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정하는 아이들의 습관 어떻게 고칠까? -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로렌차일드
세계적인 동화작가 로렌차일드가 한국에 잠시 방문했다. 그녀는 유네스코 협력 활동을 위해 몽골로 가는 길이었다. 로렌 차일드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채널예스와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글ㆍ사진 김수영
2010.12.06
작게
크게
그림계의 팝 아티스트

세계적인 동화작가 로렌차일드가 한국에 잠시 방문했다. 그녀는 유네스코 협력 활동을 위해 몽골로 가는 길이었다. 로렌 차일드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채널예스와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금발의 로렌차일드는 차이나 칼라의 웃옷을 입고 나타났다. 인터뷰 중 그녀의 눈빛이나 웃음 속에 여행의 피로보다는 낯선 환경에 대한 호기심이 물씬했다.

로렌차일드는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라는 작품으로, 해마다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수여하는 ‘케이트 그린 어웨이 상’을 수상했다. 동화 속 주인공 ‘찰리와 롤라’가 등장하는 『난 학교가기 싫어』 『난 하나도 안 졸려, 잠자기 싫어!』 시리즈는 큰 인기를 얻어 팝업북,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


‘찰리와 롤라’ 시리즈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새로운 경험 앞에서 으레 ‘안 먹어, 안 자, 안 가’를 선언하는 여동생 롤라의 습관을 고쳐주는 오빠 찰리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야기들이다. 이 남매는 실제 덴마크에서 본 아이들을 모델로 했다. 롤라와 비슷한 나이 대의 어린아이에게서 누구나 발견할 만한 습관을 녹여내, 어른들과 아이들의 사랑을 동시에 받은 작품이다.

그녀의 그림은 단순한 선과 화려한 색감이 먼저 눈에 띈다. 글과 그림의 역동적인 구성으로 한눈에 잡아끄는 흡입력이 강하다. 사진과 그림, 다양한 패턴을 활용한 콜라주 기법을 주로 사용해, 로렌 차일드는 그림책의 팝 아티스트라고도 불린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어려움 찾아봐”


그녀는 자신의 어린시절이 지금의 자신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그때의 기억과 생각이 작품 활동의 가장 큰 소재가 되어준다. “대부분 어렸을 때 느낀 것들을 떠올린다. 편식 같은 일은 어른에게 별 일이 아니지만, 아이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네 살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쓸 때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어려움을 찾아본다. 그리고 ‘나는 이랬지’ 하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로렌차일드의 어린시절, 그녀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분은 아버지셨다. 부모님이 두 분 모두 교사였지만, 특히 미술을 가르쳤던 아버지는 로렌차일드가 그림을 그리는데 항상 격려를 해 줬다. “언제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하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갤러리에 자주 데려가 고전 뿐 아니라 현대적인 그림도 접하게 하셨다. 그런 경험이 지금 재료 사용이나 이야기 스타일을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1967년 영국에서 태어난 로렌은 세 자매 중 둘째로 자랐다. “내가중간에 끼어서 성장한 일도, 나의 이야기에 간접적인 많은 영향을 주었다. 실제로 자매들 사이의 에피소드가 이야기에 많이 녹아있고, 집안 식구들이 유쾌했다. 특히 할아버지나 삼촌이 가족 멤버 중 가장 유쾌한 분이어서 내가 제일 좋아했다.”

로렌 차일드는 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고, 이후 샹들리에 상단을 장식하는 디자인 회사를 차려 운영했다. 그녀가 평소 그림책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고 있던 동료의 제안으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그녀 역시 처음에는 그림책을 들고 출판사를 전전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 나온 작품이 1999년도의 『클라리스 빈』 시리즈다.


“자신만의 것을 발견할 때까지 노력하라”


이름부터 아이들과 친화성을 느끼게 하는 로렌 차일드(child). 그녀는 자신의 작품 속 아이들의 이름도 숙고해서 짓고 있었다. “‘찰리와 롤라’는 한국의 철수와 영희 만큼이나 굉장히 흔한 이름이다. 아이들에게 너도 찰리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셈이다. ‘클라라’라는 이름은 상당히 옛날 이름이다.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아서 일부러 쓰고 있다. 그밖에 도시 이름을 쓰는 경우도 있고, 동화의 나오는 이름은 각각 이유가 있다.”

‘찰리와 롤라’는 영국 BBC. 한국 EBS 등 세계 각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그녀는 TV작업에 대한 솔직한 감상도 전해주었다. “책은 나와 디자이너, 에디터 세 명이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나만의 색깔이 많이 들어가지만, TV는 52명이 협업을 하는 일이다. 상당히 흥미롭긴 한데, 마지막 순간에 가서는 캐릭터들이 기존의 모습과 멀어졌다는 느낌도 없진 않다. TV작업이 좋긴 하지만, 분명 원작과는 다른 점이 있긴 하다.”

로렌차일드는 “일하는 순간이 가장 즐거운 순간”이라며 작가가 된 보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활기차고 이전보다 높아진 목소리 톤으로 말했다. “일 할 때 가장 마지막 순간에 제일 흥분된다. 그때는 스트레스가 없고, 안될 거란 생각보다 잘 될 거란 생각이 들어서 좋다. 내가 책임감을 가지고 결정하고, 리드하는 일이 좋다. 무엇보다 글 쓰는 것 자체가 좋다. 그림 작업을 하는 일은 분명 어렵지만,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들으며 작업하는 일 자체는 평화롭고 즐겁다.”

자신이 다른 동화책을 보며 영향을 받았듯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배우고 익히고 있는 후배에게도 한마디를 남겼다. “어떤 작가든지 자기만의 방법으로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 출간된 동화들을 많이 보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 흥미로운 것에 체크를 해 둬라. 작업을 하면서 ‘누구의 것과 많이 비슷하구나’ 생각할 만큼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 순간을 넘어 자신의 것을 발견할 때까지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My Life is a story, 전 세계 아이들의 희망과 상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길거리의 쥐를 모델로 한 동화책 ‘The pesky rat’.
마지막 페이지에는 전 세계 아이들의 사연이 담겨있다.

로렌차일드는 2008년 12월 12일 유네스코 ‘평화의 예술가’로 선정되었다. 그녀는 유네스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빈민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이끌어가고 있다. 346개의 민간단체와 함께 93개국에서 자연 재해로 고통을 받거나 불법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 거리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어려움에 처해있는 아이들을 교육을 통해 돕는 일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시각 장애인 학교에 악기를 지원해주고, 오디오 북을 지원해준다. 어떤 나라에서는 마샬 아츠(martial arts)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지내는 아이들이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마샬 아츠를 통해서 분노를 제어하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멕시코에서는 어려운 아이들을 모아서 서커스 스킬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런 일에 재정적으로 돈을 모아 지원하는 일이 주된 업무다.”

로렌차일드는 이 중에서도 아이들에게 읽고 쓰는 일의 중요성을 알리는 ‘내 삶이 곧 이야기(My life is a story)’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08년 7월부터 시작한 이 캠페인은 극심한 빈민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모아, 세계의 사람들에게 수많은 어린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아이들의 희망과 상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느낄 수 있게 한다. 지금도 웹사이트(www.mylifeisastory.org)에서 수많은 아이들의 삶과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

유럽의 대형 출판사인 ‘아셰트 어린이 출판사’와 협력하여, 로렌차일드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요런 고얀 놈의 생쥐』를 유네스코를 위해 새롭게 디자인했다. 로렌차일드는 이날, 그 책을 보여주며 이 캠페인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작품은 쥐에 관한 것이다. 특히 길거리에 있는 쥐를 모델로 했다. 보통 사람들은 쥐를 혐오한다. 우리가 다 싫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쥐를 통해서 길거리의 부랑자들을 눈여겨보게 하고, 부모랑 함께 살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행운인지 얘기하고 있다.”

“책 뒤에 보면, 각국의 어린이들의 사연을 하나씩 뽑아서, 라이프 스토리를 옮겨놓았다. 읽어보면 전 세계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비슷하게 살아간다는 걸 알 수 있다. 느끼고 통하는 것은 비슷하다. 우리는 모두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바로 다음날 아침 몽골행 비행기로 떠나는 로렌차일드는 예전부터 몽골을 꼭 방문해보고 싶었다며, 그곳에서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만간 ‘루비 레드 포트(rubby red fort)’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9세~13세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차기작이 마무리되면 세계 투어를 할 생각이다. 프로모션 관련해서 한국을 방문할 일을 것 같다. 그게 아니더라도 한국은 꼭 한번 다시 와보고 싶다.”





#로렌차일드 #토마토 #난 토마토 절대 안먹어
4의 댓글
User Avatar

호호용용

2011.01.28

그림이나 내용 소재가 참 재밌어요. 저는 가급적 원서로 사서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애들 반응은 보통이고 제가 좀 흥분한답니다.
답글
0
0
User Avatar

mellisa94

2010.12.13

영국식 엑센트가 참 그림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번 꼭 한국오세요.. 달려가겠습니다. :)
답글
0
0
User Avatar

열정

2010.12.12

참 아이를 사랑하는 분이란 걸 느낄 수 있어 흐뭇합니다
답글
0
0

더 보기

arrow down
Writer Avatar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Writer Avatar

로렌 차일드

영국에서 태어났으며 부모님은 모두 선생님이었고, 딸 셋 가운데 둘째로 자랐습니다. 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뒤, 지금은 어린이책을 쓰고 그리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고 발랄한 상상력으로 엮어 냅니다. 콜라주 기법을 이용한, 특유의 세련되고 장난기 넘치는 그림과 글로 전 세계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림책 「찰리와 롤라」 시리즈의 첫 책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로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을, 『요런 고얀 놈의 생쥐』로 스마티즈북 금상을 받았습니다. 그 밖에 그림책 『동생이 미운 걸 어떡해!』, 『사자가 좋아!』, 『나도 내 방이 있으면 좋겠어』, 『정글 탐험 떠나 볼래?』, 『진짜 안경 쓰고 싶단 말이야』,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동화 「클라리스 빈의 학교생활」 시리즈 들을 쓰고 그렸습니다. 현란한 색감과 다양한 질감과 패턴들의 활용은 그림책을 어린이만의 전유물이 아닌 어른들에게도 신선한 책으로 다가가도록 만들었습니다. 재료의 제한을 뛰어넘어 잡지에서 오려낸 종이, 콜라주, 사진을 포함한 여러가지 재료들이 물감과 함께 사용되기 때문에 로렌의 책은 한번 읽고 던져지는 책이 아니라 계속해서 읽혀지는 책이 되었습니다. 말과 캐릭터가 살아있는 인물들,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배경, 기존의 재료의 한계를 벗어나는 도구들과 그것을 조화롭게 섞어내는 감각적인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