로젝트로 생각했고요. 일단 드럼이 들어가면 라이프가 힘들어져요. 녹음과 믹싱과정이 추가되는 비용도 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것이에요. 또 없으면 없는 대로 버티잖아요. 없는 대로 퍼커션 ?어넣고. 그러면서 사운드가 채워지더라고요. 드럼이 없는 구성이 신기하지만 (최)우준이가 록 기타 느낌이 세서 되게 임팩트 있게 쳐요. 어쿠스틱을 쳐도 댐핑(Damping)이 있어요. 그 점에서 드럼 역할을 잘 해주죠.”
재즈에서 또 다른 상징적인 악기인 피아노도 없다.
최우준 : “단련이 되는 거죠 멤버들도. 처음에는 당연히 어색했죠. 이전까지 피아노와 같이 무대에서 연주하던 사람들인데. 피아노가 없으면서 서로가 코드에 신경 썼고, 다른 라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멜로디도 챙겨줘야 하는 강박의식도 생기게 되었고요. 그런데 이런 방식이 윈터플레이의 고유 콘셉트가 되어버려서 이제는 피아노를 넣으라고 해도 넣을 수 없을 것 같아요.”
「Moon over Bourbon street」에서 기타 연주가 인상 깊었다.
최우준 : “개인적으로도 윈터플레이하면서 많이 진화가 된 것 같아요. 보통 기타가 음악을 전반적으로 메우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잖아요. 나름대로 주법도 개발하면서 저에게 공부가 되었던 음악인 것 같아요. 사실 같이 작업하면서 연주의 느낌이나 스타일을 두고 처음에는 의견충돌이 있었어요. 나는 더 치고 싶은데, 프로듀서(이주한)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시각으로 보시니까 자꾸 뭔가를 빼라고 그러시고(웃음). 하지만 막상 음반이 나오면서 프로듀서의 의도가 이것이었구나. 3년이 지나가니까 대충 의도를 알게 되었고, 지금도 서로 알아가는 것 같아요 서로 말은 안 해도.”
이주한의 말대로 재즈가 아닌 록 기타 스타일이라면 롤 모델이 있었을 것 같은데.
최우준 : “뭐,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나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an)을 좋아했죠. 재즈 쪽으로도 일찍이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웨스 몽고메리(Wes Montgomery)나, 존 스코필드(John Scofield)같은 아티스트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아무리 기타가 악센트를 주고 베이스가 이 팀의 재즈적인 터치를 주고 이주한이라는 프로듀서가 있지만 결국 윈터플레이는 혜원이 먹여 살리는 팀 아닌가. (웃음)
최우준 : “물론 외부에서 보는 시선은 인정해요. 혜원이의 얼굴 덕분에(웃음).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혜원이가 없었으면 우리를 회사에서도 픽업을 안 했을 거고.(웃음) ”
보컬의 입장에서 본인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가수는?
혜원 :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것을 정말 좋아했어요. 동요대회도 나갔었어요. 엄마가 부르는 것을 듣고 노래를 하고 싶다고 느꼈었나 봐요. 지금도 어머니께서 공연 보러 오시고, 공연 후에는 지적도 많이 해주세요.”
정말인가. 어머니에게 들은 가장 뼈아픈 지적이 있었나.
혜원 : “힘이 좀 부족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본인도 인정하나.
혜원 : “네,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이긴 해요. 좋게 말하면 편하게 부른다는 것이고. 안 좋게 생각하면 힘이 달린다는 뜻이겠죠. 저도 고치려고 많이 노력해요. 녹음할 때도 그렇고 라이브 할 때는 더 그렇고.”
잼을 하거나 무대에 같이 서면서 혜원의 보컬을 평가한다면.
최우준 : “혜원이를 처음에 봤을 때는 이 나이인지도 몰랐어요. 그 말은 목소꺸가 늙었다기보다는, 우선 너무 침착하다는 점에서 경험이 느껴졌던 것이죠. 여러 보컬들과 많이 해봤지만 혜원이의 장점은 큰 욕심이 없다고 해야 하나? 보통 밴드 사례를 보면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파트가 보컬이거든요. 트러블 메이커고 게다가 프론트로 나오기 위해서 요구도 많고. 얘는 그런 게 없어요. 뭐든지 다 흡수하고. 요청하면 바로바로 되고. 너무 쿨해서 장점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별 탈 없이 팀이 발?해온 가장 큰 요인은 혜원이의 태도인 것 같아요.”
혜원과 이주한의 나이는 거의 삼촌과 조카 수준이다.(웃음)
이주한 : “팀이 네 명이니까 나머지 두 분이 중간에서 연결을 해주죠.(웃음)”
혜원은 솔로 활동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윈터플레이라는 밴드 안과, 만약에 솔로로 데뷔한다면 어느 쪽이 더 만족도를 느낄 것 같나. 만족도와 솔로 보컬로 데뷔한다면.
혜원 : “본능적으로 어느 쪽이 더 끌리느냐 하는 물음은 아직 모르는 것 같아요. 원래 이 전에도 솔로로도 활동했었고, 내년이나 내후년에 더 좋은 아이디어와 기회가 주어질 수 있겠지만요. 윈터플레이의 활동시기에는 윈터플레이에만 집중할 것이고, 개인 활동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솔로로서 또 매진하겠죠. ”
「Blue without you」를 통해서는 블루스 쪽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윈터플레이 멤버들의 공통된 지향점이라고 봐도 무방한가.
최우준 : “그건 제가 지향하는 쪽이에요(웃음)”
이주한 : “요새 그런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우리 네 명도 어느 쪽으로 음악을 지향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가까운 3집도 그렇고요. 하지만 그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제가 철이 없거든요. 그래서 음악이 고정된 한 방향이 아니라 상당히 신선하게 할 수 있을 때 대단히 기뻐해요. 저 말고 나머지 세 명이 만약에 “다음 음반은 이 곡 꼭 넣어야 해요.”라고 압력이 들어오면 상당히 부담을 가질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식이 아니라 “우리가 훌륭한 공연 한 번 해보자.”라면서 같이 준비하는 단계에서 발견하는 의외의 아이디어가 음반에도 반영되는 과정이 더 좋아요.”
윈터플레이 앨범에서는 리메이크 곡이 많다.
최우준 : “재즈 연주자 입장에서는 리메이크는 일상적인 일이거든요. 스탠더드 재즈 자체가 팝 리메이크를 많이 하니까요.”
「Don't know why」하면 누구나 노라 존스(Norah Jones)를 생각하는데, 혜원만의 색깔이 약간 2% 부족했던 것 같다.
이주한 : “2%보다는 13% 부족한 것 같아요.(웃음)”
소은규 : “다른 리메이크에 비하면 너무 순탄하게 갔죠.”
최우준 : “처음에는 일본에서 광고용 음악으로 이미 녹음을 했던 곡이에요. 녹음을 할 때도 앨범에 넣으려는 생각도 없어서 기타도 그냥 대충 쳤어요.(웃음) 편곡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사실 광고업체에서도 원곡과 최대한 비슷하게 가달라고 요청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앨범에 넣는다고 하더라고요. 의아하긴 했죠. 그렇게 세대가 차이나는 뮤지션도 아니고 불과 몇 년 전에 히트 쳤던 곡인데. 무슨 이득을 보겠다고 넣겠어요. 하지만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께서 결정하신 일이니까 뭔가 수록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세월이 가면」도 상당히 의외의 선곡이었다.
이주한 : “그 곡은 명필름에서 새로 리메이크한 영화음악을 모은 컴필레이션 앨범을 제작하기 위해서 여러 팀에게 맡긴 곡 중에 하나였어요.”
최우준 : “「세월이 가면」은 한 여름에 녹음했는데 도무지 필이 안 나오더라고요. 더워 죽겠는데.(웃음) 그런데 요즘 들어서 추워지고 하니 다시 들어보는데 나름 괜찮더라고요.”
전체적인 곡을 이주한이 다 만드나.
이주한 : “사실은 2년인가 3년 전에 「Lock me down」이라는 곡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우준이 녀석이 이 곡 좀 자기가 써보고 싶다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서로 매치해보자. 트럼펫 라인 만들고, 멜캷디 바꾸고, 가사 다시다시해서. 이러면서 앨범에 「Gypsy girl」이 나오게 되었어요. 이런 인터플레이가 좋은 것 같아요.”
「Those darn feelings」의 ‘Darn’은 욕 아닌가?(웃음)
이주한 : “네, 그렇죠. 미국에서 ‘Darn’ 이 발전한 게 ‘Damn’이죠. 1930~1940년대 영화에서는 되게 편하게 썼어요. 그렇게 심한 욕도 아니고요.”
오리지널과 리메이크 앨범을 따로 분류해서 발표할 계획은 없는가.
이주한 : “저희가 현재 국내에서 애매한 포지션에 있는 것 같아요. 외국 활동을 하려는 입장에서 해외 재즈 뮤지션들은 대부분 리메이크를 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 앨범이 오리지널한 면이 더 큰 것 같아요. 일본 유니버설 뮤직에서는 90퍼센트 정도까지 리메이크로 가래요.”
대중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아티스트의 경우에는 리메이크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한데.
이주한 : “제 생각에는 우리가 솔직히 4집정도 되면 거의 우리 자작곡만 있을 것 같아요. 느낌상으로 3집 때는 리메이크곡이 한 2곡 밖에 없을 것 같고. 저희가 직접 곡을 쓰는 거에 대해서는 완전 찬성하니까요. 우리 멤버들이 일단 곡을 잘 쓰고.”
일본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하던데.
이주한 : “예, 얼마 전에 3박 4일로 갔다 왔고, 11월 13일에 또 갑니다. 도쿄, 오사카, 센다이를 포함해서 6개 도시를 순회하며 공연할 계획이에요.”
해외에서도 열심히 윈터플레이 재즈를 알리고 있다.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기획을 가지고 있었나.
이주한 : “우선 제 개인 계획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잘 몰랐는데 많이 도와주셨더라고요. 사실은 저는 약 2년 동안 음악 열심히 만들고 좋은 팀을 꾸려왔는데 집중했는데 영국 가니까 확 느껴졌어요. 김병찬 대표님이 그동안 많이 바빴었겠구나. 저도 나름대로 바빴지만 알리려고 많이 바쁘셨던 것 같아요. 일본이나 영국 가는 것에 대해서는 우선 너무 겁내지 말고 잘하려고 그래요.
우리 음악을 스테이트먼트(Statement), 즉 선언식으로 이런 재즈다, 저런 재즈다라고 알리지는 않아요. 물론 앨범을 특정한 주머니 같은 라벨로 분류해서 집어넣을 수는 있죠. 하지만 다행히 시대가 바뀌어서 좋은 것 같아요. 한 음반이 나왔는데 딱 한 색깔이 아닌 것. 새로운 시대에 맞춰가는 것 같아요. 재즈 앨범이지만 다양하게 보사노바, 삼바, 스윙곡도 있으면서 중심에는 하나의 목소리가 잘 프로듀싱이 되었다는 생각 때문에 해외에서도 우리 음악이 나가는 것 같아요. 반응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하나 제가 기분 좋은 것은 국내의 오리지널 구성으로도 국제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면서 국내 기획사, 믹싱, 엔지니어의 힘으로 만든 앨범이었잖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되도록이면 외국 힘은 받지 않으려고 해요.”
G20 의장국 등 상승하고 있는 국가 위상에 걸맞은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요계에서도 유명 해외 아티스트와의 공동작업 소식이 간간이 들려오곤 한다. 물론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해외 뮤지션과의 작업이 시너지 효과를 유발하는 사례가 많지만, 일부의 경우에는 단순히 시선 끌기와 생색내기 성향이 다분한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는 뉘앙스가 감지되기도 한다.
윈터플레이는 굳이 코리안 재즈로 자신들의 음악을 지역색으로 규정 혹은 포장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단지 그들은 외국의 손을 빌리지 않은 100% 국내 생산 수출품이 외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막 싹을 트기 시작한 자신감과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은 은근하게 자신의 음악을 널리 알리려는 국내의 실력파 아티스트들에게 분명 밑거름이 될 것이다.
영국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혜원 : “저희가 영국에서 쇼 케이스도 하고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기도 했어요. 초청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쇼 케이스는 음반 관계자나 기자들이 오셨고 영국에서의 첫 무대다보니 긴장을 정말 많이 했죠. 그러면서 저희는 주문을 걸었어요. 한국에서 하던 대로 편하게 하자라고요. 한국에서 온 네 명의 사람이 무슨 음악을 할까 궁금해 하셨던 것 같아요. 40분 동안 7~8곡정도 부른 것 같은데 무대에 오르면 관객의 눈빛이 보이잖아요. 그 눈빛에서 호기심이 느껴졌어요. 점점 시간이 지나고 음악이 진행되면서 저희도 긴장이 풀렸고 보시는 분도 긴장을 풀고 같이 즐기셨어요.”
일본 공연의 느낌은 어땠는지.
소은규 : “일본 같은 경우에는 지나치게 차분하세요. 정말 클럽에서 음식 앞에 두고 있는데도 거의 안 드시고. 수저 딸그락거리는 소리조차도 내는 것을 대단히 겁내시더라고요. 재즈 클럽분만 아니라 록 공연장에서도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봐 조심한데요.”
최우준 : “우리가 처음에는 당황했죠. 너무 시험 감독관처럼 딱 조용하게 있으시니까. 그런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끝나고 나서 앨범을 많이 사주시더라고요.(웃음) 우리 같은 경우에는 맨 종이에 사인 해달라고 하시는데. 티켓에다 해달라고도 하시고.”
일본에서는 재즈 팬들의 연령층이 어떻던가.
이주한 : “20대 중반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일본이라고 한국이랑 그렇게 다를 것 같지는 않아요. 비슷한 것 같아요. 일본의 재즈클럽 입장료가 최소가 5만 원 정도에서 시작하고 비싸기는 하지만, 일본에서 저희 1집이 제가 알기로는 만 오천장 이상이 팔렸거든요. 그런 것을 보면 분명히 다 40대 팬들만은 아닐 것 같아요.”
지금 국내 재즈 신(scene)의 상황은 어떤 것 같나.
이주한 : “네, 신이야 분명 존재하죠. 여기 홍대 주변에도 클럽이 3~4개 정도 있어요. ‘에반스’도 있고, ‘팜’도 있고. 어떻게 보면 신기해요. 이 자그마한 나라와 인구임에도 재즈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아요. 그리고 재즈피플, 엠엠재즈 같은 재즈 전문 잡지도 있잖아요. 요즘에는 세대에 맞춰서 신이 움직여주는 것 같아요. 재즈 뮤지션이 자기가 음악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리고 그런 면에서 신이 쿨해진 면도 있죠. 클럽이 많아야 된다 이런 것보다도 디지털스럽게 변화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영국과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서는 얇은 것이 사실인데.
최우준 : “그만큼 역시가 짧으니까 이해해요. 그렇다고 어렵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일본은 라멘 가게에서도 재즈가 나오는 나라에요. 우리나라 같으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재즈가 나오는 것이죠.”
외국에서 한국 음악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던가.
최우준 : “솔직히 그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 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인터넷 네트워크가 많이 발달해서 그런지, 크게 생경하고 다른 문화로 보는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유튜브 같은 인터넷 공간을 통해서 얼마든지 접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영국이라는 나라가 기타를 잘 쳐서 그런지 동경 같은 게 있었어요. 영국하면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지미 페이지(Jimmy Page), 제프 벡(Jeff Beck) 같은 전설의 이미지가 떠오르잖아요. 그래서 약간 시험 보러 가는 듯한 분위기? 그런 느낌으로 갔어요. 무대에서 저희가 영어로 된 노래도 부르면서 그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모습을 봤을 때, 우리가 어렴풋이 짐작만 하며 걸어왔던 길이 그리 잘못되게 걸어 온 것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딱히 이번 영국 공연이 잘했다기보다는 앞으로 이런 식으로 가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죠.”
윈터플레이의 목표를 그래미 수상으로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인가.
최우준 : “그래미로 잡으신 것은 이주한씨인데.(웃음) 처음에는 웃으면서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뮤지션의 꿈을 안고 음악을 시작하면 우드스탁에서 연주도 해보고 싶은 그런 류의 꿈을 가지게 되잖아요. 그런 꿈이 현실을 알아가고 나이가 들면서 사라지는? 그만큼의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지 어느 정도 그 가까이는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미 정도는 목표를 잡고 시작해야지 적어도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이주한 : “저 같은 경우에는 대학교 때 재즈 클럽 블루 노트에 서 보는 것이 꿈이었어요. 블루 노트는 블루 노트잖아요. 오래된 꿈이었는데 일본의 블루 노트에서 연주한 것만 해도 정말 큰 꿈을 이뤄낸 것 같아요. 그래서 혜원이는 짜증나요. 나이도 어린데 벌써 블루 노트 무대에 선 것이잖아요.(웃음) 나만 나이가 많아서 급하니까 그런 꿈을 일찍 생각하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루어지고 아니고는 크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요.”
이주한이 외국 생활을 많이 해서 작사에 있어서 한국어적 감수성이 부족한 것 같다. 이 과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사람은 혜원이지 않을까.
혜원 : “저도 참여는 하고 있어요.앨범에도 포함이 되어있고. 싱글도 그렇고.”
이주한 : “그래서 제 생각인데 혜원이가 재즈를 배웠다지만 역사가 너무 짧아요. 5년 밖에 안 되었잖아요. 제 시각에는 아직 아기에요. 그런데도 잘 하고는 있어요. 대단히 빨리 배워온 거죠. 혜원이 말대로 작사 시도는 했는데, 어느 정도 가벼운 음악들이었으니까 핸들은 했어요. 하지만 2집 와서 보면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요. 물론 혜원에게 주문하는 과제가 많아서 그럴 것이에요. 일본말 잘 배우라고 그러지, 퍼포먼스 잘 하라고 그러지. 그래서 2년 뒤에 혜원이는 솔로 앨범이 나오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이게 내 음반이라고 생각하면 자기 가사를 잘 쓸 것 같아요. 그 때 우리는 쉬고.(웃음) 다시 모일 때, 자기 열정을 윈터플레이에 집어넣으면 좋아질 것 같아요. 재미있어지고.”
청소년 그룹 발굴 프로그램이었던 <악동클럽>의 멤버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보컬로 급선회했다고 볼 수는 있는데. 그때 심정은 어땠나.
혜원 : “<악동클럽>으로 활동을 하려고 준비했을 때 음악 듣는 것도 폭이 좁았어요. 팝이나 흑인 음악 중에서도 일부 연습하는 곡만 들었고요. 사실 준비는 어렸을 때부터 했었고, 도와주신 분들에게는 죄송스럽지만 준비하면서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댄스 그룹에서 춤추면서 노래를 하는 것이. 하지만 어쨌든 계약은 했으니까 하기는 해야 했던 상황에서 불행 중 다행으로 회사 내부에 문제가 생기면서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가 된 것이죠.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는 대학생이 되어있었고.”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중요한 전기였다.
혜원 : “잘 된 것 같아요. 저도 재즈를 시작 안 했으면 지금도 재즈를 안 하고 나이는 나이대로 들었는데 아직도 “가수하고 싶어요.”라며 이 주변에서 계속 맴도는 사람이었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과거의 사진 돌아다니는 것이 정말 싫었는데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요. 어차피 그것도 제 모습이고.”
재즈의 중요한 여자 보컬,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 사라 본(Sarah Vaughan),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중에 가장 좋아하는 보컬을 꼽는다면
혜원 : “다 좋아하지만 사라 본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엘라는 화려하고 빌리는 우울하고 사라는 목소리 자체가 딥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편안하게 사람 마음을 터치하는 보컬이죠. 그 셋을 제외하고는 홀리 콜(Holly Cole)의 편안한 목소리를 좋아해요. 홀리 콜이 좋은 이유는 보컬리스트로서 거침없이 부르면서도 자기가 편안하게 부르잖아요.”
그렇다면 혜원이 내가 원하는 대로 편안하게 불렀던 곡이 있나.
혜원 : “일단 「Don't know why」가 그랬던 것 같아요. 스무 살 때 불렀던 기억이 있어서 ?런지 편하게 불렀던 것 같네요.”
반대로 아주 불편했던 곡이 있다면.
혜원 : “「Songs of colored love」는 정말 고생했어요. 일본 데뷔앨범 때 수록되었던 곡인데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편곡 과정이 반복되었거든요. 가이드해서 녹음했는데 다시 편곡하는 바람에 여러 번을 불렀어요. 가사도 영어로 불렀다가 일어로 부르고 또 다시 영어로 바꿔 부르면서 여러 번 재녹음을 했고.”
본인을 결정지은 아티스트가 있나.
이주한 : “퀸시 존스(Quincy Jones)죠. 그리고 허브 앨퍼트(Herb Alpert)도요. 프로듀서, 뮤지션, 작곡가 다 좋아해요. 송라이터로서 이반 린스(Ivan Lins)도 좋아하고요. 연주자로는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도 있지만 그 음악시대 자체를 좋아했어요. 싱어로서는 배리 매닐로우(Barry Manilow)도 좋아했고요.”
이주한 씨는 힙합 아티스트와도 작업을 했었는데.
이주한 : “지금은 없어요. 당시에는 최자와 개코 덕분에 씨비 매스(CB Mass) 3집에서 아소토 유니온(Asoto Union)이랑 같이 작업을 하기는 했었죠. 그 뒤로는 제가 속해있었던 소울 볼륨(Soul Volume)이라는 팀이 있었어요. 디스코 펑크 재즈 밴드인데 일곱 명이라서 돈이 얼마 안 남아서 지금은 중단한 팀이고요.(웃음) 잘 알려진 세션 맨들이 모인 팀이었는데 시간이 나면 꼭 다시 추진해보고 싶어요. 소울 볼륨 활동을 위해서 작곡도 많이 한 상태라 릴리즈하고도 싶고.”
혜원이 멤버 오빠들을 인간적으로 평가해보자.(웃음)
혜원 : “일단 이주한씨와는 나이차가 많이 나잖아요. 팀에서는 또 리더이시고. 그럼에도 우리가 윈터플레이에서 같이 노래를 할 수 있고 큰 탈 없이 갈수 있는 이유가 이주한씨께서 권위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시기 때문이에요. 프로듀서로서 단순히 저희에게 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최대한 좋은 의견을 끌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으신 거죠. 멤버들의 의견 사이를 왔다 갔다 하실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최우준 씨는 음악적으로도 항상 많이 의지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멘토의 역할을 해주세요. 소은규 씨는 제가 처음에 재즈 시작했을 때 같이 클럽에서 긱(Gig)하고 가장 오래 본 분이기 때문에 친밀한 느낌이 많죠.”
혜원을 보컬로 결정한 인물은 누구인가.
혜원 : “이주한씨가 아니었을까요. 저에게 전화를 주셨으니까.”
이주한 : “제가 우선 가장 나이가 있어서 멤버들에게 다 연락을 해서 상의를 했어요. 한 개인이 회사랑 계약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잖아요. 제가 각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계약하려는 곳이 괜찮은 회사다. 한 사람이 안하면 우리 다 안하는 거다.”라고요. 계약은 결국 개인 결정에 의해서 이뤄진 것에요. 처음에 제안을 하고 받았을 당시에는 자신도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몰랐던 거죠. 함께하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패밀리가 된 것이에요.”
국내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혜원 :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등의 지방 클럽을 돌면서 공연을 할 예정이고, 몇몇 도시는 이미 공연을 했어요. 그리고 12월에 예술의 전당에서 콘서트를 할 계획이고요. 마의 시간이라고 불리는 월요일, 화요일 공연이니 많은 분들이 와주시길 바래요.(웃음)”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주한 : “윈터 플레이 음악은 다른 팀과 다르게 유머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앨범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앱솔루트 믹스(Absolute mix)? 레이드-백 매스터링(Laid-back Mastering)? 굿 레코딩(Good Recording)? 이런 것 아무 의미 없어요. 그냥 웃으라고 만들은 표현이에요. 이전 앨범에도 항상 웃긴 글들을 집어넣었고요. 사람들은 재즈를 생각하면 항상 심각하게만 여겼어요. 인상 찌푸리는 포즈로. 조금이라도 재즈성향이 있는 음악이라면 유머가 있고 해피한 밴드였으면 좋겠어요. 방금 전에 싸우는 사람들이 재즈한다고 말했는데 칼싸움정도는 안 나는 재즈를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인터뷰 : 임진모, 옥은실, 홍혁의
사진 : 정혜리
정리 : 홍혁의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재즈는 어렵다는 선입견을 극복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이들은 재즈의 대중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대중에게 알려진 명곡들을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귀에도 어색하지 않을 사운드를 취사선택하면서 재즈에 입문하는 문턱을 낮췄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국내외를 잇는 공연의 연속선상에서 이들이 품고 있는 목표는 놀랍게도 그래미 수상이라 한다. 네 명의 야심가들과 함께한 자리에서도 각자의 시선들은 가까운 미래에 전개될 사운드의 진화라는 화두에서 합의점을 모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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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음반이 2008년에 나온 후 3년 동안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혜원 : “성과라고 하기에는 너무 섣부른 판단인 것 같은데… 처음 시작했을 때 재미있는 음악 한 번 해보자라고 모였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느낌이 있어요. 음악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팀의 측면에서도 각자의 역할이 다져졌다고 생각하고, 분위기도 돈독해졌고요. 음악적으로도 점점 윈터플레이스러운 방향으로 다가가지 않았나 생각해요.”
윈터플레이가 조금씩 인지도를 넓혀가면서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편이다. 결성 초기에 계획했던 진행이 현재에 들어서 맞게 돌아가고 있나.
혜원 : “잘됐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다들 있으실 거예요. 이 정도에서 만족했을 것이라면 저희도 애초에 회사와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고. 하지만 그 길이 빠른 시일 내에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단지 윈터플레이라는 이름 안에서는 이 팀이 꾸준히 계속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죠. 앞으로도 좋아하는 음악을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소은규 : “사실은 이주한 씨께서는 윈터플레이 전에도 실험적인 음악을 많이 하셨어요. 저 역시도 이병우 씨와 기획 공연하면서 이주한 씨와 콘트라베이스와 트럼펫의 색다른 듀엣 공연도 했었고요. 그래서 이주한 씨가 처음에 제안하셨을 때 뭔가 실험적인 역할을 하게 되겠구나 짐작은 했었죠. 하지만 저희 음악이 그렇다고 일반적인 재즈처럼 베이스가 부각되는 스타일은 아니고, 또 부각되면 안 되는 음악이에요. 아무래도 대중적인 접근을 위해 멜로디 보이스가 주축이 되어야 하니까요.”
필연적으로 보컬과 베이스가 부딪힐 수가 있겠다.
소은규 : “네. 그래서 녹음 과정에서 이렇게 해봤다가 저렇게 해보기도 하고,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조율 과정을 많이 거쳤죠.”
드럼이 없는 밴드의 음악을 들으면 대단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소리 전체의 측면에서도 포기해야하는 부분이 있을 텐데. 템포의 변화라든지.
이주한 : “네, 핸디캡이 많이 생기죠. 사실 드럼 파트를 제외한 것이 멀리 보고 의도한 사실은 아니었어요. 우리가 시작 단계에서 적은 예산을 가지고 있었어요. 서로 조금씩 보태서 한 삼사백 만원 있었어요. 혜원이는 10만원 좀 보탰을 거에요.(웃음) 그리고 짧게 3주 프로젝트로 생각했고요. 일단 드럼이 들어가면 라이프가 힘들어져요. 녹음과 믹싱과정이 추가되는 비용도 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것이에요. 또 없으면 없는 대로 버티잖아요. 없는 대로 퍼커션 ?어넣고. 그러면서 사운드가 채워지더라고요. 드럼이 없는 구성이 신기하지만 (최)우준이가 록 기타 느낌이 세서 되게 임팩트 있게 쳐요. 어쿠스틱을 쳐도 댐핑(Damping)이 있어요. 그 점에서 드럼 역할을 잘 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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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준 : “단련이 되는 거죠 멤버들도. 처음에는 당연히 어색했죠. 이전까지 피아노와 같이 무대에서 연주하던 사람들인데. 피아노가 없으면서 서로가 코드에 신경 썼고, 다른 라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멜로디도 챙겨줘야 하는 강박의식도 생기게 되었고요. 그런데 이런 방식이 윈터플레이의 고유 콘셉트가 되어버려서 이제는 피아노를 넣으라고 해도 넣을 수 없을 것 같아요.”
「Moon over Bourbon street」에서 기타 연주가 인상 깊었다.
최우준 : “개인적으로도 윈터플레이하면서 많이 진화가 된 것 같아요. 보통 기타가 음악을 전반적으로 메우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잖아요. 나름대로 주법도 개발하면서 저에게 공부가 되었던 음악인 것 같아요. 사실 같이 작업하면서 연주의 느낌이나 스타일을 두고 처음에는 의견충돌이 있었어요. 나는 더 치고 싶은데, 프로듀서(이주한)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시각으로 보시니까 자꾸 뭔가를 빼라고 그러시고(웃음). 하지만 막상 음반이 나오면서 프로듀서의 의도가 이것이었구나. 3년이 지나가니까 대충 의도를 알게 되었고, 지금도 서로 알아가는 것 같아요 서로 말은 안 해도.”
이주한의 말대로 재즈가 아닌 록 기타 스타일이라면 롤 모델이 있었을 것 같은데.
최우준 : “뭐,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나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an)을 좋아했죠. 재즈 쪽으로도 일찍이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웨스 몽고메리(Wes Montgomery)나, 존 스코필드(John Scofield)같은 아티스트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아무리 기타가 악센트를 주고 베이스가 이 팀의 재즈적인 터치를 주고 이주한이라는 프로듀서가 있지만 결국 윈터플레이는 혜원이 먹여 살리는 팀 아닌가. (웃음)
최우준 : “물론 외부에서 보는 시선은 인정해요. 혜원이의 얼굴 덕분에(웃음).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혜원이가 없었으면 우리를 회사에서도 픽업을 안 했을 거고.(웃음) ”
보컬의 입장에서 본인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가수는?
혜원 :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것을 정말 좋아했어요. 동요대회도 나갔었어요. 엄마가 부르는 것을 듣고 노래를 하고 싶다고 느꼈었나 봐요. 지금도 어머니께서 공연 보러 오시고, 공연 후에는 지적도 많이 해주세요.”
정말인가. 어머니에게 들은 가장 뼈아픈 지적이 있었나.
혜원 : “힘이 좀 부족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본인도 인정하나.
혜원 : “네,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이긴 해요. 좋게 말하면 편하게 부른다는 것이고. 안 좋게 생각하면 힘이 달린다는 뜻이겠죠. 저도 고치려고 많이 노력해요. 녹음할 때도 그렇고 라이브 할 때는 더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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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준 : “혜원이를 처음에 봤을 때는 이 나이인지도 몰랐어요. 그 말은 목소꺸가 늙었다기보다는, 우선 너무 침착하다는 점에서 경험이 느껴졌던 것이죠. 여러 보컬들과 많이 해봤지만 혜원이의 장점은 큰 욕심이 없다고 해야 하나? 보통 밴드 사례를 보면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파트가 보컬이거든요. 트러블 메이커고 게다가 프론트로 나오기 위해서 요구도 많고. 얘는 그런 게 없어요. 뭐든지 다 흡수하고. 요청하면 바로바로 되고. 너무 쿨해서 장점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별 탈 없이 팀이 발?해온 가장 큰 요인은 혜원이의 태도인 것 같아요.”
혜원과 이주한의 나이는 거의 삼촌과 조카 수준이다.(웃음)
이주한 : “팀이 네 명이니까 나머지 두 분이 중간에서 연결을 해주죠.(웃음)”
혜원은 솔로 활동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윈터플레이라는 밴드 안과, 만약에 솔로로 데뷔한다면 어느 쪽이 더 만족도를 느낄 것 같나. 만족도와 솔로 보컬로 데뷔한다면.
혜원 : “본능적으로 어느 쪽이 더 끌리느냐 하는 물음은 아직 모르는 것 같아요. 원래 이 전에도 솔로로도 활동했었고, 내년이나 내후년에 더 좋은 아이디어와 기회가 주어질 수 있겠지만요. 윈터플레이의 활동시기에는 윈터플레이에만 집중할 것이고, 개인 활동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솔로로서 또 매진하겠죠. ”
「Blue without you」를 통해서는 블루스 쪽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윈터플레이 멤버들의 공통된 지향점이라고 봐도 무방한가.
최우준 : “그건 제가 지향하는 쪽이에요(웃음)”
이주한 : “요새 그런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우리 네 명도 어느 쪽으로 음악을 지향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가까운 3집도 그렇고요. 하지만 그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제가 철이 없거든요. 그래서 음악이 고정된 한 방향이 아니라 상당히 신선하게 할 수 있을 때 대단히 기뻐해요. 저 말고 나머지 세 명이 만약에 “다음 음반은 이 곡 꼭 넣어야 해요.”라고 압력이 들어오면 상당히 부담을 가질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식이 아니라 “우리가 훌륭한 공연 한 번 해보자.”라면서 같이 준비하는 단계에서 발견하는 의외의 아이디어가 음반에도 반영되는 과정이 더 좋아요.”
윈터플레이 앨범에서는 리메이크 곡이 많다.
최우준 : “재즈 연주자 입장에서는 리메이크는 일상적인 일이거든요. 스탠더드 재즈 자체가 팝 리메이크를 많이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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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한 : “2%보다는 13% 부족한 것 같아요.(웃음)”
소은규 : “다른 리메이크에 비하면 너무 순탄하게 갔죠.”
최우준 : “처음에는 일본에서 광고용 음악으로 이미 녹음을 했던 곡이에요. 녹음을 할 때도 앨범에 넣으려는 생각도 없어서 기타도 그냥 대충 쳤어요.(웃음) 편곡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사실 광고업체에서도 원곡과 최대한 비슷하게 가달라고 요청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앨범에 넣는다고 하더라고요. 의아하긴 했죠. 그렇게 세대가 차이나는 뮤지션도 아니고 불과 몇 년 전에 히트 쳤던 곡인데. 무슨 이득을 보겠다고 넣겠어요. 하지만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께서 결정하신 일이니까 뭔가 수록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세월이 가면」도 상당히 의외의 선곡이었다.
이주한 : “그 곡은 명필름에서 새로 리메이크한 영화음악을 모은 컴필레이션 앨범을 제작하기 위해서 여러 팀에게 맡긴 곡 중에 하나였어요.”
최우준 : “「세월이 가면」은 한 여름에 녹음했는데 도무지 필이 안 나오더라고요. 더워 죽겠는데.(웃음) 그런데 요즘 들어서 추워지고 하니 다시 들어보는데 나름 괜찮더라고요.”
전체적인 곡을 이주한이 다 만드나.
이주한 : “사실은 2년인가 3년 전에 「Lock me down」이라는 곡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우준이 녀석이 이 곡 좀 자기가 써보고 싶다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서로 매치해보자. 트럼펫 라인 만들고, 멜캷디 바꾸고, 가사 다시다시해서. 이러면서
「Those darn feelings」의 ‘Darn’은 욕 아닌가?(웃음)
이주한 : “네, 그렇죠. 미국에서 ‘Darn’ 이 발전한 게 ‘Damn’이죠. 1930~1940년대 영화에서는 되게 편하게 썼어요. 그렇게 심한 욕도 아니고요.”
오리지널과 리메이크 앨범을 따로 분류해서 발표할 계획은 없는가.
이주한 : “저희가 현재 국내에서 애매한 포지션에 있는 것 같아요. 외국 활동을 하려는 입장에서 해외 재즈 뮤지션들은 대부분 리메이크를 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 앨범이 오리지널한 면이 더 큰 것 같아요. 일본 유니버설 뮤직에서는 90퍼센트 정도까지 리메이크로 가래요.”
이주한 : “제 생각에는 우리가 솔직히 4집정도 되면 거의 우리 자작곡만 있을 것 같아요. 느낌상으로 3집 때는 리메이크곡이 한 2곡 밖에 없을 것 같고. 저희가 직접 곡을 쓰는 거에 대해서는 완전 찬성하니까요. 우리 멤버들이 일단 곡을 잘 쓰고.”
일본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하던데.
이주한 : “예, 얼마 전에 3박 4일로 갔다 왔고, 11월 13일에 또 갑니다. 도쿄, 오사카, 센다이를 포함해서 6개 도시를 순회하며 공연할 계획이에요.”
해외에서도 열심히 윈터플레이 재즈를 알리고 있다.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기획을 가지고 있었나.
이주한 : “우선 제 개인 계획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잘 몰랐는데 많이 도와주셨더라고요. 사실은 저는 약 2년 동안 음악 열심히 만들고 좋은 팀을 꾸려왔는데 집중했는데 영국 가니까 확 느껴졌어요. 김병찬 대표님이 그동안 많이 바빴었겠구나. 저도 나름대로 바빴지만 알리려고 많이 바쁘셨던 것 같아요. 일본이나 영국 가는 것에 대해서는 우선 너무 겁내지 말고 잘하려고 그래요.
우리 음악을 스테이트먼트(Statement), 즉 선언식으로 이런 재즈다, 저런 재즈다라고 알리지는 않아요. 물론 앨범을 특정한 주머니 같은 라벨로 분류해서 집어넣을 수는 있죠. 하지만 다행히 시대가 바뀌어서 좋은 것 같아요. 한 음반이 나왔는데 딱 한 색깔이 아닌 것. 새로운 시대에 맞춰가는 것 같아요. 재즈 앨범이지만 다양하게 보사노바, 삼바, 스윙곡도 있으면서 중심에는 하나의 목소리가 잘 프로듀싱이 되었다는 생각 때문에 해외에서도 우리 음악이 나가는 것 같아요. 반응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하나 제가 기분 좋은 것은 국내의 오리지널 구성으로도 국제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면서 국내 기획사, 믹싱, 엔지니어의 힘으로 만든 앨범이었잖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되도록이면 외국 힘은 받지 않으려고 해요.”
G20 의장국 등 상승하고 있는 국가 위상에 걸맞은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요계에서도 유명 해외 아티스트와의 공동작업 소식이 간간이 들려오곤 한다. 물론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해외 뮤지션과의 작업이 시너지 효과를 유발하는 사례가 많지만, 일부의 경우에는 단순히 시선 끌기와 생색내기 성향이 다분한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는 뉘앙스가 감지되기도 한다.
윈터플레이는 굳이 코리안 재즈로 자신들의 음악을 지역색으로 규정 혹은 포장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단지 그들은 외국의 손을 빌리지 않은 100% 국내 생산 수출품이 외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막 싹을 트기 시작한 자신감과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은 은근하게 자신의 음악을 널리 알리려는 국내의 실력파 아티스트들에게 분명 밑거름이 될 것이다.
혜원 : “저희가 영국에서 쇼 케이스도 하고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기도 했어요. 초청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쇼 케이스는 음반 관계자나 기자들이 오셨고 영국에서의 첫 무대다보니 긴장을 정말 많이 했죠. 그러면서 저희는 주문을 걸었어요. 한국에서 하던 대로 편하게 하자라고요. 한국에서 온 네 명의 사람이 무슨 음악을 할까 궁금해 하셨던 것 같아요. 40분 동안 7~8곡정도 부른 것 같은데 무대에 오르면 관객의 눈빛이 보이잖아요. 그 눈빛에서 호기심이 느껴졌어요. 점점 시간이 지나고 음악이 진행되면서 저희도 긴장이 풀렸고 보시는 분도 긴장을 풀고 같이 즐기셨어요.”
일본 공연의 느낌은 어땠는지.
소은규 : “일본 같은 경우에는 지나치게 차분하세요. 정말 클럽에서 음식 앞에 두고 있는데도 거의 안 드시고. 수저 딸그락거리는 소리조차도 내는 것을 대단히 겁내시더라고요. 재즈 클럽분만 아니라 록 공연장에서도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봐 조심한데요.”
최우준 : “우리가 처음에는 당황했죠. 너무 시험 감독관처럼 딱 조용하게 있으시니까. 그런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끝나고 나서 앨범을 많이 사주시더라고요.(웃음) 우리 같은 경우에는 맨 종이에 사인 해달라고 하시는데. 티켓에다 해달라고도 하시고.”
일본에서는 재즈 팬들의 연령층이 어떻던가.
이주한 : “20대 중반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일본이라고 한국이랑 그렇게 다를 것 같지는 않아요. 비슷한 것 같아요. 일본의 재즈클럽 입장료가 최소가 5만 원 정도에서 시작하고 비싸기는 하지만, 일본에서 저희 1집이 제가 알기로는 만 오천장 이상이 팔렸거든요. 그런 것을 보면 분명히 다 40대 팬들만은 아닐 것 같아요.”
지금 국내 재즈 신(scene)의 상황은 어떤 것 같나.
이주한 : “네, 신이야 분명 존재하죠. 여기 홍대 주변에도 클럽이 3~4개 정도 있어요. ‘에반스’도 있고, ‘팜’도 있고. 어떻게 보면 신기해요. 이 자그마한 나라와 인구임에도 재즈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아요. 그리고 재즈피플, 엠엠재즈 같은 재즈 전문 잡지도 있잖아요. 요즘에는 세대에 맞춰서 신이 움직여주는 것 같아요. 재즈 뮤지션이 자기가 음악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리고 그런 면에서 신이 쿨해진 면도 있죠. 클럽이 많아야 된다 이런 것보다도 디지털스럽게 변화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영국과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서는 얇은 것이 사실인데.
최우준 : “그만큼 역시가 짧으니까 이해해요. 그렇다고 어렵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일본은 라멘 가게에서도 재즈가 나오는 나라에요. 우리나라 같으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재즈가 나오는 것이죠.”
외국에서 한국 음악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던가.
최우준 : “솔직히 그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 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인터넷 네트워크가 많이 발달해서 그런지, 크게 생경하고 다른 문화로 보는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유튜브 같은 인터넷 공간을 통해서 얼마든지 접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영국이라는 나라가 기타를 잘 쳐서 그런지 동경 같은 게 있었어요. 영국하면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지미 페이지(Jimmy Page), 제프 벡(Jeff Beck) 같은 전설의 이미지가 떠오르잖아요. 그래서 약간 시험 보러 가는 듯한 분위기? 그런 느낌으로 갔어요. 무대에서 저희가 영어로 된 노래도 부르면서 그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모습을 봤을 때, 우리가 어렴풋이 짐작만 하며 걸어왔던 길이 그리 잘못되게 걸어 온 것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딱히 이번 영국 공연이 잘했다기보다는 앞으로 이런 식으로 가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죠.”
최우준 : “그래미로 잡으신 것은 이주한씨인데.(웃음) 처음에는 웃으면서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뮤지션의 꿈을 안고 음악을 시작하면 우드스탁에서 연주도 해보고 싶은 그런 류의 꿈을 가지게 되잖아요. 그런 꿈이 현실을 알아가고 나이가 들면서 사라지는? 그만큼의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지 어느 정도 그 가까이는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미 정도는 목표를 잡고 시작해야지 적어도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이주한 : “저 같은 경우에는 대학교 때 재즈 클럽 블루 노트에 서 보는 것이 꿈이었어요. 블루 노트는 블루 노트잖아요. 오래된 꿈이었는데 일본의 블루 노트에서 연주한 것만 해도 정말 큰 꿈을 이뤄낸 것 같아요. 그래서 혜원이는 짜증나요. 나이도 어린데 벌써 블루 노트 무대에 선 것이잖아요.(웃음) 나만 나이가 많아서 급하니까 그런 꿈을 일찍 생각하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루어지고 아니고는 크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요.”
이주한이 외국 생활을 많이 해서 작사에 있어서 한국어적 감수성이 부족한 것 같다. 이 과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사람은 혜원이지 않을까.
혜원 : “저도 참여는 하고 있어요.
이주한 : “그래서 제 생각인데 혜원이가 재즈를 배웠다지만 역사가 너무 짧아요. 5년 밖에 안 되었잖아요. 제 시각에는 아직 아기에요. 그런데도 잘 하고는 있어요. 대단히 빨리 배워온 거죠. 혜원이 말대로 작사 시도는 했는데, 어느 정도 가벼운 음악들이었으니까 핸들은 했어요. 하지만 2집 와서 보면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요. 물론 혜원에게 주문하는 과제가 많아서 그럴 것이에요. 일본말 잘 배우라고 그러지, 퍼포먼스 잘 하라고 그러지. 그래서 2년 뒤에 혜원이는 솔로 앨범이 나오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이게 내 음반이라고 생각하면 자기 가사를 잘 쓸 것 같아요. 그 때 우리는 쉬고.(웃음) 다시 모일 때, 자기 열정을 윈터플레이에 집어넣으면 좋아질 것 같아요. 재미있어지고.”
청소년 그룹 발굴 프로그램이었던 <악동클럽>의 멤버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보컬로 급선회했다고 볼 수는 있는데. 그때 심정은 어땠나.
혜원 : “<악동클럽>으로 활동을 하려고 준비했을 때 음악 듣는 것도 폭이 좁았어요. 팝이나 흑인 음악 중에서도 일부 연습하는 곡만 들었고요. 사실 준비는 어렸을 때부터 했었고, 도와주신 분들에게는 죄송스럽지만 준비하면서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댄스 그룹에서 춤추면서 노래를 하는 것이. 하지만 어쨌든 계약은 했으니까 하기는 해야 했던 상황에서 불행 중 다행으로 회사 내부에 문제가 생기면서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가 된 것이죠.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는 대학생이 되어있었고.”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중요한 전기였다.
혜원 : “잘 된 것 같아요. 저도 재즈를 시작 안 했으면 지금도 재즈를 안 하고 나이는 나이대로 들었는데 아직도 “가수하고 싶어요.”라며 이 주변에서 계속 맴도는 사람이었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과거의 사진 돌아다니는 것이 정말 싫었는데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요. 어차피 그것도 제 모습이고.”
재즈의 중요한 여자 보컬,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 사라 본(Sarah Vaughan),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중에 가장 좋아하는 보컬을 꼽는다면
혜원 : “다 좋아하지만 사라 본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엘라는 화려하고 빌리는 우울하고 사라는 목소리 자체가 딥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편안하게 사람 마음을 터치하는 보컬이죠. 그 셋을 제외하고는 홀리 콜(Holly Cole)의 편안한 목소리를 좋아해요. 홀리 콜이 좋은 이유는 보컬리스트로서 거침없이 부르면서도 자기가 편안하게 부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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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 : “일단 「Don't know why」가 그랬던 것 같아요. 스무 살 때 불렀던 기억이 있어서 ?런지 편하게 불렀던 것 같네요.”
반대로 아주 불편했던 곡이 있다면.
혜원 : “「Songs of colored love」는 정말 고생했어요. 일본 데뷔앨범 때 수록되었던 곡인데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편곡 과정이 반복되었거든요. 가이드해서 녹음했는데 다시 편곡하는 바람에 여러 번을 불렀어요. 가사도 영어로 불렀다가 일어로 부르고 또 다시 영어로 바꿔 부르면서 여러 번 재녹음을 했고.”
본인을 결정지은 아티스트가 있나.
이주한 : “퀸시 존스(Quincy Jones)죠. 그리고 허브 앨퍼트(Herb Alpert)도요. 프로듀서, 뮤지션, 작곡가 다 좋아해요. 송라이터로서 이반 린스(Ivan Lins)도 좋아하고요. 연주자로는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도 있지만 그 음악시대 자체를 좋아했어요. 싱어로서는 배리 매닐로우(Barry Manilow)도 좋아했고요.”
이주한 씨는 힙합 아티스트와도 작업을 했었는데.
이주한 : “지금은 없어요. 당시에는 최자와 개코 덕분에 씨비 매스(CB Mass) 3집에서 아소토 유니온(Asoto Union)이랑 같이 작업을 하기는 했었죠. 그 뒤로는 제가 속해있었던 소울 볼륨(Soul Volume)이라는 팀이 있었어요. 디스코 펑크 재즈 밴드인데 일곱 명이라서 돈이 얼마 안 남아서 지금은 중단한 팀이고요.(웃음) 잘 알려진 세션 맨들이 모인 팀이었는데 시간이 나면 꼭 다시 추진해보고 싶어요. 소울 볼륨 활동을 위해서 작곡도 많이 한 상태라 릴리즈하고도 싶고.”
혜원이 멤버 오빠들을 인간적으로 평가해보자.(웃음)
혜원 : “일단 이주한씨와는 나이차가 많이 나잖아요. 팀에서는 또 리더이시고. 그럼에도 우리가 윈터플레이에서 같이 노래를 할 수 있고 큰 탈 없이 갈수 있는 이유가 이주한씨께서 권위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시기 때문이에요. 프로듀서로서 단순히 저희에게 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최대한 좋은 의견을 끌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으신 거죠. 멤버들의 의견 사이를 왔다 갔다 하실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최우준 씨는 음악적으로도 항상 많이 의지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멘토의 역할을 해주세요. 소은규 씨는 제가 처음에 재즈 시작했을 때 같이 클럽에서 긱(Gig)하고 가장 오래 본 분이기 때문에 친밀한 느낌이 많죠.”
혜원을 보컬로 결정한 인물은 누구인가.
혜원 : “이주한씨가 아니었을까요. 저에게 전화를 주셨으니까.”
이주한 : “제가 우선 가장 나이가 있어서 멤버들에게 다 연락을 해서 상의를 했어요. 한 개인이 회사랑 계약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잖아요. 제가 각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계약하려는 곳이 괜찮은 회사다. 한 사람이 안하면 우리 다 안하는 거다.”라고요. 계약은 결국 개인 결정에 의해서 이뤄진 것에요. 처음에 제안을 하고 받았을 당시에는 자신도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몰랐던 거죠. 함께하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패밀리가 된 것이에요.”
국내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혜원 :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등의 지방 클럽을 돌면서 공연을 할 예정이고, 몇몇 도시는 이미 공연을 했어요. 그리고 12월에 예술의 전당에서 콘서트를 할 계획이고요. 마의 시간이라고 불리는 월요일, 화요일 공연이니 많은 분들이 와주시길 바래요.(웃음)”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주한 : “윈터 플레이 음악은 다른 팀과 다르게 유머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앨범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앱솔루트 믹스(Absolute mix)? 레이드-백 매스터링(Laid-back Mastering)? 굿 레코딩(Good Recording)? 이런 것 아무 의미 없어요. 그냥 웃으라고 만들은 표현이에요. 이전 앨범에도 항상 웃긴 글들을 집어넣었고요. 사람들은 재즈를 생각하면 항상 심각하게만 여겼어요. 인상 찌푸리는 포즈로. 조금이라도 재즈성향이 있는 음악이라면 유머가 있고 해피한 밴드였으면 좋겠어요. 방금 전에 싸우는 사람들이 재즈한다고 말했는데 칼싸움정도는 안 나는 재즈를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인터뷰 : 임진모, 옥은실, 홍혁의
사진 : 정혜리
정리 : 홍혁의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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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앙ㅋ
2011.10.30
mummyhome
2011.01.14
웬만하면 글 안 남기는데.... 제가 관심가지고 좋아하는 뮤지션이라서요.
오타 확인 해주시겠어요? 중간에 물음표도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