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그 이상의 것 - 『달팽이 식당』
201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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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나오는 패스트푸드, 어디에서든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삼각 김밥, 샌드위치.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10분 안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알약 하나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만으로는 공허함이 느껴지고 슬로우 푸드에 대한 열망이 가슴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보면 음식에는 배를 채우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학업을 위해 처음 집을 나와 혼자서 살게 된 지 어언 7년의 세월이 지나가다 보니 고슬고슬 막 지은 밥, 조물조물 손맛으로 무친 짭조름한 나물, 아직 숨이 죽지 않은 겉절이, 그리고 구수한 된장찌개. 이런 집밥을 만날 때면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나온다. 올레!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먹는 것. 때로는 10시간의 심리 치료보다 한 끼의 밥이 더욱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음을 느낀다.
하루에 한 테이블, 사전 예약을 통해 손님들의 사연을 듣고, 그 사람만을 위한 요리를 준비한다. 그 독특한 식당에는 요리사 링고가 있다. 깊은 상처 때문에 말을 잃어 필담으로밖에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링고는 음식으로 이야기하는 법을 안다. 사랑하는 애인도 재산도 잃고 할머니의 겨된장만 남았을 때, 자신만의 식당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한 사람만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요리, 그리고 반나절 넘게 준비하는 지난한 과정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며 자신의 아픔을 조금씩 치유해 나간다.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해 평생을 검은 상복 차림으로 지내는 할머니, 아픈 아버지를 위한 마지막 생일 파티, 주인에게 버림받은 토끼, 그리고 마지막으로 평생을 오해 속에 살았던 링고의 엄마. 모두 요리를 통해 링고의 간절한 마음을 느낀다. 링고는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차분히 정갈하게 음식을 만들던 주인공의 모습과 겹쳐진다. 계피 향 나는 롤과 꼭꼭 눌러 만든 오니기리, 그리고 소박한 일본 가정식을 내놓던 식당에서 손님들은 한 끼의 식사를 통해 깊이 패였던 마음의 골을 말끔히 메우고 돌아간다. 진심이라는 양념을 하나 더 추가한 요리는 사람들에게 마음 치료제가 되었다.
또 하나 유의해서 보아야 할 점은 링고가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글자들이 요리가 되어 가는 과정이 참으로 맛깔스럽다. 요리를 좋아하는 작가의 지식이 있어 가능한 부분이다. 인디언 핑크 바탕의 표지의 부드러움과 따뜻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달팽이 식당』은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잔잔한 미소를 선사해 준다. 어쩌면 책을 펴는 순간 당장 부엌으로 뛰어들어 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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